반복되는 ‘접종 예약 시스템’ 오류…해법 없나

입력 2021.07.2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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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이 연일 말썽을 부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접종 대상군에 열릴 때마다 접속이 지연되는 건 물론이고, 대상자가 아니라고 메시지가 뜨거나 대기 중 초기 화면으로 돌아가는 등 각종 오류가 생기고 있는데요. 결국, 문재인 대통령까지 해결책을 찾으라며 참모들을 질책하고 나섰습니다.

정우진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시스템관리팀장정우진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시스템관리팀장

■ 접속 왜 어렵나…대상자는 150만 명인데, 접속 요청은 1천만 건?

19일 오후 8시부터 53살~54살에 대한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시작됐죠. 이 나이대 접종 대상자는 150만 5,074명입니다. 그런데 접종이 시작되자 대상자의 4배에 달하는 600만 명이 동시에 접속하면서 시스템 접속이 지연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오후 8시에 서버가 개통된 직후에는 접속 요청 건수가 1천만 건에 달했다고 방역 당국은 밝혔습니다.

정우진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시스템관리팀장은 20일 브리핑에서, "시스템에 동시 접속해 처리할 수 있는 양은 약 30만 건 정도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접속이 어려워지고 대기 시간이 한없이 길어진 겁니다. 정 팀장은 대기자 수가 왜 이렇게 많았는지에 대해선 추가적인 분석을 하고 자문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발표할 때가 되면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967년생 접종 대상자가 20일 새벽 3시에 예약 시스템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지만 ‘대상자가 아닙니다’라는 안내문이 떴다.1967년생 접종 대상자가 20일 새벽 3시에 예약 시스템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지만 ‘대상자가 아닙니다’라는 안내문이 떴다.

■ '대상자 아니다' 문구에 초기 화면으로 '튕기는' 현상까지 잇따르는 오류

단순히 사이트 접속만 어려웠던 것도 아닙니다. 20일 새벽 3시부터 아침 9시 정도까지는 대상자인데도 '대상자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떠 예약이 안 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용자들은 전날 저녁부터 전자기기를 붙들고 있다가 새벽이나 아침에 드디어 접속했는데, 이번엔 대상자가 아니라며 예약이 안 되는 황당한 상황을 맞게 됐습니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은 "시스템 코드에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정 팀장은 "대상자 일정과 방법 등이 예약을 매번 개통하면서 조금씩 바뀌다 보니까 시스템 코드들을 정교하게 확인하지 못했다"라며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20일 저녁 8시부터 진행된 50살~52살 예약 때는 한참 대기했는데 대기자 불과 몇 명을 남기고 다시 초기 화면으로 돌아가는 '튕김 현상' 오류도 새롭게 나타났습니다. 질병청은 기능 오류가 발견됐다며 "저녁 8시 43분쯤 긴급 조치를 완료했다"라고 공지했지만, KBS에는 이런 오류가 다음날 새벽까지도 이어졌다는 제보가 여러 건 접수됐습니다.

당국은 20일 저녁 8시 이후에 접속한 사람 중 튕김이 발생하는 이력(쿠키)을 가진 사람에게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접속 이력을 지우면 튕김 현상이 사라진다고 다시 안내했습니다.

■ 41억 8백만 원 들어간 예약 시스템… "접속 부하 문제, 근본적 해결 어렵다"

질병청의 접종 예약 서버 1년 운영비는 약 98억 원, '코로나19 예방접종 시스템' 구축과 운영 예산은 41억 8백만 원 정도입니다. 논란이 계속되면서 질병청은 시스템 개선 방안과 향후 운영 계획을 관계 부처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러 차례 문제가 반복되자 이제는 민간의 도움을 받거나, 아예 예약을 잔여 백신 예약처럼 네이버나 카카오 등 민간 플랫폼에서 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네이버나 카카오를 통해 예약을 받더라도 사람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서버 접속 부하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사전예약 일정이 수시로 촉박하게 바뀌기 때문에 다른 회사를 통해 개발하는 것보다 자체 개발하는 것이 빠르다며, 민간에 맡기는 건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민간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과도한 개인 정보를 민간 기업에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전문가 "시스템 열기 전 충분한 테스트 거쳤어야…지금은 땜질식 처방 중"

전문가들은 이런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대상자가 아니라고 뜨는 코딩 오류는 "초보적 실수"라고 평가했습니다. 우회 경로를 통한 접속이 가능한지 등 편법 예약법에 대해 서비스를 열기 전 충분히 걸렀어야 했는데, 서비스를 너무 급하게 열면서 이런 점검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걸 해결하려면 잠시 예약 작업을 중단하고 서버나 프로그램을 총 점검한 다음에 다시 시스템을 여는 작업이 필요한데 지금은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이라며 서비스 운영과 고치는 작업을 병행하다 보니 '땜질식 처방'이 돼 계속해서 문제가 터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당장 예약을 중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민간의) 솜씨 있는 개발자를 많이 끌어모아 대량으로 인력을 투입해 서비스를 운영하고 고쳐가는 작업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하드웨어인 서버를 증설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부하를 분산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한데 인력을 통해 이런 '소프트웨어적 처리'가 융합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8월에는 약 2,200만 명에 달하는 40대 이하에 대한 예약도 남아있는 만큼 개선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합니다.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 물량은 충분하다"면서, "예약 개통 초기에는 접속하는 걸 피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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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복되는 ‘접종 예약 시스템’ 오류…해법 없나
    • 입력 2021-07-21 17:34:48
    취재K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이 연일 말썽을 부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접종 대상군에 열릴 때마다 접속이 지연되는 건 물론이고, 대상자가 아니라고 메시지가 뜨거나 대기 중 초기 화면으로 돌아가는 등 각종 오류가 생기고 있는데요. 결국, 문재인 대통령까지 해결책을 찾으라며 참모들을 질책하고 나섰습니다.

정우진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시스템관리팀장
■ 접속 왜 어렵나…대상자는 150만 명인데, 접속 요청은 1천만 건?

19일 오후 8시부터 53살~54살에 대한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시작됐죠. 이 나이대 접종 대상자는 150만 5,074명입니다. 그런데 접종이 시작되자 대상자의 4배에 달하는 600만 명이 동시에 접속하면서 시스템 접속이 지연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오후 8시에 서버가 개통된 직후에는 접속 요청 건수가 1천만 건에 달했다고 방역 당국은 밝혔습니다.

정우진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시스템관리팀장은 20일 브리핑에서, "시스템에 동시 접속해 처리할 수 있는 양은 약 30만 건 정도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접속이 어려워지고 대기 시간이 한없이 길어진 겁니다. 정 팀장은 대기자 수가 왜 이렇게 많았는지에 대해선 추가적인 분석을 하고 자문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발표할 때가 되면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967년생 접종 대상자가 20일 새벽 3시에 예약 시스템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지만 ‘대상자가 아닙니다’라는 안내문이 떴다.
■ '대상자 아니다' 문구에 초기 화면으로 '튕기는' 현상까지 잇따르는 오류

단순히 사이트 접속만 어려웠던 것도 아닙니다. 20일 새벽 3시부터 아침 9시 정도까지는 대상자인데도 '대상자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떠 예약이 안 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용자들은 전날 저녁부터 전자기기를 붙들고 있다가 새벽이나 아침에 드디어 접속했는데, 이번엔 대상자가 아니라며 예약이 안 되는 황당한 상황을 맞게 됐습니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은 "시스템 코드에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정 팀장은 "대상자 일정과 방법 등이 예약을 매번 개통하면서 조금씩 바뀌다 보니까 시스템 코드들을 정교하게 확인하지 못했다"라며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20일 저녁 8시부터 진행된 50살~52살 예약 때는 한참 대기했는데 대기자 불과 몇 명을 남기고 다시 초기 화면으로 돌아가는 '튕김 현상' 오류도 새롭게 나타났습니다. 질병청은 기능 오류가 발견됐다며 "저녁 8시 43분쯤 긴급 조치를 완료했다"라고 공지했지만, KBS에는 이런 오류가 다음날 새벽까지도 이어졌다는 제보가 여러 건 접수됐습니다.

당국은 20일 저녁 8시 이후에 접속한 사람 중 튕김이 발생하는 이력(쿠키)을 가진 사람에게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접속 이력을 지우면 튕김 현상이 사라진다고 다시 안내했습니다.

■ 41억 8백만 원 들어간 예약 시스템… "접속 부하 문제, 근본적 해결 어렵다"

질병청의 접종 예약 서버 1년 운영비는 약 98억 원, '코로나19 예방접종 시스템' 구축과 운영 예산은 41억 8백만 원 정도입니다. 논란이 계속되면서 질병청은 시스템 개선 방안과 향후 운영 계획을 관계 부처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러 차례 문제가 반복되자 이제는 민간의 도움을 받거나, 아예 예약을 잔여 백신 예약처럼 네이버나 카카오 등 민간 플랫폼에서 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네이버나 카카오를 통해 예약을 받더라도 사람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서버 접속 부하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사전예약 일정이 수시로 촉박하게 바뀌기 때문에 다른 회사를 통해 개발하는 것보다 자체 개발하는 것이 빠르다며, 민간에 맡기는 건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민간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과도한 개인 정보를 민간 기업에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전문가 "시스템 열기 전 충분한 테스트 거쳤어야…지금은 땜질식 처방 중"

전문가들은 이런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대상자가 아니라고 뜨는 코딩 오류는 "초보적 실수"라고 평가했습니다. 우회 경로를 통한 접속이 가능한지 등 편법 예약법에 대해 서비스를 열기 전 충분히 걸렀어야 했는데, 서비스를 너무 급하게 열면서 이런 점검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걸 해결하려면 잠시 예약 작업을 중단하고 서버나 프로그램을 총 점검한 다음에 다시 시스템을 여는 작업이 필요한데 지금은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이라며 서비스 운영과 고치는 작업을 병행하다 보니 '땜질식 처방'이 돼 계속해서 문제가 터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당장 예약을 중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민간의) 솜씨 있는 개발자를 많이 끌어모아 대량으로 인력을 투입해 서비스를 운영하고 고쳐가는 작업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하드웨어인 서버를 증설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부하를 분산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한데 인력을 통해 이런 '소프트웨어적 처리'가 융합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8월에는 약 2,200만 명에 달하는 40대 이하에 대한 예약도 남아있는 만큼 개선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합니다.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 물량은 충분하다"면서, "예약 개통 초기에는 접속하는 걸 피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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