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분] ‘수상한 대출’…집단 전세 사기 피해 우려

입력 2021.07.21 (19:40) 수정 2021.07.2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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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사회 초년병인 청년과 이제 막 가정을 꾸린 신혼부부에게 전세나 월세 보증금은 인생을 설계할 주춧돌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전·월세 보증금을 잃게 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면 그 심정이 어떨까요?

최근 대전에서 한 달 새 동일 소유주의 건물 7채가 잇달아 경매에 넘어갔는데, 피해가 우려되는 세입자들의 보증금만 수십억 원에 달합니다.

등기부를 들여다보니 특정 대부업체의 수상한 개입 정황이 공통적으로 발견됐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지금부터 6분간 추적해보겠습니다.

[리포트]

대전의 한 다가구 주택에 사는 20대 후반의 이 모씨.

지난해 5월, 취업 후 모은 돈과 대출로 전세자금 9천만 원을 마련해 깨끗한 신축 건물에 처음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 모 씨/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하는 시점에서 전세라는 기회가 어떻게 보면 제 돈을 지키고 다른 돈을 쌓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이 씨가 입주한 건물은 최근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건물 소유주 A씨가 수개월 동안 대출 이자를 갚지 않자, 제1순위 채권자인 새마을금고가 근저당권을 실행한 겁니다.

[이 모 씨/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전혀 상상할 수도 없던 부분이고, 이전에 TV에서는 봤지만, 과연, 나의 일은 아닐 것이다 생각했기 때문에 저에게 닥칠지는 전혀…."]

그런데 이같은 상황이 한두 곳이 아니었습니다.

최근 한두 달 새 가압류되거나 경매에 넘어간 소유주 A씨의 건물은 모두 7채.

세입자만 80여 가구에 추산되는 보증금은 50억 원 정도, 세입자 대부분 20~30대 청년이거나 젊은 신혼부부입니다.

이들 가운데는 부동산중개소로부터 들은 사전 설명이나 계약 내용과는 다르게, 변제 우선 순위가 뒤로 밀려있는 걸 나중에 알게 된 사람도 있습니다.

[해당 부동산/음성변조 : "신축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건축주가 말씀하는 대로 메모하고…. 세입자가 확인은 해보시라 (말씀 드렸죠.)"]

[앵커]

추적 6분, 박연선 기자와 계속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기자, 보통 세입자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게 건물 근저당권 같은 것들인데요,

이게 확인되지 않은 겁니까?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모두 신축 건물이었기 때문에 초기 세입자들이 계약할 때만 해도 시세의 60% 정도만 금융권 대출이 있던 상황이고요,

대부분 사회 초년생이다 보니, 부동산중개소 소개에 안심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부 세입자의 경우 부동산중개소로부터 잘못된 우선순위를 안내받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앵커]

안타까운 상황이군요.

세입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알게 된 겁니까?

[기자]

네, 한 세입자가 월세 보증금을 못 받은 게 단초가 됐는데요,

건물 소유주가 연락 두절되자 등기부등본을 열람했고, 경매에 넘어간 걸 확인하게 된 겁니다.

이후 세입자들이 이 소유주와 관련된 건물을 수소문했고, 10여 채의 건물을 찾아냈습니다.

이 중 4채가 가압류와 함께 경매에 넘어갔고, 3채는 아직 가압류만 된 상황입니다.

경매가 실행되면 세입자들은 경매 대금에서 순위에 따라 변제를 받는데, 보통 유찰되는 경우가 많아 경매가가 시세보다 낮기 때문에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온전하게 돌려받기가 어렵죠.

앞순위 세입자들 일부는 그나마 변제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후순위 세입자들은 눈앞이 캄캄한 상황입니다.

현행법상 광역시의 경우 7천만 원 이하의 소액 임차 보증금에 한해 2천3백만 원까지만 최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데, 세입자 상당수가 보증금 7천 만 원을 넘어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잘못하면 인생의 출발선에서 거액의 빚을 지고 시작해야 할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세입자들이 다른 대부업체의 수상한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경매에 넘어간 건물들에는 2가지 공통점이 발견되는데요,

건물들의 등기부등본과 부동산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살펴봤습니다.

최근 가압류나 경매에 넘어간 A씨 건물 7곳의 등기부등본입니다.

먼저 눈에 띄는 공통점은 생소한 이름의 한 대부업체 이름.

건물 7곳에 모두 수억 원의 근저당권이나 전세권을 설정해놨습니다.

이미 새마을금고나 신협 등에서 거액의 대출로 근저당이 설정돼 있고, 세입자 전세보증금까지 많은 건물에 대부업체가 또다시 수억 원을 빌려준 게 특이합니다.

세입자들은 이를 이상하게 여겨 집주인 A씨와 연락이 끊기기 전 문의를 했는데, A씨는 자신이 해당 대부업체와 긴밀한 관계라는 말로 세입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A씨/건물 소유주/음성변조 : "등기부등본에 보시면 OO펀딩이 저와 같이 움직이는…. 저랑 같이 움직인다고 보면 돼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입자들은 A씨가 소유 건물들을 경매로 넘어가게 한 뒤, 대부업체와 짜고 시세보다 낮게 낙찰받아 건물을 다시 사들이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전 모 씨/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계획적이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애초에 정상적인 임대 목적이 아니었고…. 경매 참여해서 헐값에 건물을 먹는 거죠."]

해당 대부업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시세의 60%를 대출받은 대출자에게 20%의 추가대출을 실행해 이자 수익을 창출하고, 금융기관이 판매하는 부실채권을 사들여 1순위 채권자가 돼, 경매 등을 진행해 이익을 거두는 NPL 투자방식이 소개돼 있습니다.

세입자들은 이 투자방식이 A씨 소유 건물들의 등기부등본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전문가 의견도 마찬가집니다.

[박용민/부동산 업체 대표 : "업체가 이것(건물)을 부실채권화해서 홍보했다는 것은 제1순위 근저당권이 있는 새마을금고로부터 채권을 양수하는 계약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에는 권리 변동이 없기 때문에 사후정산부 방식으로 인해서 경매사건이 종결된 이후에 채권 양도 양수 계약으로 소유권 이전을 받는…."]

건물을 취득한 지 1년 안팎으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경찰 역시, 세입자들이 고소한 내용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문제 된 건물의 제1 채권자로 지역 새마을금고 한 곳이 집중된 것도 하나의 공통점입니다.

경매에 넘어간 7개 건물 중 5개의 건물에 대출을 해줬는데, A씨는 또 다른 지역 새마을금고의 간부 출신으로, 유착이 의심된다는 피해자들의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새마을 금고 측은 A씨와의 유착 관계는 전혀 없다며, 부실채권을 대부업체에 판매하지 않고, 직접 처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대부업체는 건물 소유주 A씨와의 관계를 부인했고, 연락이 닿지 않던 A씨는 취재가 들어가자 사기를 당해서 자금이 부족해졌을 뿐, 전세 사기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세입자들의 피와 땀, 눈물….

경매가 실행되거나 채권이 넘어갈 경우 전월세 보증금 피해는 불 보듯 뻔한 상황.

세입자들의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추적 6분 박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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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 6분] ‘수상한 대출’…집단 전세 사기 피해 우려
    • 입력 2021-07-21 19:40:33
    • 수정2021-07-21 20: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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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사회 초년병인 청년과 이제 막 가정을 꾸린 신혼부부에게 전세나 월세 보증금은 인생을 설계할 주춧돌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전·월세 보증금을 잃게 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면 그 심정이 어떨까요?

최근 대전에서 한 달 새 동일 소유주의 건물 7채가 잇달아 경매에 넘어갔는데, 피해가 우려되는 세입자들의 보증금만 수십억 원에 달합니다.

등기부를 들여다보니 특정 대부업체의 수상한 개입 정황이 공통적으로 발견됐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지금부터 6분간 추적해보겠습니다.

[리포트]

대전의 한 다가구 주택에 사는 20대 후반의 이 모씨.

지난해 5월, 취업 후 모은 돈과 대출로 전세자금 9천만 원을 마련해 깨끗한 신축 건물에 처음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 모 씨/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하는 시점에서 전세라는 기회가 어떻게 보면 제 돈을 지키고 다른 돈을 쌓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이 씨가 입주한 건물은 최근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건물 소유주 A씨가 수개월 동안 대출 이자를 갚지 않자, 제1순위 채권자인 새마을금고가 근저당권을 실행한 겁니다.

[이 모 씨/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전혀 상상할 수도 없던 부분이고, 이전에 TV에서는 봤지만, 과연, 나의 일은 아닐 것이다 생각했기 때문에 저에게 닥칠지는 전혀…."]

그런데 이같은 상황이 한두 곳이 아니었습니다.

최근 한두 달 새 가압류되거나 경매에 넘어간 소유주 A씨의 건물은 모두 7채.

세입자만 80여 가구에 추산되는 보증금은 50억 원 정도, 세입자 대부분 20~30대 청년이거나 젊은 신혼부부입니다.

이들 가운데는 부동산중개소로부터 들은 사전 설명이나 계약 내용과는 다르게, 변제 우선 순위가 뒤로 밀려있는 걸 나중에 알게 된 사람도 있습니다.

[해당 부동산/음성변조 : "신축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건축주가 말씀하는 대로 메모하고…. 세입자가 확인은 해보시라 (말씀 드렸죠.)"]

[앵커]

추적 6분, 박연선 기자와 계속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기자, 보통 세입자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게 건물 근저당권 같은 것들인데요,

이게 확인되지 않은 겁니까?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모두 신축 건물이었기 때문에 초기 세입자들이 계약할 때만 해도 시세의 60% 정도만 금융권 대출이 있던 상황이고요,

대부분 사회 초년생이다 보니, 부동산중개소 소개에 안심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부 세입자의 경우 부동산중개소로부터 잘못된 우선순위를 안내받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앵커]

안타까운 상황이군요.

세입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알게 된 겁니까?

[기자]

네, 한 세입자가 월세 보증금을 못 받은 게 단초가 됐는데요,

건물 소유주가 연락 두절되자 등기부등본을 열람했고, 경매에 넘어간 걸 확인하게 된 겁니다.

이후 세입자들이 이 소유주와 관련된 건물을 수소문했고, 10여 채의 건물을 찾아냈습니다.

이 중 4채가 가압류와 함께 경매에 넘어갔고, 3채는 아직 가압류만 된 상황입니다.

경매가 실행되면 세입자들은 경매 대금에서 순위에 따라 변제를 받는데, 보통 유찰되는 경우가 많아 경매가가 시세보다 낮기 때문에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온전하게 돌려받기가 어렵죠.

앞순위 세입자들 일부는 그나마 변제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후순위 세입자들은 눈앞이 캄캄한 상황입니다.

현행법상 광역시의 경우 7천만 원 이하의 소액 임차 보증금에 한해 2천3백만 원까지만 최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데, 세입자 상당수가 보증금 7천 만 원을 넘어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잘못하면 인생의 출발선에서 거액의 빚을 지고 시작해야 할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세입자들이 다른 대부업체의 수상한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경매에 넘어간 건물들에는 2가지 공통점이 발견되는데요,

건물들의 등기부등본과 부동산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살펴봤습니다.

최근 가압류나 경매에 넘어간 A씨 건물 7곳의 등기부등본입니다.

먼저 눈에 띄는 공통점은 생소한 이름의 한 대부업체 이름.

건물 7곳에 모두 수억 원의 근저당권이나 전세권을 설정해놨습니다.

이미 새마을금고나 신협 등에서 거액의 대출로 근저당이 설정돼 있고, 세입자 전세보증금까지 많은 건물에 대부업체가 또다시 수억 원을 빌려준 게 특이합니다.

세입자들은 이를 이상하게 여겨 집주인 A씨와 연락이 끊기기 전 문의를 했는데, A씨는 자신이 해당 대부업체와 긴밀한 관계라는 말로 세입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A씨/건물 소유주/음성변조 : "등기부등본에 보시면 OO펀딩이 저와 같이 움직이는…. 저랑 같이 움직인다고 보면 돼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입자들은 A씨가 소유 건물들을 경매로 넘어가게 한 뒤, 대부업체와 짜고 시세보다 낮게 낙찰받아 건물을 다시 사들이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전 모 씨/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계획적이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애초에 정상적인 임대 목적이 아니었고…. 경매 참여해서 헐값에 건물을 먹는 거죠."]

해당 대부업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시세의 60%를 대출받은 대출자에게 20%의 추가대출을 실행해 이자 수익을 창출하고, 금융기관이 판매하는 부실채권을 사들여 1순위 채권자가 돼, 경매 등을 진행해 이익을 거두는 NPL 투자방식이 소개돼 있습니다.

세입자들은 이 투자방식이 A씨 소유 건물들의 등기부등본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전문가 의견도 마찬가집니다.

[박용민/부동산 업체 대표 : "업체가 이것(건물)을 부실채권화해서 홍보했다는 것은 제1순위 근저당권이 있는 새마을금고로부터 채권을 양수하는 계약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에는 권리 변동이 없기 때문에 사후정산부 방식으로 인해서 경매사건이 종결된 이후에 채권 양도 양수 계약으로 소유권 이전을 받는…."]

건물을 취득한 지 1년 안팎으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경찰 역시, 세입자들이 고소한 내용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문제 된 건물의 제1 채권자로 지역 새마을금고 한 곳이 집중된 것도 하나의 공통점입니다.

경매에 넘어간 7개 건물 중 5개의 건물에 대출을 해줬는데, A씨는 또 다른 지역 새마을금고의 간부 출신으로, 유착이 의심된다는 피해자들의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새마을 금고 측은 A씨와의 유착 관계는 전혀 없다며, 부실채권을 대부업체에 판매하지 않고, 직접 처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대부업체는 건물 소유주 A씨와의 관계를 부인했고, 연락이 닿지 않던 A씨는 취재가 들어가자 사기를 당해서 자금이 부족해졌을 뿐, 전세 사기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세입자들의 피와 땀, 눈물….

경매가 실행되거나 채권이 넘어갈 경우 전월세 보증금 피해는 불 보듯 뻔한 상황.

세입자들의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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