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각 울리는 국제결혼

입력 2002.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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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2002년 3월 24일(일) 밤10:40~11:25 / KBS1
■취재 : 박전식 기자 jspak@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전화)02-781-4321
(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박전식 기자
서양 여성과의 결혼을 생각하는 젊은 남성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대해 비교적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러시아등 옛 소련권 출신 여성들이 주로 그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남성들에게 이들 여성들을 소개하는 일부 알선업체들이 허위. 과장 광고를 미끼로 남성 회원들을 현혹시키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결혼 실태와 그 피해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박전식 기자:
극동 러시아의 중심 도시인 하바로프스크입니다. 인구 67만의 이 도시는 요즘 빠른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습니다. 외국과의 교류가 많아지면서, 경제 발전을 이룬 인접 국가, 다시 말해 우리나라와 일본 등으로 진출하려는 여성들이 최근들어 부쩍 늘고 있습니다.

*하바로프스크 철도대학생:
러시아보다 좀 더 발전된 나라에 가서서 공부 뿐만 아니라, 거기 사는 남자들과 결혼하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박전식 기자:
러시아 젊은 여성들의 이런 심리를 틈타 이 곳에서는 이들을 유혹하는 광고들이 연일 넘쳐나고 있습니다. 20대를 중심으로한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국 등으로 진출해 꿈을 펼쳐보라는 광고가 신문마다 단골 메뉴가 된 지 오랩니다. Tv도 마찬가집니다.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일본이나 우리나라 남성과의 국제결혼 대상자를 모집하는 광고가 매시간 끊이지 않고 방송되고 있습니다.

국제결혼에 대한 러시아 여성들의 수요와 공급이 모두 크게 늘면서 한국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 소개업체가 지난해 이후 이 곳 하바로프스크에서만 모두 6곳이 생겼습니다.

대부분 관광 안내를 한다는 명분으로 러시아 당국의 허가를 얻은 뒤 사실은 국제결혼 사업에 뛰어든 것입니다. 여기에다 우리나라나 일본으로 무용수들을 공급하는 이른바 프로덕션이라는 곳들이 공공연하게 국제결혼 사업을 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와의 국제결혼을 취급하는 이른바 현지 에이젼시는 모두 50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여성들을 모집해 우리나라 국제결혼 알선 업체에 소개해주고 있는 한 현지 에이젼시를 찾아봤습니다. 사업차 하바로프스크에 온 김에 이 곳에서 결혼 상대자를 한번 소개받을 수 있겠냐고 요청하자 흔쾌히 승낙합니다. 업주가 보여주는 컴퓨터 화면에는 10대 후반에서 30대까지 다양한 여성들의 사진과 자료가 실려있습니다.

*박전식 기자:
"아이들은 없는 여성들인가?"

*러시아 여성 소개업소 관계자:
"아이가 없는 처녀들만 소개합니다."

*박전식 기자:
"만나는 데 얼마입니까?"

*러시아 여성 소개업소 관계자:
"한 사람당 100달러, 통역까지 제공하면 150달러입니다."

*박전식 기자:
그러나 이런 현지 에이젼시들은 한가지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소개해주는 여성들에 대해 보증은 못한다는 것입니다.
*러시아 여성 소개업소 관계자:
"우리는 서로 만나게만 해주고 있습니다. 결혼과 관련해서는 본인들이 알아서 확인해야 합니다."

*박전식 기자:
다시 말해, 결혼하는데 있어 무슨 문제가 있는지는 자신들도 모른다는 얘깁니다. 이같은 러시아 현지 에이젼시들은 대부분 한국에 있는 국제결혼 알선 업체들과 러시아 여성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한 국제결혼 알선업체입니다.

러시아 여성과 결혼한 우리나라 남성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요즘 젊은 남성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합니다.

*국제결혼 상담소 관계자:
"예전엔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많아요, 이분도 무슨 벤처회사 하는데 젊어요, 30대 초반이에요. 예전보다 젊어졌어요."

*박전식 기자:
준비된 러시아 여성들의 프로필이 공개될 쯤이면 가입을 권유하는 강도가 한층 높아집니다.

*국제결혼 상담소 관계자:
"실물이 굉장히 예뻐요. 외국인들이 원래 입체적이잖아요. 원래 금발에다가 화려한 얼굴이다 보니.."

*박전식 기자:
"이 조건들이 전부 믿을 만합니까?"

*국제결혼 상담소 관계자:
"그럼요, 미혼 인증제라는 게 있는데, 그걸 확실히 받아야지 결혼했는지 알 수 있어요. 또 개인적으로도 받는 것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완벽하게 받을 사람들을 소개하는 거죠."

*박전식 기자:
러시아 여성들과의 국제결혼을 알선하는 업체는 현재 40여 곳에 이릅니다. 그러나 대부분 러시아 여성들에 관한 당초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남성 회원들과 말썽을 빚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관련 사업을 하는 김모 씨는 지난 1월 한 소개업체를 통해 만난 러시아 여성이 업체측의 당초 약속과는 달리 전혀 다른 조건의 여성임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업체 측은 당초, 22살의 이 백인 여성이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로, 결혼 경험이 없으며, 우리나라에 입국한 적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업체 측의 말만 믿고 7백만 원이라는 거금을 낸 뒤 러시아에 간 김 씨는 현지에서 상대 여성과 성혼합의서까지 교환했습니다. 그러나 상대 여성의 집을 방문한 김 씨는 그 곳에서 이상한 물건들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한번도 와본 적이 없다던 상대 여성이 서울의 술집에서 수개월 동안이나 일했었던 전력이 탄로난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생각해 볼 때 외국에까지 나와 사람들 앞에서 반라의 몸으로 춤을 춘 여성을 배우자로 삼는다는 것은 김 씨에겐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김 모씨(국제 결혼 피해자):
"이렇게까지 나를 속일 수가 있는가 그 단순한 돈을 받고 나서 아무 사람이나 좋은 프로필을 주고 이쁜 사진을 주고 여자를 만나게 한 후에 사후에 책임을지지 않는 이런 거는 너무 분개했습니다."

*박전식 기자:
그러나 김 씨를 더욱 당황하게 만든 것은 러시아어로 작성된 하바로프스크 주 정부의 공문서였습니다. 혹시나 해서 공증을 통해 번역해본 결과, 그 것은 다름아닌 상대 여성이 결혼을 했다가 이혼했다는 공식 증명서였습니다.

*김 모씨(국제 결혼 피해자):
"자기 인생을 걸고 하는 거예요. 시간도 투자하지, 돈 투자하지, 모든 인생을 걸고 투자하는 겁니다. 앞으로.. 그런데 업체에서 잘못된 정보, 거짓된 정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정보에 의해서 남자들이 속고 결혼해서 그 남자가 인생이 파탄이 된 경우에는 도대체 누가 책임을 질 겁니까?"

*박전식 기자:
소개업체의 당초 약속과 틀린 이런 사실들은 문제의 러시아 여성에게서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박전식 기자:
"소개 업체에 한국 입국 경험을 말했나요?"

*국제결혼 상대 러시아 여성:
"성과 이름, 출생지, 사진 등을 요구했어요. 한국 입국과 결혼 경험 등은 전혀 묻지도 않았습니다."

*박전식 기자:
"직업이 변호사 맞습니까?"

*김 모씨(국제 결혼 피해자):
"정식 변호사가 아니고 대학교서 아르바이트로 시험 준비 같은 일을 하고 있어요."

*박전식 기자:
건축업에 종사하는 인천의 강모 씨도 국제결혼 알선업체의 말만 믿었다가 황당한 경우를 당했습니다. 35살 먹도록 평소 공상으로만 생각해오던 백인 여성과의 결혼을 비교적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알선 업체의 끈질긴 권유에 결국 강 씨는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강 모씨(러시아 국제결혼 피해자):
"예쁜 여성들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늦으면은 또 다른 한국 남성들한테 차인다, 빨리 붙이고 빨리 가야한다, 이래서 그냥 얼떨결에 붙인 거죠. 얼떨결에. 무통장입금으로 운전하다가 붙였어요."

*박전식 기자:
그러나 강 씨는 러시아에서 만난 미모의 백인 여성으로부터 황당한 말을 들었습니다.

*강 모씨(러시아 국제결혼 피해자):
"그러니까 임신을 했더라구요, 나중에 안 일지만. 한마디로 황당하죠. 속된 말로 엎어버리겠다 이런 감정까지 들었죠. 이게 뭐하는 건가? 애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리니까."

*박전식 기자:
결국 7백만원만 날리게 된 강 씨는 문제의 여성을 소개한 업체에 강력히 항의해봤지만 환불은 못해준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국제결혼 상담소 관계자:
"애기 딸린 미혼모들이 상당히 많아요. 거기가. 데이트하다 알게 되고 또는 약혼까지 다 했는데 알게되고 이럴 수가 있거든요, 많아요 많아, 몰라서 그렇지 남자드링 어차피 여기 왔으니까 그런 게 한 30%는 될 거예요."

*박전식 기자:
임신 여성을 직접 소개한 러시아 현지의 에이젼시는 한술 더 뜹니다.

*박 모씨(러시아 여성 소개업자):
"임신이 어쨌다.. 뭐 임신했으면 권리가 없어요? 아무리 여자라도. 혼인 신고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박전식 기자:
하바로프스크 시청 호적계입니다. 결혼을 신청한 남성들이 알선업체의 허위.과장광고를 나중에 알게되면서 이 곳에 제출됐던 결혼 관련 서류들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최근 3년 동안 이 곳에 신고된 공식 국제결혼 건수는 모두 170여 쌍. 이 가운데 13% 정도가 우리나라 사람들입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 일본 다음으로 많습니다. 이 곳의 책임자는 국제결혼 알선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발렌찌노나(싹스 소장):
"일본의 경우에는 거의 문제가 없는데 비해 한국의 경우에는 말썽이 자주 일어나고 있어요. 이상하게도 결혼 여부 등을 알 수 있는 공문서 등이 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박전식 기자:
사기성 국제결혼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소비자보호원의 분쟁조정국이 바빠졌습니다. 지난 2천년까지만 해도 보고된 바 없었던 러시아 국제결혼 피해 사례가 최근들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경태(소비자 보호원 생활문화팀):
"최초의 소비자는 나름대로 꼼꼼하게 신체조건이라든지 직업이라든지 피부색이라든지, 그런 걸 기재를 하고 조건을 달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지에 가서는 장시간의 비행기를 타고 갔었는데 계약 조건이 다르다고 해서 그냥 돌아오기로 그러니까 할 수 없이 계약 내용을 이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국제결혼 업체의 남성회원이 러시아 여성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보고 5명을 선택한 뒤 러시아 현지로 만나러 갔지만, 처음 약속 받았던 여성들은 단 한명도 만나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만 해당 남성들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적인 방법은 현재로선 민사소송이 전부인 실정입니다.

*백승실(소비자 보호원 생활문화팀장):
"최근에는 그 법률 자체가 아예 페지가 되면서 결혼상담 그러니까 결혼정보 자체가 자유업입니다. 그래서 어떤 피해가 생길 때도 행정 기관에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기 때문에"

*박전식 기자:
이런 허술한 제도상 문제점은 국제결혼 알선 업체들이 더 잘알고 있습니다.

*국제 결혼 알선 업체 관계자:
"어느 정도 서울 본사에서는.. 솔직히 물건이 아니고 결혼이지만 어차피 이것도 일이니까 과잉선전은 할 수가 있죠."

*박전식 기자: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유학 등을 통해 외국 생활을 경험해 본 젊은층을 중심으로 백인 여성과의 결혼생활을 꿈꾸는 남성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러시아 출신 댄서들을 전국 어디서나 흔히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여성들에 비해 비교적 우리나라에 대한 인상이 좋고, 경제적으로도 감당이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나 백인 여성에 대한 환상에 빠져 국제결혼을 생각하는 한국 남성들에게도 문제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해 서양 여성의 외모만 보고 평생의 반려자를 찾겠다는 남성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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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총각 울리는 국제결혼
    • 입력 2002-03-24 00:00:00
    취재파일K
■방송 : 2002년 3월 24일(일) 밤10:40~11:25 / KBS1 ■취재 : 박전식 기자 jspak@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전화)02-781-4321 (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박전식 기자 서양 여성과의 결혼을 생각하는 젊은 남성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대해 비교적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러시아등 옛 소련권 출신 여성들이 주로 그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남성들에게 이들 여성들을 소개하는 일부 알선업체들이 허위. 과장 광고를 미끼로 남성 회원들을 현혹시키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결혼 실태와 그 피해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박전식 기자: 극동 러시아의 중심 도시인 하바로프스크입니다. 인구 67만의 이 도시는 요즘 빠른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습니다. 외국과의 교류가 많아지면서, 경제 발전을 이룬 인접 국가, 다시 말해 우리나라와 일본 등으로 진출하려는 여성들이 최근들어 부쩍 늘고 있습니다. *하바로프스크 철도대학생: 러시아보다 좀 더 발전된 나라에 가서서 공부 뿐만 아니라, 거기 사는 남자들과 결혼하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박전식 기자: 러시아 젊은 여성들의 이런 심리를 틈타 이 곳에서는 이들을 유혹하는 광고들이 연일 넘쳐나고 있습니다. 20대를 중심으로한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국 등으로 진출해 꿈을 펼쳐보라는 광고가 신문마다 단골 메뉴가 된 지 오랩니다. Tv도 마찬가집니다.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일본이나 우리나라 남성과의 국제결혼 대상자를 모집하는 광고가 매시간 끊이지 않고 방송되고 있습니다. 국제결혼에 대한 러시아 여성들의 수요와 공급이 모두 크게 늘면서 한국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 소개업체가 지난해 이후 이 곳 하바로프스크에서만 모두 6곳이 생겼습니다. 대부분 관광 안내를 한다는 명분으로 러시아 당국의 허가를 얻은 뒤 사실은 국제결혼 사업에 뛰어든 것입니다. 여기에다 우리나라나 일본으로 무용수들을 공급하는 이른바 프로덕션이라는 곳들이 공공연하게 국제결혼 사업을 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와의 국제결혼을 취급하는 이른바 현지 에이젼시는 모두 50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여성들을 모집해 우리나라 국제결혼 알선 업체에 소개해주고 있는 한 현지 에이젼시를 찾아봤습니다. 사업차 하바로프스크에 온 김에 이 곳에서 결혼 상대자를 한번 소개받을 수 있겠냐고 요청하자 흔쾌히 승낙합니다. 업주가 보여주는 컴퓨터 화면에는 10대 후반에서 30대까지 다양한 여성들의 사진과 자료가 실려있습니다. *박전식 기자: "아이들은 없는 여성들인가?" *러시아 여성 소개업소 관계자: "아이가 없는 처녀들만 소개합니다." *박전식 기자: "만나는 데 얼마입니까?" *러시아 여성 소개업소 관계자: "한 사람당 100달러, 통역까지 제공하면 150달러입니다." *박전식 기자: 그러나 이런 현지 에이젼시들은 한가지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소개해주는 여성들에 대해 보증은 못한다는 것입니다. *러시아 여성 소개업소 관계자: "우리는 서로 만나게만 해주고 있습니다. 결혼과 관련해서는 본인들이 알아서 확인해야 합니다." *박전식 기자: 다시 말해, 결혼하는데 있어 무슨 문제가 있는지는 자신들도 모른다는 얘깁니다. 이같은 러시아 현지 에이젼시들은 대부분 한국에 있는 국제결혼 알선 업체들과 러시아 여성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한 국제결혼 알선업체입니다. 러시아 여성과 결혼한 우리나라 남성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요즘 젊은 남성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합니다. *국제결혼 상담소 관계자: "예전엔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많아요, 이분도 무슨 벤처회사 하는데 젊어요, 30대 초반이에요. 예전보다 젊어졌어요." *박전식 기자: 준비된 러시아 여성들의 프로필이 공개될 쯤이면 가입을 권유하는 강도가 한층 높아집니다. *국제결혼 상담소 관계자: "실물이 굉장히 예뻐요. 외국인들이 원래 입체적이잖아요. 원래 금발에다가 화려한 얼굴이다 보니.." *박전식 기자: "이 조건들이 전부 믿을 만합니까?" *국제결혼 상담소 관계자: "그럼요, 미혼 인증제라는 게 있는데, 그걸 확실히 받아야지 결혼했는지 알 수 있어요. 또 개인적으로도 받는 것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완벽하게 받을 사람들을 소개하는 거죠." *박전식 기자: 러시아 여성들과의 국제결혼을 알선하는 업체는 현재 40여 곳에 이릅니다. 그러나 대부분 러시아 여성들에 관한 당초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남성 회원들과 말썽을 빚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관련 사업을 하는 김모 씨는 지난 1월 한 소개업체를 통해 만난 러시아 여성이 업체측의 당초 약속과는 달리 전혀 다른 조건의 여성임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업체 측은 당초, 22살의 이 백인 여성이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로, 결혼 경험이 없으며, 우리나라에 입국한 적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업체 측의 말만 믿고 7백만 원이라는 거금을 낸 뒤 러시아에 간 김 씨는 현지에서 상대 여성과 성혼합의서까지 교환했습니다. 그러나 상대 여성의 집을 방문한 김 씨는 그 곳에서 이상한 물건들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한번도 와본 적이 없다던 상대 여성이 서울의 술집에서 수개월 동안이나 일했었던 전력이 탄로난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생각해 볼 때 외국에까지 나와 사람들 앞에서 반라의 몸으로 춤을 춘 여성을 배우자로 삼는다는 것은 김 씨에겐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김 모씨(국제 결혼 피해자): "이렇게까지 나를 속일 수가 있는가 그 단순한 돈을 받고 나서 아무 사람이나 좋은 프로필을 주고 이쁜 사진을 주고 여자를 만나게 한 후에 사후에 책임을지지 않는 이런 거는 너무 분개했습니다." *박전식 기자: 그러나 김 씨를 더욱 당황하게 만든 것은 러시아어로 작성된 하바로프스크 주 정부의 공문서였습니다. 혹시나 해서 공증을 통해 번역해본 결과, 그 것은 다름아닌 상대 여성이 결혼을 했다가 이혼했다는 공식 증명서였습니다. *김 모씨(국제 결혼 피해자): "자기 인생을 걸고 하는 거예요. 시간도 투자하지, 돈 투자하지, 모든 인생을 걸고 투자하는 겁니다. 앞으로.. 그런데 업체에서 잘못된 정보, 거짓된 정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정보에 의해서 남자들이 속고 결혼해서 그 남자가 인생이 파탄이 된 경우에는 도대체 누가 책임을 질 겁니까?" *박전식 기자: 소개업체의 당초 약속과 틀린 이런 사실들은 문제의 러시아 여성에게서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박전식 기자: "소개 업체에 한국 입국 경험을 말했나요?" *국제결혼 상대 러시아 여성: "성과 이름, 출생지, 사진 등을 요구했어요. 한국 입국과 결혼 경험 등은 전혀 묻지도 않았습니다." *박전식 기자: "직업이 변호사 맞습니까?" *김 모씨(국제 결혼 피해자): "정식 변호사가 아니고 대학교서 아르바이트로 시험 준비 같은 일을 하고 있어요." *박전식 기자: 건축업에 종사하는 인천의 강모 씨도 국제결혼 알선업체의 말만 믿었다가 황당한 경우를 당했습니다. 35살 먹도록 평소 공상으로만 생각해오던 백인 여성과의 결혼을 비교적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알선 업체의 끈질긴 권유에 결국 강 씨는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강 모씨(러시아 국제결혼 피해자): "예쁜 여성들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늦으면은 또 다른 한국 남성들한테 차인다, 빨리 붙이고 빨리 가야한다, 이래서 그냥 얼떨결에 붙인 거죠. 얼떨결에. 무통장입금으로 운전하다가 붙였어요." *박전식 기자: 그러나 강 씨는 러시아에서 만난 미모의 백인 여성으로부터 황당한 말을 들었습니다. *강 모씨(러시아 국제결혼 피해자): "그러니까 임신을 했더라구요, 나중에 안 일지만. 한마디로 황당하죠. 속된 말로 엎어버리겠다 이런 감정까지 들었죠. 이게 뭐하는 건가? 애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리니까." *박전식 기자: 결국 7백만원만 날리게 된 강 씨는 문제의 여성을 소개한 업체에 강력히 항의해봤지만 환불은 못해준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국제결혼 상담소 관계자: "애기 딸린 미혼모들이 상당히 많아요. 거기가. 데이트하다 알게 되고 또는 약혼까지 다 했는데 알게되고 이럴 수가 있거든요, 많아요 많아, 몰라서 그렇지 남자드링 어차피 여기 왔으니까 그런 게 한 30%는 될 거예요." *박전식 기자: 임신 여성을 직접 소개한 러시아 현지의 에이젼시는 한술 더 뜹니다. *박 모씨(러시아 여성 소개업자): "임신이 어쨌다.. 뭐 임신했으면 권리가 없어요? 아무리 여자라도. 혼인 신고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박전식 기자: 하바로프스크 시청 호적계입니다. 결혼을 신청한 남성들이 알선업체의 허위.과장광고를 나중에 알게되면서 이 곳에 제출됐던 결혼 관련 서류들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최근 3년 동안 이 곳에 신고된 공식 국제결혼 건수는 모두 170여 쌍. 이 가운데 13% 정도가 우리나라 사람들입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 일본 다음으로 많습니다. 이 곳의 책임자는 국제결혼 알선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발렌찌노나(싹스 소장): "일본의 경우에는 거의 문제가 없는데 비해 한국의 경우에는 말썽이 자주 일어나고 있어요. 이상하게도 결혼 여부 등을 알 수 있는 공문서 등이 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박전식 기자: 사기성 국제결혼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소비자보호원의 분쟁조정국이 바빠졌습니다. 지난 2천년까지만 해도 보고된 바 없었던 러시아 국제결혼 피해 사례가 최근들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경태(소비자 보호원 생활문화팀): "최초의 소비자는 나름대로 꼼꼼하게 신체조건이라든지 직업이라든지 피부색이라든지, 그런 걸 기재를 하고 조건을 달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지에 가서는 장시간의 비행기를 타고 갔었는데 계약 조건이 다르다고 해서 그냥 돌아오기로 그러니까 할 수 없이 계약 내용을 이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국제결혼 업체의 남성회원이 러시아 여성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보고 5명을 선택한 뒤 러시아 현지로 만나러 갔지만, 처음 약속 받았던 여성들은 단 한명도 만나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만 해당 남성들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적인 방법은 현재로선 민사소송이 전부인 실정입니다. *백승실(소비자 보호원 생활문화팀장): "최근에는 그 법률 자체가 아예 페지가 되면서 결혼상담 그러니까 결혼정보 자체가 자유업입니다. 그래서 어떤 피해가 생길 때도 행정 기관에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기 때문에" *박전식 기자: 이런 허술한 제도상 문제점은 국제결혼 알선 업체들이 더 잘알고 있습니다. *국제 결혼 알선 업체 관계자: "어느 정도 서울 본사에서는.. 솔직히 물건이 아니고 결혼이지만 어차피 이것도 일이니까 과잉선전은 할 수가 있죠." *박전식 기자: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유학 등을 통해 외국 생활을 경험해 본 젊은층을 중심으로 백인 여성과의 결혼생활을 꿈꾸는 남성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러시아 출신 댄서들을 전국 어디서나 흔히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여성들에 비해 비교적 우리나라에 대한 인상이 좋고, 경제적으로도 감당이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나 백인 여성에 대한 환상에 빠져 국제결혼을 생각하는 한국 남성들에게도 문제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해 서양 여성의 외모만 보고 평생의 반려자를 찾겠다는 남성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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