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폭염]② 폭염 사망자, 태풍·호우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입력 2021.07.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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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글 싣는 순서 ▶
[극한 폭염①] '찜통'·'가마솥'보다 독한 '압력솥 더위' 오나?…'대구'보다 뜨거운 '서울'
[극한 폭염②] 폭염 사망자, 태풍·호우보다 많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1세기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한 '이것'. 바로 폭염입니다.

최근 태풍이나 호우보다 폭염으로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최악의 폭염'을 계기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해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 시켰습니다.

■ 보이지 않는 죽음, '폭염'

거센 비바람을 몰고 오는 태풍과 비교해 폭염 피해는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 기후위기로 폭염의 강도와 빈도와 증가하면서 폭염에 의한 '보이지 않는 죽음'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령자, 저소득자, 만성질환자에 폭염 피해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폭염은 그래서 '힘없고', '돈 없고', '건강도 잃은' 사람들에게 더 잔혹한 재난입니다.

2018년 여름을 기억하십니까? 한 달 넘는 극한 폭염이 이어졌습니다. 이 여름, 열사병 등 온열 질환으로 4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이유기도 합니다. 이 때부터 정부에서도 '폭염'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법을 바꿨고, 본격적인 폭염 대책이 마련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 사실은, 정부 집계보다 더 많은 '폭염 피해자'

질병관리청은 2011년부터 전국의 응급실 500여 곳을 관찰해 직접 사망 원인이 '온열 질환'인 경우를 집계하고 있습니다.

폭염에 누가 가장 취약한지, 어느 시간대, 어느 지역이 가장 위험한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사망자 통계를 세심하게 살펴야 할 텐데요. 문제는 병원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집에서, 길가에서 '더위'로 숨진 사람들이 '통계 밖'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간접 사인인 경우까지 더하면 '폭염 피해자'는 더 많아집니다. 폭염이 직접적인 사인이 아니더라도 심혈관계 질환이나 당뇨, 암 등의 기저질환이 악화돼 숨진 사람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폭염은 뇌와 심장, 신장 등 인체의 여러 장기에 세포 손상과 염증 반응 등 다양한 손상을 입히고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온열 질환에 의한 응급실 사망자는 그래서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반쪽 짜리' 응급실 집계가 아닌,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자료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통계청 집계는 사망 원인이 '온열 질환'이나 '과도한 일광(고온) 노출'로 분류된 전국의 모든 사망자를 가장 신뢰도 높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응급실 사망자보다 통계청 사망자가 얼마나 더 많은지 비교해 봐야겠습니다.

■ 실제 '폭염 사망자'는 응급실 통계의 '3배' 이상

2011년부터 발생한 온열 질환 사망자 통계를 직접 찾아봤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한눈에 봐도 두 통계 사이에 큰 차이가 확인됩니다. 통계청 사망자(진한 빨간색)가 압도적으로 많은 거죠. 실제로 그 차이는 3배에서 최대 6배(2014년)에 달합니다. 지난해(2020년) 통계청 집계는 올가을 나올 예정입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인포그래픽: 김현수

여기서 주의 깊게 볼 게 있습니다. 극한 폭염이 찾아왔던 2018년. 온열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경우에만 48명이라는 역대 최다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통계청 집계에 의한 사망자는 163명에 달합니다. 응급실보다 3배 이상 많았고 처음으로 사망자가 '세 자릿수'까지 치솟았습니다.

물론 질병관리청의 응급실 자료는 더위에 따라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위험 신호' 역할을 해주는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실제 사망자 수를 이처럼 과소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폭염 관련 국가 정책을 세울 때는 반드시 통계청의 사망자 수를 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 인명 피해 1위 재난, '폭염'

여러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내는 자연재난을 꼽으라면 뭐가 먼저 생각나시나요? 태풍, 집중호우, 지진을 떠올리기 쉬우실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폭염이 사망자 1위의 가장 무서운 '자연재난'입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통계청의 폭염 사망자 수는 총 49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태풍과 호우에 의한 인명 피해를 합친 것보다 3.6배가량 많은 숫자입니다.

질병관리청의 응급실 통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18년 온열 질환 사망자 수인 48명은 직전 10년간(2008~2017년) 태풍과 호우로 발생한 평균 인명 피해인 15.2명보다 3.2배 많았습니다. 폭염을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고 부르는 이유, 이제 실감 나시나요?

인포그래픽: 김현수인포그래픽: 김현수

■ 사망자 통계를 보면 '폭염 취약계층'이 보인다!

통계청의 사망자 통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2018년의 경우 163명이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는데 그 가운데 95%가 '열사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열사병은 고온 환경에서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에 장애가 생겨 평소 35.6℃인 체온이 40℃까지 치솟습니다. 열사병 외에는 열실신 등도 사망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를 연령별로 따져 봤더니, 60대 이상 고령층의 비율이 75%나 됩니다. 노인들의 경우 땀 배출 등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지고 만성질환이 많기 때문에 피해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계속 고령화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맞춤형 폭염 대책'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온열 질환으로 사망한 장소는 응급실 등 의료기관이 50%를 차지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거주하고 있는 주택(19%), 논밭·축사(16%) 등이 뒤를 이었는데요. 앞서 우려했던 것처럼 병원에 가지도 못한 채 폭염으로 숨진 경우가 절반이나 됩니다. 안락한 집과 농촌의 일터도 안전 지대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 재난이 준 숙제, "아무도 소외되지 않게"

지금 전 세계는 '재난으로부터 취약계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UN은 2030년까지 '아무도 소외되지 않게 한다'(NO-one left behind)라는 가치를 인류 보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제로 설정했는데요. 우리 역시 이와 함께 발맞춰야 할 겁니다.

2018년 극한 폭염 이후 2019년과 2020년에는 응급실에서 발생한 온열 질환 사망자 수가 다시 10명 안팎으로 줄었습니다. 태풍과 장마에 가려 폭염에 대한 관심이 덜했던 게 사실입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와 지난한 싸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3년 만에 찾아온 이번 폭염이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코로나 시국이라 경로당 같은 무더위 쉼터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나마 시원해서 잠시 머물러가던 은행이나 마트, 극장을 찾기도 주저됩니다. 밤에는 찜통 같은 열대야로 잠을 이루기가 힘듭니다.

폭염이라는 재난은 나이에 따라, 사는 곳에 따라, 소득에 따라 그 피해 정도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소득이 낮을수록 냉방기기의 보유 여부와 가동 시간 등 고온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낮아지고 폭염 취약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그래서, 미국 시카고에서 벌어진 사례를 우리는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1995년 7월 미국 시카고에서는 41℃에 이르는 폭염이 1주일간 지속해 739명이 사망했습니다. 예보관들조차도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올 줄 몰랐다며 사망자가 실려 나오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할 정도였는데요. 역시 이곳에서도 가난하고, 혼자 사는 노인의 피해가 가장 컸습니다.

출처: Chicago Tribune출처: Chicago Tribune

당시 시카고에는 독거노인이 11만 명 정도였습니다. 병을 앓고 있거나 엘리베이터가 없고 냉방기기도 없는 열악한 주택에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시카고는 범죄율이 높기로 유명했습니다. 폭염과 열대야에도 불구하고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다가 결국 죽음을 맞는 노인들이 속출했습니다.

처음 미국 정부는 "평소 지병이 있던 노인들의 죽음을 폭염과 연관시킬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인식을 바꿔 폭염을 재난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랍습니다. 취약 계층에 대한 공공기관의 돌봄이 강화되면서 이후 폭염에선 사망자가 단 2명에 불과했습니다.

"가장 위험에 처한 사람이 가장 도움받기를 꺼린다"

- 시카고 폭염을 다룬 책 '폭염사회'의 저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뉴욕대 사회학과 교수) 인터뷰 中

기후위기로 강해지고 있는 폭염, 이로 인한 사망은 결론적으로 '사회 불평등' 문제로 귀결됩니다. 취약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 대피 시설을 늘리고 냉방비 지원을 확대하는 등 폭염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혹시 여러분의 주변에는 '가장 도움받기를 꺼리는 사람'이 있지는 않으신가요? 잠시 주위를 돌아보는 하루였으면 좋겠습니다.

[연관기사][극한 폭염]① ‘찜통’·‘가마솥’ 보다 독한 ‘압력솥 더위’ 오나?…‘대구’ 보다 뜨거운 ‘서울’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38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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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한 폭염]② 폭염 사망자, 태풍·호우보다 3배 이상 많았다
    • 입력 2021-07-22 06:00:32
    취재K
<strong><span style="color: rgb(44, 130, 201);">◀ 글 싣는 순서 ▶</strong><br />[극한 폭염①] '찜통'·'가마솥'보다 독한 '압력솥 더위' 오나?…'대구'보다 뜨거운 '서울'<br /><strong>[극한 폭염②] 폭염 사망자, 태풍·호우보다 많았다! </strong>

세계보건기구(WHO)가 21세기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한 '이것'. 바로 폭염입니다.

최근 태풍이나 호우보다 폭염으로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최악의 폭염'을 계기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해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 시켰습니다.

■ 보이지 않는 죽음, '폭염'

거센 비바람을 몰고 오는 태풍과 비교해 폭염 피해는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 기후위기로 폭염의 강도와 빈도와 증가하면서 폭염에 의한 '보이지 않는 죽음'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령자, 저소득자, 만성질환자에 폭염 피해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폭염은 그래서 '힘없고', '돈 없고', '건강도 잃은' 사람들에게 더 잔혹한 재난입니다.

2018년 여름을 기억하십니까? 한 달 넘는 극한 폭염이 이어졌습니다. 이 여름, 열사병 등 온열 질환으로 4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이유기도 합니다. 이 때부터 정부에서도 '폭염'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법을 바꿨고, 본격적인 폭염 대책이 마련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 사실은, 정부 집계보다 더 많은 '폭염 피해자'

질병관리청은 2011년부터 전국의 응급실 500여 곳을 관찰해 직접 사망 원인이 '온열 질환'인 경우를 집계하고 있습니다.

폭염에 누가 가장 취약한지, 어느 시간대, 어느 지역이 가장 위험한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사망자 통계를 세심하게 살펴야 할 텐데요. 문제는 병원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집에서, 길가에서 '더위'로 숨진 사람들이 '통계 밖'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간접 사인인 경우까지 더하면 '폭염 피해자'는 더 많아집니다. 폭염이 직접적인 사인이 아니더라도 심혈관계 질환이나 당뇨, 암 등의 기저질환이 악화돼 숨진 사람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폭염은 뇌와 심장, 신장 등 인체의 여러 장기에 세포 손상과 염증 반응 등 다양한 손상을 입히고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온열 질환에 의한 응급실 사망자는 그래서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반쪽 짜리' 응급실 집계가 아닌,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자료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통계청 집계는 사망 원인이 '온열 질환'이나 '과도한 일광(고온) 노출'로 분류된 전국의 모든 사망자를 가장 신뢰도 높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응급실 사망자보다 통계청 사망자가 얼마나 더 많은지 비교해 봐야겠습니다.

■ 실제 '폭염 사망자'는 응급실 통계의 '3배' 이상

2011년부터 발생한 온열 질환 사망자 통계를 직접 찾아봤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한눈에 봐도 두 통계 사이에 큰 차이가 확인됩니다. 통계청 사망자(진한 빨간색)가 압도적으로 많은 거죠. 실제로 그 차이는 3배에서 최대 6배(2014년)에 달합니다. 지난해(2020년) 통계청 집계는 올가을 나올 예정입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여기서 주의 깊게 볼 게 있습니다. 극한 폭염이 찾아왔던 2018년. 온열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경우에만 48명이라는 역대 최다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통계청 집계에 의한 사망자는 163명에 달합니다. 응급실보다 3배 이상 많았고 처음으로 사망자가 '세 자릿수'까지 치솟았습니다.

물론 질병관리청의 응급실 자료는 더위에 따라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위험 신호' 역할을 해주는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실제 사망자 수를 이처럼 과소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폭염 관련 국가 정책을 세울 때는 반드시 통계청의 사망자 수를 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 인명 피해 1위 재난, '폭염'

여러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내는 자연재난을 꼽으라면 뭐가 먼저 생각나시나요? 태풍, 집중호우, 지진을 떠올리기 쉬우실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폭염이 사망자 1위의 가장 무서운 '자연재난'입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통계청의 폭염 사망자 수는 총 49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태풍과 호우에 의한 인명 피해를 합친 것보다 3.6배가량 많은 숫자입니다.

질병관리청의 응급실 통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18년 온열 질환 사망자 수인 48명은 직전 10년간(2008~2017년) 태풍과 호우로 발생한 평균 인명 피해인 15.2명보다 3.2배 많았습니다. 폭염을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고 부르는 이유, 이제 실감 나시나요?

인포그래픽: 김현수
■ 사망자 통계를 보면 '폭염 취약계층'이 보인다!

통계청의 사망자 통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2018년의 경우 163명이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는데 그 가운데 95%가 '열사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열사병은 고온 환경에서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에 장애가 생겨 평소 35.6℃인 체온이 40℃까지 치솟습니다. 열사병 외에는 열실신 등도 사망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를 연령별로 따져 봤더니, 60대 이상 고령층의 비율이 75%나 됩니다. 노인들의 경우 땀 배출 등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지고 만성질환이 많기 때문에 피해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계속 고령화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맞춤형 폭염 대책'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온열 질환으로 사망한 장소는 응급실 등 의료기관이 50%를 차지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거주하고 있는 주택(19%), 논밭·축사(16%) 등이 뒤를 이었는데요. 앞서 우려했던 것처럼 병원에 가지도 못한 채 폭염으로 숨진 경우가 절반이나 됩니다. 안락한 집과 농촌의 일터도 안전 지대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 재난이 준 숙제, "아무도 소외되지 않게"

지금 전 세계는 '재난으로부터 취약계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UN은 2030년까지 '아무도 소외되지 않게 한다'(NO-one left behind)라는 가치를 인류 보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제로 설정했는데요. 우리 역시 이와 함께 발맞춰야 할 겁니다.

2018년 극한 폭염 이후 2019년과 2020년에는 응급실에서 발생한 온열 질환 사망자 수가 다시 10명 안팎으로 줄었습니다. 태풍과 장마에 가려 폭염에 대한 관심이 덜했던 게 사실입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와 지난한 싸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3년 만에 찾아온 이번 폭염이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코로나 시국이라 경로당 같은 무더위 쉼터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나마 시원해서 잠시 머물러가던 은행이나 마트, 극장을 찾기도 주저됩니다. 밤에는 찜통 같은 열대야로 잠을 이루기가 힘듭니다.

폭염이라는 재난은 나이에 따라, 사는 곳에 따라, 소득에 따라 그 피해 정도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소득이 낮을수록 냉방기기의 보유 여부와 가동 시간 등 고온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낮아지고 폭염 취약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그래서, 미국 시카고에서 벌어진 사례를 우리는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1995년 7월 미국 시카고에서는 41℃에 이르는 폭염이 1주일간 지속해 739명이 사망했습니다. 예보관들조차도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올 줄 몰랐다며 사망자가 실려 나오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할 정도였는데요. 역시 이곳에서도 가난하고, 혼자 사는 노인의 피해가 가장 컸습니다.

출처: Chicago Tribune
당시 시카고에는 독거노인이 11만 명 정도였습니다. 병을 앓고 있거나 엘리베이터가 없고 냉방기기도 없는 열악한 주택에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시카고는 범죄율이 높기로 유명했습니다. 폭염과 열대야에도 불구하고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다가 결국 죽음을 맞는 노인들이 속출했습니다.

처음 미국 정부는 "평소 지병이 있던 노인들의 죽음을 폭염과 연관시킬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인식을 바꿔 폭염을 재난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랍습니다. 취약 계층에 대한 공공기관의 돌봄이 강화되면서 이후 폭염에선 사망자가 단 2명에 불과했습니다.

"가장 위험에 처한 사람이 가장 도움받기를 꺼린다"

- 시카고 폭염을 다룬 책 '폭염사회'의 저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뉴욕대 사회학과 교수) 인터뷰 中

기후위기로 강해지고 있는 폭염, 이로 인한 사망은 결론적으로 '사회 불평등' 문제로 귀결됩니다. 취약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 대피 시설을 늘리고 냉방비 지원을 확대하는 등 폭염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혹시 여러분의 주변에는 '가장 도움받기를 꺼리는 사람'이 있지는 않으신가요? 잠시 주위를 돌아보는 하루였으면 좋겠습니다.

[연관기사][극한 폭염]① ‘찜통’·‘가마솥’ 보다 독한 ‘압력솥 더위’ 오나?…‘대구’ 보다 뜨거운 ‘서울’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38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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