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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보다 100만 원 더 비싼 국산차 세금…왜?
입력 2021.07.22 (06:00) 취재K

"차별을 멈춰 달라"

국산 차 업계가 10년 넘게 조세 당국에 요구하는 게 있습니다.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얘깁니다.

■자동차에 매겨지는 개별소비세 …뭐가 문제일까?

개별소비세는 자동차나 보석, 담배 등 특정 물품을 사거나 회원제 골프장처럼 특정 장소에서 영업을 할 때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사치성 품목이나 소비를 장려하고 싶지 않은 품목에 세금을 더 거둔다는 성격이 강합니다.

2018년 기준으로 개소세 세수는 약 10조 5천억 원. 이 가운데 자동차로 걷는 돈은 1조 원가량입니다.

자동차 개소세는 물품 가격의 5%를 거두는데, 같은 자동차라도 수입차와 국산 차의 '물품 가격' 기준이 다릅니다. 국산 차는 제조장 반출 시, 즉 '공장도 가격'이 과세표준이고 수입차는 '수입 신고가격'이죠.

■"6천만 원 차량이면 국산차가 102만 원 비싸"…국내 업계 역차별 주장

국내 자동차업계는 수입 신고가격에 판매 관리비나 영업 이윤이 들어있지 않아 과세표준이 국산 차보다 축소된다고 주장합니다. 6천만 원 차량으로 따졌을 때 102만 원의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기획재정부도 개소세 관해 국산 차가 불리하다는 주장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조정하면 되지 않나? 싶지만 조정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산 차 업체에 수입차처럼 판매 이윤 등을 뗀 '제조원가'를 제출할 수 있냐고 물었지만 "불가하다"고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국산차 세금 '싸게' 조정은 불가능…왜?

한 국산 차 업체에 물어보니, 자동차 원재료 수급 상황과 가격 변동, 또 (수입 원재료에 대한) 환율 변동 때문에 제조원가가 매달 달라져서 안 된다고 합니다. 이러면 같은 차를 사도 시기에 따라 과세표준이 바뀌어 개소세가 다르게 매겨질 수도 있다는 거죠. 자동차 제조원가가 얼마인지는 일종의 '영업 비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수입차 개소세 부과 시기를 수입 신고 시에서 '판매 시점'으로 변경하자는 게 국산 차 업체 주장입니다. 이렇게 하면 수입차에 대한 개소세 늘어나겠죠? 소비자가 불리해질 수 있어서 정부로서는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수입차협회 "특정 업종이나 소비자에 불이익 안 돼"

수입차 협회 측도 반발합니다. 이 문제를 질의했더니 "자동차 관련 과세제도의 개편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특정 업종이나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자칫 이 문제가 통상 갈등으로 번질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통상갈등 우려 있을까?

개소세 부과 방식을 바꾼다고 수입차에 불리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 한국 외에 차에 '소비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나라는 터키뿐이라 이 문제에 국제 표준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정부도 이 같은 근거로 개소세 과세 시기 조정이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2015년 유럽연합이 고가 가방에 대한 개소세 부과 문제를 놓고 우리 정부와 마찰을 빚은 것처럼 한국에 자동차를 주도적으로 생산, 수출하는 국가들이 항의해오는 사례는 있을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반면 국산 자동차 업계는 소비자 부담 증가나 통상 갈등에 대해 "그럴 가능성 없다"고 부인합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장만기 회장은 KBS와 인터뷰에서 "결국은 수입차 판매사가 자신들의 영업 이윤을 줄여 세금 인상에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상 마찰도 "비슷한 제도가 있는 나라가 없는데 무엇을 근거로 항의하겠냐"고 반문했습니다.


■다음 주 2021년 세법개정안 발표…자동차 업계는 긴장

십수 년 엎치락뒤치락해온 이 문제가 또다시 화제가 되는 이유는 2021년 세법개정안 발표가 다음 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세율을 올리거나 내리고, 때로는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기도 하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발표입니다.

지난해는 금융세제개편안, 즉 주식 양도세 신설로 큰 쟁점이 됐죠. 올해 세법개정안에 국산 자동차업계의 오랜 염원이 반영될 것인가? 업계에서는 기대를 걸고 이 주제를 환기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는 자동차에 대한 개소세 30% 인하가 적용되지만(5%-> 3.5%) 내년부터는 다시 5%가 됩니다. 등록 대수 기준 국내 수입차 점유율이 2010년 7%에서 2020년 17%까지 늘어났고, 국산 차 고급화로 국산 차 일부 모델과 수입차 가격이 비슷해진 상황에서 개소세 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화두가 됐습니다.

■관련 법 이미 발의…기재부 "국회 논의과정 지켜볼 것"

2021년 세법개정안에 이 내용이 들어있지 않아도 관련 법안이 이미 발의돼 있어 조만간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수흥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개별소비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보면 제8조 과세 표준을 '판매하는 가격'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기재부는 "개소세는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판단의 문제로 보인다"며 관련 법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민의를 살펴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수입차보다 100만 원 더 비싼 국산차 세금…왜?
    • 입력 2021-07-22 06:00:32
    취재K

"차별을 멈춰 달라"

국산 차 업계가 10년 넘게 조세 당국에 요구하는 게 있습니다.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얘깁니다.

■자동차에 매겨지는 개별소비세 …뭐가 문제일까?

개별소비세는 자동차나 보석, 담배 등 특정 물품을 사거나 회원제 골프장처럼 특정 장소에서 영업을 할 때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사치성 품목이나 소비를 장려하고 싶지 않은 품목에 세금을 더 거둔다는 성격이 강합니다.

2018년 기준으로 개소세 세수는 약 10조 5천억 원. 이 가운데 자동차로 걷는 돈은 1조 원가량입니다.

자동차 개소세는 물품 가격의 5%를 거두는데, 같은 자동차라도 수입차와 국산 차의 '물품 가격' 기준이 다릅니다. 국산 차는 제조장 반출 시, 즉 '공장도 가격'이 과세표준이고 수입차는 '수입 신고가격'이죠.

■"6천만 원 차량이면 국산차가 102만 원 비싸"…국내 업계 역차별 주장

국내 자동차업계는 수입 신고가격에 판매 관리비나 영업 이윤이 들어있지 않아 과세표준이 국산 차보다 축소된다고 주장합니다. 6천만 원 차량으로 따졌을 때 102만 원의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기획재정부도 개소세 관해 국산 차가 불리하다는 주장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조정하면 되지 않나? 싶지만 조정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산 차 업체에 수입차처럼 판매 이윤 등을 뗀 '제조원가'를 제출할 수 있냐고 물었지만 "불가하다"고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국산차 세금 '싸게' 조정은 불가능…왜?

한 국산 차 업체에 물어보니, 자동차 원재료 수급 상황과 가격 변동, 또 (수입 원재료에 대한) 환율 변동 때문에 제조원가가 매달 달라져서 안 된다고 합니다. 이러면 같은 차를 사도 시기에 따라 과세표준이 바뀌어 개소세가 다르게 매겨질 수도 있다는 거죠. 자동차 제조원가가 얼마인지는 일종의 '영업 비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수입차 개소세 부과 시기를 수입 신고 시에서 '판매 시점'으로 변경하자는 게 국산 차 업체 주장입니다. 이렇게 하면 수입차에 대한 개소세 늘어나겠죠? 소비자가 불리해질 수 있어서 정부로서는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수입차협회 "특정 업종이나 소비자에 불이익 안 돼"

수입차 협회 측도 반발합니다. 이 문제를 질의했더니 "자동차 관련 과세제도의 개편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특정 업종이나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자칫 이 문제가 통상 갈등으로 번질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통상갈등 우려 있을까?

개소세 부과 방식을 바꾼다고 수입차에 불리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 한국 외에 차에 '소비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나라는 터키뿐이라 이 문제에 국제 표준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정부도 이 같은 근거로 개소세 과세 시기 조정이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2015년 유럽연합이 고가 가방에 대한 개소세 부과 문제를 놓고 우리 정부와 마찰을 빚은 것처럼 한국에 자동차를 주도적으로 생산, 수출하는 국가들이 항의해오는 사례는 있을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반면 국산 자동차 업계는 소비자 부담 증가나 통상 갈등에 대해 "그럴 가능성 없다"고 부인합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장만기 회장은 KBS와 인터뷰에서 "결국은 수입차 판매사가 자신들의 영업 이윤을 줄여 세금 인상에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상 마찰도 "비슷한 제도가 있는 나라가 없는데 무엇을 근거로 항의하겠냐"고 반문했습니다.


■다음 주 2021년 세법개정안 발표…자동차 업계는 긴장

십수 년 엎치락뒤치락해온 이 문제가 또다시 화제가 되는 이유는 2021년 세법개정안 발표가 다음 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세율을 올리거나 내리고, 때로는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기도 하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발표입니다.

지난해는 금융세제개편안, 즉 주식 양도세 신설로 큰 쟁점이 됐죠. 올해 세법개정안에 국산 자동차업계의 오랜 염원이 반영될 것인가? 업계에서는 기대를 걸고 이 주제를 환기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는 자동차에 대한 개소세 30% 인하가 적용되지만(5%-> 3.5%) 내년부터는 다시 5%가 됩니다. 등록 대수 기준 국내 수입차 점유율이 2010년 7%에서 2020년 17%까지 늘어났고, 국산 차 고급화로 국산 차 일부 모델과 수입차 가격이 비슷해진 상황에서 개소세 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화두가 됐습니다.

■관련 법 이미 발의…기재부 "국회 논의과정 지켜볼 것"

2021년 세법개정안에 이 내용이 들어있지 않아도 관련 법안이 이미 발의돼 있어 조만간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수흥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개별소비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보면 제8조 과세 표준을 '판매하는 가격'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기재부는 "개소세는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판단의 문제로 보인다"며 관련 법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민의를 살펴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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