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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천막·아스팔트…환경미화원의 ‘찜통 휴게실’ 입니다
입력 2021.07.22 (07:00) 취재K

경기도 김포시에 폭염 경보가 내려졌던 지난 19일 오전. 김포 장기동 먹자골목 곳곳에는 주말 사이 모인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품들이 잔뜩 쌓여있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이지만 환경미화원들의 손은 쉬지 않고 움직입니다. 스티로폼을 열자 일반 쓰레기가 숨겨져있습니다. 일반 쓰레기는 5톤 일반쓰레기 차량에, 스티로폼은 3.5톤 재활용 차량에 싣습니다. 페트병이 가득 담긴 봉투도 차로 나릅니다. 새벽 4시부터 오후 1시까지 쉴 새 없이 이 작업을 반복해야 수거지 200곳을 돌 수 있습니다.

환경미화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열화상 카메라로 비춰봤습니다. 아스팔트가 새빨갛게 표시됩니다. 온도도 재봤습니다. 35도가 넘습니다. 환경미화원들의 온 몸이 땀으로 범벅될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안전을 위해 착용하고 있는 헬멧과 마스크는 더위를 더합니다.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짜보니 물이 후드득 떨어질 정도입니다. 환경미화원 심 모씨는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고 봐야된다"라며 "몸에 있던 땀이 흘러내려 장갑을 짜면 요구르트 한 병은 나온다"라고 말했습니다.


폭염 속에서 하루 8시간 일하며 겨우 3번 짬을 내 쉬지만, 그마저도 가게 천막 밑 그늘입니다. 손으로 연신 부채질을 해보지만 더위가 쉽게 가시질 않습니다. 에어컨과 샤워시설이 딸린 휴게실이 그리울 수밖에 없습니다.


휴게시설이 없는 건 아닙니다. 청소 위탁업체 차고지에 컨테이너로 만든 휴게시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의 떡입니다. 수거현장에서 자동차로 왕복 40분 거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미화원 배 모씨는 "회사하고 일하는 곳 하고 거리가 있다보니 일하는 도중엔 이용을 못 한다"라며 "쉴 곳이 없으니 가게 천막 밑이나 편의점 야외의자, 도로 위에 앉아 쉬는 편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휴게실 멀어 아스팔트 위에서 40분 대기..."길에서 밥 먹고 잠도 자"

아스팔트가 휴게실인 건 인천 미추홀구 주안 4동을 담당하는 환경 미화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수거차량 운전자 1명과 수거작업을 하는 미화원 4명 등 5인 1조로 구성돼 일을 합니다. 그런데 수거작업을 하는 미화원들은 차고지가 아닌 현장으로 바로 출근하고 현장에서 퇴근합니다. 업체 차고지가 인천 서구에 있는데 현장과 자동차로 왕복 1시간 거리인데다 이들이 맡은 지역은 5톤 수거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작은 골목이 많아, 바로 현장으로 가 쓰레기들을 큰 길가에 꺼내놓아야 수거 작업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휴게실이 현장인 미추홀구가 아닌 서구에 있다는 점입니다. 왕복 1시간 거리에 있는 휴게실을 갈 수 없는 환경미화원들은 자동차가 쌩쌩 지나다니는 도로 바로 옆, 나무 그늘 아래에서 더위를 식힐 수밖에 없습니다.

수거 차량이 소각장에 다녀오길 기다리는 건 더 힘듭니다. 현장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다 수거차량이 가득차면 운전기사가 소각장에 쓰레기를 두고 현장으로 복귀하는데 왕복 40분에서 1시간이 걸립니다. 그때까지 4명의 환경미화원들은 갈 곳이 없어 도로 위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인천의 환경미화원 이덕상 씨는 "있을 곳이 없다보니 나무 그늘이나 건물 천막 밑에 피해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여름에도 덥고 힘들지만 겨울에는 동상 걸릴 정도로 손도 시리고 춥다"라고 말했습니다.

식사도 거리 위에서 한다고 합니다.이 씨는 "아무래도 냄새가 나다보니 식당 들어가기 눈치 보일 때가 많다"라며 "편의점 앞에서 컵라면을 먹거나 빵 같은 걸 먹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쉴 데가 있으면 라면이라도 끓여먹을 수 있고 할 텐데 취사가 전혀 안 되니 힘들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먹고 쉴 곳은커녕 씻을 곳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하루 종일 일해 땀과 쓰레기 오염 물질로 범벅된 작업복을 갈아입을 곳이 없습니다. 대중교통은 꿈에도 못 꿉니다. 이덕상 씨는 "쉬고 대충이라도 씻을 수 있는 공간이 가까운 곳에 있으면 좋겠다"라며 "길거리 생활만 8년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휴게시설, 접근 가능한 곳·거점별 설치해야"...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

고용노동부의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에는 휴게시설을 접근 가능한 곳에 설치하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작업 공간이 너무 넓을 땐 가기 편하도록 거점별로 여러 군데에 설치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거점별로 휴게시설을 운영하는 곳이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생활폐기물 용역 회사는 논현 1동, 2동, 압구정동 등을 담당하는데 각 동마다 1개씩 휴게실을 만들어 환경미화원들이 차고지 휴게실까지 오지 않더라도 쉴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가 생활폐기물 수거를 민간 업체에 위탁하고 있는데 이 업체들의 상당수가 영세하다보니 수거업체 힘만으로는 가이드라인을 따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인천의 한 생활폐기물 업체 관계자는 "재정적 여건상 쉬운 얘기는 아니다"라며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해 지자체가 도와주지 않으면 현장에 휴게시설을 마련하는 게 사실상 힘들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가게 천막·아스팔트…환경미화원의 ‘찜통 휴게실’ 입니다
    • 입력 2021-07-22 07:00:06
    취재K

경기도 김포시에 폭염 경보가 내려졌던 지난 19일 오전. 김포 장기동 먹자골목 곳곳에는 주말 사이 모인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품들이 잔뜩 쌓여있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이지만 환경미화원들의 손은 쉬지 않고 움직입니다. 스티로폼을 열자 일반 쓰레기가 숨겨져있습니다. 일반 쓰레기는 5톤 일반쓰레기 차량에, 스티로폼은 3.5톤 재활용 차량에 싣습니다. 페트병이 가득 담긴 봉투도 차로 나릅니다. 새벽 4시부터 오후 1시까지 쉴 새 없이 이 작업을 반복해야 수거지 200곳을 돌 수 있습니다.

환경미화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열화상 카메라로 비춰봤습니다. 아스팔트가 새빨갛게 표시됩니다. 온도도 재봤습니다. 35도가 넘습니다. 환경미화원들의 온 몸이 땀으로 범벅될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안전을 위해 착용하고 있는 헬멧과 마스크는 더위를 더합니다.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짜보니 물이 후드득 떨어질 정도입니다. 환경미화원 심 모씨는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고 봐야된다"라며 "몸에 있던 땀이 흘러내려 장갑을 짜면 요구르트 한 병은 나온다"라고 말했습니다.


폭염 속에서 하루 8시간 일하며 겨우 3번 짬을 내 쉬지만, 그마저도 가게 천막 밑 그늘입니다. 손으로 연신 부채질을 해보지만 더위가 쉽게 가시질 않습니다. 에어컨과 샤워시설이 딸린 휴게실이 그리울 수밖에 없습니다.


휴게시설이 없는 건 아닙니다. 청소 위탁업체 차고지에 컨테이너로 만든 휴게시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의 떡입니다. 수거현장에서 자동차로 왕복 40분 거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미화원 배 모씨는 "회사하고 일하는 곳 하고 거리가 있다보니 일하는 도중엔 이용을 못 한다"라며 "쉴 곳이 없으니 가게 천막 밑이나 편의점 야외의자, 도로 위에 앉아 쉬는 편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휴게실 멀어 아스팔트 위에서 40분 대기..."길에서 밥 먹고 잠도 자"

아스팔트가 휴게실인 건 인천 미추홀구 주안 4동을 담당하는 환경 미화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수거차량 운전자 1명과 수거작업을 하는 미화원 4명 등 5인 1조로 구성돼 일을 합니다. 그런데 수거작업을 하는 미화원들은 차고지가 아닌 현장으로 바로 출근하고 현장에서 퇴근합니다. 업체 차고지가 인천 서구에 있는데 현장과 자동차로 왕복 1시간 거리인데다 이들이 맡은 지역은 5톤 수거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작은 골목이 많아, 바로 현장으로 가 쓰레기들을 큰 길가에 꺼내놓아야 수거 작업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휴게실이 현장인 미추홀구가 아닌 서구에 있다는 점입니다. 왕복 1시간 거리에 있는 휴게실을 갈 수 없는 환경미화원들은 자동차가 쌩쌩 지나다니는 도로 바로 옆, 나무 그늘 아래에서 더위를 식힐 수밖에 없습니다.

수거 차량이 소각장에 다녀오길 기다리는 건 더 힘듭니다. 현장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다 수거차량이 가득차면 운전기사가 소각장에 쓰레기를 두고 현장으로 복귀하는데 왕복 40분에서 1시간이 걸립니다. 그때까지 4명의 환경미화원들은 갈 곳이 없어 도로 위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인천의 환경미화원 이덕상 씨는 "있을 곳이 없다보니 나무 그늘이나 건물 천막 밑에 피해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여름에도 덥고 힘들지만 겨울에는 동상 걸릴 정도로 손도 시리고 춥다"라고 말했습니다.

식사도 거리 위에서 한다고 합니다.이 씨는 "아무래도 냄새가 나다보니 식당 들어가기 눈치 보일 때가 많다"라며 "편의점 앞에서 컵라면을 먹거나 빵 같은 걸 먹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쉴 데가 있으면 라면이라도 끓여먹을 수 있고 할 텐데 취사가 전혀 안 되니 힘들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먹고 쉴 곳은커녕 씻을 곳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하루 종일 일해 땀과 쓰레기 오염 물질로 범벅된 작업복을 갈아입을 곳이 없습니다. 대중교통은 꿈에도 못 꿉니다. 이덕상 씨는 "쉬고 대충이라도 씻을 수 있는 공간이 가까운 곳에 있으면 좋겠다"라며 "길거리 생활만 8년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휴게시설, 접근 가능한 곳·거점별 설치해야"...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

고용노동부의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에는 휴게시설을 접근 가능한 곳에 설치하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작업 공간이 너무 넓을 땐 가기 편하도록 거점별로 여러 군데에 설치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거점별로 휴게시설을 운영하는 곳이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생활폐기물 용역 회사는 논현 1동, 2동, 압구정동 등을 담당하는데 각 동마다 1개씩 휴게실을 만들어 환경미화원들이 차고지 휴게실까지 오지 않더라도 쉴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가 생활폐기물 수거를 민간 업체에 위탁하고 있는데 이 업체들의 상당수가 영세하다보니 수거업체 힘만으로는 가이드라인을 따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인천의 한 생활폐기물 업체 관계자는 "재정적 여건상 쉬운 얘기는 아니다"라며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해 지자체가 도와주지 않으면 현장에 휴게시설을 마련하는 게 사실상 힘들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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