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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폭우 예측 못한 게 ‘슈퍼컴’ 문제?…英·美 과학자들 자성론도
입력 2021.07.22 (07:00) 수정 2021.07.22 (07:02) 취재K
기록적 폭염, 폭우 예상못한 '슈퍼컴'… 과연 책임은?
기상 전문가들, '분석 모델' 한계…'엑사'스케일 컴퓨터 필요
글로벌 예측 센터 필요…'예측 차원' 아닌 정책적 접근 필요성도

전세계에서 기상 예측을 담당하는 슈퍼컴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주요국에서 기상 예측 실패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의 폭염, 독일의 100년만의 폭우 등이 제대로 예측되지 못했고, 폭우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중국 정저우시의 경우 사전 예보 기능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영국 BBC (아래 사진)는, 과학자들 역시 독일 대홍수, 북미 서부 폭염 등이 기상 예측의 참패 사례라고 순순히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기상현상의 악화 정도를 분석하거나 시점이 언제일지 예측하는 데서 각국 기상센터의 슈퍼컴퓨터가 점점 값비싼 '애물단지'처럼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지구과학센터의 마이클 E. 맨 소장은, 최근 몇 주 동안 기존 기상분석 모델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진단했습니다.

맨 소장은 "(슈퍼컴에 쓰이는) 현재 모델은 극단적 기상현상을 분석할 때 기후변화 충격의 정도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최근 실제 기상분석을 보면 모델에서는 예보가 전혀 없었음에도 극단적 기상이 실시간으로 관측되는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빌 맥과이어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는 "기후의 안정성이 붕괴하는 상황에서 긴급대응과 관련해 인류가 지독한 곤경에 빠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출처=국가기상슈퍼컴퓨터 센터 홈페이지출처=국가기상슈퍼컴퓨터 센터 홈페이지

과학자들은 '예보의 토대인 슈퍼컴퓨터의 역량이 기후변화 변수를 연산할 정도로 양호하지 않다'는 점이 최근 기상 예측 실패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와 관련해 이정훈 KBS 기상전문 기자(재난미디어센터)는 "예측 모델의 성능이 관건인데, 이 모델은 현재의 대기상황을 입력한 뒤 방정식을 돌려 미래의 결과 값을 얻는 방식이다. 하지만 모든 지점의 관측값을 입력할 수 없기 때문에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인해, 기존의 예측 모델에 적용돼있는 여러가지 통계, 물리학적 과정이 현재 상황에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는 문제까지 더해진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장비나 도구 탓만 하는 '비겁한' 변명은 아닐까? 하지만 과학자들은 더 비싸고 진화된 장비와 시스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독일 대홍수나, 북미 폭염 같은 재난을 예보하려면 훨씬 더 강력한 성능을 지닌 기상분석 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인데요.

영국 옥스퍼드대의 기상 물리학자인 팀 팔머 교수는 엑사스케일(exascale) 컴퓨터를 돌리는 글로벌 기상분석 센터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엑사(exa)는 10의 18제곱으로 엑사스케일 컴퓨터는 1초에 그만큼의 연산을 반복할 수 있는 초고성능 슈퍼컴퓨터, 엑사스케일은 초당 100경 번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어서 페타스케일 컴퓨터의 1000배 수준입니다.

엑사스케일 수퍼컴과 관련해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의 오하영 사무관(기상 전문가)는 "한국의 경우 25페타플러스급 슈퍼컴 2대를 보유하고 있어서 50페타급이라고 보면 엑사스케일은 현재 우리 수준의 20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팔머 교수는 글로벌 차원의 초고성능 수퍼컴이 필요한 근거로, "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국제기구로서 대성공이었다"며 "우리가 기후변화에 필요한 것이 그런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CERN:
한 국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장비 비용 때문에 여러 국가 정부와 과학자들이 1950년대에 공동으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기구. 그간 혁혁한 과학적 연구성과 발표



극한 기상 상황에 대한 부실 예보, 혹은 슈퍼컴의 신뢰성 논란은. 기후변화 대응의 논리를 주도하는 유엔 산하 기후 관련 협의체의 역량이 충분한가에 대한 질문도 던지고 있습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기후변화 위험성을 계속 경고해오기는 했으나, 협의체의 발표 내용이 실제 재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

줄리아 슬링고 전 영국 기상청 소속 과학자는 "IPCC 기상 컴퓨터 모델이 부실하다는 점에 경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 극단적 기상을 추동하는 근본적 역학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모델을 양자도약급(量子跳躍·Quantum Jump)으로 변혁할 글로벌 센터가 필요하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계속 극단적 기상의 강도와 빈도를 저평가하고 그것들의 전례없는 속성은 점점 더 많이 발현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일부 기상 관련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상분석 센터의 설립을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일부 기상학자들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추세를 예측, 극단적 기상이 더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들조차도 최근 폭염과 폭우로 인한 재해가 종전 기록을 갈아치우고 전례 없는 대규모 피해를 낼지 예견하지 못한 것처럼, 기상 예보의 정확성 측면보다는 보다 '철저한 대비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 폭염·폭우 예측 못한 게 ‘슈퍼컴’ 문제?…英·美 과학자들 자성론도
    • 입력 2021-07-22 07:00:06
    • 수정2021-07-22 07:02:04
    취재K
기록적 폭염, 폭우 예상못한 '슈퍼컴'… 과연 책임은?<br />기상 전문가들, '분석 모델' 한계…'엑사'스케일 컴퓨터 필요<br />글로벌 예측 센터 필요…'예측 차원' 아닌 정책적 접근 필요성도

전세계에서 기상 예측을 담당하는 슈퍼컴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주요국에서 기상 예측 실패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의 폭염, 독일의 100년만의 폭우 등이 제대로 예측되지 못했고, 폭우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중국 정저우시의 경우 사전 예보 기능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영국 BBC (아래 사진)는, 과학자들 역시 독일 대홍수, 북미 서부 폭염 등이 기상 예측의 참패 사례라고 순순히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기상현상의 악화 정도를 분석하거나 시점이 언제일지 예측하는 데서 각국 기상센터의 슈퍼컴퓨터가 점점 값비싼 '애물단지'처럼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지구과학센터의 마이클 E. 맨 소장은, 최근 몇 주 동안 기존 기상분석 모델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진단했습니다.

맨 소장은 "(슈퍼컴에 쓰이는) 현재 모델은 극단적 기상현상을 분석할 때 기후변화 충격의 정도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최근 실제 기상분석을 보면 모델에서는 예보가 전혀 없었음에도 극단적 기상이 실시간으로 관측되는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빌 맥과이어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는 "기후의 안정성이 붕괴하는 상황에서 긴급대응과 관련해 인류가 지독한 곤경에 빠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출처=국가기상슈퍼컴퓨터 센터 홈페이지출처=국가기상슈퍼컴퓨터 센터 홈페이지

과학자들은 '예보의 토대인 슈퍼컴퓨터의 역량이 기후변화 변수를 연산할 정도로 양호하지 않다'는 점이 최근 기상 예측 실패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와 관련해 이정훈 KBS 기상전문 기자(재난미디어센터)는 "예측 모델의 성능이 관건인데, 이 모델은 현재의 대기상황을 입력한 뒤 방정식을 돌려 미래의 결과 값을 얻는 방식이다. 하지만 모든 지점의 관측값을 입력할 수 없기 때문에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인해, 기존의 예측 모델에 적용돼있는 여러가지 통계, 물리학적 과정이 현재 상황에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는 문제까지 더해진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장비나 도구 탓만 하는 '비겁한' 변명은 아닐까? 하지만 과학자들은 더 비싸고 진화된 장비와 시스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독일 대홍수나, 북미 폭염 같은 재난을 예보하려면 훨씬 더 강력한 성능을 지닌 기상분석 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인데요.

영국 옥스퍼드대의 기상 물리학자인 팀 팔머 교수는 엑사스케일(exascale) 컴퓨터를 돌리는 글로벌 기상분석 센터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엑사(exa)는 10의 18제곱으로 엑사스케일 컴퓨터는 1초에 그만큼의 연산을 반복할 수 있는 초고성능 슈퍼컴퓨터, 엑사스케일은 초당 100경 번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어서 페타스케일 컴퓨터의 1000배 수준입니다.

엑사스케일 수퍼컴과 관련해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의 오하영 사무관(기상 전문가)는 "한국의 경우 25페타플러스급 슈퍼컴 2대를 보유하고 있어서 50페타급이라고 보면 엑사스케일은 현재 우리 수준의 20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팔머 교수는 글로벌 차원의 초고성능 수퍼컴이 필요한 근거로, "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국제기구로서 대성공이었다"며 "우리가 기후변화에 필요한 것이 그런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CERN:
한 국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장비 비용 때문에 여러 국가 정부와 과학자들이 1950년대에 공동으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기구. 그간 혁혁한 과학적 연구성과 발표



극한 기상 상황에 대한 부실 예보, 혹은 슈퍼컴의 신뢰성 논란은. 기후변화 대응의 논리를 주도하는 유엔 산하 기후 관련 협의체의 역량이 충분한가에 대한 질문도 던지고 있습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기후변화 위험성을 계속 경고해오기는 했으나, 협의체의 발표 내용이 실제 재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

줄리아 슬링고 전 영국 기상청 소속 과학자는 "IPCC 기상 컴퓨터 모델이 부실하다는 점에 경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 극단적 기상을 추동하는 근본적 역학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모델을 양자도약급(量子跳躍·Quantum Jump)으로 변혁할 글로벌 센터가 필요하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계속 극단적 기상의 강도와 빈도를 저평가하고 그것들의 전례없는 속성은 점점 더 많이 발현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일부 기상 관련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상분석 센터의 설립을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일부 기상학자들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추세를 예측, 극단적 기상이 더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들조차도 최근 폭염과 폭우로 인한 재해가 종전 기록을 갈아치우고 전례 없는 대규모 피해를 낼지 예견하지 못한 것처럼, 기상 예보의 정확성 측면보다는 보다 '철저한 대비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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