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압할게…” 피살 전까지 엄마 안심시킨 중학생 아들
입력 2021.07.22 (13:30)
수정 2021.07.23 (14:3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 숨진 A 군(16)이 친구들과 웃으며 함께 찍은 사진.
"엄마가 또 맞아 죽을까 봐. 걱정하지 말라고. 자기가 제압할 수 있다고…그게 마지막 말이 될 줄 몰랐는데…" |
피살된 중학생 A 군(16)의 어머니는 오늘(22일) 제주시 모 처에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한참을 울부짖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손바닥으로 수없이 내리치며 아들을 잃은 슬픔에 고통스러워 했다.
A 군의 어머니는 "가정폭력을 당할 때마다 아들이 나를 안심시키기 바빴다"며 "피해자 진술을 하러 경찰서에 갈 때도 아들과 함께 갔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전 연인이 아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을 때도, 아들은 자기가 제압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며 흐느꼈다.
■ 사건 발생 전에도 가정폭력 증거 모으고 경찰서 함께 가고
어머니의 전 연인에게 살해당한 중학생 A 군은 늘 어머니를 안심시켜왔다고 유족은 말했다.
지난 5월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도 A 군은 부서진 TV와 컴퓨터 등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부서진 유리 조각까지 비닐봉지에 담아 모았다. 나중에 수사기록용으로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초 제주 동부경찰서에 피해자 진술을 하러 갔을 때도 A 군은 어머니와 외삼촌과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지난 2일 새벽 자신의 어머니가 피의자로부터 목 졸림을 당해 죽기 직전까지 내몰렸을 때도, 이튿날 주택 외부에 가스 배관이 파열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서에 갔을 때도 A 군은 늘 엄마 곁에 있었다.
A 군 어머니는 "살해범이 내 아들을 먼저 죽이고 나를 죽이겠다고 지속적으로 협박했다. 아들이 걱정돼 늘 조심하라고 말했지만, 그때마다 아들은 자기가 제압할 수 있다며 오히려 나를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제주시 조천읍 주택에 침입하고 있는 백 모 (48) 씨 (사진=제주경찰청)
A 군의 어머니는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난 18일 오후 2시 15분쯤 아들과 마지막 전화 통화를 했다.
이후 1시간 뒤인 오후 3시 16분쯤 살해범 백 모 (48) 씨와 공범 김 모(46) 씨가 주택 뒤편으로 침입해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A 군은 혼자 집에 머물고 있었다.
A 군의 어머니는 "오후 4시쯤 아들에게 전화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며 "밥을 먹고 있다는 아들의 목소리가 마지막이었다"고 흐느꼈다.
그녀는 이날 밤 10시 50분쯤 일을 마치고 귀가해 숨진 아들을 발견하고 112에 신고했다.
■ 안타까운 16살 죽음 막지 못한 경찰
경찰은 수차례 신변 위협의 징후가 있었음에도 사건을 막지 못했다.
지난달 이미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됐고, 지난 2일 새벽에는 백 씨가 주택에 침입해 어머니의 목을 조른 뒤 휴대폰과 지갑을 갖고 도주했다는 추가 신고가 접수됐다.
이튿날인 지난 3일에는 주택 외부 가스 배관을 누군가 파손해 가스가 유출됐고, 지난 5일에는 옥상에 누군가 침입했다는 신고까지 접수했지만, 경찰은 적극적인 검거에 나서지 않았다.
이 기간 경찰은 백 씨에게 두 차례 출석 요구서를 보냈을 뿐 따로 체포 영장을 신청해 검거에 나서지 않았다.
백 씨가 이미 다수의 전과가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신병 확보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은 백 씨의 출석 요구 기한인 7월 21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해 범행 여부 등을 파악하려 했고, 100m 이내 접근 금지와 전화나 이메일 등 전자 통신 접근을 금지하는 임시조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제도 안에서 최대한 노력했다고도 덧붙였다.
피해자 주택에 경찰이 설치한 CCTV
하지만 유족은 잠복 수사 등 보다 적극적인 경찰의 수사가 이뤄졌다면 A군의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고 반문하고 있다.
또 경찰이 설치한 CCTV가 모니터링이 아닌 녹화용에 그치고, 재고가 있었음에도 경찰이 스마트워치를 지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편 A 군의 부검 결과 사인은 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나타났다. A 군은 얼굴 등 신체 곳곳에 멍이 들어있었고, 청테이프로 손과 발, 입 등이 결박돼 숨진 채 발견됐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내가 제압할게…” 피살 전까지 엄마 안심시킨 중학생 아들
-
- 입력 2021-07-22 13:30:39
- 수정2021-07-23 14:35:27
"엄마가 또 맞아 죽을까 봐. 걱정하지 말라고. 자기가 제압할 수 있다고…그게 마지막 말이 될 줄 몰랐는데…" |
피살된 중학생 A 군(16)의 어머니는 오늘(22일) 제주시 모 처에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한참을 울부짖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손바닥으로 수없이 내리치며 아들을 잃은 슬픔에 고통스러워 했다.
A 군의 어머니는 "가정폭력을 당할 때마다 아들이 나를 안심시키기 바빴다"며 "피해자 진술을 하러 경찰서에 갈 때도 아들과 함께 갔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전 연인이 아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을 때도, 아들은 자기가 제압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며 흐느꼈다.
■ 사건 발생 전에도 가정폭력 증거 모으고 경찰서 함께 가고
어머니의 전 연인에게 살해당한 중학생 A 군은 늘 어머니를 안심시켜왔다고 유족은 말했다.
지난 5월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도 A 군은 부서진 TV와 컴퓨터 등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부서진 유리 조각까지 비닐봉지에 담아 모았다. 나중에 수사기록용으로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초 제주 동부경찰서에 피해자 진술을 하러 갔을 때도 A 군은 어머니와 외삼촌과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지난 2일 새벽 자신의 어머니가 피의자로부터 목 졸림을 당해 죽기 직전까지 내몰렸을 때도, 이튿날 주택 외부에 가스 배관이 파열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서에 갔을 때도 A 군은 늘 엄마 곁에 있었다.
A 군 어머니는 "살해범이 내 아들을 먼저 죽이고 나를 죽이겠다고 지속적으로 협박했다. 아들이 걱정돼 늘 조심하라고 말했지만, 그때마다 아들은 자기가 제압할 수 있다며 오히려 나를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A 군의 어머니는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난 18일 오후 2시 15분쯤 아들과 마지막 전화 통화를 했다.
이후 1시간 뒤인 오후 3시 16분쯤 살해범 백 모 (48) 씨와 공범 김 모(46) 씨가 주택 뒤편으로 침입해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A 군은 혼자 집에 머물고 있었다.
A 군의 어머니는 "오후 4시쯤 아들에게 전화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며 "밥을 먹고 있다는 아들의 목소리가 마지막이었다"고 흐느꼈다.
그녀는 이날 밤 10시 50분쯤 일을 마치고 귀가해 숨진 아들을 발견하고 112에 신고했다.
■ 안타까운 16살 죽음 막지 못한 경찰
경찰은 수차례 신변 위협의 징후가 있었음에도 사건을 막지 못했다.
지난달 이미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됐고, 지난 2일 새벽에는 백 씨가 주택에 침입해 어머니의 목을 조른 뒤 휴대폰과 지갑을 갖고 도주했다는 추가 신고가 접수됐다.
이튿날인 지난 3일에는 주택 외부 가스 배관을 누군가 파손해 가스가 유출됐고, 지난 5일에는 옥상에 누군가 침입했다는 신고까지 접수했지만, 경찰은 적극적인 검거에 나서지 않았다.
이 기간 경찰은 백 씨에게 두 차례 출석 요구서를 보냈을 뿐 따로 체포 영장을 신청해 검거에 나서지 않았다.
백 씨가 이미 다수의 전과가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신병 확보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은 백 씨의 출석 요구 기한인 7월 21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해 범행 여부 등을 파악하려 했고, 100m 이내 접근 금지와 전화나 이메일 등 전자 통신 접근을 금지하는 임시조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제도 안에서 최대한 노력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유족은 잠복 수사 등 보다 적극적인 경찰의 수사가 이뤄졌다면 A군의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고 반문하고 있다.
또 경찰이 설치한 CCTV가 모니터링이 아닌 녹화용에 그치고, 재고가 있었음에도 경찰이 스마트워치를 지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편 A 군의 부검 결과 사인은 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나타났다. A 군은 얼굴 등 신체 곳곳에 멍이 들어있었고, 청테이프로 손과 발, 입 등이 결박돼 숨진 채 발견됐다.
-
-
문준영 기자 mjy@kbs.co.kr
문준영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