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 대사의 한국 정치인 반박…韓 “신중해야” vs 中 “외교관 역할한 것”

입력 2021.07.22 (13:39) 수정 2021.07.2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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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7월 12일 국회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만났다. (사진=연합뉴스)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7월 12일 국회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올들어 지난 봄 중국 국무원 초청으로 외신기자들과 함께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동행한 중국 관영매체 기자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의외로 한국 사정에 정통한 이 기자는 한국의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당시 야당의 승리로 끝난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가 향후 한국의 정치 지형, 특히 내년 대통령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중관계와 연계해 궁금해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시각도 비교적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기자 개인의 성향도 있겠지만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중국 관영매체는 한국 언론과 달리 공산당, 정부와 제도적, 인적으로 직결돼 있습니다. 기자도 외교관 양성 기관 등에서 교육받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 중국 외교부, 중국대사의 '윤석열 인터뷰' 반론 기고문에 "외교관 역할한 것"

이같은 기억이 다시 떠오른 이유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터뷰에 대한 싱하이밍 대사 반론의 파장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가라앉는가 싶었던 이 사안은 7월 21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 발언으로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한국 정치인들의 홍콩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관련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자 질문 내용을 별로 받아 적지도 않고, 미리 준비했다는 듯 바로 답했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한국 언론 기고에 대해 “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한 것”이라고 옹호했다.(사진=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한국 언론 기고에 대해 “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한 것”이라고 옹호했다.(사진=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자오 대변인은 "중국 외교관의 역할은 중국의 중대한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신속하게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다"면서도 "우리는 한국 선거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에서 일고 있는 중국의 내정 간섭 논란을 의식한 듯하면서도, 싱하이밍 대사의 기고는 '할 일을 했다'며 분명하게 감싼 것입니다.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한중 양측이 단계적 접근에 합의한 것은 양국 관계 개선의 중요한 토대"라고 전제하고, "중국은 이 문제를 양국이 합의한대로 잘 처리해 근본적 해결 방법을 강구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사드 문제 처리 방식의 현상 변경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단계적 접근'이란 표현은 모호합니다.

앞서 윤석열 전 총장은 7월 1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평적 대중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자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고 중국측에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싱하이밍 대사는 '중국의 레이더는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사드가 한국의 안보 이익과 양국간 전략적 상호 신뢰를 해쳤다'는 내용의 글을 같은 매체에 기고했습니다.

이같은 싱 대사의 행동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 중국이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싱 대사가 같은 기고문에서 "천하 대세에 따라야 창성한다는 말이 있다"라고 한 대목에 대해서도 '중국을 따르라는 압박이냐'는 반박이 이어졌습니다.


■ 이준석 대표 '홍콩 발언'도 반박...중국 매체도 이 대표에는 주목

자오리젠 대변인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 등에서 홍콩 문제를 언급한데 대해서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 정치인의 홍콩과 사드 관련 입장에 대해 "중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관점이 많다"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홍콩의 사무는 중국의 내정'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인터뷰에서 홍콩의 민주주의 문제에 대해 자신의 현지 경험 등을 바탕으로 '중국 정부의 잔인함'을 거론했습니다.

그동안 중국 매체들은 윤석열 전 총장의 중국 관련 발언은 거의 다루지 않았습니다. 주요 관영 매체는 아예 다루지 않았고 일부 매체가 발언 내용만 짤막하게 전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의 홍콩 관련 발언에 대한 태도는 달랐습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적 영향력을 위해 대중 강경 노선을 걷는다’고 주장했다.(사진=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적 영향력을 위해 대중 강경 노선을 걷는다’고 주장했다.(사진=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민족주의적, 공세적 성향을 보이는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잇달아 관련 기사를 실었습니다.

7월 12일 기사 제목은 "한국의 신참 당 대표가 지지와 정치적 영향력을 얻기 위해 대중 강경 노선을 걷는다" 입니다.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이 대표를 '인터넷 유명인'으로서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정치 신인이라고도 폄하하고, 이 대표와 같은 발언은 한중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한국 정부, 중국 대사에 "신중해야 한다" 거듭 요청

싱하이밍 대사의 기고문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이미 입장을 밝혔습니다.

주중 한국대사관 고위관계자가 7월 19일 베이징특파원단 브리핑에서 "주재국 정치인의 발언에 대해 외국 공관의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도 변화가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고위관계자는 "한미동맹 관계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싱하이밍 대사가 기고문에서 "한미동맹이 중국의 이익을 해쳐서는 안된다"면서 "한중관계는 한미관계의 부속품이 아니다"라고 말한데 대한 반박으로 들렸습니다.

외교부 차원에서도 싱하이밍 대사 기고문에 대해 중국측에 거듭해 입장을 전했습니다. 우리 외교부는 싱 대사의 기고문이 실린 7월 16일 외교 경로로 정부의 입장을 엄중하게 전했으며, 20일에는 외교부 고위당국자가 직접 싱하이밍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은 입장을 다시 한번 명확히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7월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1 한중일 발달장애 미술작가 특별전에서 만난 한중일 고위외교관.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왼쪽),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운데),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 (사진=연합뉴스)7월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1 한중일 발달장애 미술작가 특별전에서 만난 한중일 고위외교관.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왼쪽),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운데),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 (사진=연합뉴스)

중국 대사가 한국 대선주자의 발언을 공개 반박한데 대해 이처럼 한국 정부가 '신중한 입장 표명'을 거듭해서 요청했지만, 중국 외교부가 '할 일을 한 것이다"라고 반박한 셈입니다.


■ 중국 외교부의 '중국 대사 옹호', 주요 관영매체는 다루지 않아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해 거친 표현을 불사하는 중국의 외교적 태도를 외교가에서는 흔히 전랑(戰狼, 늑대 전사) 외교라고 합니다. 중국 영화 <전랑>에서 비롯된 표현입니다.

올 들어 시진핑 국가주석이 '사랑받는 중국의 이미지'를 강조하자 한때 전랑외교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일부 외신의 관측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공세적 외교 태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합니다.

싱하이밍 대사는 그동안 '전랑 외교관'이란 평가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한국의 유력 대선 주자를 직접 겨냥한 기고문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중국 외교부가 공개적으로 자국 입장을 확인하면서, 싱 대사의 기고문이 본국 정부와의 철저한 조율을 거쳐나온 입장 표명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은 치열한 선거 과정을 통해 권력을 획득하고 그런만큼 정당간 '게임의 룰'인 선거의 공정성을 중시합니다. 선거와 관련해서는 인터넷 댓글의 조작 여부도 철저히 사법적으로 처단합니다.

반면 중국은 '공산당 영도'를 강조하며 특정 정당이 계속 권력을 유지하는 구조입니다. 이같은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외국 공관이 주재국 정치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관행은 분명 존재합니다.

한국의 대선이 8개월도 채 남지 않은 민감한 시점입니다. 설령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현안이 있더라도 '외교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중국도 일단 더이상의 논란 확산을 바라지는 않는 분위기입니다. 자오리젠 대변인의 21일 브리핑 다음날인 오늘(22일) 중국의 일부 매체가 자오 대변인의 발언만 그대로 전했을 뿐 주요 관영 매체들은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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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22 13:39:04
    • 수정2021-07-22 13: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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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7월 12일 국회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올들어 지난 봄 중국 국무원 초청으로 외신기자들과 함께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동행한 중국 관영매체 기자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의외로 한국 사정에 정통한 이 기자는 한국의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당시 야당의 승리로 끝난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가 향후 한국의 정치 지형, 특히 내년 대통령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중관계와 연계해 궁금해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시각도 비교적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기자 개인의 성향도 있겠지만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중국 관영매체는 한국 언론과 달리 공산당, 정부와 제도적, 인적으로 직결돼 있습니다. 기자도 외교관 양성 기관 등에서 교육받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 중국 외교부, 중국대사의 '윤석열 인터뷰' 반론 기고문에 "외교관 역할한 것"

이같은 기억이 다시 떠오른 이유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터뷰에 대한 싱하이밍 대사 반론의 파장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가라앉는가 싶었던 이 사안은 7월 21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 발언으로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한국 정치인들의 홍콩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관련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자 질문 내용을 별로 받아 적지도 않고, 미리 준비했다는 듯 바로 답했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한국 언론 기고에 대해 “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한 것”이라고 옹호했다.(사진=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자오 대변인은 "중국 외교관의 역할은 중국의 중대한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신속하게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다"면서도 "우리는 한국 선거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에서 일고 있는 중국의 내정 간섭 논란을 의식한 듯하면서도, 싱하이밍 대사의 기고는 '할 일을 했다'며 분명하게 감싼 것입니다.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한중 양측이 단계적 접근에 합의한 것은 양국 관계 개선의 중요한 토대"라고 전제하고, "중국은 이 문제를 양국이 합의한대로 잘 처리해 근본적 해결 방법을 강구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사드 문제 처리 방식의 현상 변경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단계적 접근'이란 표현은 모호합니다.

앞서 윤석열 전 총장은 7월 1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평적 대중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자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고 중국측에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싱하이밍 대사는 '중국의 레이더는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사드가 한국의 안보 이익과 양국간 전략적 상호 신뢰를 해쳤다'는 내용의 글을 같은 매체에 기고했습니다.

이같은 싱 대사의 행동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 중국이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싱 대사가 같은 기고문에서 "천하 대세에 따라야 창성한다는 말이 있다"라고 한 대목에 대해서도 '중국을 따르라는 압박이냐'는 반박이 이어졌습니다.


■ 이준석 대표 '홍콩 발언'도 반박...중국 매체도 이 대표에는 주목

자오리젠 대변인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 등에서 홍콩 문제를 언급한데 대해서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 정치인의 홍콩과 사드 관련 입장에 대해 "중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관점이 많다"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홍콩의 사무는 중국의 내정'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인터뷰에서 홍콩의 민주주의 문제에 대해 자신의 현지 경험 등을 바탕으로 '중국 정부의 잔인함'을 거론했습니다.

그동안 중국 매체들은 윤석열 전 총장의 중국 관련 발언은 거의 다루지 않았습니다. 주요 관영 매체는 아예 다루지 않았고 일부 매체가 발언 내용만 짤막하게 전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의 홍콩 관련 발언에 대한 태도는 달랐습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적 영향력을 위해 대중 강경 노선을 걷는다’고 주장했다.(사진=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민족주의적, 공세적 성향을 보이는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잇달아 관련 기사를 실었습니다.

7월 12일 기사 제목은 "한국의 신참 당 대표가 지지와 정치적 영향력을 얻기 위해 대중 강경 노선을 걷는다" 입니다.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이 대표를 '인터넷 유명인'으로서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정치 신인이라고도 폄하하고, 이 대표와 같은 발언은 한중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한국 정부, 중국 대사에 "신중해야 한다" 거듭 요청

싱하이밍 대사의 기고문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이미 입장을 밝혔습니다.

주중 한국대사관 고위관계자가 7월 19일 베이징특파원단 브리핑에서 "주재국 정치인의 발언에 대해 외국 공관의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도 변화가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고위관계자는 "한미동맹 관계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싱하이밍 대사가 기고문에서 "한미동맹이 중국의 이익을 해쳐서는 안된다"면서 "한중관계는 한미관계의 부속품이 아니다"라고 말한데 대한 반박으로 들렸습니다.

외교부 차원에서도 싱하이밍 대사 기고문에 대해 중국측에 거듭해 입장을 전했습니다. 우리 외교부는 싱 대사의 기고문이 실린 7월 16일 외교 경로로 정부의 입장을 엄중하게 전했으며, 20일에는 외교부 고위당국자가 직접 싱하이밍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은 입장을 다시 한번 명확히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7월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1 한중일 발달장애 미술작가 특별전에서 만난 한중일 고위외교관.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왼쪽),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운데),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 (사진=연합뉴스)
중국 대사가 한국 대선주자의 발언을 공개 반박한데 대해 이처럼 한국 정부가 '신중한 입장 표명'을 거듭해서 요청했지만, 중국 외교부가 '할 일을 한 것이다"라고 반박한 셈입니다.


■ 중국 외교부의 '중국 대사 옹호', 주요 관영매체는 다루지 않아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해 거친 표현을 불사하는 중국의 외교적 태도를 외교가에서는 흔히 전랑(戰狼, 늑대 전사) 외교라고 합니다. 중국 영화 <전랑>에서 비롯된 표현입니다.

올 들어 시진핑 국가주석이 '사랑받는 중국의 이미지'를 강조하자 한때 전랑외교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일부 외신의 관측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공세적 외교 태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합니다.

싱하이밍 대사는 그동안 '전랑 외교관'이란 평가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한국의 유력 대선 주자를 직접 겨냥한 기고문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중국 외교부가 공개적으로 자국 입장을 확인하면서, 싱 대사의 기고문이 본국 정부와의 철저한 조율을 거쳐나온 입장 표명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은 치열한 선거 과정을 통해 권력을 획득하고 그런만큼 정당간 '게임의 룰'인 선거의 공정성을 중시합니다. 선거와 관련해서는 인터넷 댓글의 조작 여부도 철저히 사법적으로 처단합니다.

반면 중국은 '공산당 영도'를 강조하며 특정 정당이 계속 권력을 유지하는 구조입니다. 이같은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외국 공관이 주재국 정치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관행은 분명 존재합니다.

한국의 대선이 8개월도 채 남지 않은 민감한 시점입니다. 설령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현안이 있더라도 '외교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중국도 일단 더이상의 논란 확산을 바라지는 않는 분위기입니다. 자오리젠 대변인의 21일 브리핑 다음날인 오늘(22일) 중국의 일부 매체가 자오 대변인의 발언만 그대로 전했을 뿐 주요 관영 매체들은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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