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녹취 요구’로 직무배제된 경찰, 다른 사건 때도 “녹음 해와라”

입력 2021.07.22 (21:56) 수정 2021.07.22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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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짜 수산업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방법을 쓴 경찰관이 직무에서 배제된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KBS 취재 결과 이 경찰관이 다른 사건의 범죄 피의자에게도 대화를 녹음해오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보도에 방준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A 씨는 서울 송파구 한 호텔 커피숍에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한 변호사 사무장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는데, 그 사무장 휴대전화를 숨겨준 혐의 때문이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영장 있냐 이런 얘기도 했고. 무슨 광수대 경찰을 뭐로 보냐 우린 다 알아서 할 수 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다..."]

A 씨는 체포된 지 2시간 만에 곧바로 풀려났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었다는 게 A 씨 주장입니다.

[A 씨/음성변조 : "그럼 나가서 OOO(B씨) 녹취해와라, 그러면 너 보내주겠다. 비빌 언덕이 어디인지 잘 판단해라..."]

A 씨에게 제안했다는 경찰관은 당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허 모 경위였습니다.

최근 '가짜 수산업자' 부하직원에게 변호인과 대화한 내용을 모두 녹음해오라고 요구한 일로 업무에서 배제된 경찰관입니다.

A 씨가 녹음 요구를 따르지 않자 허 경위는 다음 조사에서 A 씨를 압박하는 듯한 말을 합니다.

[허OO/경위/음성변조 : "내가 분명히 녹음해서 가져오라, 제출하라고 했죠. 본인이 제출 안 했죠?"]

요구대로 녹음해오는 일이 무섭다고도 말해봤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A 씨·허OO/경위/음성변조 : "(무서워요. (녹음)하는게...) 맨날 무서움에 떨고 있어야지. 나는 하나도 안 무서워요."]

회유를 하기도 했습니다.

[허OO/경위/음성변조 : "본인이 진짜 보호받으려면 형사가 뭘 듣고 싶어 하는 건지 고민해 보시란 말이에요."]

허 경위의 녹취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공범으로 몰릴까봐 심한 압박감과 두려움을 느꼈다고 A 씨는 말합니다.

[A 씨/음성변조 : "엮이는 상황이구나. 제보자에서 진짜 가해자로 공범으로 가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죠."]

이에 대해 허 경위는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서울경찰청은 이 의혹에 대해서도 진상을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응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뉴스 방준원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영상편집:김용태/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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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녹취 요구’로 직무배제된 경찰, 다른 사건 때도 “녹음 해와라”
    • 입력 2021-07-22 21:56:19
    • 수정2021-07-22 22:36:02
    뉴스 9
[앵커]

가짜 수산업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방법을 쓴 경찰관이 직무에서 배제된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KBS 취재 결과 이 경찰관이 다른 사건의 범죄 피의자에게도 대화를 녹음해오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보도에 방준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A 씨는 서울 송파구 한 호텔 커피숍에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한 변호사 사무장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는데, 그 사무장 휴대전화를 숨겨준 혐의 때문이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영장 있냐 이런 얘기도 했고. 무슨 광수대 경찰을 뭐로 보냐 우린 다 알아서 할 수 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다..."]

A 씨는 체포된 지 2시간 만에 곧바로 풀려났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었다는 게 A 씨 주장입니다.

[A 씨/음성변조 : "그럼 나가서 OOO(B씨) 녹취해와라, 그러면 너 보내주겠다. 비빌 언덕이 어디인지 잘 판단해라..."]

A 씨에게 제안했다는 경찰관은 당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허 모 경위였습니다.

최근 '가짜 수산업자' 부하직원에게 변호인과 대화한 내용을 모두 녹음해오라고 요구한 일로 업무에서 배제된 경찰관입니다.

A 씨가 녹음 요구를 따르지 않자 허 경위는 다음 조사에서 A 씨를 압박하는 듯한 말을 합니다.

[허OO/경위/음성변조 : "내가 분명히 녹음해서 가져오라, 제출하라고 했죠. 본인이 제출 안 했죠?"]

요구대로 녹음해오는 일이 무섭다고도 말해봤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A 씨·허OO/경위/음성변조 : "(무서워요. (녹음)하는게...) 맨날 무서움에 떨고 있어야지. 나는 하나도 안 무서워요."]

회유를 하기도 했습니다.

[허OO/경위/음성변조 : "본인이 진짜 보호받으려면 형사가 뭘 듣고 싶어 하는 건지 고민해 보시란 말이에요."]

허 경위의 녹취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공범으로 몰릴까봐 심한 압박감과 두려움을 느꼈다고 A 씨는 말합니다.

[A 씨/음성변조 : "엮이는 상황이구나. 제보자에서 진짜 가해자로 공범으로 가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죠."]

이에 대해 허 경위는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서울경찰청은 이 의혹에 대해서도 진상을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응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뉴스 방준원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영상편집:김용태/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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