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부족으로 죽은 환자 없다”…인도인들, 정부 발표에 ‘분노와 충격’

입력 2021.07.23 (08:00) 수정 2021.07.2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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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인도 상황을 지적하는 최근 BBC 인터넷 판의 기사 첫줄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인도인들은 보건부 부장관이 의회에서 산소 부족으로 인한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힌 뒤 충격과 분노를 표출했다.”

코로나19 방역 장기화,델타 변이로 인한 코로나 재확산 속에서, 각국 정부 발표나 통계치에 대한 신뢰도 문제도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도정부의 경우 보건 당국자의 잇단 망언으로 국민의 신뢰감을 잃고 있다는 외신들의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 보건 당국자가 ‘코로나19 대확산 때 산소 부족으로 사망한 이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는 발표를 한 뒤 인도인들은 ‘불신’을 넘어 분노까지 표출하고 있습니다.


■印, “‘산소부족 사망 환자 사례’ 주(州) 정부 보고 없어”

현지시간 22일 더힌두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바라티 파와르 연방정부 보건 담당 부장관은 20일 의회 서면 답변에서 “산소 부족에 의한 환자 사망 사례는 주(州) 정부에 의해 구체적으로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한마디가 촉발한 파장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주 정부가 관련 사망자가 없는 것으로 보고했기 때문에 연방 정부도 이를 토대로 통계를 낼 수밖에 없다는 그럴듯한(?) 설명이지만, 외신과 현지 언론은 인도에서 벌어진 의료 공백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발언이란 비판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인도의 경우 지난 4∼5월 코로나19 감염자 폭증으로 인해 전국 상당수 병원에서 의료용 산소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은 이미 외신에 까지 보도된 내용.

각 지역마다 산소탱크를 찾다가 포기한 환자들이 속출한데다, 종교 기관까지 나서 산소 탱크 공급에 나섰었지만 정부가 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정부의 입장은 어떨까.

인도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약 620만명)는 사실상 중앙 정부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발표를 공개했습니다.

이 지역 보건부 장관 라제시 토페는 “작년과 올해 유행기 때 산소 부족으로 사망한 사례 기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한 것.토페 장관은 “우리는 우리 주의 어느 병원에서도 코로나19 환자가 산소 부족으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사망은 합병증이나 다른 질병이 원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료 사진〉〈자료 사진〉

남부 타밀나두주(州) 등 일부 지방 정부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내세우며 중앙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속타는 유가족과 주민들…‘책임 회피’위한 변명?

인도에서는 최근까지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전국 여러 병원에서 심각한 산소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델리주, 고아주, 카르나타카주 등 여러 주에서는 산소 공급이 끊어지면서, 수십명의 환자가 사망한 사례가 보도됐고 해외의 지원품 가운데 산소 관련 장비가 도착했다는 내용도 크게 다뤄졌습니다.

코로나19 중환자들의 경우 혈중 산소량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저산소혈증에 시달리기 때문에 산소 치료가 필수인데 의료용 산소가 미리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

앞서 알라하바드 고등법원은 의료용 산소 부족 사태에 대해 ‘집단학살에 준하는 범죄 행위’라고 지적하며 정부를 질책하기도 했는데, 집단 소송 등을 우려한 듯 각 지방 정부들이 이런 내용 자체를 부인하는 자세를 취하고 나선 것입니다.

〈자료 사진〉〈자료 사진〉

여기에 가세해 인도 중앙 정부 관계자도 ‘산소 부족이 코로나19 환자의 직접 사인이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한 것입니다.

야권 인사, 전문가, 시민들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야당 인도국민회의(INC) 지도자인 프리양카 간디는 “정부 산소 공급을 위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산소 수송용 탱크를 마련하지 않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면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야당이 집권 중인 델리주의 보건부 장관 사티엔다르 자인도 최근 “정부의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공 보건 전문가이자 전염병학자인 찬드라칸트 라하리야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기술적으로 ‘산소 공급 부족’이 코로나19 환자의 사인으로 기록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산소는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산소가 충분히 공급됐다면 여러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란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 거주중인 인도인 A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보건 당국자의 발언은 마치 죽은 사람에게 사망 관련 자료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누구의 책임을 따질 때가 아니라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데 국민들의 분노만 자극하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에 모두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료사진〉〈자료사진〉

한편, 지난 5월 초 41만명을 넘었던 인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근 4만명 안팎을 기록 중이고, 누적 사망자 수는 약 42만명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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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소 부족으로 죽은 환자 없다”…인도인들, 정부 발표에 ‘분노와 충격’
    • 입력 2021-07-23 08:00:20
    • 수정2021-07-23 08:01:15
    취재K

코로나19로 인한 인도 상황을 지적하는 최근 BBC 인터넷 판의 기사 첫줄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인도인들은 보건부 부장관이 의회에서 산소 부족으로 인한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힌 뒤 충격과 분노를 표출했다.”

코로나19 방역 장기화,델타 변이로 인한 코로나 재확산 속에서, 각국 정부 발표나 통계치에 대한 신뢰도 문제도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도정부의 경우 보건 당국자의 잇단 망언으로 국민의 신뢰감을 잃고 있다는 외신들의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 보건 당국자가 ‘코로나19 대확산 때 산소 부족으로 사망한 이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는 발표를 한 뒤 인도인들은 ‘불신’을 넘어 분노까지 표출하고 있습니다.


■印, “‘산소부족 사망 환자 사례’ 주(州) 정부 보고 없어”

현지시간 22일 더힌두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바라티 파와르 연방정부 보건 담당 부장관은 20일 의회 서면 답변에서 “산소 부족에 의한 환자 사망 사례는 주(州) 정부에 의해 구체적으로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한마디가 촉발한 파장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주 정부가 관련 사망자가 없는 것으로 보고했기 때문에 연방 정부도 이를 토대로 통계를 낼 수밖에 없다는 그럴듯한(?) 설명이지만, 외신과 현지 언론은 인도에서 벌어진 의료 공백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발언이란 비판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인도의 경우 지난 4∼5월 코로나19 감염자 폭증으로 인해 전국 상당수 병원에서 의료용 산소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은 이미 외신에 까지 보도된 내용.

각 지역마다 산소탱크를 찾다가 포기한 환자들이 속출한데다, 종교 기관까지 나서 산소 탱크 공급에 나섰었지만 정부가 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정부의 입장은 어떨까.

인도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약 620만명)는 사실상 중앙 정부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발표를 공개했습니다.

이 지역 보건부 장관 라제시 토페는 “작년과 올해 유행기 때 산소 부족으로 사망한 사례 기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한 것.토페 장관은 “우리는 우리 주의 어느 병원에서도 코로나19 환자가 산소 부족으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사망은 합병증이나 다른 질병이 원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료 사진〉
남부 타밀나두주(州) 등 일부 지방 정부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내세우며 중앙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속타는 유가족과 주민들…‘책임 회피’위한 변명?

인도에서는 최근까지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전국 여러 병원에서 심각한 산소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델리주, 고아주, 카르나타카주 등 여러 주에서는 산소 공급이 끊어지면서, 수십명의 환자가 사망한 사례가 보도됐고 해외의 지원품 가운데 산소 관련 장비가 도착했다는 내용도 크게 다뤄졌습니다.

코로나19 중환자들의 경우 혈중 산소량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저산소혈증에 시달리기 때문에 산소 치료가 필수인데 의료용 산소가 미리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

앞서 알라하바드 고등법원은 의료용 산소 부족 사태에 대해 ‘집단학살에 준하는 범죄 행위’라고 지적하며 정부를 질책하기도 했는데, 집단 소송 등을 우려한 듯 각 지방 정부들이 이런 내용 자체를 부인하는 자세를 취하고 나선 것입니다.

〈자료 사진〉
여기에 가세해 인도 중앙 정부 관계자도 ‘산소 부족이 코로나19 환자의 직접 사인이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한 것입니다.

야권 인사, 전문가, 시민들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야당 인도국민회의(INC) 지도자인 프리양카 간디는 “정부 산소 공급을 위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산소 수송용 탱크를 마련하지 않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면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야당이 집권 중인 델리주의 보건부 장관 사티엔다르 자인도 최근 “정부의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공 보건 전문가이자 전염병학자인 찬드라칸트 라하리야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기술적으로 ‘산소 공급 부족’이 코로나19 환자의 사인으로 기록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산소는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산소가 충분히 공급됐다면 여러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란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 거주중인 인도인 A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보건 당국자의 발언은 마치 죽은 사람에게 사망 관련 자료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누구의 책임을 따질 때가 아니라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데 국민들의 분노만 자극하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에 모두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료사진〉
한편, 지난 5월 초 41만명을 넘었던 인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근 4만명 안팎을 기록 중이고, 누적 사망자 수는 약 42만명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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