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아파트 ‘정전과의 전쟁’…“사전 점검, 대비가 최선”

입력 2021.07.2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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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폭염에 전력 수요 높아져 변압기 ‘과부하’ 등 공동주택 정전 잇따라
대부분 아파트 자체 시설 노후 등이 원인으로 추정
달라진 생활 모습, 인덕션 등 가전제품 사용 많아져 예전 설비로 ‘감당 못 해’
전력 비수기에 미리 점검, 대비가 최선.... 노후한 시설 교체도 필요


올 여름, 에상대로 무더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대급이라 불리는 2018년도 여름 폭염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일찌감치 나왔었습니다. 전력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며, 10년 만에 '대정전 사태'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도 있었습니다. 증명이라도 하듯, 어제(22일) 전력 최대수요는 90.3GW까지 올라가 올 여름 들어 최고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 올 여름, 아파트는 '정전'과의 전쟁...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선풍기는 기본, 에어컨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 없는 날들이 계속되다 보니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정전'입니다. 밤 사이 경기와 인천,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 정전이 발생했는데, 대부분 공동주택인 아파트였습니다. 지난 21일 밤에도 경기와 인천 지역 아파트에서 정전이 잇따랐는데, 단지 자체 전기 시설의 문제가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변압기'를 통해 고압 전류를 가정용으로 전환해 세대에 공급합니다. 아파트 단지마다 전체 세대 수 등을 고려해 건설 당시 변압기 용량을 결정하는데, 지은 지 오래된 곳일수록 어쩔 수 없이 변압기 용량이 적습니다. 변압기 설치 당시엔 세대별 전력 수요가 지금만큼 높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전 설비를 이용해 지금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다 보니, 당연히 탈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아파트 정전의 원인 대부분이 높아진 전력 수요를 단지 자체 변압기가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나마 비교적 새로 지은 아파트들은 복구라도 빨리 됐지만,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는 복구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지은 지 25년 된 인천의 한 아파트는 전력 과부하로 차단기가 고장 나 정전이 발생했는데, 설비 자체가 워낙 오래돼서 교체 가능한 차단기 부품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복구에 애를 먹었습니다. 결국, 한전의 도움을 받아 6시간 만에 겨우 응급복구를 했고, 자체 복구는 다음 날 오전에서야 가능했습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입니다. 연일 밤 사이 기온이 25도를 넘어서는 '열대야'가 계속 되다 보니, 빨리 복구가 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잠 못 드는 한여름 밤'을 힘겹게 감당하고 있습니다.


■ 너무 달라진 일상의 모습... "치솟는 전기 수요 감당 어려워"

지난 21일 정전이 발생했던 경기 고양의 한 아파트, 10년 이내 비교적 오래되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과부하가 걸려 차단기가 작동했다 하니 어찌 된 일인가 싶었습니다.

정전 아파트 관계자:
"아파트 지을 당시와 지금 생활 방식이 너무 많이 바뀌었어요. 전기 인덕션이나 건조기 등 당시 안 쓰던 전자 제품이 이제는 필수품이 됐고, 여름에는 에어컨까지 방마다 틀고 있으니 전기 소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실제로 정전이 발생했던 밤 8시쯤, 이 아파트의 전력 수요는 5400 KVA를 기록했습니다. 자체 변압기 용량이 3400 KVA인데 당연히 과부하로 정전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 올 여름도 상당히 더울 것이라고 예상하던데, 매일 밤 정전될까 불안해서 어떻게 살겠습니까? 오늘 밤은 또 어떻게 될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지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합니다."


■ 미리 점검하는 것이 최선, '전기 사용' 조절 위해 주민 협조도 필요

이미 생활 필수품이 돼 버린 전자 제품 사용을 줄이기 힘들다면, 결국 미리 전기 설비 점검하고 시설 등을 보강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전력 비수기'로 불리는 봄, 가을을 이용해 사전 점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공동주택 정전 예방 대책>

1. 전기안전공사의 정기 점검 (보통 2달에 한 번)을 반드시 받는다.
2. 각 단지 규격에 맞는 변압기와 차단기 예비 부품을 미리 구매해, 사고 때 즉시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3.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변압기 용량 증설이나 노후 변압기 교체를 진행한다.

무엇보다 점검을 통해 개선할 부분이 발견되면, 신속하게 반영해주시길 당부했습니다. 현장에 점검을 나가보면, 여러가지 개선 사항을 권고해도 비용문제 등으로 받아들여 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더불어, 단지별로 전력 수요를 수시로 확인하며 과부하 위험수위에 도달할 경우, 안내방송 등을 주민들에게 전자제품 사용을 잠시 중단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순간적인 정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점검하러 다니다 보면 현장에서 주민들의 협조가 잘 되는 편이라고 안전공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현재 한전에서는 산자부와 함께 후 변압기 교체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전국 200개 단지를 대상으로 변압기와 차단기 비용의 최대 80%까지 지원할 예정인데, 변압기 설치 후 15년이 지난 아파트 등이 대상입니다. 최근 들어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정전이 대부분이 단지 내 노후 설비로 인한 경우가 많다 보니 정부에서도 관련 대책을 내놓은 것입니다.

코로나 19 대유행에 폭염까지...
말 그대로 '재난 종합세트'같은 날들입니다.

장기적으론 전력 사용을 줄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겠지만, 당장 정전 사고를 줄이기 위해 공동주택 차원에서 미리 점검받고 준비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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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 속 아파트 ‘정전과의 전쟁’…“사전 점검, 대비가 최선”
    • 입력 2021-07-23 14:44:47
    취재K
폭염에 전력 수요 높아져 변압기 ‘과부하’ 등 공동주택 정전 잇따라<br />대부분 아파트 자체 시설 노후 등이 원인으로 추정<br />달라진 생활 모습, 인덕션 등 가전제품 사용 많아져 예전 설비로 ‘감당 못 해’<br />전력 비수기에 미리 점검, 대비가 최선.... 노후한 시설 교체도 필요

올 여름, 에상대로 무더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대급이라 불리는 2018년도 여름 폭염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일찌감치 나왔었습니다. 전력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며, 10년 만에 '대정전 사태'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도 있었습니다. 증명이라도 하듯, 어제(22일) 전력 최대수요는 90.3GW까지 올라가 올 여름 들어 최고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 올 여름, 아파트는 '정전'과의 전쟁...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선풍기는 기본, 에어컨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 없는 날들이 계속되다 보니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정전'입니다. 밤 사이 경기와 인천,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 정전이 발생했는데, 대부분 공동주택인 아파트였습니다. 지난 21일 밤에도 경기와 인천 지역 아파트에서 정전이 잇따랐는데, 단지 자체 전기 시설의 문제가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변압기'를 통해 고압 전류를 가정용으로 전환해 세대에 공급합니다. 아파트 단지마다 전체 세대 수 등을 고려해 건설 당시 변압기 용량을 결정하는데, 지은 지 오래된 곳일수록 어쩔 수 없이 변압기 용량이 적습니다. 변압기 설치 당시엔 세대별 전력 수요가 지금만큼 높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전 설비를 이용해 지금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다 보니, 당연히 탈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아파트 정전의 원인 대부분이 높아진 전력 수요를 단지 자체 변압기가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나마 비교적 새로 지은 아파트들은 복구라도 빨리 됐지만,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는 복구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지은 지 25년 된 인천의 한 아파트는 전력 과부하로 차단기가 고장 나 정전이 발생했는데, 설비 자체가 워낙 오래돼서 교체 가능한 차단기 부품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복구에 애를 먹었습니다. 결국, 한전의 도움을 받아 6시간 만에 겨우 응급복구를 했고, 자체 복구는 다음 날 오전에서야 가능했습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입니다. 연일 밤 사이 기온이 25도를 넘어서는 '열대야'가 계속 되다 보니, 빨리 복구가 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잠 못 드는 한여름 밤'을 힘겹게 감당하고 있습니다.


■ 너무 달라진 일상의 모습... "치솟는 전기 수요 감당 어려워"

지난 21일 정전이 발생했던 경기 고양의 한 아파트, 10년 이내 비교적 오래되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과부하가 걸려 차단기가 작동했다 하니 어찌 된 일인가 싶었습니다.

정전 아파트 관계자:
"아파트 지을 당시와 지금 생활 방식이 너무 많이 바뀌었어요. 전기 인덕션이나 건조기 등 당시 안 쓰던 전자 제품이 이제는 필수품이 됐고, 여름에는 에어컨까지 방마다 틀고 있으니 전기 소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실제로 정전이 발생했던 밤 8시쯤, 이 아파트의 전력 수요는 5400 KVA를 기록했습니다. 자체 변압기 용량이 3400 KVA인데 당연히 과부하로 정전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 올 여름도 상당히 더울 것이라고 예상하던데, 매일 밤 정전될까 불안해서 어떻게 살겠습니까? 오늘 밤은 또 어떻게 될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지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합니다."


■ 미리 점검하는 것이 최선, '전기 사용' 조절 위해 주민 협조도 필요

이미 생활 필수품이 돼 버린 전자 제품 사용을 줄이기 힘들다면, 결국 미리 전기 설비 점검하고 시설 등을 보강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전력 비수기'로 불리는 봄, 가을을 이용해 사전 점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공동주택 정전 예방 대책>

1. 전기안전공사의 정기 점검 (보통 2달에 한 번)을 반드시 받는다.
2. 각 단지 규격에 맞는 변압기와 차단기 예비 부품을 미리 구매해, 사고 때 즉시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3.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변압기 용량 증설이나 노후 변압기 교체를 진행한다.

무엇보다 점검을 통해 개선할 부분이 발견되면, 신속하게 반영해주시길 당부했습니다. 현장에 점검을 나가보면, 여러가지 개선 사항을 권고해도 비용문제 등으로 받아들여 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더불어, 단지별로 전력 수요를 수시로 확인하며 과부하 위험수위에 도달할 경우, 안내방송 등을 주민들에게 전자제품 사용을 잠시 중단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순간적인 정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점검하러 다니다 보면 현장에서 주민들의 협조가 잘 되는 편이라고 안전공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현재 한전에서는 산자부와 함께 후 변압기 교체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전국 200개 단지를 대상으로 변압기와 차단기 비용의 최대 80%까지 지원할 예정인데, 변압기 설치 후 15년이 지난 아파트 등이 대상입니다. 최근 들어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정전이 대부분이 단지 내 노후 설비로 인한 경우가 많다 보니 정부에서도 관련 대책을 내놓은 것입니다.

코로나 19 대유행에 폭염까지...
말 그대로 '재난 종합세트'같은 날들입니다.

장기적으론 전력 사용을 줄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겠지만, 당장 정전 사고를 줄이기 위해 공동주택 차원에서 미리 점검받고 준비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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