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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우리가 바로 올림픽 정신”…난민에 희망을 ‘난민대표팀’
입력 2021.07.24 (08:00) 특파원 리포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올림픽이 개막했습니다. 올림픽 개막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국가별 선수단의 입장입니다.

저마다 국가이름이 적힌 팻말 뒤로 의상을 맞춰 입은 선수단이 국기를 흔들며 경기장으로 들어옵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국가없이 오륜기를 흔들며 입장하는 팀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바로 난민출신의 선수들로 구성된 '난민대표팀'(ROT/Refugee Olympic Team) 입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도 '난민대표팀'이 구성됐습니다.

■ 두 번째 올림픽 난민대표팀…12개 종목 29명

난민대표팀은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리우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구성됐습니다.

시리아와 남수단 등 세계 곳곳에서 내전이 벌어지면서 난민 선수들이 많이 발생하자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가 별도의 선수단을 만들기로 한 겁니다.

IOC가 선수 개인의 기량과 유엔에 의해 확인된 공식적인 난민 지위를 확인한 뒤 개인 상황 등을 고려해 10명의 선수를 선발했습니다.

이들은 국기 대신 오륜기를 사용하며, 메달을 수상하면 올림픽 찬가가 국가 대신 연주됩니다. 모든 비용은 IOC 자체 기금에서 지원됩니다.

올해 도쿄올림픽에도 난민대표팀이 구성됐습니다.

12개 종목에 모두 29명의 난민 선수들이 출전합니다. 지난 올림픽보다 선수도 늘었습니다.

내전으로 혼란스러운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이란, 남수단 등 출신 국가들은 다양하지만 모두 올림픽을 향한 꿈과 의지로 카타르에서 훈련에 임했습니다.

 시리아 출신 유스라 마르디니 선수 (출처 : UNHCR 공식 홈페이지) 시리아 출신 유스라 마르디니 선수 (출처 : UNHCR 공식 홈페이지)

■ 고장난 보트 끌고 사투 끝에 탈출...난민 20명 구한 수영선수

외신들은 연일 선수들의 개인 사연과 난민대표팀의 훈련 과정 등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강제로 고향을 떠나게 된 난민들의 입장에서 스포츠는 단순한 운동 이상입니다.

특히 각종 고난을 이겨내고 올림픽이라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을 할 수 있게 된 선수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난민들에게 희망입니다.

2회 연속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시리아 출신의 수영선수 유스라 마르디니는 내전으로, 고향인 시리아 다마스쿠스를 떠날수 밖에 없었습니다.

떠날 당시 타고 오던 보트가 고장이 나자 바다에 뛰어들어 보트를 끌고 세 시간이 넘도록 수영을 해 20명의 난민을 구하고 필사의 탈출을 한 이야기는 책으로 나올 정도로 유명합니다.

이후 마르디니 선수는 유엔난민기구 최연소 친선대사로 발탁돼 활동중입니다.

 키미라 알리자데 선수, 마소마 알리 자다 선수,  자말 압델마지 모하메드 선수(왼쪽부터) 키미라 알리자데 선수, 마소마 알리 자다 선수, 자말 압델마지 모하메드 선수(왼쪽부터)

■ 여성 차별·전쟁 피해 다른 국가로 …"스포츠로 꿈을 가져"

난민팀에는 태권도 선수도 3명이나 됩니다. 그 중 이란 출신의 키미라 알리자데 선수는 지난 리우올림픽에서는 이란 국가대표로 뛰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57kg급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이란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여성 국가대표 선수로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알리자데 선수는 이후 결혼하면서 독일로 국적을 바꿨습니다.

"이란에서 억압받는 수백만 여성 중의 한 명이었다"며 난민 신청을 한 이유를 밝히면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과정이 어려웠지만, 그 과정에서 태권도가 힘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올림픽 첫 경기에서부터 이란 출신 선수와 맞붙게 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로드사이클에 출전하는 마소마 알리 자다 선수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입니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알리 자다 선수는 여성으로 자전거를 타거나 학교를 다니기도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운동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면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야유하거나 돌을 던지는 사람들도 많았고 때문에 야외 훈련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프랑스로 이주한 알리 자다 선수는 "베일을 쓰거나 안 쓰는 건 본인의 선택이 되어야 하며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평범한 일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또 "올림픽 출전을 통해 일부 국가에 여전히 남아 있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육상 선수 자말 압델마지 모하메드는 전쟁으로 황량해진 수단의 다르푸르 지역에서 탈출해 이집트, 시나이 반도를 걷고 뛰어 건넌 뒤 어렵게 이스라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모하메드 선수는 난민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 올림픽 출전 만으로도 난민들에 희망… "응원해주세요"

유엔난민기구는 현재 전 세계 난민이 8240만 명이라고 전했습니다. 전 세계 인구의 1% 즉 100명 중 1명이 난민입니다.

이들 가운데 국가라는 형태의 보호를 받고 있는 건 30%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현재도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등 지구 한편에서는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수많은 난민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난민대표팀의 올림픽 출전은 단순히 메달 획득이 아닙니다.

이들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난민의 현실을 알릴 수 있으며 난민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이들의 도전에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 [특파원 리포트] “우리가 바로 올림픽 정신”…난민에 희망을 ‘난민대표팀’
    • 입력 2021-07-24 08:00:49
    특파원 리포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올림픽이 개막했습니다. 올림픽 개막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국가별 선수단의 입장입니다.

저마다 국가이름이 적힌 팻말 뒤로 의상을 맞춰 입은 선수단이 국기를 흔들며 경기장으로 들어옵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국가없이 오륜기를 흔들며 입장하는 팀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바로 난민출신의 선수들로 구성된 '난민대표팀'(ROT/Refugee Olympic Team) 입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도 '난민대표팀'이 구성됐습니다.

■ 두 번째 올림픽 난민대표팀…12개 종목 29명

난민대표팀은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리우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구성됐습니다.

시리아와 남수단 등 세계 곳곳에서 내전이 벌어지면서 난민 선수들이 많이 발생하자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가 별도의 선수단을 만들기로 한 겁니다.

IOC가 선수 개인의 기량과 유엔에 의해 확인된 공식적인 난민 지위를 확인한 뒤 개인 상황 등을 고려해 10명의 선수를 선발했습니다.

이들은 국기 대신 오륜기를 사용하며, 메달을 수상하면 올림픽 찬가가 국가 대신 연주됩니다. 모든 비용은 IOC 자체 기금에서 지원됩니다.

올해 도쿄올림픽에도 난민대표팀이 구성됐습니다.

12개 종목에 모두 29명의 난민 선수들이 출전합니다. 지난 올림픽보다 선수도 늘었습니다.

내전으로 혼란스러운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이란, 남수단 등 출신 국가들은 다양하지만 모두 올림픽을 향한 꿈과 의지로 카타르에서 훈련에 임했습니다.

 시리아 출신 유스라 마르디니 선수 (출처 : UNHCR 공식 홈페이지) 시리아 출신 유스라 마르디니 선수 (출처 : UNHCR 공식 홈페이지)

■ 고장난 보트 끌고 사투 끝에 탈출...난민 20명 구한 수영선수

외신들은 연일 선수들의 개인 사연과 난민대표팀의 훈련 과정 등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강제로 고향을 떠나게 된 난민들의 입장에서 스포츠는 단순한 운동 이상입니다.

특히 각종 고난을 이겨내고 올림픽이라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을 할 수 있게 된 선수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난민들에게 희망입니다.

2회 연속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시리아 출신의 수영선수 유스라 마르디니는 내전으로, 고향인 시리아 다마스쿠스를 떠날수 밖에 없었습니다.

떠날 당시 타고 오던 보트가 고장이 나자 바다에 뛰어들어 보트를 끌고 세 시간이 넘도록 수영을 해 20명의 난민을 구하고 필사의 탈출을 한 이야기는 책으로 나올 정도로 유명합니다.

이후 마르디니 선수는 유엔난민기구 최연소 친선대사로 발탁돼 활동중입니다.

 키미라 알리자데 선수, 마소마 알리 자다 선수,  자말 압델마지 모하메드 선수(왼쪽부터) 키미라 알리자데 선수, 마소마 알리 자다 선수, 자말 압델마지 모하메드 선수(왼쪽부터)

■ 여성 차별·전쟁 피해 다른 국가로 …"스포츠로 꿈을 가져"

난민팀에는 태권도 선수도 3명이나 됩니다. 그 중 이란 출신의 키미라 알리자데 선수는 지난 리우올림픽에서는 이란 국가대표로 뛰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57kg급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이란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여성 국가대표 선수로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알리자데 선수는 이후 결혼하면서 독일로 국적을 바꿨습니다.

"이란에서 억압받는 수백만 여성 중의 한 명이었다"며 난민 신청을 한 이유를 밝히면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과정이 어려웠지만, 그 과정에서 태권도가 힘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올림픽 첫 경기에서부터 이란 출신 선수와 맞붙게 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로드사이클에 출전하는 마소마 알리 자다 선수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입니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알리 자다 선수는 여성으로 자전거를 타거나 학교를 다니기도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운동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면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야유하거나 돌을 던지는 사람들도 많았고 때문에 야외 훈련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프랑스로 이주한 알리 자다 선수는 "베일을 쓰거나 안 쓰는 건 본인의 선택이 되어야 하며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평범한 일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또 "올림픽 출전을 통해 일부 국가에 여전히 남아 있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육상 선수 자말 압델마지 모하메드는 전쟁으로 황량해진 수단의 다르푸르 지역에서 탈출해 이집트, 시나이 반도를 걷고 뛰어 건넌 뒤 어렵게 이스라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모하메드 선수는 난민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 올림픽 출전 만으로도 난민들에 희망… "응원해주세요"

유엔난민기구는 현재 전 세계 난민이 8240만 명이라고 전했습니다. 전 세계 인구의 1% 즉 100명 중 1명이 난민입니다.

이들 가운데 국가라는 형태의 보호를 받고 있는 건 30%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현재도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등 지구 한편에서는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수많은 난민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난민대표팀의 올림픽 출전은 단순히 메달 획득이 아닙니다.

이들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난민의 현실을 알릴 수 있으며 난민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이들의 도전에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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