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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남] 법원 “불법 체포로 마약 혐의 무죄”…국가배상도 인정
입력 2021.07.24 (09:00) 취재K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 ‘마약 투약자’ 강제로 끌고 간 경찰

2019년 4월 중순, 수원중부경찰서 수사팀 5명은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던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경기도 안양시의 한 모텔에 급파됐습니다.

A 씨는 당일 해당 피의자가 투숙중인 모텔 호실에 들어갔고, 경찰은 A 씨를 피의자의 공범으로 생각했습니다.

A 씨와 피의자는 2시간쯤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고, 경찰은 둘의 팔을 잡고 다시 엘리베이터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경찰은 신분을 밝히고 영장을 제시한 후 피의자를 체포하고, A 씨에 대해서도 신분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A 씨는 “왜 나를 잡으려 하느냐”고 거칠게 항의하며 자리를 피하려 했고, 경찰은 A 씨의 양팔을 잡고 가방을 압수한 뒤, 피의자가 투숙하던 모텔 방으로 끌고 올라갔습니다.

A 씨는 방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몸싸움을 벌였고, 방에 들어간 후에도 저항하다 제압됐습니다.

경찰은 방에 들어간 후 A 씨를 긴급 체포하고 수갑을 채우면서 체포 이유와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했고, A 씨의 몸을 뒤져 상의 안쪽 주머니에서 일회용 비닐봉지에 든 필로폰을, 가방 안 서류봉투에서 일회용 주사기 3개를 찾아 압수했습니다.

A 씨에 대한 소변·모발 검사 결과에서는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마약 관련 범죄로 모두 13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던 A 씨는 필로폰 투약과 소지 혐의로 또다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 법원 “신체 구속한 후 긴급체포…사실상 강제연행”

그러나 법원은 지난해 A 씨에게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어떤 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불심검문 할 수 있는데, 이 때 검문 당사자는 신체를 구속당하거나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모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협조를 거부하며 반항하자, 경찰은 피고인 양팔을 잡아 신체에 직접적이고 현실적 구속을 가하고 소지한 가방 등을 압수한 뒤, 모텔 방으로 들어간 이후 피고인을 비로소 긴급체포했다”며, “그렇다면 경찰이 피고인을 ‘모텔 방 안으로 데리고 간 것’은 사실상의 강제연행, 즉 불법 체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피고인을 엘리베이터 안에서 불심검문할 계획이었다면 모텔 방으로 데리고 갈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만약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조처를 불심검문이라고 하면, 이는 불심검문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체포”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피의자를 긴급체포할 때 범죄사실의 요지와 체포 이유, 변호인 선임 권리를 말하고 변명 기회를 줘야 한다는 ‘미란다 원칙’은 체포를 위해 실력행사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고지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만약 엘리베이터 안에서 긴급체포 절차를 개시한 것이라고 한다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곧바로 범죄사실 등을 고지하고 피고인을 체포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사건 당일 경찰이 긴급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불법체포를 했기 때문에 수집한 증거 또한 위법하다며, 핵심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하지 않고 A씨에게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 “1억 배상하라”…법원 “250여만 원 지급”

A 씨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자, 2019년 4월부터 2020년 4월까지 1년 가까이 구금된 데 대한 형사보상금으로 4천8백여만 원을 지급받았습니다.

이후 정부를 상대로 1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도 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9단독은 A 씨의 청구를 일부 인용해 정부가 25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대한민국 소속 경찰관들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를 위반해 원고를 체포했고, 나아가 위법한 체포 상태서 수집한 증거를 기초로 원고를 기소되게 하였음이 인정되고, 이는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라며 “피고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A 씨가 구금 기간 동안 벌지 못한 수입과 치료비, 위자료 등에서 A 씨가 이미 지급받은 형사보상금 4천8백여만 원은 공제해야 한다며, 250여만 원의 지급만 인정했습니다.

A 씨는 항소했고, 이 사건은 2심으로 올라갔습니다.
  • [판결남] 법원 “불법 체포로 마약 혐의 무죄”…국가배상도 인정
    • 입력 2021-07-24 09:00:37
    취재K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 ‘마약 투약자’ 강제로 끌고 간 경찰

2019년 4월 중순, 수원중부경찰서 수사팀 5명은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던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경기도 안양시의 한 모텔에 급파됐습니다.

A 씨는 당일 해당 피의자가 투숙중인 모텔 호실에 들어갔고, 경찰은 A 씨를 피의자의 공범으로 생각했습니다.

A 씨와 피의자는 2시간쯤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고, 경찰은 둘의 팔을 잡고 다시 엘리베이터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경찰은 신분을 밝히고 영장을 제시한 후 피의자를 체포하고, A 씨에 대해서도 신분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A 씨는 “왜 나를 잡으려 하느냐”고 거칠게 항의하며 자리를 피하려 했고, 경찰은 A 씨의 양팔을 잡고 가방을 압수한 뒤, 피의자가 투숙하던 모텔 방으로 끌고 올라갔습니다.

A 씨는 방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몸싸움을 벌였고, 방에 들어간 후에도 저항하다 제압됐습니다.

경찰은 방에 들어간 후 A 씨를 긴급 체포하고 수갑을 채우면서 체포 이유와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했고, A 씨의 몸을 뒤져 상의 안쪽 주머니에서 일회용 비닐봉지에 든 필로폰을, 가방 안 서류봉투에서 일회용 주사기 3개를 찾아 압수했습니다.

A 씨에 대한 소변·모발 검사 결과에서는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마약 관련 범죄로 모두 13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던 A 씨는 필로폰 투약과 소지 혐의로 또다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 법원 “신체 구속한 후 긴급체포…사실상 강제연행”

그러나 법원은 지난해 A 씨에게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어떤 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불심검문 할 수 있는데, 이 때 검문 당사자는 신체를 구속당하거나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모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협조를 거부하며 반항하자, 경찰은 피고인 양팔을 잡아 신체에 직접적이고 현실적 구속을 가하고 소지한 가방 등을 압수한 뒤, 모텔 방으로 들어간 이후 피고인을 비로소 긴급체포했다”며, “그렇다면 경찰이 피고인을 ‘모텔 방 안으로 데리고 간 것’은 사실상의 강제연행, 즉 불법 체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피고인을 엘리베이터 안에서 불심검문할 계획이었다면 모텔 방으로 데리고 갈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만약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조처를 불심검문이라고 하면, 이는 불심검문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체포”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피의자를 긴급체포할 때 범죄사실의 요지와 체포 이유, 변호인 선임 권리를 말하고 변명 기회를 줘야 한다는 ‘미란다 원칙’은 체포를 위해 실력행사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고지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만약 엘리베이터 안에서 긴급체포 절차를 개시한 것이라고 한다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곧바로 범죄사실 등을 고지하고 피고인을 체포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사건 당일 경찰이 긴급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불법체포를 했기 때문에 수집한 증거 또한 위법하다며, 핵심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하지 않고 A씨에게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 “1억 배상하라”…법원 “250여만 원 지급”

A 씨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자, 2019년 4월부터 2020년 4월까지 1년 가까이 구금된 데 대한 형사보상금으로 4천8백여만 원을 지급받았습니다.

이후 정부를 상대로 1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도 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9단독은 A 씨의 청구를 일부 인용해 정부가 25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대한민국 소속 경찰관들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를 위반해 원고를 체포했고, 나아가 위법한 체포 상태서 수집한 증거를 기초로 원고를 기소되게 하였음이 인정되고, 이는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라며 “피고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A 씨가 구금 기간 동안 벌지 못한 수입과 치료비, 위자료 등에서 A 씨가 이미 지급받은 형사보상금 4천8백여만 원은 공제해야 한다며, 250여만 원의 지급만 인정했습니다.

A 씨는 항소했고, 이 사건은 2심으로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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