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교수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은 ‘예고된 범죄’…신상공개 해야”

입력 2021.07.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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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 피의자 백 모(48) 씨가 제주동부경찰서로 연행되는 모습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 피의자 백 모(48) 씨가 제주동부경찰서로 연행되는 모습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과 관련해 살해 피의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경찰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예고된 범죄를 경찰이 막지 못한 것”이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은 ‘예고된 범죄’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4일 KBS와의 통화에서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을 ‘예고된 범죄’라고 진단했다.

이미 3차례 관련 신고가 있었고, 다수의 전과 전력이 있었다면 신병 확보를 해서라도 관련 수사를 진행했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전과만 들여다봐도 피의자가 시한폭탄인 걸 경찰은 알았을 것”이라며 “상습범이라는 개연성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살해 피의자들에 대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제주경찰청은 지난 21일 경찰청 신상공개 지침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신상정보 공개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볼 수 없어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잔인성과 공공의 이익 부분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수법이 잔인하지 않은 게 아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였고, 아동이 공포 속에서 죽어간 과정을 보면 그 어느 범죄보다 잔인한 행위”라며 “아이를 노리고 보복을 위해 공범까지 불러들였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제주시 조천읍 주택에서 발생한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 범행 현장지난 18일 제주시 조천읍 주택에서 발생한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 범행 현장

이어 “뜯겨 진 매트를 봤을 때 아이가 심하게 고통을 느낀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잔인함에 대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스토킹과 가정폭력이 얼마나 잔인한 인명피해를 내는지를 공공에 알려야 하는 의무가 경찰에게 있다”고 밝혔다.

■ 신상공개위원회 열지 않은 것 자체가 잘못

신상공개위원회 자체를 열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법무법인 참솔 최호웅 변호사는 “적어도 신상공개 위원회를 열어 판단을 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위원회를 열지 않은 결정에 대해 “꼭 피를 흘려야 잔인한 것인가. 잔인성에 대한 일정한 기준 없이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변호사는 “범죄 자체가 중대성이 인정되고, 살해 피의자들에 대한 중형이 예상되지만 추후 형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재범 우려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을 통해 가정폭력, 아동이 살해된 강력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 전반적인 인식을 환기시키고, 범행 예방 차원에서라도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신상공개 하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살해범의 신상 공개를 촉구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한 청원인은 “아들을 가슴에 묻고 평생을 애통해하며 살아갈 피해자의 어머니와 이미 낳아 기르는 자식들의 안녕과 안전을 걱정하기 급급한 모든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신상을 조속히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청원인은 “얼굴과 몸에 멍이 들어 있고 청테이프로 손발이 묶인 채 목졸림을 당해 죽었는데 그 수법이 잔인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냐”며 “토막살인 정도는 당해야 ‘잔인’의 범위 안에 드는 건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다수의 전과가 있는 사람이 또 이번에 형을 살고 나와 다시 대한민국의 어디에서 자리 잡고 살아갈지 모르는데 우리 국민들은 ‘둘이서 공모하여 전 연인의 어린아이를 잔인하게 죽인 사람’의 얼굴을 알 권리가 있다”고 재차 공개를 촉구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잔인성과 공공의 이익 없다며 신상공개를 안 한다”며 “다시 한번 신상공개 재검토해 달라. 시체유기, 훼손만 신상공개 한다는 법은 없다”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피의자가 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피의자의 얼굴이나 성명,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신상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재범방지,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 한해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제주경찰은 강력 사건과 관련해 2019년 제주 모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고유정에 대한 신상공개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경찰 신상공개위원회는 고유정의 인권과 가족, 주변인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을 비공개 사유로 고려했지만, 범죄 수법의 잔인성과 그 결과가 중대해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 공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016년 발생한 제주시 연동의 성당 여신도 살해 사건과 관련해 중국인 첸궈레이의 신상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종교시설에서 사회적 약자를 살해하고, 사전에 흉기를 구입하는 등 계획 범행이라는 점에서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또 습격 이후 즉시 도주한 점과 범행의 잔인성,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으로 국민들의 알권리를 존중해야 하고 신상공개를 통해 불안감을 다소 완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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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정 교수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은 ‘예고된 범죄’…신상공개 해야”
    • 입력 2021-07-24 12:10:19
    취재K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 피의자 백 모(48) 씨가 제주동부경찰서로 연행되는 모습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과 관련해 살해 피의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경찰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예고된 범죄를 경찰이 막지 못한 것”이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은 ‘예고된 범죄’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4일 KBS와의 통화에서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을 ‘예고된 범죄’라고 진단했다.

이미 3차례 관련 신고가 있었고, 다수의 전과 전력이 있었다면 신병 확보를 해서라도 관련 수사를 진행했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전과만 들여다봐도 피의자가 시한폭탄인 걸 경찰은 알았을 것”이라며 “상습범이라는 개연성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살해 피의자들에 대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제주경찰청은 지난 21일 경찰청 신상공개 지침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신상정보 공개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볼 수 없어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잔인성과 공공의 이익 부분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수법이 잔인하지 않은 게 아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였고, 아동이 공포 속에서 죽어간 과정을 보면 그 어느 범죄보다 잔인한 행위”라며 “아이를 노리고 보복을 위해 공범까지 불러들였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제주시 조천읍 주택에서 발생한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 범행 현장
이어 “뜯겨 진 매트를 봤을 때 아이가 심하게 고통을 느낀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잔인함에 대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스토킹과 가정폭력이 얼마나 잔인한 인명피해를 내는지를 공공에 알려야 하는 의무가 경찰에게 있다”고 밝혔다.

■ 신상공개위원회 열지 않은 것 자체가 잘못

신상공개위원회 자체를 열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법무법인 참솔 최호웅 변호사는 “적어도 신상공개 위원회를 열어 판단을 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위원회를 열지 않은 결정에 대해 “꼭 피를 흘려야 잔인한 것인가. 잔인성에 대한 일정한 기준 없이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변호사는 “범죄 자체가 중대성이 인정되고, 살해 피의자들에 대한 중형이 예상되지만 추후 형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재범 우려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을 통해 가정폭력, 아동이 살해된 강력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 전반적인 인식을 환기시키고, 범행 예방 차원에서라도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신상공개 하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살해범의 신상 공개를 촉구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한 청원인은 “아들을 가슴에 묻고 평생을 애통해하며 살아갈 피해자의 어머니와 이미 낳아 기르는 자식들의 안녕과 안전을 걱정하기 급급한 모든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신상을 조속히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청원인은 “얼굴과 몸에 멍이 들어 있고 청테이프로 손발이 묶인 채 목졸림을 당해 죽었는데 그 수법이 잔인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냐”며 “토막살인 정도는 당해야 ‘잔인’의 범위 안에 드는 건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다수의 전과가 있는 사람이 또 이번에 형을 살고 나와 다시 대한민국의 어디에서 자리 잡고 살아갈지 모르는데 우리 국민들은 ‘둘이서 공모하여 전 연인의 어린아이를 잔인하게 죽인 사람’의 얼굴을 알 권리가 있다”고 재차 공개를 촉구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잔인성과 공공의 이익 없다며 신상공개를 안 한다”며 “다시 한번 신상공개 재검토해 달라. 시체유기, 훼손만 신상공개 한다는 법은 없다”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피의자가 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피의자의 얼굴이나 성명,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신상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재범방지,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 한해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제주경찰은 강력 사건과 관련해 2019년 제주 모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고유정에 대한 신상공개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경찰 신상공개위원회는 고유정의 인권과 가족, 주변인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을 비공개 사유로 고려했지만, 범죄 수법의 잔인성과 그 결과가 중대해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 공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016년 발생한 제주시 연동의 성당 여신도 살해 사건과 관련해 중국인 첸궈레이의 신상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종교시설에서 사회적 약자를 살해하고, 사전에 흉기를 구입하는 등 계획 범행이라는 점에서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또 습격 이후 즉시 도주한 점과 범행의 잔인성,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으로 국민들의 알권리를 존중해야 하고 신상공개를 통해 불안감을 다소 완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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