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백신 남아돈다더니…또 ‘화이자’ 쇼핑 나선 美 속내는?

입력 2021.07.25 (10:37) 수정 2021.07.2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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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간 23 , 미국 정부가 화이자 백신의 대규모 추가 구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 무려 2 억 회 분입니다 .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새 백신이 승인될 경우 최신 백신을 구매할 수 있는 옵션도 알뜰히 챙겼습니다 .

백악관이 밝힌 사유는 ' 미래에 대한 대비 ' 입니다 . 12 세 이하에 대한 백신 접종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단 사놓겠다, 혹시 있을지 모를 부스터샷 ( 추가접종 ) 도 대비하겠다고 했습니다 . " 최대한 유연성을 확보하고 싶다 ".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말입니다.

화이자가 부스터샷 필요하지 않냐고 나섰던 2주 전만 해도 미국 정부는 "당장 필요 없다"고 선을 그었었습니다. 하지만 화이자 구매 발표 하루 전인 22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 의 자문역인 예방접종자문위( ACIP)는 면역력이 낮은 사람에겐 부스터샷이 필요할 거라며 다른 견해를 내놨습니다.

관련 규제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공식 권고는 안 하겠다면서도 제한적 범위 내에서의 부스터샷의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부스터샷 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폭증하는 델타 변이...‘백신 맞아라열 올리는 미국

변화의 요인은 폭증하는 코로나19 감염자 수입니다. 7 4 , 독립기념일에 '코로나19로부터의 독립'을 예상했을 정도로 낮아졌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그 직후부터 매주 배로 늘고 있습니다.

7 5 11,425 (CDC 기준 ) 이었던 일일 신규 확진자가 12일엔 21,529 명, 19 33,097 , 23일에는 64,317명까지 치솟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코 로나 19 와의 전쟁을 선포하기 전인 4 월 중순( 7 5 천 명 대)으로 회귀한 겁니다.


급해진 미국 정부는 백신 접종률과 감염의 상관관계를 주목하라며 미접종자들을 향해 강한 언사를 쏟아냈습니다. 신규 확진 사례의 약 40% 가 백신 접종률이 평균에 미달하는 3 개 주 ( 플로리다 , 미주리 , 텍사스 ) 에서 나왔다 ”, “ 재확산하는 코로나 19 는 백신 미접종자들의 팬데믹 ”, “ 백신 불신을 조장하는 허위정보 , 간과하지 않겠다 ”. 지난 2 주 간 백악관이 쏟아낸 말들입니다 .

백신 밖엔 답 없다’며 말 폭탄...다른 조치엔 미적미적

미국이 백신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백신 말고는 다른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대표적인 게 마스크 착용입니다 .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하지만, 백신 접종률 높은 미국은 접종자에 한해 마스크 규제를 풀었었습니다. 백신을 안 맞은 사람들은 원래 마스크도 잘 안 쓰는데, 백신 맞은 사람도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게 됐습니다. 그도 모자라 미국 정부는 9 월에 등교할 학생들도 백신 맞으면 마스크 착용 면제해주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다 확진자가 폭증하자 교사와 간호사 단체 , 일부 지방정부들이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 환자 많은 LA 카운티 등은 실행에 옮기기도 했습니다. 연방정부 반응은 어땠을까요? 월렌스키 CDC 국장은 "스스로 생각할 때 추가보호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쓰라"고 은근히 착용을 권하면서도 “( 백신 접종자는 마스크를 벗도록 한 ) 지침은 여전하다 ”면서도 못박았습니다.


사실 백신 접종자라고 모두 안전할 순 없습니다 . LA 카운티는 감염자의 20%가 백신 접종자라고 발표했고, 백악관에서조차 돌파 감염자가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는 다른 지침은 마련하지 않은 채, 백신의 효능을 믿는다 백신에만 올인하는 분위기입니다 .

백신의 과학그늘엔 정치적 부담

미국 정부의 백신 만능론 ’을 정치적 이유를 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과학을 믿자'며 백신을 무기로 전임 트럼프 정부와 차별을 꾀했던 바이든 정부입니다 . 남아돌 정도로 백신을 투입한 결과, 코로나 19 확산세는 취임 이후 20 분의 1 로 감소했고 , 미국은 락다운 ( 봉쇄)에서 해방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탱하는 정치적 자산입니다.

확산세가 거세다 해서 바이든 행정부가 백신 외의 다른 통제조치를 발빠르게 재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아직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세가 완전히 꺼지지 않고, 내년 중간선거 결과도 장담하기 힘듭니다. 마스크 다시 쓰자 , 각종 제한조치도 복원하자 말한다면 당장 트럼프 대통령 때와 달라진 게 뭐냐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스터샷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신 접종의 일환이긴 하지만, 정식 도입하는 순간 그동안 맞은 백신은 뭐냐는 반박이 나올 수 있습니다. 미 국 정부가 부스터샷 도입에 아직 공식적으로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공화당에서도 "백신 접종 지지"...가을 반전은 올까


미국 정부가 부스터샷 가능성 을 언급하며 사들인 대량의 화이자 백신은 확진자 급증 이후 미국이 내놓은 사실상의 첫 추가조치이기도 합니다. 돌고 돌아 해법이 또 백신 이 되는 셈이긴 하지만, 각종 부담에도 불구하고 부스터샷을 염두에 둔 백신을 구매한 건 그만큼 미국 정부의 상황 인식이 심각하다는 뜻입니다. 어떻게든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오히려 더 큰 정치적 부담이 올 수도 있다, 바이든 정부의 절박함도 엿보입니다 .

사실 이 부담은 그동안 백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 반대편, 공화당도 마찬가집니다 . 백신을 맞지 않아 확진자가 폭증한 지역들 대부분이 공화당 지지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자 , 그간 백신에 냉소적 메시지를 보내던 공화당 의원들 일부도 태도를 바꿔 백신 접종을 권하기 시작했습니다. 백신이라는 황금 열쇠를 들고도 그동안 제대로 쓰지 못했던 미국이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올 가을이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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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25 10:37:32
    • 수정2021-07-25 10:40:38
    특파원 리포트

현지 시간 23 , 미국 정부가 화이자 백신의 대규모 추가 구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 무려 2 억 회 분입니다 .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새 백신이 승인될 경우 최신 백신을 구매할 수 있는 옵션도 알뜰히 챙겼습니다 .

백악관이 밝힌 사유는 ' 미래에 대한 대비 ' 입니다 . 12 세 이하에 대한 백신 접종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단 사놓겠다, 혹시 있을지 모를 부스터샷 ( 추가접종 ) 도 대비하겠다고 했습니다 . " 최대한 유연성을 확보하고 싶다 ".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말입니다.

화이자가 부스터샷 필요하지 않냐고 나섰던 2주 전만 해도 미국 정부는 "당장 필요 없다"고 선을 그었었습니다. 하지만 화이자 구매 발표 하루 전인 22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 의 자문역인 예방접종자문위( ACIP)는 면역력이 낮은 사람에겐 부스터샷이 필요할 거라며 다른 견해를 내놨습니다.

관련 규제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공식 권고는 안 하겠다면서도 제한적 범위 내에서의 부스터샷의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부스터샷 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폭증하는 델타 변이...‘백신 맞아라열 올리는 미국

변화의 요인은 폭증하는 코로나19 감염자 수입니다. 7 4 , 독립기념일에 '코로나19로부터의 독립'을 예상했을 정도로 낮아졌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그 직후부터 매주 배로 늘고 있습니다.

7 5 11,425 (CDC 기준 ) 이었던 일일 신규 확진자가 12일엔 21,529 명, 19 33,097 , 23일에는 64,317명까지 치솟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코 로나 19 와의 전쟁을 선포하기 전인 4 월 중순( 7 5 천 명 대)으로 회귀한 겁니다.


급해진 미국 정부는 백신 접종률과 감염의 상관관계를 주목하라며 미접종자들을 향해 강한 언사를 쏟아냈습니다. 신규 확진 사례의 약 40% 가 백신 접종률이 평균에 미달하는 3 개 주 ( 플로리다 , 미주리 , 텍사스 ) 에서 나왔다 ”, “ 재확산하는 코로나 19 는 백신 미접종자들의 팬데믹 ”, “ 백신 불신을 조장하는 허위정보 , 간과하지 않겠다 ”. 지난 2 주 간 백악관이 쏟아낸 말들입니다 .

백신 밖엔 답 없다’며 말 폭탄...다른 조치엔 미적미적

미국이 백신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백신 말고는 다른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대표적인 게 마스크 착용입니다 .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하지만, 백신 접종률 높은 미국은 접종자에 한해 마스크 규제를 풀었었습니다. 백신을 안 맞은 사람들은 원래 마스크도 잘 안 쓰는데, 백신 맞은 사람도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게 됐습니다. 그도 모자라 미국 정부는 9 월에 등교할 학생들도 백신 맞으면 마스크 착용 면제해주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다 확진자가 폭증하자 교사와 간호사 단체 , 일부 지방정부들이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 환자 많은 LA 카운티 등은 실행에 옮기기도 했습니다. 연방정부 반응은 어땠을까요? 월렌스키 CDC 국장은 "스스로 생각할 때 추가보호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쓰라"고 은근히 착용을 권하면서도 “( 백신 접종자는 마스크를 벗도록 한 ) 지침은 여전하다 ”면서도 못박았습니다.


사실 백신 접종자라고 모두 안전할 순 없습니다 . LA 카운티는 감염자의 20%가 백신 접종자라고 발표했고, 백악관에서조차 돌파 감염자가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는 다른 지침은 마련하지 않은 채, 백신의 효능을 믿는다 백신에만 올인하는 분위기입니다 .

백신의 과학그늘엔 정치적 부담

미국 정부의 백신 만능론 ’을 정치적 이유를 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과학을 믿자'며 백신을 무기로 전임 트럼프 정부와 차별을 꾀했던 바이든 정부입니다 . 남아돌 정도로 백신을 투입한 결과, 코로나 19 확산세는 취임 이후 20 분의 1 로 감소했고 , 미국은 락다운 ( 봉쇄)에서 해방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탱하는 정치적 자산입니다.

확산세가 거세다 해서 바이든 행정부가 백신 외의 다른 통제조치를 발빠르게 재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아직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세가 완전히 꺼지지 않고, 내년 중간선거 결과도 장담하기 힘듭니다. 마스크 다시 쓰자 , 각종 제한조치도 복원하자 말한다면 당장 트럼프 대통령 때와 달라진 게 뭐냐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스터샷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신 접종의 일환이긴 하지만, 정식 도입하는 순간 그동안 맞은 백신은 뭐냐는 반박이 나올 수 있습니다. 미 국 정부가 부스터샷 도입에 아직 공식적으로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공화당에서도 "백신 접종 지지"...가을 반전은 올까


미국 정부가 부스터샷 가능성 을 언급하며 사들인 대량의 화이자 백신은 확진자 급증 이후 미국이 내놓은 사실상의 첫 추가조치이기도 합니다. 돌고 돌아 해법이 또 백신 이 되는 셈이긴 하지만, 각종 부담에도 불구하고 부스터샷을 염두에 둔 백신을 구매한 건 그만큼 미국 정부의 상황 인식이 심각하다는 뜻입니다. 어떻게든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오히려 더 큰 정치적 부담이 올 수도 있다, 바이든 정부의 절박함도 엿보입니다 .

사실 이 부담은 그동안 백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 반대편, 공화당도 마찬가집니다 . 백신을 맞지 않아 확진자가 폭증한 지역들 대부분이 공화당 지지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자 , 그간 백신에 냉소적 메시지를 보내던 공화당 의원들 일부도 태도를 바꿔 백신 접종을 권하기 시작했습니다. 백신이라는 황금 열쇠를 들고도 그동안 제대로 쓰지 못했던 미국이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올 가을이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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