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20kg 장비까지…소방대원 ‘회복 차량’ 언제쯤?

입력 2021.07.26 (10:01) 수정 2021.07.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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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진압 활동 중인 소방대원들화재 진압 활동 중인 소방대원들

요즘 같은 불볕 더위에도 화염과 연기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소방대원들이죠.

폭염 속에 오랜 시간 불을 끄거나 구조 활동을 하다 보면 탈진하는 일도 잦은데, 이들은 어디에서 휴식을 취하는 걸까요?

■ 폭염 속 사투 벌이는 소방대원들…휴식은 맨 바닥에서

폭염주의보가 내려져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웃돈 지난 16일, 소방대원들이 이틀째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전날 부산 강서구의 한 공장 앞마당에 서 있던 LP가스 운반차에 불이 났는데, 혹시 모를 폭발을 막기 위해 탱크에 남은 가스를 빼내는 작업이 다음 날까지 이어진 겁니다.

산소 절단기로 LP 가스를 소진하는 작업 중인 소방대원산소 절단기로 LP 가스를 소진하는 작업 중인 소방대원

당시 현장에는 빼낸 가스를 태워 없애기 위해 불꽃을 내뿜는 대형 산소 절단기까지 3대나 동원됐는데요. 이 때문에 주변 온도는 훨씬 높게 치솟았습니다. 현장 부근에 있던 취재진의 피부에도 열감이 느껴져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였죠.

이처럼 장시간 활동이 이어질 경우 소방대원들이 교대로 투입됩니다. 하지만 교대 이후에도 소방서로 복귀하지 않고 현장에서 대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20kg 가까운 장비를 벗어두고 잠시라도 쉴 곳은 마땅치 않습니다.

보통 그늘진 곳을 찾아 맨 바닥에서 쉬고, 운이 좋으면 주변 건물에 들어가 쉬기도 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이마저 녹록지 않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한여름 대낮에는 에어컨 없이 제대로 휴식을 취하기 어렵습니다.

■ 냉난방 시설 등 휴식 시설 갖춘 회복 차량 전국에 6대뿐

이런 상황에 대비해 지난해 소방청이 '회복 차량'을 마련했습니다.

트레일러나 화물차를 개조해 냉난방 시설은 물론 의자와 탁자, 냉장고, 화장실 등 휴식에 필요한 것들을 갖춘 차량입니다. 탈진한 대원을 위해서 2층 침대와 산소 공급 장비도 마련돼 있습니다.


대형 화재나 실종자 수색 등 장시간 활동이 이어지는 현장이 생기면 그곳으로 달려가 대원들의 휴식처 역할을 하는 '바퀴 달린 휴게실'인 셈이죠.

하지만 회복 차량은 중앙119구조본부와 서울, 대전 등 전국에 6대뿐입니다. 부산의 경우 대구에 있는 영남119특수구조대가 보유하고 있는 회복 차량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회복 차량이 도착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인접 지역에서 여러 재난이 한꺼번에 발생하면 회복 차량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영남119특수구조대가 보유 중인 회복 차량영남119특수구조대가 보유 중인 회복 차량

■ 부산 특성상 장시간 활동 잦아…소방대원 피로도 줄여야 능률↑

최근 3년간 부산에서 관할 소방서나 인접 소방서의 장비와 인력을 모두 동원하는 대응 1, 2단계가 발령된 건 66차례에 이릅니다.

부산은 지역 특성상 소방대원들이 장시간 활동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데요.

부산소방재난본부 구조구급과 김병혁 주임은 "부산은 해수욕장을 끼고 있어 실종자 수색도 잦고, 민가와 인접한 산이나 초고층 건축물, 공장 지대도 있어 한번 불이 나면 하루 이상 활동이 이어지는 현장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소방대원들의 화재 진압이나 구조 능률을 높여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휴식으로 피로도를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취재진에게 회복 차량에 대해 설명 중인 부산소방재난본부 직원들취재진에게 회복 차량에 대해 설명 중인 부산소방재난본부 직원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이르면 내년쯤 회복 차량 도입에 필요한 예산 5억 5천만 원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회복 차량은 소방대원의 휴식 공간뿐 아니라 각종 재난 현장에서 가벼운 부상을 입은 환자들을 병원으로 옮기기 전 대기 공간이나 실종자나 구조 대상자 가족이 머무는 장소로도 활용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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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에 20kg 장비까지…소방대원 ‘회복 차량’ 언제쯤?
    • 입력 2021-07-26 10:01:02
    • 수정2021-07-26 10:01:57
    취재K
화재 진압 활동 중인 소방대원들
요즘 같은 불볕 더위에도 화염과 연기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소방대원들이죠.

폭염 속에 오랜 시간 불을 끄거나 구조 활동을 하다 보면 탈진하는 일도 잦은데, 이들은 어디에서 휴식을 취하는 걸까요?

■ 폭염 속 사투 벌이는 소방대원들…휴식은 맨 바닥에서

폭염주의보가 내려져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웃돈 지난 16일, 소방대원들이 이틀째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전날 부산 강서구의 한 공장 앞마당에 서 있던 LP가스 운반차에 불이 났는데, 혹시 모를 폭발을 막기 위해 탱크에 남은 가스를 빼내는 작업이 다음 날까지 이어진 겁니다.

산소 절단기로 LP 가스를 소진하는 작업 중인 소방대원
당시 현장에는 빼낸 가스를 태워 없애기 위해 불꽃을 내뿜는 대형 산소 절단기까지 3대나 동원됐는데요. 이 때문에 주변 온도는 훨씬 높게 치솟았습니다. 현장 부근에 있던 취재진의 피부에도 열감이 느껴져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였죠.

이처럼 장시간 활동이 이어질 경우 소방대원들이 교대로 투입됩니다. 하지만 교대 이후에도 소방서로 복귀하지 않고 현장에서 대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20kg 가까운 장비를 벗어두고 잠시라도 쉴 곳은 마땅치 않습니다.

보통 그늘진 곳을 찾아 맨 바닥에서 쉬고, 운이 좋으면 주변 건물에 들어가 쉬기도 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이마저 녹록지 않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한여름 대낮에는 에어컨 없이 제대로 휴식을 취하기 어렵습니다.

■ 냉난방 시설 등 휴식 시설 갖춘 회복 차량 전국에 6대뿐

이런 상황에 대비해 지난해 소방청이 '회복 차량'을 마련했습니다.

트레일러나 화물차를 개조해 냉난방 시설은 물론 의자와 탁자, 냉장고, 화장실 등 휴식에 필요한 것들을 갖춘 차량입니다. 탈진한 대원을 위해서 2층 침대와 산소 공급 장비도 마련돼 있습니다.


대형 화재나 실종자 수색 등 장시간 활동이 이어지는 현장이 생기면 그곳으로 달려가 대원들의 휴식처 역할을 하는 '바퀴 달린 휴게실'인 셈이죠.

하지만 회복 차량은 중앙119구조본부와 서울, 대전 등 전국에 6대뿐입니다. 부산의 경우 대구에 있는 영남119특수구조대가 보유하고 있는 회복 차량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회복 차량이 도착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인접 지역에서 여러 재난이 한꺼번에 발생하면 회복 차량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영남119특수구조대가 보유 중인 회복 차량
■ 부산 특성상 장시간 활동 잦아…소방대원 피로도 줄여야 능률↑

최근 3년간 부산에서 관할 소방서나 인접 소방서의 장비와 인력을 모두 동원하는 대응 1, 2단계가 발령된 건 66차례에 이릅니다.

부산은 지역 특성상 소방대원들이 장시간 활동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데요.

부산소방재난본부 구조구급과 김병혁 주임은 "부산은 해수욕장을 끼고 있어 실종자 수색도 잦고, 민가와 인접한 산이나 초고층 건축물, 공장 지대도 있어 한번 불이 나면 하루 이상 활동이 이어지는 현장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소방대원들의 화재 진압이나 구조 능률을 높여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휴식으로 피로도를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취재진에게 회복 차량에 대해 설명 중인 부산소방재난본부 직원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이르면 내년쯤 회복 차량 도입에 필요한 예산 5억 5천만 원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회복 차량은 소방대원의 휴식 공간뿐 아니라 각종 재난 현장에서 가벼운 부상을 입은 환자들을 병원으로 옮기기 전 대기 공간이나 실종자나 구조 대상자 가족이 머무는 장소로도 활용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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