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군은 어떻게 말을 바꿨나? 청해부대 ‘항체키트’ 첫 보도, 그 후

입력 2021.07.28 (07:00) 수정 2021.07.2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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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다 감염 되고 끝날 것 같은데요" 전문가의 제보로 시작된 취재

"거의 다 감염이 되고 끝날 것 같은데요."

토요일이던 17일 오전, 한 감염전문가가 KBS 취재진에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청해부대원 1명이 현지 PCR 검사에서 추가 양성 판정을 받아, 확진자가 7명으로 늘었다'는 아침 뉴스 속보가 나간 뒤였습니다.

부대원 301명 중 7명만 '확진' 판정을 받은 상황인데도 '대부분 감염'을 예상한 것입니다.

이 전문가는 "청해부대가 가져간 검사키트가 '항원' 검사 키트가 아니라 '항체' 검사 키트였습니다. 누가 이런 결정을 했는 지 밝혀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항체키트가 왜?

무심코 들었던 '항체검사' 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청해부대 상황이 알려진 15일, 해외파병부대 지휘 책임이 있는 합동참모본부의 한 관계자가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한 설명 일부를 소개합니다.

"청해부대가 항해 중이던 7월 10일 다수의 감기 증상자가 있어서 40여 명에 대해 신속항체검사를 했는데 '음성'으로 나왔고, 엑스-레이에서도 폐렴 증상은 없었습니다"
-합참 관계자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 대응 TF팀장인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신속항체진단키트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한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항체검사는 절대로 현재의 코로나19 감염 진단을 위해서 쓰는 게 아니에요. 대체 왜 항체검사키트를 가져간 건지 이해가 잘 안 갑니다. 항원검사는 노출 환경이 다양한 지역사회 감염자에 대해서는 신뢰도가 많이 떨어지지만, 이번 경우처럼 단체생활을 하고 접촉 시기나 환경이 비슷할 때는 신뢰할 만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군에서는 이미 신속 PCR 검사 장비를 사용하고 있고, 그게 어렵다면 '항원검사키트'를 가져갔어야 합니다."
-이혁민 교수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처음으로 항원 진단시약과 항체 진단시약 각 1종씩을 정식 허가하며 상세한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항체검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생성 여부 즉 면역이 생겼는 지를 확인하는 게 목적이고, 항원검사와 유전자 검사(PCR)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목적이라고 명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날(17일) 청해부대원 50명에 대한 '항원검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청해부대가 PCR 검사를 위해 이동한 국가의 방역수칙에 따라 실시한 것인데, 49명이 양성으로 나왔습니다.

40여 명이 '음성'으로 나온 항체검사 결과와는 정반대입니다. '항체검사'의 문제점에 대한 첫 보도는 그렇게 이뤄졌습니다.

[7.17 KBS뉴스9] 청해부대 간이 검사에서 49명 양성...집단감염 현실화


■ "항체검사 하루 5명씩 했는데도 모두 음성"

하지만 '항체키트'는 청해부대에게는 유일한 진단 수단이었습니다. 청해부대에는 내과 군의관도 없었습니다. 주로 외상 환자가 많은 부대 특성상 외과와 마취과 군의관이 배치돼 왔기 때문입니다.

청해부대에서 코로나19를 의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항체검사가 여러 날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이채익 국회 국방위원실에 따르면 합참은 "7월 2일 첫 감기증상자가 나타난 이후 10일까지, 증상이 나타난 장병에 대해 하루 5명씩 신속항체검사를 실시했는데 음성이 나왔고, 약을 처방했더니 열이 내리는 경우도 있어 심각하게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고 당시 청해부대 상황을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감기 증상을 한 번이라도 겪은 장병의 수는 8일간 95명까지 늘었습니다. 결국, 부대원 3분의 1은 아프고 나서야 PCR 검사 실시 결정이 났는데, 청해부대에는 PCR 진단키트가 없었던 탓에 인접 항구로의 이동까지 3일이 더 걸렸습니다.

7월 16일 실시된 모든 부대원에 대한 PCR검사에서 247명, 부대원의 82%가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첫 증상자가 나타난 지 2주 만에 나타난 결과였습니다.

■ '항체키트' 문제되자 계속 달라지는 軍의 해명

부적절한 진단 검사 장비를 싣고 청해부대는 아프리카로 떠났지만,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국방부는, 청해부대에서 '항원검사'를 한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16일, 질병관리청 브리핑에서는 국방부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이라며 "청해부대의 경우 코로나 진단을 위해 일차적으로는 보유한 신속항원 검사키트를 사용한다" 라는 설명이 나왔습니다.

해군은 처음에는 '항체키트'가 당시에는 최선이었다는 답변을 내놨다가, 며칠 뒤 착오로 '항원키트'를 안 가져갔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20일, 해군은 국방부가 전군에 시달한「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활용지침은 반드시 항원 키트를 구비하라는 '지시' 가 아니었고 일종의 권고였기 때문에 자체 판단에 따라 청해부대에 항체키트를 보급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자체 판단의 근거는, 국방부 지침에 항원키트 정확도는 41.5%라고 나와 있는 반면 항체키트는 신뢰도가 80-90%라는 업체의 주장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PCR 검사를 급하게 실시하기 어려운 부대는 진단 보조용으로 활용할 수 있음.
- 2020년 12월 22일, 국방부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활용지침」

그런데 23일, 다시 말을 바꿨습니다. 신속항원검사키트를 확보했으나 청해부대에는 싣지 않았고 보급을 해주는 의무부대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해군은 국방부 지침에 따라 올해 1월 14일 의무실장 전결로 신속항원검사키트 사용지침을 시달함.
청해부대에도 보급 지시는 됐으나, 파병 전 격리 및 실무부대 간 확인 미흡으로 적재하지 못한 채 출항했음. - 해군



■부적절한 진단키트 보급됐는데 "신속진단키트 검사 결과에 따라 조치"

'항체키트'를 가져간 청해부대에 합참은 신속항원검사와 신속유전자 증폭검사(신속 PCR) 키트를 추가로 보급하지도 않았습니다. 2~3주에 한 번은 기항지에 들르는 기회가 있는데도 말입니다.

각국에서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4월 긴급 주요지휘관 회의에서는 국방장관이 '감염 우려가 높은 ' 함정 근무자에 대해 선제적이고 주기적인 PCR 검사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청해부대에서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26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원인철 합참의장은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해당 부대에서는 감기라고 판단하고 코로나라는 것은 염두에 두지를 못했던 것 같다. 아쉬운 부분은 7월 2일 첫 번째 감기환자가 발생한 이후에 합참에 7월 10일 최초 보고가 됐는데 그 기간 동안 조금 더 빨리 합참에 보고를 했으면..."이라고 말했습니다.

왜 오판을 했는지, 왜 보고가 늦었는지를 따져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백신도 맞지 않은 채 장기 임무를 떠난 장병에게, 군 당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어떤 추가 조치를 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합참의 「코로나19 관련 대비지침 및 우발계획」중 청해부대 대비계획을 보면 "증상 발현 시 격리 조치, 증상에 따른 치료, 군의관의 판단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신속진단키트 검사 후 결과에 따라 조치"하라고 돼 있습니다.

엉뚱한 신속진단키트에서 초래된 '음성' 결과.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과오는 전체 부대원 301명 중 90% 감염, 해외 파병 작전 중 조기 귀국이라는 상처와 불명예를 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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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군은 어떻게 말을 바꿨나? 청해부대 ‘항체키트’ 첫 보도, 그 후
    • 입력 2021-07-28 07:00:31
    • 수정2021-07-28 07:03:41
    취재후·사건후

■ "거의 다 감염 되고 끝날 것 같은데요" 전문가의 제보로 시작된 취재

"거의 다 감염이 되고 끝날 것 같은데요."

토요일이던 17일 오전, 한 감염전문가가 KBS 취재진에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청해부대원 1명이 현지 PCR 검사에서 추가 양성 판정을 받아, 확진자가 7명으로 늘었다'는 아침 뉴스 속보가 나간 뒤였습니다.

부대원 301명 중 7명만 '확진' 판정을 받은 상황인데도 '대부분 감염'을 예상한 것입니다.

이 전문가는 "청해부대가 가져간 검사키트가 '항원' 검사 키트가 아니라 '항체' 검사 키트였습니다. 누가 이런 결정을 했는 지 밝혀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항체키트가 왜?

무심코 들었던 '항체검사' 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청해부대 상황이 알려진 15일, 해외파병부대 지휘 책임이 있는 합동참모본부의 한 관계자가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한 설명 일부를 소개합니다.

"청해부대가 항해 중이던 7월 10일 다수의 감기 증상자가 있어서 40여 명에 대해 신속항체검사를 했는데 '음성'으로 나왔고, 엑스-레이에서도 폐렴 증상은 없었습니다"
-합참 관계자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 대응 TF팀장인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신속항체진단키트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한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항체검사는 절대로 현재의 코로나19 감염 진단을 위해서 쓰는 게 아니에요. 대체 왜 항체검사키트를 가져간 건지 이해가 잘 안 갑니다. 항원검사는 노출 환경이 다양한 지역사회 감염자에 대해서는 신뢰도가 많이 떨어지지만, 이번 경우처럼 단체생활을 하고 접촉 시기나 환경이 비슷할 때는 신뢰할 만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군에서는 이미 신속 PCR 검사 장비를 사용하고 있고, 그게 어렵다면 '항원검사키트'를 가져갔어야 합니다."
-이혁민 교수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처음으로 항원 진단시약과 항체 진단시약 각 1종씩을 정식 허가하며 상세한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항체검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생성 여부 즉 면역이 생겼는 지를 확인하는 게 목적이고, 항원검사와 유전자 검사(PCR)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목적이라고 명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날(17일) 청해부대원 50명에 대한 '항원검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청해부대가 PCR 검사를 위해 이동한 국가의 방역수칙에 따라 실시한 것인데, 49명이 양성으로 나왔습니다.

40여 명이 '음성'으로 나온 항체검사 결과와는 정반대입니다. '항체검사'의 문제점에 대한 첫 보도는 그렇게 이뤄졌습니다.

[7.17 KBS뉴스9] 청해부대 간이 검사에서 49명 양성...집단감염 현실화


■ "항체검사 하루 5명씩 했는데도 모두 음성"

하지만 '항체키트'는 청해부대에게는 유일한 진단 수단이었습니다. 청해부대에는 내과 군의관도 없었습니다. 주로 외상 환자가 많은 부대 특성상 외과와 마취과 군의관이 배치돼 왔기 때문입니다.

청해부대에서 코로나19를 의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항체검사가 여러 날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이채익 국회 국방위원실에 따르면 합참은 "7월 2일 첫 감기증상자가 나타난 이후 10일까지, 증상이 나타난 장병에 대해 하루 5명씩 신속항체검사를 실시했는데 음성이 나왔고, 약을 처방했더니 열이 내리는 경우도 있어 심각하게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고 당시 청해부대 상황을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감기 증상을 한 번이라도 겪은 장병의 수는 8일간 95명까지 늘었습니다. 결국, 부대원 3분의 1은 아프고 나서야 PCR 검사 실시 결정이 났는데, 청해부대에는 PCR 진단키트가 없었던 탓에 인접 항구로의 이동까지 3일이 더 걸렸습니다.

7월 16일 실시된 모든 부대원에 대한 PCR검사에서 247명, 부대원의 82%가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첫 증상자가 나타난 지 2주 만에 나타난 결과였습니다.

■ '항체키트' 문제되자 계속 달라지는 軍의 해명

부적절한 진단 검사 장비를 싣고 청해부대는 아프리카로 떠났지만,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국방부는, 청해부대에서 '항원검사'를 한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16일, 질병관리청 브리핑에서는 국방부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이라며 "청해부대의 경우 코로나 진단을 위해 일차적으로는 보유한 신속항원 검사키트를 사용한다" 라는 설명이 나왔습니다.

해군은 처음에는 '항체키트'가 당시에는 최선이었다는 답변을 내놨다가, 며칠 뒤 착오로 '항원키트'를 안 가져갔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20일, 해군은 국방부가 전군에 시달한「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활용지침은 반드시 항원 키트를 구비하라는 '지시' 가 아니었고 일종의 권고였기 때문에 자체 판단에 따라 청해부대에 항체키트를 보급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자체 판단의 근거는, 국방부 지침에 항원키트 정확도는 41.5%라고 나와 있는 반면 항체키트는 신뢰도가 80-90%라는 업체의 주장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PCR 검사를 급하게 실시하기 어려운 부대는 진단 보조용으로 활용할 수 있음.
- 2020년 12월 22일, 국방부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활용지침」

그런데 23일, 다시 말을 바꿨습니다. 신속항원검사키트를 확보했으나 청해부대에는 싣지 않았고 보급을 해주는 의무부대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해군은 국방부 지침에 따라 올해 1월 14일 의무실장 전결로 신속항원검사키트 사용지침을 시달함.
청해부대에도 보급 지시는 됐으나, 파병 전 격리 및 실무부대 간 확인 미흡으로 적재하지 못한 채 출항했음. - 해군



■부적절한 진단키트 보급됐는데 "신속진단키트 검사 결과에 따라 조치"

'항체키트'를 가져간 청해부대에 합참은 신속항원검사와 신속유전자 증폭검사(신속 PCR) 키트를 추가로 보급하지도 않았습니다. 2~3주에 한 번은 기항지에 들르는 기회가 있는데도 말입니다.

각국에서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4월 긴급 주요지휘관 회의에서는 국방장관이 '감염 우려가 높은 ' 함정 근무자에 대해 선제적이고 주기적인 PCR 검사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청해부대에서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26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원인철 합참의장은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해당 부대에서는 감기라고 판단하고 코로나라는 것은 염두에 두지를 못했던 것 같다. 아쉬운 부분은 7월 2일 첫 번째 감기환자가 발생한 이후에 합참에 7월 10일 최초 보고가 됐는데 그 기간 동안 조금 더 빨리 합참에 보고를 했으면..."이라고 말했습니다.

왜 오판을 했는지, 왜 보고가 늦었는지를 따져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백신도 맞지 않은 채 장기 임무를 떠난 장병에게, 군 당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어떤 추가 조치를 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합참의 「코로나19 관련 대비지침 및 우발계획」중 청해부대 대비계획을 보면 "증상 발현 시 격리 조치, 증상에 따른 치료, 군의관의 판단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신속진단키트 검사 후 결과에 따라 조치"하라고 돼 있습니다.

엉뚱한 신속진단키트에서 초래된 '음성' 결과.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과오는 전체 부대원 301명 중 90% 감염, 해외 파병 작전 중 조기 귀국이라는 상처와 불명예를 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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