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강요당한 불법 체류 여성, 경찰서 갔더니…

입력 2021.07.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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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아기를 키우고 있는 28살 태국인 여성 A 씨는 한국에 들어와 안마시술소에 취직했다. 성매매 업소인 줄 모르고 일을 시작했지만, 업주들은 A씨에게 지속적으로 성매매를 강요했다. 결국 업주들은 시키는 대로 성매매를 하지 않는다며 안산 단원경찰서에 A씨를 끌고왔다. 불법 체류자인 A씨의 약점을 잡은 것이다.

경기도 평택에서 스리랑카 국적의 남성과 교제했던 필리핀 여성 B 씨. B 씨에 대한 사랑은 곧 집착을 넘어 데이트 폭력으로 변했다. B 씨는 남성에게 그만 만나자고 했지만, 남성은 B 씨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집에 무단으로 침입하기도 했다.

범죄 피해를 입은 외국인 이주 여성은 한국 경찰에 회의적이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이주 여성 중 `범죄 피해 경험이 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46.8%. 이 중 범죄 피해를 신고하지 않은 비율은 절반이 넘는 55.8%를 차지한다.

경찰에 도움을 청하지 않는 이유는 이들 대부분이 불법 체류자이기 때문이다. 이주 여성의 불안한 신분이 오히려 더 큰 처벌을 받을까 고민하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다. 우리 말에 서툰데다, 정보 부족으로 피해를 보더라도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이들도 많다.

A 씨와 B 씨는 어떻게 됐을까. 경기남부경찰청이 운영하는 `범죄피해 이주여성 보호·지원 협의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경찰이 자치단체와 다문화센터, 전문가 등과 함께 가정폭력, 성폭력 등 범죄 피해를 본 이주 여성에 대한 신변보호·의료·법률 지원을 하는 협의체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운영하는 범죄피해 이주여성 보호·지원 협의체경기남부경찰청이 운영하는 범죄피해 이주여성 보호·지원 협의체

협의체는 A 씨를 업주들로부터 신변 보호 조치하는 한편, 무료로 건강 검진을 받게 했다. 또 출생 미등록 상태였던 아기의 여권 발급도 지원했다. 출입국·외국인청은 A 씨의 불법 체류 범칙금을 면제했고, A 씨는 본인의 의지로 무사히 태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평택경찰서 외사계 경찰관은 B 씨가 연이어 경찰에 신고한 점에 주목했다. 이대로 두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 신변 보호와 함께 스리랑카 남성을 강제 출국 조치했다. B 씨에게 피해자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미용·제빵 등 전문 기술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했다.

A 씨와 B 씨는 운이 좋은 편이다. 범죄 피해를 입고도 참고만 지내는 이주 여성들이 있다. 범죄 피해를 당하더라도, 불법 체류 처벌을 피하기 위해 경찰에 알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경찰은 불법 체류자일지라도 범죄 피해자로 인정되면, 출입국 당국에 통보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범죄 피해자로서 조사부터 받게 하지, 당장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계하는 등 강제 출국 절차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심사를 거쳐 불법 체류에 대한 범칙금이 면제될 수도 있다.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사회적 약자인 이주 여성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협력 관계를 강화해 피해 보상과 자립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소속 24개 경찰서에서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수원권(수원중·남·서부), 부천권(부천소사·원미·오정), 안산권(안산단원·상록), 화성권(화성서부·동탄), 시흥, 평택, 광주, 김포, 이천, 안성 등이다. 지난해 안산단원경찰서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 6월까지 범죄 피해 이주 여성 7명을 지원했다.

범죄 피해 이주여성은 112로 전화하면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12는 외국인 통역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어서 베트남어, 우즈벡어, 필리핀어, 미얀마어, 캄보디아어 등으로도 신고가 가능하다. 한국관광공사 종합서비스인 티티콜(1330), 여성가족부의 다누리콜센터(1577-1366)에서도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니, 이런 서비스를 통해 경찰 신고가 가능하다. 범죄 피해를 입는 이주 여성이 주변에 있다면, 신고를 권하거나 대신 신고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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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28 08:01:42
    취재K

홀로 아기를 키우고 있는 28살 태국인 여성 A 씨는 한국에 들어와 안마시술소에 취직했다. 성매매 업소인 줄 모르고 일을 시작했지만, 업주들은 A씨에게 지속적으로 성매매를 강요했다. 결국 업주들은 시키는 대로 성매매를 하지 않는다며 안산 단원경찰서에 A씨를 끌고왔다. 불법 체류자인 A씨의 약점을 잡은 것이다.

경기도 평택에서 스리랑카 국적의 남성과 교제했던 필리핀 여성 B 씨. B 씨에 대한 사랑은 곧 집착을 넘어 데이트 폭력으로 변했다. B 씨는 남성에게 그만 만나자고 했지만, 남성은 B 씨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집에 무단으로 침입하기도 했다.

범죄 피해를 입은 외국인 이주 여성은 한국 경찰에 회의적이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이주 여성 중 `범죄 피해 경험이 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46.8%. 이 중 범죄 피해를 신고하지 않은 비율은 절반이 넘는 55.8%를 차지한다.

경찰에 도움을 청하지 않는 이유는 이들 대부분이 불법 체류자이기 때문이다. 이주 여성의 불안한 신분이 오히려 더 큰 처벌을 받을까 고민하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다. 우리 말에 서툰데다, 정보 부족으로 피해를 보더라도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이들도 많다.

A 씨와 B 씨는 어떻게 됐을까. 경기남부경찰청이 운영하는 `범죄피해 이주여성 보호·지원 협의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경찰이 자치단체와 다문화센터, 전문가 등과 함께 가정폭력, 성폭력 등 범죄 피해를 본 이주 여성에 대한 신변보호·의료·법률 지원을 하는 협의체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운영하는 범죄피해 이주여성 보호·지원 협의체
협의체는 A 씨를 업주들로부터 신변 보호 조치하는 한편, 무료로 건강 검진을 받게 했다. 또 출생 미등록 상태였던 아기의 여권 발급도 지원했다. 출입국·외국인청은 A 씨의 불법 체류 범칙금을 면제했고, A 씨는 본인의 의지로 무사히 태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평택경찰서 외사계 경찰관은 B 씨가 연이어 경찰에 신고한 점에 주목했다. 이대로 두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 신변 보호와 함께 스리랑카 남성을 강제 출국 조치했다. B 씨에게 피해자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미용·제빵 등 전문 기술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했다.

A 씨와 B 씨는 운이 좋은 편이다. 범죄 피해를 입고도 참고만 지내는 이주 여성들이 있다. 범죄 피해를 당하더라도, 불법 체류 처벌을 피하기 위해 경찰에 알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경찰은 불법 체류자일지라도 범죄 피해자로 인정되면, 출입국 당국에 통보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범죄 피해자로서 조사부터 받게 하지, 당장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계하는 등 강제 출국 절차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심사를 거쳐 불법 체류에 대한 범칙금이 면제될 수도 있다.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사회적 약자인 이주 여성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협력 관계를 강화해 피해 보상과 자립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소속 24개 경찰서에서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수원권(수원중·남·서부), 부천권(부천소사·원미·오정), 안산권(안산단원·상록), 화성권(화성서부·동탄), 시흥, 평택, 광주, 김포, 이천, 안성 등이다. 지난해 안산단원경찰서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 6월까지 범죄 피해 이주 여성 7명을 지원했다.

범죄 피해 이주여성은 112로 전화하면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12는 외국인 통역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어서 베트남어, 우즈벡어, 필리핀어, 미얀마어, 캄보디아어 등으로도 신고가 가능하다. 한국관광공사 종합서비스인 티티콜(1330), 여성가족부의 다누리콜센터(1577-1366)에서도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니, 이런 서비스를 통해 경찰 신고가 가능하다. 범죄 피해를 입는 이주 여성이 주변에 있다면, 신고를 권하거나 대신 신고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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