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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붕괴 참사, 무리한 철거로 하중 못 견뎌 발생”
입력 2021.07.28 (14:13) 취재K
지난 6월 9일 광주광역시 학동 건물 붕괴사고 현장.지난 6월 9일 광주광역시 학동 건물 붕괴사고 현장.

9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당한 광주광역시 철거 건물 붕괴사고는, 무리한 철거로 불안정해진 건물이 성토된 흙과 굴삭기 등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광주 붕괴사고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습니다.


■ 무리한 철거로 건물 구조 취약해져 → 하중 견디지 못해 붕괴

경찰은 지하 1층, 지상 5층 높이의 건물 철거 작업이 해체계획서와 달리 건물 위쪽을 남겨두고 안쪽부터 파고 들어가는 방식으로 무리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건물은 'ㄷ'자 형태가 되면서 가로 방향의 하중에 취약한 구조가 됐습니다.

이렇게 약해진 건물에는 가로 방향의 하중이 여러 차례 가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굴착기를 높이 올리기 위해 쌓은 흙이 건물에 부담을 줬습니다.

건물 붕괴 이틀 전인 6월 7일 촬영된 사진. (제공=광주경찰청)건물 붕괴 이틀 전인 6월 7일 촬영된 사진. (제공=광주경찰청)

■ 공사비 아끼려 작업 반경 짧은 굴착기 사용…하중 더 커져

특히 철거를 위해 쌓은 흙은 원칙적으로 건물 바깥에 성토해야 하지만, 사고 현장에서는 건물 안쪽까지 흙이 채워져 있던 것도 문제였습니다.

경찰은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작업 반경이 10m에 불과한 굴착기가 사용됐고, 이 때문에 건물 안쪽까지 흙을 쌓아야 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30톤이 넘는 굴착기 자체의 무게가 더해졌고, 철거 과정에서 먼지가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물을 과도하게 뿌리면서 건물에 가해지는 하중이 더 커졌습니다. 건물 바닥을 보강했다면 하중을 조금 더 견딜 수도 있었겠지만, 보강 작업 역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이 같은 상황에서 철거를 위해 쌓은 흙이 무너지고, 건물 바닥이 주저앉으면서 결국 건물이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흙이 무너진 것과 건물이 주저앉은 것 가운데 무엇이 더 먼저 일어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안전 불감증에 기반해 무리한 철거 방법을 선택했고, 안전 관리자들의 주의 의무 위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붕괴에 이르렀다는 것이 수사본부의 결론입니다.


■ 무리한 철거, 손 놓은 업체들, 현장 안 본 감리…관행적 '지분 따먹기'도

이와 관련해 경찰은 철거 공사와 직접 관련이 있는 불법 재하도급·하도급 업체, 감리, 원청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등 9명을 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로 입건했고, 이 가운데 5명을 구속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불법 재하도급 업체의 대표는 해체계획서를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철거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원청인 현대산업개발과 하도급업체 관리자들은 무리한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감리자는 단 한 차례도 현장 감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하도급 계약을 공동으로 맺고도 실제 공사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수익 지분만 가져가는 이른바 '지분 따먹기'가 관행적으로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경찰은 '지분 따먹기'가 필연적으로 불법 하도급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데도 현행법에는 처벌 규정이 없는 상태라며, 관련 기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원인·책임자 규명 일단락…업체 계약·조합 수사 지속

이로써 광주 붕괴사고의 원인과 책임자 규명에 대한 수사는 일단락됐습니다. 그러나 무리한 철거 공사를 야기한 업체 선정 과정의 비리, 재개발 조합의 비위 등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조합 관계자 4명과 '브로커' 2명 등 14명을 입건해 이 가운데 1명을 구속한 상태입니다.

경찰은 금융 계좌 등에 대한 분석을 계속해 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돈의 흐름 등을 추적할 계획입니다.
  • “건물 붕괴 참사, 무리한 철거로 하중 못 견뎌 발생”
    • 입력 2021-07-28 14:13:56
    취재K
지난 6월 9일 광주광역시 학동 건물 붕괴사고 현장.지난 6월 9일 광주광역시 학동 건물 붕괴사고 현장.

9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당한 광주광역시 철거 건물 붕괴사고는, 무리한 철거로 불안정해진 건물이 성토된 흙과 굴삭기 등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광주 붕괴사고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습니다.


■ 무리한 철거로 건물 구조 취약해져 → 하중 견디지 못해 붕괴

경찰은 지하 1층, 지상 5층 높이의 건물 철거 작업이 해체계획서와 달리 건물 위쪽을 남겨두고 안쪽부터 파고 들어가는 방식으로 무리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건물은 'ㄷ'자 형태가 되면서 가로 방향의 하중에 취약한 구조가 됐습니다.

이렇게 약해진 건물에는 가로 방향의 하중이 여러 차례 가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굴착기를 높이 올리기 위해 쌓은 흙이 건물에 부담을 줬습니다.

건물 붕괴 이틀 전인 6월 7일 촬영된 사진. (제공=광주경찰청)건물 붕괴 이틀 전인 6월 7일 촬영된 사진. (제공=광주경찰청)

■ 공사비 아끼려 작업 반경 짧은 굴착기 사용…하중 더 커져

특히 철거를 위해 쌓은 흙은 원칙적으로 건물 바깥에 성토해야 하지만, 사고 현장에서는 건물 안쪽까지 흙이 채워져 있던 것도 문제였습니다.

경찰은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작업 반경이 10m에 불과한 굴착기가 사용됐고, 이 때문에 건물 안쪽까지 흙을 쌓아야 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30톤이 넘는 굴착기 자체의 무게가 더해졌고, 철거 과정에서 먼지가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물을 과도하게 뿌리면서 건물에 가해지는 하중이 더 커졌습니다. 건물 바닥을 보강했다면 하중을 조금 더 견딜 수도 있었겠지만, 보강 작업 역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이 같은 상황에서 철거를 위해 쌓은 흙이 무너지고, 건물 바닥이 주저앉으면서 결국 건물이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흙이 무너진 것과 건물이 주저앉은 것 가운데 무엇이 더 먼저 일어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안전 불감증에 기반해 무리한 철거 방법을 선택했고, 안전 관리자들의 주의 의무 위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붕괴에 이르렀다는 것이 수사본부의 결론입니다.


■ 무리한 철거, 손 놓은 업체들, 현장 안 본 감리…관행적 '지분 따먹기'도

이와 관련해 경찰은 철거 공사와 직접 관련이 있는 불법 재하도급·하도급 업체, 감리, 원청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등 9명을 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로 입건했고, 이 가운데 5명을 구속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불법 재하도급 업체의 대표는 해체계획서를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철거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원청인 현대산업개발과 하도급업체 관리자들은 무리한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감리자는 단 한 차례도 현장 감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하도급 계약을 공동으로 맺고도 실제 공사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수익 지분만 가져가는 이른바 '지분 따먹기'가 관행적으로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경찰은 '지분 따먹기'가 필연적으로 불법 하도급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데도 현행법에는 처벌 규정이 없는 상태라며, 관련 기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원인·책임자 규명 일단락…업체 계약·조합 수사 지속

이로써 광주 붕괴사고의 원인과 책임자 규명에 대한 수사는 일단락됐습니다. 그러나 무리한 철거 공사를 야기한 업체 선정 과정의 비리, 재개발 조합의 비위 등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조합 관계자 4명과 '브로커' 2명 등 14명을 입건해 이 가운데 1명을 구속한 상태입니다.

경찰은 금융 계좌 등에 대한 분석을 계속해 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돈의 흐름 등을 추적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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