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中 〈장진호〉 ‘정전협정일’에 집중 보도…남북한은?

입력 2021.07.28 (15:47) 수정 2021.07.2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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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을 앞둔 중국 영화 ‘장진호’의 주연 배우 우징(吴京) (출처=바이두)개봉을 앞둔 중국 영화 ‘장진호’의 주연 배우 우징(吴京) (출처=바이두)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 <장진호>가 <전랑2>가 세웠던 중국 역대 1위 흥행 기록을 깰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의 7월 27일자 기사 제목입니다.

8월 12일 개봉하는 <장진호>는 여러 측면에서 흥행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13억 위안, 우리 돈 약 2300억원에 이릅니다.

감독도 3명이나 됩니다. 특히 <패왕별희>로 유명한 중국 5세대 대표 감독, 천카이거가 나섭니다. 준비부터 제작까지 5년이나 걸렸다고 제작사는 선전합니다.

■ <장진호>, 올 여름 흥행 기대작으로 주목

<장진호>는 실제 중국의 영화 예매 플랫폼 '마오안'에서 올 여름 흥행 기대치가 가장 높은 영화 가운데 하나로 분류돼 있습니다.

베이징의 영화 평론가 시원슈에는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영화 관람객들이 자국 영화에 열광하고 특히 <장진호>의 출연진과 제작진에 대한 기대가 높다"면서 올 여름 흥행작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영화 ‘장진호’ 포스터. 맨 위 “8월 12일(개봉일) 조국은 잊지 않는다”라고 적었다.영화 ‘장진호’ 포스터. 맨 위 “8월 12일(개봉일) 조국은 잊지 않는다”라고 적었다.

영화 <장진호>가 다루고 있는 장진호 전투는 6.25 전쟁 첫 해인 1950년 11월 말부터 2주간 미군과 중공군이 벌인 전투입니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두만강 앞까지 북진을 거듭하던 미 해병대 1사단은 함경남도 개마고원 남쪽 장진호 일대에서 매복해있던 압도적 병력의 중공군 제9병단을 만나 공방을 벌이다 퇴각했습니다.

■ 미군의 '악몽' 장진호 전투...중국은 승리로 자축하나 피해도 커

미군은 전투 과정에서 4천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났습니다. 전투 못지 않게 혹독한 추위 때문에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군 전사에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중국은 미군에게 거둔 큰 승리라고 자부합니다.

장진호 전투 당시 미군과 중공군의 진격로 및 배치 현황 (사진=KBS 다큐인사이트 ‘1950 미중전쟁’)장진호 전투 당시 미군과 중공군의 진격로 및 배치 현황 (사진=KBS 다큐인사이트 ‘1950 미중전쟁’)

하지만 역사가들은 장진호 전투의 결과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중공군의 피해가 미군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지상 전투와 공중 폭격으로 4만 명을 훌쩍 넘는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때문에 중공군 9병단은 3개월에 걸쳐 부대를 재편성해야 했습니다 (<6.25전쟁사>,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이에따라 국군 수도사단과 3사단, 미 10군단이 포위의 위기를 넘겼습니다.

장진호 작전으로 10만 명이 넘는 피난민이 철수하는 '흥남 철수 작전'도 가능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장진호 전투를 미군이 포위망을 돌파해 성과를 낸 작전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22살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던 엘리스 일병(오른쪽)은 뒤늦게 유해가 확인돼 71년만에 고향 노스캐롤라이나로 돌아가 묻혔다.(사진=미 국방부)22살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던 엘리스 일병(오른쪽)은 뒤늦게 유해가 확인돼 71년만에 고향 노스캐롤라이나로 돌아가 묻혔다.(사진=미 국방부)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북진 통일이 무산된 계기였습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승기를 잡았던 전쟁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고, 이후 정전협정을 맺기까지 소중한 생명들이 수없이 희생됐습니다.

더욱이 중공군의 참전은 아무리 '인민지원군'이라고 강변해도 유엔군에 정면으로 맞선 행위였습니다.

■ '6.25 참전' 중공군 미화하는 <장진호>...중국 지도부의 '항미원조' 인식 반영

이같은 6.25 전쟁 참전을 중국이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영화가 바로 <장진호>입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장진호>를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국을 밀어내 퇴각시킨 인민지원군이 얼마나 용감했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6.25 전쟁을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지원한 '항미원조' 전쟁이라고 미화하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인식은 중국 권력층을 넘어 중국 대중에게도 애국주의의 이름으로 재확산되고 있습니다. 중국 영화계 역시 자의든 타의든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습니다.

<패왕별희>를 비롯해 현대 중국의 모순과 혼돈을 영상화했던 천카이거 감독이 이번 <장진호>의 제작에 참여한 것이 또하나의 사례입니다.

문혁의 부조리를 꼬집었던 장이머우 감독 역시 최근 공산당 첩보원의 활약을 그린 영화 <벼랑에서>를 제작했습니다.

영화 ‘장진호‘의 공동감독을 맡은 천카이거. 한국에서는 1993년 작 ‘패왕별희’의 감독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출처=바이두)영화 ‘장진호‘의 공동감독을 맡은 천카이거. 한국에서는 1993년 작 ‘패왕별희’의 감독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출처=바이두)

중국 매체들이 영화 <장진호>를 <중국 의사>, <무명>과 함께 '중국의 승리 3부작'이라며 집중 조명한 7월 27일은 바로 6.25 전쟁 정전협정일이기도 했습니다.

보름 이상 개봉일이 남았음에도 중국 매체들이 이 날에 맞춰 <장진호>를 집중 조명한 것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27일 평양에서 제 7회 전국노병대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27일 평양에서 제 7회 전국노병대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 중국 매체들이 <장진호> 주목한 날은 정전협정일...남북한은?

올해 68주년을 맞은 6.25 전쟁 정전협정일을 가장 떠들썩하게 보낸 나라는 역시 북한입니다. 북한은 정전협정일을 '전승절'이라고 주장합니다.

북한은 7월 27일 평양의 이른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녑탑' 앞에서 전국노병대회를 열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전승 세대가 승리와 영예를 안아온 것처럼 우리 세대도 오늘의 어려운 고비를 큰 승리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어려운 시기 고귀한 피를 흘린 중국인민지원군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중국에 대한 사의를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 훈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청와대)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 훈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한국은 정전협정일을 '유엔군 참전의 날'로도 기념합니다.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참전 용사인 고 에밀 조세프 카폰 군종 신부와 호주 참전 용사인 콜린 니콜라스 칸 장군에게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각각 조카와 조카 손녀가 방한해 대신 훈장을 받았습니다.

다만 같은 날 발표한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 남북관계 관련 훨씬 큰 뉴스로 주목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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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中 〈장진호〉 ‘정전협정일’에 집중 보도…남북한은?
    • 입력 2021-07-28 15:47:17
    • 수정2021-07-29 10:23:14
    특파원 리포트
개봉을 앞둔 중국 영화 ‘장진호’의 주연 배우 우징(吴京) (출처=바이두)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 <장진호>가 <전랑2>가 세웠던 중국 역대 1위 흥행 기록을 깰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의 7월 27일자 기사 제목입니다.

8월 12일 개봉하는 <장진호>는 여러 측면에서 흥행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13억 위안, 우리 돈 약 2300억원에 이릅니다.

감독도 3명이나 됩니다. 특히 <패왕별희>로 유명한 중국 5세대 대표 감독, 천카이거가 나섭니다. 준비부터 제작까지 5년이나 걸렸다고 제작사는 선전합니다.

■ <장진호>, 올 여름 흥행 기대작으로 주목

<장진호>는 실제 중국의 영화 예매 플랫폼 '마오안'에서 올 여름 흥행 기대치가 가장 높은 영화 가운데 하나로 분류돼 있습니다.

베이징의 영화 평론가 시원슈에는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영화 관람객들이 자국 영화에 열광하고 특히 <장진호>의 출연진과 제작진에 대한 기대가 높다"면서 올 여름 흥행작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영화 ‘장진호’ 포스터. 맨 위 “8월 12일(개봉일) 조국은 잊지 않는다”라고 적었다.
영화 <장진호>가 다루고 있는 장진호 전투는 6.25 전쟁 첫 해인 1950년 11월 말부터 2주간 미군과 중공군이 벌인 전투입니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두만강 앞까지 북진을 거듭하던 미 해병대 1사단은 함경남도 개마고원 남쪽 장진호 일대에서 매복해있던 압도적 병력의 중공군 제9병단을 만나 공방을 벌이다 퇴각했습니다.

■ 미군의 '악몽' 장진호 전투...중국은 승리로 자축하나 피해도 커

미군은 전투 과정에서 4천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났습니다. 전투 못지 않게 혹독한 추위 때문에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군 전사에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중국은 미군에게 거둔 큰 승리라고 자부합니다.

장진호 전투 당시 미군과 중공군의 진격로 및 배치 현황 (사진=KBS 다큐인사이트 ‘1950 미중전쟁’)
하지만 역사가들은 장진호 전투의 결과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중공군의 피해가 미군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지상 전투와 공중 폭격으로 4만 명을 훌쩍 넘는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때문에 중공군 9병단은 3개월에 걸쳐 부대를 재편성해야 했습니다 (<6.25전쟁사>,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이에따라 국군 수도사단과 3사단, 미 10군단이 포위의 위기를 넘겼습니다.

장진호 작전으로 10만 명이 넘는 피난민이 철수하는 '흥남 철수 작전'도 가능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장진호 전투를 미군이 포위망을 돌파해 성과를 낸 작전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22살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던 엘리스 일병(오른쪽)은 뒤늦게 유해가 확인돼 71년만에 고향 노스캐롤라이나로 돌아가 묻혔다.(사진=미 국방부)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북진 통일이 무산된 계기였습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승기를 잡았던 전쟁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고, 이후 정전협정을 맺기까지 소중한 생명들이 수없이 희생됐습니다.

더욱이 중공군의 참전은 아무리 '인민지원군'이라고 강변해도 유엔군에 정면으로 맞선 행위였습니다.

■ '6.25 참전' 중공군 미화하는 <장진호>...중국 지도부의 '항미원조' 인식 반영

이같은 6.25 전쟁 참전을 중국이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영화가 바로 <장진호>입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장진호>를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국을 밀어내 퇴각시킨 인민지원군이 얼마나 용감했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6.25 전쟁을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지원한 '항미원조' 전쟁이라고 미화하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인식은 중국 권력층을 넘어 중국 대중에게도 애국주의의 이름으로 재확산되고 있습니다. 중국 영화계 역시 자의든 타의든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습니다.

<패왕별희>를 비롯해 현대 중국의 모순과 혼돈을 영상화했던 천카이거 감독이 이번 <장진호>의 제작에 참여한 것이 또하나의 사례입니다.

문혁의 부조리를 꼬집었던 장이머우 감독 역시 최근 공산당 첩보원의 활약을 그린 영화 <벼랑에서>를 제작했습니다.

영화 ‘장진호‘의 공동감독을 맡은 천카이거. 한국에서는 1993년 작 ‘패왕별희’의 감독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출처=바이두)
중국 매체들이 영화 <장진호>를 <중국 의사>, <무명>과 함께 '중국의 승리 3부작'이라며 집중 조명한 7월 27일은 바로 6.25 전쟁 정전협정일이기도 했습니다.

보름 이상 개봉일이 남았음에도 중국 매체들이 이 날에 맞춰 <장진호>를 집중 조명한 것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27일 평양에서 제 7회 전국노병대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 중국 매체들이 <장진호> 주목한 날은 정전협정일...남북한은?

올해 68주년을 맞은 6.25 전쟁 정전협정일을 가장 떠들썩하게 보낸 나라는 역시 북한입니다. 북한은 정전협정일을 '전승절'이라고 주장합니다.

북한은 7월 27일 평양의 이른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녑탑' 앞에서 전국노병대회를 열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전승 세대가 승리와 영예를 안아온 것처럼 우리 세대도 오늘의 어려운 고비를 큰 승리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어려운 시기 고귀한 피를 흘린 중국인민지원군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중국에 대한 사의를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 훈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한국은 정전협정일을 '유엔군 참전의 날'로도 기념합니다.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참전 용사인 고 에밀 조세프 카폰 군종 신부와 호주 참전 용사인 콜린 니콜라스 칸 장군에게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각각 조카와 조카 손녀가 방한해 대신 훈장을 받았습니다.

다만 같은 날 발표한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 남북관계 관련 훨씬 큰 뉴스로 주목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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