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올림픽 NO 골드’ 수모라고요? 종주국의 품격을 보여줬습니다

입력 2021.07.28 (15:59) 수정 2021.07.2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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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8개 체급 경기가 어제(27일) 모두 끝났습니다. 대한민국은 이 가운데 6개 체급에 각각 1명씩 선수 6명이 출전했습니다. (남자 3체급, 여자 3체급) 출전 선수들의 체급과 경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은메달 1개·동메달 2개 획득…일부 매체들 ‘수모’ 타령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습니다. 올림픽에는 남자 4체급, 여자 4체급 등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습니다. 종주국 대한민국은 도쿄올림픽 이전까지 5차례 올림픽(시드니/아테네/베이징/런던/리우데자네이루)에서 금메달 40개 가운데 12개를 가져갔습니다. 은메달은 2개, 동메달도 5개를 땄습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수확했습니다. 우리나라가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한 경우는 이번 대회가 유일합니다.

이 결과를 두고 일부 언론 매체에서는 “종주국의 수모”, “망신살이 뻗쳤다”, “체면을 구겼다”, “태권도가 어쩌다 이렇게 됐냐”라는 식으로 폄하하기도 했습니다.


올림픽에 출전한 대표선수들 대부분이 금메달을 꿈꾸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겁니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흘린 땀방울에 대한 최고의 보상은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서는 것임을 누가 부인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아쉬워도 당사자인 선수들만큼 아쉬울까요? 그런데 언론 매체들의 이런 반응과는 달리 아쉽게 메달을 놓쳤던 우리 선수들의 모습은 오히려 안타깝기보다는 감동적이었습니다.

■ 기품 넘치는 패자…태권도 종주국의 국격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고 패자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패자는 승자를 인정하고 승자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스포츠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자신을 꺾고 금메달을 딴 세르비아 선수에게 ‘엄지 척’을 하는 이다빈 선수자신을 꺾고 금메달을 딴 세르비아 선수에게 ‘엄지 척’을 하는 이다빈 선수

이다빈 선수는 어제(27일) 열린 여자 67kg 초과 체급 결승에서 세르비아의 밀리차 만디치 선수에게 7-10으로 패해 은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이 사진은 이다빈 선수가 경기를 끝내면서 자신을 이긴 상대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어 승리를 인정하고 축하하는 모습입니다. 만다치 선수 역시 고개를 숙이며 패자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이다빈 선수는 인터뷰에서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이 큰 무대를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고생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선수를 축하해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이대훈 선수가 엄지를 치켜세우자 상대 선수가 이대훈 선수의 팔을 들어 올리고 있다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이대훈 선수가 엄지를 치켜세우자 상대 선수가 이대훈 선수의 팔을 들어 올리고 있다

이대훈 선수는 지난 25일 남자 68㎏급 이하 체급 동메달 결정전 출전했지만, 중국의 자오솨이 선수에게 15-17로 패하며 동메달을 놓쳤습니다. 이대훈은 경기를 마친 뒤 동메달을 딴 자오솨이 선수에게 다가가 웃는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승리를 축하했습니다.

이대훈 선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도 경기에 패한 뒤 상대 선수의 팔을 높이 들어 올려주며 축하했는데, 그때도 승자에게 최대한 기쁨을 더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수로서의 예의이자 도리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당당하기에 더욱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태권도 선수들은 비록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올림픽의 미덕이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줬습니다.


■ 7개국서 금메달 8개 나눠 가져…진정한 국제화 ‘실감’

도쿄올림픽에서는 태권도 8개 종목 금메달을 7개국이 가져갔습니다.

지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우승자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 정상을 지킨 선수는 없습니다. 런던 대회 여자 67㎏초과급 금메달리스트 밀리차 만디치(세르비아)가 9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을 뿐입니다.

메달 하나라도 챙긴 나라는 21개국입니다. 그만큼 태권도 선수들의 기량이 나날이 점점 평준화하는 모습입니다.

시드니에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는 38개국이 태권도에서 메달을 하나씩 챙겼고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우즈베키스탄(금메달), 북마케도니아(은메달), 이스라엘(동메달)이 태권도 메달국에 새로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기량만 평준화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선수들이 경기 후 보여주는 예의 바른 모습과 매너 역시 보편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비단 대한민국 선수들뿐만이 아닙니다. 태권도에 출전한 다른 나라 선수들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모습으로 경기에 몰입했지만, 경기가 끝나면 서로를 격려하고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5일 자 기사에서 태권도가 올림픽 메달 소외국들이 메달을 따내는 길을 깔아줬다면서 태권도가 스포츠 약소국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K팝 이전에 한국이 수출한 가장 성공적인 문화 상품”이라고 전하기도 했는데 이 표현이 전혀 과장 같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한 네티즌은 “우리가 ‘양정모의 몬트리올 레슬링을 기억하듯 많은 나라에서는 ’태권도‘가 기억될 것”이라면서“태권도가 우리나라만의 무예가 아니라 정말로 글로벌 스포츠가 되어가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도쿄올림픽은 태권도가 몇몇 나라만 독점해 온 전유물이 아니라 보편적인 세계인의 스포츠로 발돋움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메달 색깔이나 숫자도 중요할 수 있지만, 태권도 종주국으로서의 품격과 자부심, 바로 이런 데서 찾아야 하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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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 ‘올림픽 NO 골드’ 수모라고요? 종주국의 품격을 보여줬습니다
    • 입력 2021-07-28 15:59:07
    • 수정2021-07-28 19: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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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8개 체급 경기가 어제(27일) 모두 끝났습니다. 대한민국은 이 가운데 6개 체급에 각각 1명씩 선수 6명이 출전했습니다. (남자 3체급, 여자 3체급) 출전 선수들의 체급과 경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은메달 1개·동메달 2개 획득…일부 매체들 ‘수모’ 타령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습니다. 올림픽에는 남자 4체급, 여자 4체급 등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습니다. 종주국 대한민국은 도쿄올림픽 이전까지 5차례 올림픽(시드니/아테네/베이징/런던/리우데자네이루)에서 금메달 40개 가운데 12개를 가져갔습니다. 은메달은 2개, 동메달도 5개를 땄습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수확했습니다. 우리나라가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한 경우는 이번 대회가 유일합니다.

이 결과를 두고 일부 언론 매체에서는 “종주국의 수모”, “망신살이 뻗쳤다”, “체면을 구겼다”, “태권도가 어쩌다 이렇게 됐냐”라는 식으로 폄하하기도 했습니다.


올림픽에 출전한 대표선수들 대부분이 금메달을 꿈꾸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겁니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흘린 땀방울에 대한 최고의 보상은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서는 것임을 누가 부인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아쉬워도 당사자인 선수들만큼 아쉬울까요? 그런데 언론 매체들의 이런 반응과는 달리 아쉽게 메달을 놓쳤던 우리 선수들의 모습은 오히려 안타깝기보다는 감동적이었습니다.

■ 기품 넘치는 패자…태권도 종주국의 국격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고 패자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패자는 승자를 인정하고 승자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스포츠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자신을 꺾고 금메달을 딴 세르비아 선수에게 ‘엄지 척’을 하는 이다빈 선수
이다빈 선수는 어제(27일) 열린 여자 67kg 초과 체급 결승에서 세르비아의 밀리차 만디치 선수에게 7-10으로 패해 은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이 사진은 이다빈 선수가 경기를 끝내면서 자신을 이긴 상대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어 승리를 인정하고 축하하는 모습입니다. 만다치 선수 역시 고개를 숙이며 패자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이다빈 선수는 인터뷰에서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이 큰 무대를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고생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선수를 축하해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이대훈 선수가 엄지를 치켜세우자 상대 선수가 이대훈 선수의 팔을 들어 올리고 있다
이대훈 선수는 지난 25일 남자 68㎏급 이하 체급 동메달 결정전 출전했지만, 중국의 자오솨이 선수에게 15-17로 패하며 동메달을 놓쳤습니다. 이대훈은 경기를 마친 뒤 동메달을 딴 자오솨이 선수에게 다가가 웃는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승리를 축하했습니다.

이대훈 선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도 경기에 패한 뒤 상대 선수의 팔을 높이 들어 올려주며 축하했는데, 그때도 승자에게 최대한 기쁨을 더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수로서의 예의이자 도리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당당하기에 더욱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태권도 선수들은 비록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올림픽의 미덕이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줬습니다.


■ 7개국서 금메달 8개 나눠 가져…진정한 국제화 ‘실감’

도쿄올림픽에서는 태권도 8개 종목 금메달을 7개국이 가져갔습니다.

지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우승자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 정상을 지킨 선수는 없습니다. 런던 대회 여자 67㎏초과급 금메달리스트 밀리차 만디치(세르비아)가 9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을 뿐입니다.

메달 하나라도 챙긴 나라는 21개국입니다. 그만큼 태권도 선수들의 기량이 나날이 점점 평준화하는 모습입니다.

시드니에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는 38개국이 태권도에서 메달을 하나씩 챙겼고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우즈베키스탄(금메달), 북마케도니아(은메달), 이스라엘(동메달)이 태권도 메달국에 새로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기량만 평준화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선수들이 경기 후 보여주는 예의 바른 모습과 매너 역시 보편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비단 대한민국 선수들뿐만이 아닙니다. 태권도에 출전한 다른 나라 선수들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모습으로 경기에 몰입했지만, 경기가 끝나면 서로를 격려하고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5일 자 기사에서 태권도가 올림픽 메달 소외국들이 메달을 따내는 길을 깔아줬다면서 태권도가 스포츠 약소국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K팝 이전에 한국이 수출한 가장 성공적인 문화 상품”이라고 전하기도 했는데 이 표현이 전혀 과장 같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한 네티즌은 “우리가 ‘양정모의 몬트리올 레슬링을 기억하듯 많은 나라에서는 ’태권도‘가 기억될 것”이라면서“태권도가 우리나라만의 무예가 아니라 정말로 글로벌 스포츠가 되어가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도쿄올림픽은 태권도가 몇몇 나라만 독점해 온 전유물이 아니라 보편적인 세계인의 스포츠로 발돋움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메달 색깔이나 숫자도 중요할 수 있지만, 태권도 종주국으로서의 품격과 자부심, 바로 이런 데서 찾아야 하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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