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하루 2명꼴 산재 사고 사망…“66%는 처벌 어려워”

입력 2021.07.2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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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 끝에 탄생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2022년 1월 27일)을 반년 앞두고 있습니다. KBS는 이를 계기로 올해 상반기, 1월부터 6월 사이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341개 사업장에서 342명이 일하다 숨져 하루 1.9명꼴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산재 사고 사망자 470명보다는 27%가량 줄었습니다. 법 시행을 앞둔 감소 추세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취지인 사업주 처벌과 관련해 짚어볼 만한 부분은 있었습니다.

■ 중대재해 사업장 40%는 현장소장, 공장장이 책임

산재 사망 사고가 난 341개 사업장 중 현재 수사 중인 것을 제외하고 재판에 넘겨진 사업장은 96곳입니다. 이 사업장에서 누가 기소됐는지를 따져봤더니 52개(54%)에선 기업의 대표, 즉 사업주가 기소됐습니다.

나머지 44개 사업장 중에 개인사업자 6개 사업장을 제외하고 38개 사업장(40%)에서는 현장소장, 공장장, 지점장 등 중간 관리자가 기소됐습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현장소장과 같은 안전 관리 책임자를 따로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경기도 과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는 올해 1월과 2월 공사 자재가 떨어져 노동자 2명이 숨졌지만 모두 현장소장들만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KBS가 파악해보니, 원청과 하청업체 모두 대표가 아닌 현장소장들만 재판에 넘겨진 사업장은 10곳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건설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현장소장이기 때문에 현장소장을 기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사업주는 책임에서 빠지고 중간 관리자들만 처벌받고 끝나는 문제를 막고자 제정된 게 중대재해처벌법입니다. 안전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중대재해의 경우 사업주에게 더 강한 법적 책임을 물어 산재 사고를 예방하자는 겁니다. 하지만 그 취지와 달리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처벌 대상은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 등'으로 모호하게 정하고 있습니다. 애초 초안에서는 처벌 대상을 '법인의 대표이사 및 이사'로 명확히 규정했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바뀐 까닭입니다.

■ 중대재해법 적용해보니..."66% 처벌 어려워"

그렇다면 올해 상반기 사망 사고 사업장들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경우 사업주 처벌은 어떻게 될지 살펴봤습니다. 아직 시행 전이긴 하지만 법 시행이 됐을 때 사업주 처벌이 얼마나 될지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341개 사업장 중에 사망 사고가 가장 많이 난 업종은 건설업으로 182개 사업장, 전체의 53%였습니다. 건설업은 공사 금액이 50억 원이 넘으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지만 50억 원이 넘지 않으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시행 뒤 2년간 유예됩니다. 2024년 1월에야 적용받는다는 겁니다.

182개 사업장 중에 공사 금액이 50억 원 이상으로 사업주 처벌이 가능한 곳은 63개로 34%, 약 3분의 1입니다. 50억 원 미만인 사업장은 119개였는데 처벌 유예 대상이 64개, 근로자 수 5인 미만으로 아예 처벌에서 제외되는 사업장은 55개였습니다.

제조업과 기타 업종에서 산재 사망 사고가 난 사업장은 159개입니다. 제조업과 기타 업종은 사업장의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사업주 처벌 여부가 나뉩니다. 근로자 수가 50인 이상이어야 처벌 대상이 되고 5인~49인은 처벌 유예, 5인 미만은 처벌에서 제외됩니다.

159개 사업장 중에 근로자 수 50인 이상 사업장은 53개로 33%, 딱 3분의 1입니다. 법 적용이 2년간 유예되는 근로자 수 5인~49인 사업장은 72개, 적용에서 제외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34개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한 341개 중에 2년 유예 대상 사업장은 136개로 40%, 적용 제외 사업장은 89개로 26%였습니다. 합하면 66%로 사업장 셋 중에 둘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돼도 사업주 처벌이 2년간 유예되거나 아예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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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상반기 하루 2명꼴 산재 사고 사망…“66%는 처벌 어려워”
    • 입력 2021-07-28 16:04:26
    취재K
진통 끝에 탄생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2022년 1월 27일)을 반년 앞두고 있습니다. KBS는 이를 계기로 올해 상반기, 1월부터 6월 사이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341개 사업장에서 342명이 일하다 숨져 하루 1.9명꼴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산재 사고 사망자 470명보다는 27%가량 줄었습니다. 법 시행을 앞둔 감소 추세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취지인 사업주 처벌과 관련해 짚어볼 만한 부분은 있었습니다.

■ 중대재해 사업장 40%는 현장소장, 공장장이 책임

산재 사망 사고가 난 341개 사업장 중 현재 수사 중인 것을 제외하고 재판에 넘겨진 사업장은 96곳입니다. 이 사업장에서 누가 기소됐는지를 따져봤더니 52개(54%)에선 기업의 대표, 즉 사업주가 기소됐습니다.

나머지 44개 사업장 중에 개인사업자 6개 사업장을 제외하고 38개 사업장(40%)에서는 현장소장, 공장장, 지점장 등 중간 관리자가 기소됐습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현장소장과 같은 안전 관리 책임자를 따로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경기도 과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는 올해 1월과 2월 공사 자재가 떨어져 노동자 2명이 숨졌지만 모두 현장소장들만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KBS가 파악해보니, 원청과 하청업체 모두 대표가 아닌 현장소장들만 재판에 넘겨진 사업장은 10곳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건설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현장소장이기 때문에 현장소장을 기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사업주는 책임에서 빠지고 중간 관리자들만 처벌받고 끝나는 문제를 막고자 제정된 게 중대재해처벌법입니다. 안전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중대재해의 경우 사업주에게 더 강한 법적 책임을 물어 산재 사고를 예방하자는 겁니다. 하지만 그 취지와 달리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처벌 대상은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 등'으로 모호하게 정하고 있습니다. 애초 초안에서는 처벌 대상을 '법인의 대표이사 및 이사'로 명확히 규정했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바뀐 까닭입니다.

■ 중대재해법 적용해보니..."66% 처벌 어려워"

그렇다면 올해 상반기 사망 사고 사업장들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경우 사업주 처벌은 어떻게 될지 살펴봤습니다. 아직 시행 전이긴 하지만 법 시행이 됐을 때 사업주 처벌이 얼마나 될지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341개 사업장 중에 사망 사고가 가장 많이 난 업종은 건설업으로 182개 사업장, 전체의 53%였습니다. 건설업은 공사 금액이 50억 원이 넘으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지만 50억 원이 넘지 않으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시행 뒤 2년간 유예됩니다. 2024년 1월에야 적용받는다는 겁니다.

182개 사업장 중에 공사 금액이 50억 원 이상으로 사업주 처벌이 가능한 곳은 63개로 34%, 약 3분의 1입니다. 50억 원 미만인 사업장은 119개였는데 처벌 유예 대상이 64개, 근로자 수 5인 미만으로 아예 처벌에서 제외되는 사업장은 55개였습니다.

제조업과 기타 업종에서 산재 사망 사고가 난 사업장은 159개입니다. 제조업과 기타 업종은 사업장의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사업주 처벌 여부가 나뉩니다. 근로자 수가 50인 이상이어야 처벌 대상이 되고 5인~49인은 처벌 유예, 5인 미만은 처벌에서 제외됩니다.

159개 사업장 중에 근로자 수 50인 이상 사업장은 53개로 33%, 딱 3분의 1입니다. 법 적용이 2년간 유예되는 근로자 수 5인~49인 사업장은 72개, 적용에서 제외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34개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한 341개 중에 2년 유예 대상 사업장은 136개로 40%, 적용 제외 사업장은 89개로 26%였습니다. 합하면 66%로 사업장 셋 중에 둘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돼도 사업주 처벌이 2년간 유예되거나 아예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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