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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 계좌’·‘두더지 계좌’…코인 거래소 ‘백태’
입력 2021.07.28 (16:17) 취재K

한 편에는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있습니다. '의심 거래'를 이유로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의 계좌를 사용 중지시키고 있는 쪽입니다.

한 편에는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가 있습니다. 당국의 조치에 그냥 가만히 있지만은 않겠다는 쪽입니다.

가상화폐 열기가 조금 식어가고 있다지만, 거래소 입장에선 여전히 투자 심리가 남아있는 시장에서 투자금을 더 받고 싶어 할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금을 넣고 싶다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데, 거래소 운영까지 굳이 중단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문제는 '계좌'입니다. 일부 중소형 거래소는 투자자들의 돈을 받아둘 '계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중소형 거래소는 '메뚜기' 전략을 짜냈습니다.


■ 우체국·신협·지역 농협 계좌로

혹시 가상화폐 투자하면서 거래소 측이 '우체국' 계좌나 '신협'계좌, 또는 지역단위농협 계좌로 입금하라는 요구한 적 있었습니까?

소규모 우체국이나 지역단위농협은 아무래도 시중 은행보다는 자금세탁 위험 모니터링이 느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이용해 계좌를 쓰고 있던 중소형 거래소가 있었습니다.

최근 금융위원회의 '전수조사'로 나온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 계좌 94개 중에 우체국 계좌와 상호금융 계좌가 각 17개씩 적발된 것입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전수조사로 파악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체 거래소 계좌 94개 중의 34개가 우체국이나 상호금융기관 계좌였다니 상당한 비중입니다.


■ PG사 가상계좌에 '펌뱅킹' 서비스로도 '메뚜기'

PG사라는 건 결제지급 대행사를 말합니다. 국내 회사는 이니시스나 다날 같은 회사들이 유명합니다. 해외에선 페이팔 같은 회사입니다. 이 회사들은 거래할 때 주문 별로 부여되는 일회성 계좌인 '가상계좌'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이 '가상계좌'가 중소형 거래소의 투자금을 받는 용도로 쓰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름도 생소한 '펌뱅킹' 서비스를 쓰던 중소형 거래소도 있었습니다.

펌뱅킹은 은행과 거래소 사이에 전산망을 연결하는 기업금융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보통 보험회사나 백화점같이 정기적으로 돈이 들어오는 곳에서 쓰는 서비스인데, 가상화폐 거래소가 이걸 쓰면서 투자금을 받고 있던 것입니다.

보통 은행이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집금과 출금이 이뤄지도록 악용됐다고 금융위는 설명했습니다. 그 사이에 '의심거래'가 오갔을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 '사업용 자금'과 '고객 투자금'을 한 통장에?

가상화폐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의 돈을 사업자금 계좌에 함께 넣어두고 쓰면 어떨까요. 돈에 꼬리표가 사라지게 됩니다. 모든 돈을 한 창고에 넣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게 된다면 '투명하게' 쓰이기가 어려울 수 있는 것입니다.

비슷한 사례 또 있습니다. 투자금을 받는 계좌와 투자자에게 출금시켜주는 계좌가 다른 경우입니다. 역시 투자 내역이 제대로 기록되긴 어렵습니다.

■ 위장계좌 14개...거래소 11곳이 쓴다

마지막으로는 숨어드는 계좌들, 위장계좌입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계좌가 아닌 '위장계열사' 명의, '법무법인' 명의, '임직원' 명의로 만든 계좌들입니다.

특히, '법무법인' 명의의 계좌를 쓰는 일부 거래소는 금융위를 상대로 가 처분금지 소송까지 냈다고 합니다. 더 투명한 거래를 위해 거래소 계좌가 아닌 법무법인 계좌를 써왔다고 하는데, 그 말 그대로 믿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또, 수사가 진행 중인 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거래소 간판을 바꿔 달고 새로운 위장 계좌를 만들어 이용하는 것으로도 드러났습니다. 이런 위장계좌는 거래소 11곳에서 쓰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야말로 거래소 계좌 '백태'입니다.


■ 9월 말까지 '두더지 잡기' 계속

금융위는 "일부 거래소에 거래중단 조치를 내리면, 금융회사를 옮겨가며 위장계좌 개설과 폐쇄를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소형 거래소가 계좌를 찾아 이리저리 쏘다니고, 금융당국은 그 뒤를 쫓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9월 24일인 신고 마감일까지는 이 '두더지 잡기'가 계속될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양측이 저러고 있는 동안 투자자들은 해야 할 일이 적어도 하나 있습니다.

입금 계좌가 엉뚱한 이름으로 돼 있는 거래소에는 절대 투자금을 넣지 않는 일입니다. 메뚜기식, 두더지식 영업을 하는 곳까지 찾아가 내 투자금을 맡기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그 계좌로 입금한 뒤 투자금을 되찾는 일은 아무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 ‘메뚜기 계좌’·‘두더지 계좌’…코인 거래소 ‘백태’
    • 입력 2021-07-28 16:17:49
    취재K

한 편에는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있습니다. '의심 거래'를 이유로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의 계좌를 사용 중지시키고 있는 쪽입니다.

한 편에는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가 있습니다. 당국의 조치에 그냥 가만히 있지만은 않겠다는 쪽입니다.

가상화폐 열기가 조금 식어가고 있다지만, 거래소 입장에선 여전히 투자 심리가 남아있는 시장에서 투자금을 더 받고 싶어 할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금을 넣고 싶다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데, 거래소 운영까지 굳이 중단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문제는 '계좌'입니다. 일부 중소형 거래소는 투자자들의 돈을 받아둘 '계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중소형 거래소는 '메뚜기' 전략을 짜냈습니다.


■ 우체국·신협·지역 농협 계좌로

혹시 가상화폐 투자하면서 거래소 측이 '우체국' 계좌나 '신협'계좌, 또는 지역단위농협 계좌로 입금하라는 요구한 적 있었습니까?

소규모 우체국이나 지역단위농협은 아무래도 시중 은행보다는 자금세탁 위험 모니터링이 느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이용해 계좌를 쓰고 있던 중소형 거래소가 있었습니다.

최근 금융위원회의 '전수조사'로 나온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 계좌 94개 중에 우체국 계좌와 상호금융 계좌가 각 17개씩 적발된 것입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전수조사로 파악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체 거래소 계좌 94개 중의 34개가 우체국이나 상호금융기관 계좌였다니 상당한 비중입니다.


■ PG사 가상계좌에 '펌뱅킹' 서비스로도 '메뚜기'

PG사라는 건 결제지급 대행사를 말합니다. 국내 회사는 이니시스나 다날 같은 회사들이 유명합니다. 해외에선 페이팔 같은 회사입니다. 이 회사들은 거래할 때 주문 별로 부여되는 일회성 계좌인 '가상계좌'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이 '가상계좌'가 중소형 거래소의 투자금을 받는 용도로 쓰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름도 생소한 '펌뱅킹' 서비스를 쓰던 중소형 거래소도 있었습니다.

펌뱅킹은 은행과 거래소 사이에 전산망을 연결하는 기업금융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보통 보험회사나 백화점같이 정기적으로 돈이 들어오는 곳에서 쓰는 서비스인데, 가상화폐 거래소가 이걸 쓰면서 투자금을 받고 있던 것입니다.

보통 은행이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집금과 출금이 이뤄지도록 악용됐다고 금융위는 설명했습니다. 그 사이에 '의심거래'가 오갔을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 '사업용 자금'과 '고객 투자금'을 한 통장에?

가상화폐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의 돈을 사업자금 계좌에 함께 넣어두고 쓰면 어떨까요. 돈에 꼬리표가 사라지게 됩니다. 모든 돈을 한 창고에 넣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게 된다면 '투명하게' 쓰이기가 어려울 수 있는 것입니다.

비슷한 사례 또 있습니다. 투자금을 받는 계좌와 투자자에게 출금시켜주는 계좌가 다른 경우입니다. 역시 투자 내역이 제대로 기록되긴 어렵습니다.

■ 위장계좌 14개...거래소 11곳이 쓴다

마지막으로는 숨어드는 계좌들, 위장계좌입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계좌가 아닌 '위장계열사' 명의, '법무법인' 명의, '임직원' 명의로 만든 계좌들입니다.

특히, '법무법인' 명의의 계좌를 쓰는 일부 거래소는 금융위를 상대로 가 처분금지 소송까지 냈다고 합니다. 더 투명한 거래를 위해 거래소 계좌가 아닌 법무법인 계좌를 써왔다고 하는데, 그 말 그대로 믿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또, 수사가 진행 중인 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거래소 간판을 바꿔 달고 새로운 위장 계좌를 만들어 이용하는 것으로도 드러났습니다. 이런 위장계좌는 거래소 11곳에서 쓰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야말로 거래소 계좌 '백태'입니다.


■ 9월 말까지 '두더지 잡기' 계속

금융위는 "일부 거래소에 거래중단 조치를 내리면, 금융회사를 옮겨가며 위장계좌 개설과 폐쇄를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소형 거래소가 계좌를 찾아 이리저리 쏘다니고, 금융당국은 그 뒤를 쫓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9월 24일인 신고 마감일까지는 이 '두더지 잡기'가 계속될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양측이 저러고 있는 동안 투자자들은 해야 할 일이 적어도 하나 있습니다.

입금 계좌가 엉뚱한 이름으로 돼 있는 거래소에는 절대 투자금을 넣지 않는 일입니다. 메뚜기식, 두더지식 영업을 하는 곳까지 찾아가 내 투자금을 맡기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그 계좌로 입금한 뒤 투자금을 되찾는 일은 아무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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