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서 사냥개 6마리의 습격…배경엔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입력 2021.07.2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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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줄·입마개 안 한 사냥개 6마리의 습격…산책하던 모녀 중상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개 6마리가 산책로에 나선 모녀를 공격해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25일 오후 7시 반쯤 경북 문경시 배수펌프장 주변의 한 산책로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산책중이던 모녀를 상대로 갑자기 목줄과 입마개도 하지 않은 사냥개들이 얼굴과 목 등을 덮친 겁니다. 현재 모녀는 병원에서 봉합 수술을 받고 치료 중이지만, 추가 수술을 수차례 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사냥개 6마리 중 3마리는 '그레이하운드', 나머지는 종이 없는 중·대형견이었습니다. 그레이하운드는 ‘시각형 수렵견’으로 불릴 정도로 사냥개의 원형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그러나 현행 동물보호법상 입마개 의무 대상 맹견(도사견·아메리칸 핏불테리어·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스태퍼드셔불 테리어·로트와일러)은 아닙니다.

■ "우리 개들은 안 물어요" 개 풀어놓은 채 경운기 타고 뒤따른 주인

개 주인 A 씨는 사고 당시 개 6마리를 안전장치 없이 풀어둔 채로 앞세우고, 경운기를 탄 채 10~20m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금까지 개들이 사람을 공격하거나 위협한 적이 없어서 풀어놓고 산책을 했다"면서 "무리 중 한 마리가 갑자기 달려들자 다른 개들도 흥분해 함께 공격하기 시작했다", "즉시 경운기에서 내려 개들을 말렸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사를 짓는 A 씨는 고라니, 멧돼지 등 야생 동물의 접근을 막기 위해 사냥개들을 길러온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경찰은 A 씨를 중과실 치상과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 남양주 사고 두 달 만에…"개 물림 사고, 매년 2천 건 이상"

두 달 전 경기도 남양주에서 50대 여성이 산책하다 큰 개에 물려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고 당시 영상이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과 공분을 낳았는데요.

이처럼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은 개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 처음이 아닙니다.

개 물림 사고 환자 이송 건수. 매년 2천 건 이상 발생하고 있습니다. 자료제공: 소방청개 물림 사고 환자 이송 건수. 매년 2천 건 이상 발생하고 있습니다. 자료제공: 소방청

소방청 집계를 보면 개 물림 사고는 최근 5년간 해마다 2천 건 이상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6명이 개에 물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건데요. 신고되지 않는 건수를 고려하면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개 물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개 목줄 의무화와 맹견에 대한 입마개 의무화에 이어, 올 2월부터 맹견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게 3회 이상 상해를 입힌 맹견은 안락사까지 할 수 있는 3진 아웃 법안, 맹견이 아니어도 공격성이 높은 개나 사고견 등을 대상으로 기질을 평가해 맹견에 준하게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 등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제도적 강화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개 주인의 책임 의식입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지만, 세상에 위험한 개는 있습니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시대, 결국 개 주인이 “우리 개는 안 물어요”가 아닌 “모든 개는 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타인의 안전을 책임지려 하는 태도가 다시 한번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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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책로서 사냥개 6마리의 습격…배경엔 “우리 개는 안 물어요”
    • 입력 2021-07-29 07:04:40
    취재K

■ 목줄·입마개 안 한 사냥개 6마리의 습격…산책하던 모녀 중상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개 6마리가 산책로에 나선 모녀를 공격해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25일 오후 7시 반쯤 경북 문경시 배수펌프장 주변의 한 산책로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산책중이던 모녀를 상대로 갑자기 목줄과 입마개도 하지 않은 사냥개들이 얼굴과 목 등을 덮친 겁니다. 현재 모녀는 병원에서 봉합 수술을 받고 치료 중이지만, 추가 수술을 수차례 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사냥개 6마리 중 3마리는 '그레이하운드', 나머지는 종이 없는 중·대형견이었습니다. 그레이하운드는 ‘시각형 수렵견’으로 불릴 정도로 사냥개의 원형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그러나 현행 동물보호법상 입마개 의무 대상 맹견(도사견·아메리칸 핏불테리어·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스태퍼드셔불 테리어·로트와일러)은 아닙니다.

■ "우리 개들은 안 물어요" 개 풀어놓은 채 경운기 타고 뒤따른 주인

개 주인 A 씨는 사고 당시 개 6마리를 안전장치 없이 풀어둔 채로 앞세우고, 경운기를 탄 채 10~20m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금까지 개들이 사람을 공격하거나 위협한 적이 없어서 풀어놓고 산책을 했다"면서 "무리 중 한 마리가 갑자기 달려들자 다른 개들도 흥분해 함께 공격하기 시작했다", "즉시 경운기에서 내려 개들을 말렸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사를 짓는 A 씨는 고라니, 멧돼지 등 야생 동물의 접근을 막기 위해 사냥개들을 길러온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경찰은 A 씨를 중과실 치상과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 남양주 사고 두 달 만에…"개 물림 사고, 매년 2천 건 이상"

두 달 전 경기도 남양주에서 50대 여성이 산책하다 큰 개에 물려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고 당시 영상이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과 공분을 낳았는데요.

이처럼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은 개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 처음이 아닙니다.

개 물림 사고 환자 이송 건수. 매년 2천 건 이상 발생하고 있습니다. 자료제공: 소방청
소방청 집계를 보면 개 물림 사고는 최근 5년간 해마다 2천 건 이상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6명이 개에 물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건데요. 신고되지 않는 건수를 고려하면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개 물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개 목줄 의무화와 맹견에 대한 입마개 의무화에 이어, 올 2월부터 맹견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게 3회 이상 상해를 입힌 맹견은 안락사까지 할 수 있는 3진 아웃 법안, 맹견이 아니어도 공격성이 높은 개나 사고견 등을 대상으로 기질을 평가해 맹견에 준하게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 등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제도적 강화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개 주인의 책임 의식입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지만, 세상에 위험한 개는 있습니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시대, 결국 개 주인이 “우리 개는 안 물어요”가 아닌 “모든 개는 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타인의 안전을 책임지려 하는 태도가 다시 한번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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