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임시주택살이에 폭염까지…구례 수해 그 후

입력 2021.07.2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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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례 수해 이후 1년…여전한 컨테이너 생활

지난 해 8월, 집중호우로 인해 섬진강이 넘치면서 전남 구례군이 물에 잠겼습니다. 구례군 주민 천여명은 한순간에 보금자리를 잃었습니다. 집계된 재산피해만 천억 원이 넘습니다.

수해의 잔흔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구례군은 수해 이후 임시주택 50채를 제공했습니다.

이재민 48명은 1년이 돼 가는 지금까지도 임시주택에 머물고 있습니다. 컨테이너 박스 형태의 임시주택 크기는 24 제곱미터 남짓으로 비좁은 화장실이 딸린 원룸입니다. 그야말로 임시 주거용입니다.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이재민은 어떻게 여름을 나고 있을까요?

■ 폭염에 고통…"에어컨 틀어도 33도"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를 하고 있던 김숙자 씨. 찌는 듯한 더위에 요리하기도 무섭다고 말합니다. 에어컨과 선풍기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김 씨는 "에어컨을 틀어놔도 실내 온도가 30도를 넘어간다"며 "33도를 기록한 적도 있는데 아마 더 높이 올라간 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방문했을 당시 김 씨 주택의 실내 온도는 31도에 달했습니다. 같은 시각 구례군 기온 또한 31도였는데요, 실내외 온도가 같을 정도로 주택 내부가 더웠습니다.

김씨는 "한번은 나갔다 들어왔는데, 열기가 후끈하게 밀려오고 뿌연 안개 같은 것이 자욱해 불난 줄 알았을 정도로 더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임시주택 거주자들도 폭염에 고통스러운 건 매한가지입니다. 또 다른 임시주택 거주자 김관용 씨는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다"며 "냉방시설을 틀어도 더워서 집을 떠나 계곡이나 그늘을 찾아간다"고 말합니다.

설상가상으로 다음 달부터 구례군이 전기료 혜택을 줄인다는 소식에, 더위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이달까지 전액 면제됐던 전기료가 다음 달부터는 절반만 면제될 예정이었기 때문입니다.

냉방시설을 가동하며 간신히 더위를 버텨왔던 임시주택 거주자 홍정택 씨는 "금전적인 걱정 때문에 앞으로는 마음대로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구례군은 올 여름까지는 전기료를 전액 지원하기로 방침을 바꿨다고 밝혔습니다.

■ 엉터리 자재로 지어진 임시주택


구례군 구례읍 공설운동장의 임시주택들은 그늘도, 차양막도 없이 땅 한복판에 세워져 있습니다. 그 탓에 내리쬐는 햇볕을 고스란히 흡수합니다. 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겁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주민들은 임시주택이 규격 미달의 자재로 지어진 탓에 더위에 더 취약하다고 말합니다.


지난 1월 전라남도청 감사 결과, 임시주택들이 부실시공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임시주택 시공사가 당초 계약 한 대로 우레탄 패널을 쓰지 않고, 성능이 더 떨어지는 EPS 패널을 사용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우레탄 패널과 EPS 패널의 단열 성능은 비슷하지만, EPS 패널로 지은 건물은 시공 과정에서 틈이 생겨 더위에 취약한 구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 끝나지 않은 보상…집에는 언제쯤?

이재민들은 덥고 좁은 임시주택을 떠나고 싶습니다. 그러나 하루빨리 새 보금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아직 피해 보상 절차가 끝나지 않아 새집을 마련할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새 거처를 마련하지 못한 임시주택 거주자 김관용 씨는 "집 구하는 데에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아직 계획이 없어 막막하다"고 말합니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원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재난지원금 중 주택피해지원금은 1인당 최대 천6백만 원까지 지원됐는데요, 이마저도 못 받은 이재민들이 있습니다. '준공 후 지급'이라는 조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보상금 지원 절차는 이제서야 시작됐습니다. 원인 조사가 늦어진 탓인데요. 구례군은 이달 말까지 이재민들을 비롯한 피해자들에게 피해액 접수를 받은 뒤, 환경분쟁조정을 신청하여 피해보상금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지난 26일, 1년 만에 나온 수해 원인 조사 결과는 주민들을 더욱 지치게 했습니다. 수해원인을 조사한 한국수자원학회 등의 전문기관은 1차 원인으로 섬진강댐의 홍수조절 용량이 부족했던 점을 꼽았습니다.

주민들이 수해 원인으로 지목한 섬진강댐의 과다 방류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에 주민들은 원인과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두 달 뒤면 임시주택 운영 기간이 끝나고, 이후 1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집니다. 이재민들은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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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째 임시주택살이에 폭염까지…구례 수해 그 후
    • 입력 2021-07-29 11:34:58
    취재K

■ 구례 수해 이후 1년…여전한 컨테이너 생활

지난 해 8월, 집중호우로 인해 섬진강이 넘치면서 전남 구례군이 물에 잠겼습니다. 구례군 주민 천여명은 한순간에 보금자리를 잃었습니다. 집계된 재산피해만 천억 원이 넘습니다.

수해의 잔흔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구례군은 수해 이후 임시주택 50채를 제공했습니다.

이재민 48명은 1년이 돼 가는 지금까지도 임시주택에 머물고 있습니다. 컨테이너 박스 형태의 임시주택 크기는 24 제곱미터 남짓으로 비좁은 화장실이 딸린 원룸입니다. 그야말로 임시 주거용입니다.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이재민은 어떻게 여름을 나고 있을까요?

■ 폭염에 고통…"에어컨 틀어도 33도"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를 하고 있던 김숙자 씨. 찌는 듯한 더위에 요리하기도 무섭다고 말합니다. 에어컨과 선풍기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김 씨는 "에어컨을 틀어놔도 실내 온도가 30도를 넘어간다"며 "33도를 기록한 적도 있는데 아마 더 높이 올라간 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방문했을 당시 김 씨 주택의 실내 온도는 31도에 달했습니다. 같은 시각 구례군 기온 또한 31도였는데요, 실내외 온도가 같을 정도로 주택 내부가 더웠습니다.

김씨는 "한번은 나갔다 들어왔는데, 열기가 후끈하게 밀려오고 뿌연 안개 같은 것이 자욱해 불난 줄 알았을 정도로 더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임시주택 거주자들도 폭염에 고통스러운 건 매한가지입니다. 또 다른 임시주택 거주자 김관용 씨는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다"며 "냉방시설을 틀어도 더워서 집을 떠나 계곡이나 그늘을 찾아간다"고 말합니다.

설상가상으로 다음 달부터 구례군이 전기료 혜택을 줄인다는 소식에, 더위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이달까지 전액 면제됐던 전기료가 다음 달부터는 절반만 면제될 예정이었기 때문입니다.

냉방시설을 가동하며 간신히 더위를 버텨왔던 임시주택 거주자 홍정택 씨는 "금전적인 걱정 때문에 앞으로는 마음대로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구례군은 올 여름까지는 전기료를 전액 지원하기로 방침을 바꿨다고 밝혔습니다.

■ 엉터리 자재로 지어진 임시주택


구례군 구례읍 공설운동장의 임시주택들은 그늘도, 차양막도 없이 땅 한복판에 세워져 있습니다. 그 탓에 내리쬐는 햇볕을 고스란히 흡수합니다. 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겁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주민들은 임시주택이 규격 미달의 자재로 지어진 탓에 더위에 더 취약하다고 말합니다.


지난 1월 전라남도청 감사 결과, 임시주택들이 부실시공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임시주택 시공사가 당초 계약 한 대로 우레탄 패널을 쓰지 않고, 성능이 더 떨어지는 EPS 패널을 사용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우레탄 패널과 EPS 패널의 단열 성능은 비슷하지만, EPS 패널로 지은 건물은 시공 과정에서 틈이 생겨 더위에 취약한 구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 끝나지 않은 보상…집에는 언제쯤?

이재민들은 덥고 좁은 임시주택을 떠나고 싶습니다. 그러나 하루빨리 새 보금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아직 피해 보상 절차가 끝나지 않아 새집을 마련할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새 거처를 마련하지 못한 임시주택 거주자 김관용 씨는 "집 구하는 데에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아직 계획이 없어 막막하다"고 말합니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원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재난지원금 중 주택피해지원금은 1인당 최대 천6백만 원까지 지원됐는데요, 이마저도 못 받은 이재민들이 있습니다. '준공 후 지급'이라는 조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보상금 지원 절차는 이제서야 시작됐습니다. 원인 조사가 늦어진 탓인데요. 구례군은 이달 말까지 이재민들을 비롯한 피해자들에게 피해액 접수를 받은 뒤, 환경분쟁조정을 신청하여 피해보상금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지난 26일, 1년 만에 나온 수해 원인 조사 결과는 주민들을 더욱 지치게 했습니다. 수해원인을 조사한 한국수자원학회 등의 전문기관은 1차 원인으로 섬진강댐의 홍수조절 용량이 부족했던 점을 꼽았습니다.

주민들이 수해 원인으로 지목한 섬진강댐의 과다 방류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에 주민들은 원인과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두 달 뒤면 임시주택 운영 기간이 끝나고, 이후 1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집니다. 이재민들은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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