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청소용역업체 세금 횡령 의혹 수사…왜 반복되나?

입력 2021.07.2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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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과 계약을 맺은 청소용역 차량이 주차돼 있다.구청과 계약을 맺은 청소용역 차량이 주차돼 있다.

부산의 한 구청과 계약을 맺고 20년 넘게 폐기물 수거해온 업체의 60대 대표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줘야 할 임금을 뒤로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이 대표의 수법은 간단했습니다.

실제로 일을 하지 않은 직원이 일하는 것처럼 속여 월급을 지급하면서 실제로는 그 돈을 자신이 받아 챙긴 겁니다.

수사를 벌이고 있는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억 4천만 원가량을 해당 대표가 빼돌렸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표 역시 경찰 수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의 수사는 곧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청소 용역업체의 횡령 사건, 왜 근절되지 않고 반복되는 걸까요?

■ 청소 예산은 빼돌리는 사람이 임자?

우리가 집 앞에 내어놓는 쓰레기는 보통 자치단체와 용역 계약을 맺은 민간업체가 수거해갑니다. 대신 자치단체는 규모에 따라 1년에 수십에서 수백억 원을 업체에 대가로 지불합니다. 물론 모두 구·군 예산이고, 국민이 낸 세금입니다.

당연히 막대한 예산에 대한 감시와 감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청소용역 업체의 임금 횡령 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고, 한두 군데의 문제도 아닙니다.

당장 포털 사이트에 '청소 용역 업체 횡령'이라는 검색어만 입력해 봐도 전국 곳곳에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는 수백 개의 기사를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대부분의 지자체는 민간 업체와 용역 계약을 맺고 폐기물을 수거하고,그 대가로 예산을 지급한다대부분의 지자체는 민간 업체와 용역 계약을 맺고 폐기물을 수거하고,그 대가로 예산을 지급한다

이달 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은미 의원은 '지방자치단체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용역비리 천태만상 보고회'라는 다소 긴 이름의 행사를 열었습니다. 여기서 소개된 ‘천태만상’을 들여다보면기가 막힐 정도입니다.

한 업체에서 3년째 미화원이라며 1억 6천만 원을 받아간 사람이 누군지 알아봤더니 청소 용역업체 대표이사의 부인이었습니다. '작업반장'이라는 사람은 전 대표이사의 부인이랍니다. 이 '작업반장'님은 참고로 일도 하지 않고 8천만 원 넘는 돈을 받아가셨다는데 집도 없으셨는지 주소지를 회사로 해놓으셨다고 합니다.

■ 일벌백계는 없다…걸려도 그만인 청소 용역업체들!

사실 이런 수법은 매우 고전적인 수법에 해당합니다. 그럼에도 업체들이 유사한 비리를 반복할 수 있는 건 그야말로 안 걸리면 그만이기 때문이죠. 다시 말하자면 그만큼 관리와 감독이 허술하다는 겁니다.

몇몇 업체가 처벌받는 경우는 봐왔지만, 그 역시도 그때뿐. 대부분 업체는 다시 자치단체와 계약을 맺고, 수거 업무를 맡습니다. 만약 문제가 되면 업체 이름만 바꿔서, 또는 대표 명의만 바꿔서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 부산 동래구에서는 임금 횡령으로 다른 지역에서 처벌을 받은 업체가 서류상 이름만 바꿔 계약을 따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폐기물 수거 업무를 직영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인력을 직접 고용해 비리가 개입할 가능성을 줄이자는 건데, 대부분의 자치단체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직접고용에서 오는 부담을 자치단체들이 지기 싫어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 걸까요?

이런 문제를 취재할 때 담당 공무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부탁은 "그냥 문제 삼지 말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하루 이틀 문제도 아니고, 그냥 대충 넘어가면 안 되냐는 말이었습니다.

왜 이런 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매번 반복고 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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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청소용역업체 세금 횡령 의혹 수사…왜 반복되나?
    • 입력 2021-07-29 15:29:41
    취재K
구청과 계약을 맺은 청소용역 차량이 주차돼 있다.
부산의 한 구청과 계약을 맺고 20년 넘게 폐기물 수거해온 업체의 60대 대표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줘야 할 임금을 뒤로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이 대표의 수법은 간단했습니다.

실제로 일을 하지 않은 직원이 일하는 것처럼 속여 월급을 지급하면서 실제로는 그 돈을 자신이 받아 챙긴 겁니다.

수사를 벌이고 있는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억 4천만 원가량을 해당 대표가 빼돌렸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표 역시 경찰 수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의 수사는 곧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청소 용역업체의 횡령 사건, 왜 근절되지 않고 반복되는 걸까요?

■ 청소 예산은 빼돌리는 사람이 임자?

우리가 집 앞에 내어놓는 쓰레기는 보통 자치단체와 용역 계약을 맺은 민간업체가 수거해갑니다. 대신 자치단체는 규모에 따라 1년에 수십에서 수백억 원을 업체에 대가로 지불합니다. 물론 모두 구·군 예산이고, 국민이 낸 세금입니다.

당연히 막대한 예산에 대한 감시와 감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청소용역 업체의 임금 횡령 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고, 한두 군데의 문제도 아닙니다.

당장 포털 사이트에 '청소 용역 업체 횡령'이라는 검색어만 입력해 봐도 전국 곳곳에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는 수백 개의 기사를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대부분의 지자체는 민간 업체와 용역 계약을 맺고 폐기물을 수거하고,그 대가로 예산을 지급한다
이달 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은미 의원은 '지방자치단체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용역비리 천태만상 보고회'라는 다소 긴 이름의 행사를 열었습니다. 여기서 소개된 ‘천태만상’을 들여다보면기가 막힐 정도입니다.

한 업체에서 3년째 미화원이라며 1억 6천만 원을 받아간 사람이 누군지 알아봤더니 청소 용역업체 대표이사의 부인이었습니다. '작업반장'이라는 사람은 전 대표이사의 부인이랍니다. 이 '작업반장'님은 참고로 일도 하지 않고 8천만 원 넘는 돈을 받아가셨다는데 집도 없으셨는지 주소지를 회사로 해놓으셨다고 합니다.

■ 일벌백계는 없다…걸려도 그만인 청소 용역업체들!

사실 이런 수법은 매우 고전적인 수법에 해당합니다. 그럼에도 업체들이 유사한 비리를 반복할 수 있는 건 그야말로 안 걸리면 그만이기 때문이죠. 다시 말하자면 그만큼 관리와 감독이 허술하다는 겁니다.

몇몇 업체가 처벌받는 경우는 봐왔지만, 그 역시도 그때뿐. 대부분 업체는 다시 자치단체와 계약을 맺고, 수거 업무를 맡습니다. 만약 문제가 되면 업체 이름만 바꿔서, 또는 대표 명의만 바꿔서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 부산 동래구에서는 임금 횡령으로 다른 지역에서 처벌을 받은 업체가 서류상 이름만 바꿔 계약을 따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폐기물 수거 업무를 직영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인력을 직접 고용해 비리가 개입할 가능성을 줄이자는 건데, 대부분의 자치단체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직접고용에서 오는 부담을 자치단체들이 지기 싫어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 걸까요?

이런 문제를 취재할 때 담당 공무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부탁은 "그냥 문제 삼지 말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하루 이틀 문제도 아니고, 그냥 대충 넘어가면 안 되냐는 말이었습니다.

왜 이런 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매번 반복고 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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