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화재와 사투…광역화재조사반

[앵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을 끄는 것뿐만 아니라, 불이 난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한데요.

경찰의 과학수사처럼 화재 원인을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광역화재조사단이 제주에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폭염 속에서 화재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현장을 누비는 광역화재조사단의 활동을 허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창고 안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새벽에 번진 불로 외벽은 종잇장마냥 구겨졌고, 비닐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녹아내렸습니다.

40여 분 만에 큰 불길은 잡혔지만 채 가시지 않은 연기 속으로 조사관들이 들어갑니다.

새까맣게 타버린 창고 곳곳을 살피는 이들.

뭐 하나 놓칠세라 전선 하나도 유심히 살핍니다.

까맣게 타버린 기계의 전선이 끊어진 흔적을 발견해 불의 경로를 추적합니다.

화재 원인을 전문적으로 찾아내는 광역 화재 조사단 대원입니다.

조사관들은 이렇게 천장이 무너져내릴 듯한 화재 현장 안으로 들어가, 불이 난 원인을 조사합니다.

제주 광역화재 조사단은 강원도에 이어 지난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설립됐습니다.

그동안 도내 전체 화재의 절반 가량인 270건을 조사했습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을 찾아 비슷한 화재가 발생하는걸 사전에 막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김승숙/제주도 소방안전본부 광역화재조사단 조정관 : "(잔불 진화를 위해) 포크레인 작업을 하게 되면 화재 조사의 증거물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이 있어서, 증거물이 훼손되기 전에 저희들이 좀 위험하긴 하지만 1차적으로 화재 조사를 하게 됐습니다."]

불을 끄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불이 난 원인을 추적하는 광역화재 조사단.

폭염보다 뜨거운 화재 현장 속에서 조용한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KBS 뉴스 허지영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