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러시아의 에이즈 실태는?…“15~49세의 1.4% HIV 감염”

■ 러시아 비자 발급에 HIV 검사 필요

대한민국과 러시아는 2014년 사증(비자) 면제협정을 체결한 상태여서, 한국인은 관광 등의 목적으로 일정 기간 비자 없이 러시아 방문이 가능합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입국 제한 조치들은 이와 별개입니다.

하지만 유학이나 취업 등의 목적으로 러시아에 체류하기 위해서는 비자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같은 목적의 러시아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검사가 필요합니다. 이는 러시아의 에이즈 문제가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러시아 소비자권리보호복지감독청

■ 러시아의 HIV 감염자 수는?

러시아 연방에이즈예방치료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2월 31일 기준 러시아의 HIV 누적 감염자는 149만여 명입니다. 이 가운데 110만여 명이 생존해 있고, 38만여 명은 숨졌습니다.

러시아 전체 인구는 1억 4,600만 명입니다. 2020년 한해에만 7만 2,000여 명이 HIV 신규 감염자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2019년의 9만 4,600여 명에 비해 1/4 가량 감소한 수치입니다. 2018년엔 10만 1,300여 명, 2017년엔 10만 4,400여 명이었습니다.

러시아 15-49세 인구의 1.4%가 HIV에 감염돼 있다고 이 자료는 밝히고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국의 HIV 감염자 수는 약 120만 명입니다.

한국의 2019년 신규 HIV 감염자 수는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222명이고, 전체 감염자 수는 2019년 기준 1만 3,857명입니다.

에이즈 신속검사 캠페인(출처: 모스크바주 보건국)

■ 주된 감염 경로는?

러시아의 HIV 감염 현황을 분석한 연방에이즈예방치료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신규 감염자의 65%가 이성 간 성접촉으로 감염됐고, 31%는 마약 사용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성 간 성접촉으로 인한 감염은 3%였습니다.

약 10년 전만 해도 마약 투약과 관련된 감염이 56%를 차지했지만, 매년 성접촉으로 인한 감염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자료는 전했습니다.

2020년 전체 감염자 가운데 남성의 비중은 61%였습니다.

■ 러시아 정부의 대책은?

러시아 연방에이즈예방치료센터의 바딤 파크롭스키 소장은 지난 1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HIV 감염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배경에 '진단과 치료' 이외의 다른 정부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교육과 예방을 위한 정부 또는 사회 차원의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지난 2016년과 2013년에도 똑같은 내용으로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최근 5년 동안 매년 평균 약 10만 명의 신규 HIV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움에도 러시아 정부의 대응에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