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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경찰, 가해자는 조사 않고 피해자에게는 “거짓말 탐지 조사하자”
입력 2021.07.31 (07:00) 취재K

공군에서 후임 병사 1명을 대상으로 집단 괴롭힘과 가혹행위가 발생해 피해자가 신고했지만, 가해자에 대한 봐주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군인권센터의 폭로가 나왔습니다.

사건은 지난 3월 하순, A 병사가 강원도 강릉에 있는 공군 18비행단에 전입하고 1~2주 뒤부터 시작됐습니다. 통상 공군은 선후임 간 가혹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동기끼리 생활관을 쓰도록 하고 있는데, 동기 수가 적다는 이유로 A 병사는 선임병사 4명과 함께 생활관을 쓰게 됐습니다.

선임들은 A 병사에게 식단표를 외우라고 한 뒤 틀리게 말하면 욕설을 했고, '딱밤 맞기' 게임을 빌미로 A 병사의 이마를 수시로 때렸다고 군인권센터는 말합니다. 선임 병사들의 괴롭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 6월에는 부대 용접가스 보관창고에 A 씨를 가두고 밖에서 자물쇠로 문을 잠근 뒤 창고 안으로 불붙인 상자 조각을 던지는 일까지 있었다고 A 씨는 말합니다. 생활관에서는 신체 특정 부위를 손가락으로 때리는 등 성추행과 집단 구타까지 당했다고 A 씨는 주장했습니다.

집단 괴롭힘에 가담하는 선임병 수는 점차 늘었습니다. 다른 생활관 선임병들까지 A 씨를 괴롭히기 시작한 겁니다. 열기가 나오는 헤어드라이어를 A 씨의 다리에 갖다 대거나, 다른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피해자에게 배가 보이도록 상의를 걷은 채로 춤을 출 것을 강요했다고 합니다.

집단 괴롭힘이 넉 달간 이어지자 참다못한 A 씨는 지난 21일 군사경찰에 피해를 신고했습니다. 공군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까지 확인된 가해 선임 5명에 대해선 다른 생활관과 식당을 쓰도록 분리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분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다는 공군의 해명과 달리 피해자는 가해 선임들을 계속 마주쳐야 했다고 합니다. 부대 이동은 이뤄지지 않아 같은 부대에 있으면서 식당 등으로 이동할 때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가해 선임들에 대한 조사는 피해 신고 이후 일주일이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공군은 가해 의혹이 제기된 병사들이 변호사 선임 뒤 조사를 받겠다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조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통상 수사기관이 소환 일정을 정하면 피의자들이 필요에 따라 변호인을 선임해 이에 맞춘다. 피의자가 변호인을 선임할 때까지 기다려 원하는 일정을 배려해주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사안이 심각하고, 가해자가 여럿이며, 이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어 진술을 맞출 우려가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신병 확보가 당연히 고려됐어야 한다"며, "군사경찰이 가해자들의 요구 사항을 순순히 배려하며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는 동안 가해자들은 증거 인멸의 시간을 벌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피해자에게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자고 소환을 통보했다가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으로 병원 진료를 위해 청원휴가를 나가자 연기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의 흐름이 이 중사 사망 사건과 매우 흡사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故 이 중사는 성추행 피해 신고 뒤 첫 조사에서 거짓말탐지 검사 동의서를 작성해야 했고, 수사관으로부터 무고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부대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이 2차 가해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인권센터는 "피해자-가해자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배려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역시 이 중사 사망 사건과 흡사한 양상"이라며, "부대는 피해자를 방치하고, 수사기관은 가해자를 적극 배려하는 와중에 피해자만 병들어가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초동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되자 공군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어제(30일) 사건 관할을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중앙수사대로 이관했다"고 밝혔습니다.
  • 공군 경찰, 가해자는 조사 않고 피해자에게는 “거짓말 탐지 조사하자”
    • 입력 2021-07-31 07:00:34
    취재K

공군에서 후임 병사 1명을 대상으로 집단 괴롭힘과 가혹행위가 발생해 피해자가 신고했지만, 가해자에 대한 봐주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군인권센터의 폭로가 나왔습니다.

사건은 지난 3월 하순, A 병사가 강원도 강릉에 있는 공군 18비행단에 전입하고 1~2주 뒤부터 시작됐습니다. 통상 공군은 선후임 간 가혹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동기끼리 생활관을 쓰도록 하고 있는데, 동기 수가 적다는 이유로 A 병사는 선임병사 4명과 함께 생활관을 쓰게 됐습니다.

선임들은 A 병사에게 식단표를 외우라고 한 뒤 틀리게 말하면 욕설을 했고, '딱밤 맞기' 게임을 빌미로 A 병사의 이마를 수시로 때렸다고 군인권센터는 말합니다. 선임 병사들의 괴롭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 6월에는 부대 용접가스 보관창고에 A 씨를 가두고 밖에서 자물쇠로 문을 잠근 뒤 창고 안으로 불붙인 상자 조각을 던지는 일까지 있었다고 A 씨는 말합니다. 생활관에서는 신체 특정 부위를 손가락으로 때리는 등 성추행과 집단 구타까지 당했다고 A 씨는 주장했습니다.

집단 괴롭힘에 가담하는 선임병 수는 점차 늘었습니다. 다른 생활관 선임병들까지 A 씨를 괴롭히기 시작한 겁니다. 열기가 나오는 헤어드라이어를 A 씨의 다리에 갖다 대거나, 다른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피해자에게 배가 보이도록 상의를 걷은 채로 춤을 출 것을 강요했다고 합니다.

집단 괴롭힘이 넉 달간 이어지자 참다못한 A 씨는 지난 21일 군사경찰에 피해를 신고했습니다. 공군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까지 확인된 가해 선임 5명에 대해선 다른 생활관과 식당을 쓰도록 분리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분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다는 공군의 해명과 달리 피해자는 가해 선임들을 계속 마주쳐야 했다고 합니다. 부대 이동은 이뤄지지 않아 같은 부대에 있으면서 식당 등으로 이동할 때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가해 선임들에 대한 조사는 피해 신고 이후 일주일이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공군은 가해 의혹이 제기된 병사들이 변호사 선임 뒤 조사를 받겠다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조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통상 수사기관이 소환 일정을 정하면 피의자들이 필요에 따라 변호인을 선임해 이에 맞춘다. 피의자가 변호인을 선임할 때까지 기다려 원하는 일정을 배려해주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사안이 심각하고, 가해자가 여럿이며, 이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어 진술을 맞출 우려가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신병 확보가 당연히 고려됐어야 한다"며, "군사경찰이 가해자들의 요구 사항을 순순히 배려하며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는 동안 가해자들은 증거 인멸의 시간을 벌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피해자에게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자고 소환을 통보했다가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으로 병원 진료를 위해 청원휴가를 나가자 연기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의 흐름이 이 중사 사망 사건과 매우 흡사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故 이 중사는 성추행 피해 신고 뒤 첫 조사에서 거짓말탐지 검사 동의서를 작성해야 했고, 수사관으로부터 무고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부대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이 2차 가해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인권센터는 "피해자-가해자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배려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역시 이 중사 사망 사건과 흡사한 양상"이라며, "부대는 피해자를 방치하고, 수사기관은 가해자를 적극 배려하는 와중에 피해자만 병들어가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초동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되자 공군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어제(30일) 사건 관할을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중앙수사대로 이관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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