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40대 진보 여성? 60대 보수 남성?…독일 총선, 구설수에 엎치락뒤치락

입력 2021.07.31 (11:18) 수정 2021.07.3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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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방하원 건물. 제20대 연방 하원의원 선거가 9월26일 치러진다.독일 연방하원 건물. 제20대 연방 하원의원 선거가 9월26일 치러진다.

■60살 아르민 라셰트 VS 40살 안나레나 배어복

9월 26일 치러지는 독일 총선 결과에 따라 16년 만에 새 총리가 선출됩니다. 독일 최장수 총리로 기록될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가 결정되는 총선입니다. 현재 여당 연합 중 기민당(CDU)의 아르민 라셰트 대표와 야당인 녹색당의 안나레나 배어복 공동 대표가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라셰트 후보는 1961년생으로 만 60세입니다. 메르켈 총리는 54년 생(67세), 51세에 독일 총리에 올랐습니다. 빌리 브란트가 1969년 56세로 총리에 선출된 이래 아직까지 60대가 총리가 된 적은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총리직에 올라 오래 집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웃 나라와 비교해봐도 그렇습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977년 생으로 44살이고, 오스트리아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1986년생 35살입니다. (참고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1985년생으로 쿠르츠보다 한 살 많습니다.)

라셰트는 1979년 18살에 기민당에서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독일에선 청소년때부터 정당 활동을 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뮌헨 대학교에서 법학과 정치학을 전공했고 1987년부터 1994년까지 바이에른주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다가 1994년 연방하원 의원에 당선됐습니다. 2017년 고향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총리에 당선됐고, 지난해엔 집권 기민당 대표가 됐습니다.

집권 기민-기사연합(우니온)의 총리 후보 아르민 라셰트 기민당 대표. (출처=연합뉴스)집권 기민-기사연합(우니온)의 총리 후보 아르민 라셰트 기민당 대표. (출처=연합뉴스)

반면 배어복 후보는 1980년생 여성입니다. 함부르크대에서 정치학·공법을, 런던 정경대에서 국제법을 공부했고 2005년 녹색당에 가입했습니다. 28살에 녹색당 브란덴부르크주 대표가, 33살에 연방하원 의원에 당선됐습니다. 37살에는 당 공동대표가 됐습니다. 정치 입문 이후 12년 만에 당 대표, 16년 만에 총리 후보가 됐지만, 당직 외에 행정 경험은 쌓지 못했습니다.

독일 녹색당의 총리 후보 안나레나 배어복 녹색당 공동대표(출처=연합뉴스)독일 녹색당의 총리 후보 안나레나 배어복 녹색당 공동대표(출처=연합뉴스)

■배어복 계속된 구설수에 지지율 하락…라셰트 수해현장서 '파안대소' 논란

배어복 후보가 속한 녹색당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올초 여론조사에서 30% 가까운 지지를 받아 정당 지지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집권 기민·기사연합(우니온)은 20%에 머물러 메르켈에 이어 연속 여성 총리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저 지지율을 고점으로 녹색당의 지지율은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배어복 후보와 관련된 잇단 구설수가 알려지면서부터입니다. 베어복은 당으로부터 보너스 25,000유로(우리 돈 약 3,400만 원)를 받은 뒤 이를 의회에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고, 최근엔 총리 후보 출사표 격으로 낸 저서 <지금: 우리는 어떻게 우리 나라를 새롭게 할 수 있나>가 표절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기민·기사연합은 가만히 앉아서 지지율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달 중순 독일 서부 지역에 쏟아진 100년 만의 폭우라는 악재를 만났습니다. 집권당이 재난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일었는데 수해현장을 찾은 라셰트가 파안대소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힌 겁니다. 게다가 라셰트가 2009년 출간한 '떠오르는 공화국: 이민을 기회로'란 책이 표절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홍수 피해 현장에서 웃고 있는 라셰트 후보.홍수 피해 현장에서 웃고 있는 라셰트 후보.

■좁혀진 정당 지지율…후보 지지율은 배어복이 앞서

독일 방송 RTL과 ntv가 7월 28일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배어복 후보가 라셰트 후보를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직접 총리를 선출한다면 누구에게 표를 주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19%는 배어복 후보라고 답했습니다. 올라프 숄츠 사민당 후보가 18%, 라셰트는 17%로 3위에 그쳤습니다. 라셰트의 지지율은 1주일 전보다 무려 6%P가 빠졌습니다.

물론 독일은 의회에서 총리를 선출하기 때문에 후보 개인의 지지율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실제로 당 지지율도 기민·기사연합은 30%에서 4%P 빠졌고, 녹색당은 19%에서 21%로 반등했습니다.


'무티(엄마) 메르켈' 후임으로 그의 정치 철학을 가장 잘 안다는 라셰트가 선출되느냐, 메르켈보다 훨씬 환경문제에 적극적인 젊은 진보 여성 배어복이 되느냐 9월 26일 결정됩니다.

초반 라셰트에 대한 지지는 본인의 것이라기보다 '신뢰받는 정치인' 1위 메르켈 총리의 후광 효과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메르켈을 보고 라셰트를 지지했지만, 라셰트 본인의 실수가 거듭된다면 빠르게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거죠. 진짜 수해현장 '파안대소' 사건은 본인과 당 지지율 하락을 야기했습니다.

반면 독일 서부 지방 홍수는 역설적으로 녹색당에 호재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이번 폭우와 홍수의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기후중립 시대를 앞당겨야 한다는 녹색당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는 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안갯속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누가 이기던 연정을 구성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집권당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견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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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31 11:18:46
    • 수정2021-07-31 11:59:07
    특파원 리포트
독일 연방하원 건물. 제20대 연방 하원의원 선거가 9월26일 치러진다.
■60살 아르민 라셰트 VS 40살 안나레나 배어복

9월 26일 치러지는 독일 총선 결과에 따라 16년 만에 새 총리가 선출됩니다. 독일 최장수 총리로 기록될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가 결정되는 총선입니다. 현재 여당 연합 중 기민당(CDU)의 아르민 라셰트 대표와 야당인 녹색당의 안나레나 배어복 공동 대표가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라셰트 후보는 1961년생으로 만 60세입니다. 메르켈 총리는 54년 생(67세), 51세에 독일 총리에 올랐습니다. 빌리 브란트가 1969년 56세로 총리에 선출된 이래 아직까지 60대가 총리가 된 적은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총리직에 올라 오래 집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웃 나라와 비교해봐도 그렇습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977년 생으로 44살이고, 오스트리아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1986년생 35살입니다. (참고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1985년생으로 쿠르츠보다 한 살 많습니다.)

라셰트는 1979년 18살에 기민당에서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독일에선 청소년때부터 정당 활동을 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뮌헨 대학교에서 법학과 정치학을 전공했고 1987년부터 1994년까지 바이에른주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다가 1994년 연방하원 의원에 당선됐습니다. 2017년 고향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총리에 당선됐고, 지난해엔 집권 기민당 대표가 됐습니다.

집권 기민-기사연합(우니온)의 총리 후보 아르민 라셰트 기민당 대표. (출처=연합뉴스)
반면 배어복 후보는 1980년생 여성입니다. 함부르크대에서 정치학·공법을, 런던 정경대에서 국제법을 공부했고 2005년 녹색당에 가입했습니다. 28살에 녹색당 브란덴부르크주 대표가, 33살에 연방하원 의원에 당선됐습니다. 37살에는 당 공동대표가 됐습니다. 정치 입문 이후 12년 만에 당 대표, 16년 만에 총리 후보가 됐지만, 당직 외에 행정 경험은 쌓지 못했습니다.

독일 녹색당의 총리 후보 안나레나 배어복 녹색당 공동대표(출처=연합뉴스)
■배어복 계속된 구설수에 지지율 하락…라셰트 수해현장서 '파안대소' 논란

배어복 후보가 속한 녹색당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올초 여론조사에서 30% 가까운 지지를 받아 정당 지지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집권 기민·기사연합(우니온)은 20%에 머물러 메르켈에 이어 연속 여성 총리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저 지지율을 고점으로 녹색당의 지지율은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배어복 후보와 관련된 잇단 구설수가 알려지면서부터입니다. 베어복은 당으로부터 보너스 25,000유로(우리 돈 약 3,400만 원)를 받은 뒤 이를 의회에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고, 최근엔 총리 후보 출사표 격으로 낸 저서 <지금: 우리는 어떻게 우리 나라를 새롭게 할 수 있나>가 표절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기민·기사연합은 가만히 앉아서 지지율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달 중순 독일 서부 지역에 쏟아진 100년 만의 폭우라는 악재를 만났습니다. 집권당이 재난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일었는데 수해현장을 찾은 라셰트가 파안대소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힌 겁니다. 게다가 라셰트가 2009년 출간한 '떠오르는 공화국: 이민을 기회로'란 책이 표절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홍수 피해 현장에서 웃고 있는 라셰트 후보.
■좁혀진 정당 지지율…후보 지지율은 배어복이 앞서

독일 방송 RTL과 ntv가 7월 28일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배어복 후보가 라셰트 후보를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직접 총리를 선출한다면 누구에게 표를 주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19%는 배어복 후보라고 답했습니다. 올라프 숄츠 사민당 후보가 18%, 라셰트는 17%로 3위에 그쳤습니다. 라셰트의 지지율은 1주일 전보다 무려 6%P가 빠졌습니다.

물론 독일은 의회에서 총리를 선출하기 때문에 후보 개인의 지지율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실제로 당 지지율도 기민·기사연합은 30%에서 4%P 빠졌고, 녹색당은 19%에서 21%로 반등했습니다.


'무티(엄마) 메르켈' 후임으로 그의 정치 철학을 가장 잘 안다는 라셰트가 선출되느냐, 메르켈보다 훨씬 환경문제에 적극적인 젊은 진보 여성 배어복이 되느냐 9월 26일 결정됩니다.

초반 라셰트에 대한 지지는 본인의 것이라기보다 '신뢰받는 정치인' 1위 메르켈 총리의 후광 효과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메르켈을 보고 라셰트를 지지했지만, 라셰트 본인의 실수가 거듭된다면 빠르게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거죠. 진짜 수해현장 '파안대소' 사건은 본인과 당 지지율 하락을 야기했습니다.

반면 독일 서부 지방 홍수는 역설적으로 녹색당에 호재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이번 폭우와 홍수의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기후중립 시대를 앞당겨야 한다는 녹색당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는 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안갯속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누가 이기던 연정을 구성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집권당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견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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