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입성부터 김우진 8강 탈락까지’…한국 양궁, 올림픽 출전 취재 뒷얘기

입력 2021.08.01 (10:31) 수정 2021.08.0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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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한국 양궁의 도쿄 올림픽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도쿄 올림픽 양궁 마지막 날인 어제(7월 31일). 남자 개인전에서 대회 2관왕을 노렸던 김우진이 8강에서 탈락했다. 이로써 한국 양궁은 금메달 4개, 전 종목 석권에 가까운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무엇보다 한국 양궁은 새로운 동력을 발견했다. '2000년대 생' 안산-김제덕을 발굴한 것이 이번 대회 최고의 수확이다.

KBS 올림픽 취재팀은 지난달 20일, 양궁 대표팀의 도쿄 현지 첫 훈련부터 마지막 경기가 된 김우진의 개인전 8강전까지 모든 순간을 현장에서 지켜 봤다. 방송에는 담지 못했던 태극 궁사들의 '말·말·말'에는 갖은 사연들이 담겨 있다.

2018년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된 후 KBS와 인터뷰하는 안산.2018년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된 후 KBS와 인터뷰하는 안산.

■"그때 국가대표 떨어진 줄 알고 펑펑 울었잖아요."

안산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8년 3월, 경북 예천 진호양궁장에서 열린 국가대표 3차 선발전이었다.

이 대회를 현장에서 유일하게 취재했던 KBS는 '여고생 궁사…생애 첫 태극마크'라는 제목으로 9시 스포츠뉴스에 '기대주' 안산의 등장을 알렸다.

당시 긴 머리에 안경을 쓴 안산은 "박지성이나 김연아처럼 아예 스포츠를 모르는 사람들도 이름만 말하면 다 아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당찬 소감을 밝혔다.

도쿄 올림픽 양궁 마지막 날인 7월 31일, 경기장에서 다시 만난 안산은 당시를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국가대표 떨어진 줄 알고 차에서 혼자 펑펑 울었어요. 눈이 퉁퉁 부었는데 인터뷰하는 바람에 놀림 많이 받았어요."

안산은 당시 12명이 겨뤄 8명을 뽑는 컷오프에서 마지막 8번째로 국가대표에 턱걸이했다. 그리고, 불과 3년 뒤 안산은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며 자신의 꿈을 이뤘다.

2위였던 '리우 2관왕' 장혜진은 물론 1위 이은경도 이번 도쿄행 승선에 실패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얼마나 치열한지, 안산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코리아 파이팅!”의 원조 박채순 양궁대표팀 총감독과 김제덕이 관중석에서 동료들을 응원하고 있다.“코리아 파이팅!”의 원조 박채순 양궁대표팀 총감독과 김제덕이 관중석에서 동료들을 응원하고 있다.

■"사실 그거 저 아니었어요. 남자 단체전 앞두고 목을 아끼고 있었거든요."

"코리아 파이팅!"

17살 대표팀 막내 김제덕은 혼성전 금메달로 '깜짝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시상식 후 믹스드존 인터뷰. "코리아 파이팅!" 기합 소리에 옆에 서 있던 안산은 깜짝 놀라 눈을 질끈 감았다. 김제덕은 "대회 초반이라 목 상태가 괜찮아서 소리가 좀 컸죠. 누나가 많이 놀랐을 것"이라고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김제덕은 트레이드 마크가 된 기합 소리 때문에 오해도 샀다.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9회 연속 금메달을 따낸 여자 단체전 시상식. 무관중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관중석에서 "코리아 파이팅!"이라는 힘찬 기합 소리가 정적을 깼다.

당시 시상식을 중계했던 캐스터는 기보배 KBS 해설위원에게 "들으셨어요? 애국가 끝나자마자 김제덕 선수의 저 포효?"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박채순 양궁 대표팀 총감독이었다. 김제덕을 부추겨 '미스터 파이팅'으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제덕은 "여자 단체전 다음날이 남자 단체전 결승이라 그때는 목을 아낄 때였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박 감독은 "양궁은 정적인 운동이다. 그런데 국제대회 나가면 외국 선수들이 기합으로 심리전을 펼친다. 특히, 우크라이나 선수들 진짜 시끄럽다. 지기 싫었다. 시켜 보니 (김)제덕이가 파이팅에 소질이 있더라. 제가 대표팀 들어올 때마다 여러 선수들을 꼬셔 봤지만 제덕이 같은 인재는 없었다"며 웃었다.

형들도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불혹의 베테랑' 오진혁은 단체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사실 저도 사대에 나가면 긴장하거든요. 제덕이가 기합을 넣어줘서 긴장이 풀리고 힘이 났어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양궁 대표팀 구성원 전원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도쿄 올림픽을 마친 소감을 나누고 있다.한국 양궁 대표팀 구성원 전원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도쿄 올림픽을 마친 소감을 나누고 있다.

■"파리 올림픽에서 목표가 생겼습니다."

대표팀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코칭스태프와 모든 지원 스태프, 그리고 6명의 선수가 한자리에 모였다. 장소는 랭킹 라운드가 열렸던 연습경기장. 바로 옆 결선경기장에서는 남자 개인전 4강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이 "여러분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라며 먼저 입을 뗐다.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돌아가며 이번 대회를 치른 소감을 나눴다. 올림픽이 끝나면 늘 즉석에서 열렸던 대표팀의 공식적인 마무리 시간이다.

"너무나 즐거운 올림픽이었습니다." (김우진, 안산)
"개인적으로 너무 많이 배웠습니다."(김제덕)
"안주하면 안 됩니다. 확실한 목표를 정해 다음 올림픽을 준비해야 합니다."(오진혁)
"(노골드에 그친)태권도를 보며 위기 의식을 느낍니다. 기본과 팀워크가 중요합니다"(류수정 여자팀 감독)
"한국에 있는 2군 선수들에게 너무나 고맙습니다."(정재헌 남자팀 코치)
"(개인전 8강에서 탈락한)우진이에게 미안하지만 저는 목표 초과 달성입니다. 파리에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박채순 총감독)

대표팀은 오늘(1일) 모두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올림픽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올림픽 준비에 돌입하는 한국 양궁. 3년 뒤 파리를 향한 여정은 벌써 시작됐다.



도쿄올림픽 경기 생중계 바로가기 https://tokyo2020.kbs.co.kr/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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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 입성부터 김우진 8강 탈락까지’…한국 양궁, 올림픽 출전 취재 뒷얘기
    • 입력 2021-08-01 10:31:36
    • 수정2021-08-01 10:32:02
    올림픽 뉴스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의 도쿄 올림픽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도쿄 올림픽 양궁 마지막 날인 어제(7월 31일). 남자 개인전에서 대회 2관왕을 노렸던 김우진이 8강에서 탈락했다. 이로써 한국 양궁은 금메달 4개, 전 종목 석권에 가까운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무엇보다 한국 양궁은 새로운 동력을 발견했다. '2000년대 생' 안산-김제덕을 발굴한 것이 이번 대회 최고의 수확이다.

KBS 올림픽 취재팀은 지난달 20일, 양궁 대표팀의 도쿄 현지 첫 훈련부터 마지막 경기가 된 김우진의 개인전 8강전까지 모든 순간을 현장에서 지켜 봤다. 방송에는 담지 못했던 태극 궁사들의 '말·말·말'에는 갖은 사연들이 담겨 있다.

2018년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된 후 KBS와 인터뷰하는 안산.
■"그때 국가대표 떨어진 줄 알고 펑펑 울었잖아요."

안산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8년 3월, 경북 예천 진호양궁장에서 열린 국가대표 3차 선발전이었다.

이 대회를 현장에서 유일하게 취재했던 KBS는 '여고생 궁사…생애 첫 태극마크'라는 제목으로 9시 스포츠뉴스에 '기대주' 안산의 등장을 알렸다.

당시 긴 머리에 안경을 쓴 안산은 "박지성이나 김연아처럼 아예 스포츠를 모르는 사람들도 이름만 말하면 다 아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당찬 소감을 밝혔다.

도쿄 올림픽 양궁 마지막 날인 7월 31일, 경기장에서 다시 만난 안산은 당시를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국가대표 떨어진 줄 알고 차에서 혼자 펑펑 울었어요. 눈이 퉁퉁 부었는데 인터뷰하는 바람에 놀림 많이 받았어요."

안산은 당시 12명이 겨뤄 8명을 뽑는 컷오프에서 마지막 8번째로 국가대표에 턱걸이했다. 그리고, 불과 3년 뒤 안산은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며 자신의 꿈을 이뤘다.

2위였던 '리우 2관왕' 장혜진은 물론 1위 이은경도 이번 도쿄행 승선에 실패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얼마나 치열한지, 안산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코리아 파이팅!”의 원조 박채순 양궁대표팀 총감독과 김제덕이 관중석에서 동료들을 응원하고 있다.
■"사실 그거 저 아니었어요. 남자 단체전 앞두고 목을 아끼고 있었거든요."

"코리아 파이팅!"

17살 대표팀 막내 김제덕은 혼성전 금메달로 '깜짝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시상식 후 믹스드존 인터뷰. "코리아 파이팅!" 기합 소리에 옆에 서 있던 안산은 깜짝 놀라 눈을 질끈 감았다. 김제덕은 "대회 초반이라 목 상태가 괜찮아서 소리가 좀 컸죠. 누나가 많이 놀랐을 것"이라고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김제덕은 트레이드 마크가 된 기합 소리 때문에 오해도 샀다.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9회 연속 금메달을 따낸 여자 단체전 시상식. 무관중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관중석에서 "코리아 파이팅!"이라는 힘찬 기합 소리가 정적을 깼다.

당시 시상식을 중계했던 캐스터는 기보배 KBS 해설위원에게 "들으셨어요? 애국가 끝나자마자 김제덕 선수의 저 포효?"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박채순 양궁 대표팀 총감독이었다. 김제덕을 부추겨 '미스터 파이팅'으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제덕은 "여자 단체전 다음날이 남자 단체전 결승이라 그때는 목을 아낄 때였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박 감독은 "양궁은 정적인 운동이다. 그런데 국제대회 나가면 외국 선수들이 기합으로 심리전을 펼친다. 특히, 우크라이나 선수들 진짜 시끄럽다. 지기 싫었다. 시켜 보니 (김)제덕이가 파이팅에 소질이 있더라. 제가 대표팀 들어올 때마다 여러 선수들을 꼬셔 봤지만 제덕이 같은 인재는 없었다"며 웃었다.

형들도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불혹의 베테랑' 오진혁은 단체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사실 저도 사대에 나가면 긴장하거든요. 제덕이가 기합을 넣어줘서 긴장이 풀리고 힘이 났어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양궁 대표팀 구성원 전원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도쿄 올림픽을 마친 소감을 나누고 있다.
■"파리 올림픽에서 목표가 생겼습니다."

대표팀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코칭스태프와 모든 지원 스태프, 그리고 6명의 선수가 한자리에 모였다. 장소는 랭킹 라운드가 열렸던 연습경기장. 바로 옆 결선경기장에서는 남자 개인전 4강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이 "여러분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라며 먼저 입을 뗐다.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돌아가며 이번 대회를 치른 소감을 나눴다. 올림픽이 끝나면 늘 즉석에서 열렸던 대표팀의 공식적인 마무리 시간이다.

"너무나 즐거운 올림픽이었습니다." (김우진, 안산)
"개인적으로 너무 많이 배웠습니다."(김제덕)
"안주하면 안 됩니다. 확실한 목표를 정해 다음 올림픽을 준비해야 합니다."(오진혁)
"(노골드에 그친)태권도를 보며 위기 의식을 느낍니다. 기본과 팀워크가 중요합니다"(류수정 여자팀 감독)
"한국에 있는 2군 선수들에게 너무나 고맙습니다."(정재헌 남자팀 코치)
"(개인전 8강에서 탈락한)우진이에게 미안하지만 저는 목표 초과 달성입니다. 파리에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박채순 총감독)

대표팀은 오늘(1일) 모두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올림픽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올림픽 준비에 돌입하는 한국 양궁. 3년 뒤 파리를 향한 여정은 벌써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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