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美 ‘북미 대화’ 테이블 앉힐 전략은 ‘중국’?

입력 2021.08.0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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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훈련 앞둔 8월...다시 등장한 김여정의 '거친 입'

8월 첫 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의 '거친 입'이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통상 8월에 열리는 한미연합훈련을 두고서입니다.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남조선 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해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우리는 합동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는 말로, 축소든 변형이든 받아들일 수 없고 연합훈련 자체를 해서는 안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훈련이 실시될 경우, 남북 관계 앞길을 흐리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거라며 엄포도 놓았습니다.

김 부부장이 남한에만 경고했지만 한미 연합훈련은 한미 양국의 합의사항입니다. 한미 군 당국은 아직 올 여름 한미 연합훈련의 실시 여부나 형식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미국 국방부는 오늘(2일) "별도 언급을 하지 않겠다"면서 "한미연합훈련은 한미 양국의 결정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일 발표한 담화 (사진=북한 조선중앙통신)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일 발표한 담화 (사진=북한 조선중앙통신)

■ "앞으로 2주가 중요하다"...美 분위기는 "한미 훈련 중요"

미국 정가 분위기는 어떨까요? 지난주 방미한 국회 국방위 의원들이 미국 국방부, 국회의원들과 두루 면담을 가진 결과를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소개했는데, 미국 쪽 인사들의 견해는 '연합 훈련은 예정대로 해야 한다' 쪽으로 더 기우는 것 같습니다.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은 미국 국방부 도리 정책부차관 대행과의 만남을 언급하며, 도리 부차관이 "(한미 연합군의) 준비태세를 위해 훈련이 필요하며, 한국은 '파잇 투나잇'(Fight Tonight·상시전투태세)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묻더라"고 소개했습니다.

함께 방미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도 "연합훈련에 미 국방부도 의회도 관심이 높았다"면서 "(미국 측이) 전작권 전환 항목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훈련은 내실있게 계속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부연했습니다.

애덤 스미스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과 면담한 국회 국방위원들 (사진=국회 국방위 제공)애덤 스미스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과 면담한 국회 국방위원들 (사진=국회 국방위 제공)

한국 측도 북한 때문에 한국이 중요한 연합훈련을 연기하려 한다는 미국 일각의 오해를 막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 8월에는 훈련이 계획대로 될 걸로 예상되고 대통령도 여당도 의지가 강하다, 다만 북한에 대한 고려보다는 코로나19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인원이 모여서 한다는 건 어렵다는 걸 이해시켰다"고 미국 측에 얘기했다고 전했습니다.

남북 통신선 복원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남북 관계 재가동의 기회가 한미 연합훈련으로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우리 정부에 없을 수는 없습니다. 국회 국방위 의원들과 비슷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한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미국 내에서 이런 우려를 언급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사단법인이지만 국가정보원 산하의 국책연구기관입니다.

김 원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2주가 중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한미훈련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입니다. "한미 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전제할 때 아무 조치 없이 2주를 넘기게 되면 통신선 복원이나 친서 교환들도 다 소용없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기 전 미국이 초보적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구두 표현, 훈련을 예정대로 하더라도 북한이 불필요한 도발을 하지 않도록 믿을만한 태도를 (미국이) 보여주면 좋겠다"고 언급했습니다.

■ 대북 협상 움직이지 않는 미국 설득할 포인트는 '중국'?

북한에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고는 하지만, 더 나아간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는 미국이 한미 훈련까지 조정해가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이유가 있을까요? 김 원장은 미국이 나서야 할 이유도 제시했습니다.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이 날을 세우고 있는 '중국'입니다.

"지금 북한 경제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인데, 그러면 "북한이 한미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중국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고,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도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이 알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나아가 북한이 중국에 더 기울어지지 않도록 '미국과의 완전한 협력을 전제로 북한의 어려운 경제를 지원'하고, '북미 관계를 초보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연락사무소 설치 같은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딱 하루 뒤, 미국 내 인사에게서 더 파격적인 주장이 나왔습니다. 주인공은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입니다.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공동 기고한 '북한과의 일괄타결(A Grand Bargain with North Korea)'라는 글에서 장기적 관점에서의 '남북미 동맹'을 제안했습니다. 북한에 비핵화 진전과 대중국 의존 감소,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질서 편입을 요구하는 대신, 한미가 함께 북한의 안보와 경제 우려를 해소해주자는 겁니다. 전제 조건은 한미 동맹의 강화입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일괄타결을 위해 1단계로 북한이 건설적 대화 의지를 보일 경우 유엔 주도의 인도적·의료적 지원 형태의 경제 구제와 '종전선언' 형태의 체재 보장 제안, 2단계로는 북한 경제 활성화조치 - 미국의 대북 10년 무이자대출 제공 사회기반시설 개발기금 조성이나 남북 FTA 등 - 와 비핵화 실증적 성과 맞교환, 3단계로는 평화협정 체결을 넘어 북한을 (한미)동맹 주도의 질서로 완전히 통합하고, 미국이 북한의 제2의 무역 상대가 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의 美 외교지 ‘포린어페어스’ 공동 기고문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의 美 외교지 ‘포린어페어스’ 공동 기고문

중국은 이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거라고 브룩스 전 사령관은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더 가까워질수록 중국으로부터 괴롭힘이 더 심해질테니 향후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해 한미 양국이 대응 방안을 미리 조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미 동맹이 군사 침략에 대응하는 전통적 영역을 넘어 중국·러시아의 경제의 도구화와 정치전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는 전략을 포함하도록 연합 방위태세를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반미·반동맹을 배제하고 초당적 지원을 통해 한미 동맹이 북한은 물론 광범위한 인도·태평양의 적대국들과 맞서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미국이 바라보는 대표적인 인도·태평양의 적대국이 중국입니다. 남북 관계 개선에 미국의 강력한 협조를 얻기 위해 한국은 미국과 함께 중국에 맞서야 한다는 겁니다.

■ 미국 내 짙게 깔린 대북 불신...현실화 가능성은 '아직'

미국을 남북 관계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싶은 쪽도, 북한을 통한 동맹 강화를 이야기하는 쪽도 모두 중국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 커진 반중 감정을 역이용하는 논리입니다.

다만 미국 내에서 이런 주장이 잘 통할 가능성은 아직 낮은 편입니다. 미국이 중국을 경계하는 건 사실이지만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협조를 천명한 상태입니다. 유엔 대북 제재를 지지한다고 밝혔던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 북한을 갈라놓으려는 의도로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을 쉽게 허용할지도 미지수입니다.

무엇보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까지 반중 감정을 끌어올릴 이유가 미국에겐 많지 않다는 게 가장 걸림돌입니다. 중국을 우려해 굳이 우리 편으로 만들만큼 미국이 북한을 위협적인 존재로 생각할지가 일단 미지수입니다.

미국 정가에 이미 짙게 깔려있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불신은 물론, 바이든 정부가 천명하는 인권과 자유주의의 가치에 반하는 북한을 미국이 외교적 계산을 통해 손잡을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8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협의가 끝나고 북한의 반응이 나오고 난 후에야 미국이 생각하는 대북 정책의 진짜 방향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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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美 ‘북미 대화’ 테이블 앉힐 전략은 ‘중국’?
    • 입력 2021-08-02 15:47:39
    특파원 리포트

■ 한미 훈련 앞둔 8월...다시 등장한 김여정의 '거친 입'

8월 첫 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의 '거친 입'이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통상 8월에 열리는 한미연합훈련을 두고서입니다.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남조선 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해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우리는 합동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는 말로, 축소든 변형이든 받아들일 수 없고 연합훈련 자체를 해서는 안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훈련이 실시될 경우, 남북 관계 앞길을 흐리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거라며 엄포도 놓았습니다.

김 부부장이 남한에만 경고했지만 한미 연합훈련은 한미 양국의 합의사항입니다. 한미 군 당국은 아직 올 여름 한미 연합훈련의 실시 여부나 형식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미국 국방부는 오늘(2일) "별도 언급을 하지 않겠다"면서 "한미연합훈련은 한미 양국의 결정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일 발표한 담화 (사진=북한 조선중앙통신)
■ "앞으로 2주가 중요하다"...美 분위기는 "한미 훈련 중요"

미국 정가 분위기는 어떨까요? 지난주 방미한 국회 국방위 의원들이 미국 국방부, 국회의원들과 두루 면담을 가진 결과를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소개했는데, 미국 쪽 인사들의 견해는 '연합 훈련은 예정대로 해야 한다' 쪽으로 더 기우는 것 같습니다.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은 미국 국방부 도리 정책부차관 대행과의 만남을 언급하며, 도리 부차관이 "(한미 연합군의) 준비태세를 위해 훈련이 필요하며, 한국은 '파잇 투나잇'(Fight Tonight·상시전투태세)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묻더라"고 소개했습니다.

함께 방미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도 "연합훈련에 미 국방부도 의회도 관심이 높았다"면서 "(미국 측이) 전작권 전환 항목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훈련은 내실있게 계속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부연했습니다.

애덤 스미스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과 면담한 국회 국방위원들 (사진=국회 국방위 제공)
한국 측도 북한 때문에 한국이 중요한 연합훈련을 연기하려 한다는 미국 일각의 오해를 막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 8월에는 훈련이 계획대로 될 걸로 예상되고 대통령도 여당도 의지가 강하다, 다만 북한에 대한 고려보다는 코로나19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인원이 모여서 한다는 건 어렵다는 걸 이해시켰다"고 미국 측에 얘기했다고 전했습니다.

남북 통신선 복원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남북 관계 재가동의 기회가 한미 연합훈련으로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우리 정부에 없을 수는 없습니다. 국회 국방위 의원들과 비슷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한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미국 내에서 이런 우려를 언급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사단법인이지만 국가정보원 산하의 국책연구기관입니다.

김 원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2주가 중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한미훈련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입니다. "한미 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전제할 때 아무 조치 없이 2주를 넘기게 되면 통신선 복원이나 친서 교환들도 다 소용없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기 전 미국이 초보적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구두 표현, 훈련을 예정대로 하더라도 북한이 불필요한 도발을 하지 않도록 믿을만한 태도를 (미국이) 보여주면 좋겠다"고 언급했습니다.

■ 대북 협상 움직이지 않는 미국 설득할 포인트는 '중국'?

북한에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고는 하지만, 더 나아간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는 미국이 한미 훈련까지 조정해가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이유가 있을까요? 김 원장은 미국이 나서야 할 이유도 제시했습니다.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이 날을 세우고 있는 '중국'입니다.

"지금 북한 경제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인데, 그러면 "북한이 한미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중국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고,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도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이 알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나아가 북한이 중국에 더 기울어지지 않도록 '미국과의 완전한 협력을 전제로 북한의 어려운 경제를 지원'하고, '북미 관계를 초보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연락사무소 설치 같은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딱 하루 뒤, 미국 내 인사에게서 더 파격적인 주장이 나왔습니다. 주인공은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입니다.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공동 기고한 '북한과의 일괄타결(A Grand Bargain with North Korea)'라는 글에서 장기적 관점에서의 '남북미 동맹'을 제안했습니다. 북한에 비핵화 진전과 대중국 의존 감소,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질서 편입을 요구하는 대신, 한미가 함께 북한의 안보와 경제 우려를 해소해주자는 겁니다. 전제 조건은 한미 동맹의 강화입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일괄타결을 위해 1단계로 북한이 건설적 대화 의지를 보일 경우 유엔 주도의 인도적·의료적 지원 형태의 경제 구제와 '종전선언' 형태의 체재 보장 제안, 2단계로는 북한 경제 활성화조치 - 미국의 대북 10년 무이자대출 제공 사회기반시설 개발기금 조성이나 남북 FTA 등 - 와 비핵화 실증적 성과 맞교환, 3단계로는 평화협정 체결을 넘어 북한을 (한미)동맹 주도의 질서로 완전히 통합하고, 미국이 북한의 제2의 무역 상대가 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의 美 외교지 ‘포린어페어스’ 공동 기고문
중국은 이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거라고 브룩스 전 사령관은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더 가까워질수록 중국으로부터 괴롭힘이 더 심해질테니 향후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해 한미 양국이 대응 방안을 미리 조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미 동맹이 군사 침략에 대응하는 전통적 영역을 넘어 중국·러시아의 경제의 도구화와 정치전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는 전략을 포함하도록 연합 방위태세를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반미·반동맹을 배제하고 초당적 지원을 통해 한미 동맹이 북한은 물론 광범위한 인도·태평양의 적대국들과 맞서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미국이 바라보는 대표적인 인도·태평양의 적대국이 중국입니다. 남북 관계 개선에 미국의 강력한 협조를 얻기 위해 한국은 미국과 함께 중국에 맞서야 한다는 겁니다.

■ 미국 내 짙게 깔린 대북 불신...현실화 가능성은 '아직'

미국을 남북 관계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싶은 쪽도, 북한을 통한 동맹 강화를 이야기하는 쪽도 모두 중국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 커진 반중 감정을 역이용하는 논리입니다.

다만 미국 내에서 이런 주장이 잘 통할 가능성은 아직 낮은 편입니다. 미국이 중국을 경계하는 건 사실이지만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협조를 천명한 상태입니다. 유엔 대북 제재를 지지한다고 밝혔던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 북한을 갈라놓으려는 의도로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을 쉽게 허용할지도 미지수입니다.

무엇보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까지 반중 감정을 끌어올릴 이유가 미국에겐 많지 않다는 게 가장 걸림돌입니다. 중국을 우려해 굳이 우리 편으로 만들만큼 미국이 북한을 위협적인 존재로 생각할지가 일단 미지수입니다.

미국 정가에 이미 짙게 깔려있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불신은 물론, 바이든 정부가 천명하는 인권과 자유주의의 가치에 반하는 북한을 미국이 외교적 계산을 통해 손잡을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8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협의가 끝나고 북한의 반응이 나오고 난 후에야 미국이 생각하는 대북 정책의 진짜 방향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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