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감염’ 청해부대, 그들은 왜 서아프리카로 급파됐나

입력 2021.08.02 (17:14) 수정 2021.08.0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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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청해부대 34진이 탄 문무대왕함의 출항 모습 [사진=KBS]지난 2월 청해부대 34진이 탄 문무대왕함의 출항 모습 [사진=KBS]

올들어 지난 2월 한국을 떠나 아프리카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은 지난 6월 28일, 합동참모본부의 긴급 지시로 수에즈 운하를 건너 서아프리카 해역으로 급파됐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청해부대원의 90%가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작전지역으로 이동하는 도중 들른 기항지에서 보급품을 싣는 과정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함내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공군의 공중급유수송기를 보내 부대원 전원을 귀국시키는 초유의 일까지 발생하면서, 청해부대가 왜 기존 작전지를 벗어나 아프리카 대륙을 한바퀴 돈 뒤 반대편에 있는 서아프리카 해역으로 이동했는지 그 배경을 놓고 무성한 의혹이 일었습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7월 10일 감기 발생했을 때도 아덴만에 있었던 게 아니고 서아프리카 해역에 있었던 거 아니에요? 배가 왜 이렇게 갔냐 이거예요."

서욱 국방부 장관
"작전 임무에 대해서는 현재 거기에서 인질을 고려한 협상을 하고있고 그래서 조금 저희들이 답변하기가 곤란한데요. 그걸 보안을 지켜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2021년 7월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이에 대해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인질을 고려한 협상'과 관련 있는 '보안 사항'이라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 언급을 자제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다음날인 27일, 국방부는 공지를 통해 "당시 해당 해역에서 해적에 의한 선원 피랍이 올해 연 2건 발생했다"며 "또 다른 우리 선박 피해 예방과 석방 지원 차원에서 (청해부대) 파견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피랍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는 여전히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20일 피랍된 한국인 선장 등이 타고 있던 참치잡이 선박 [사진=연합뉴스 , 드라이어드 글로벌  캡처]지난 5월 20일 피랍된 한국인 선장 등이 타고 있던 참치잡이 선박 [사진=연합뉴스 , 드라이어드 글로벌 캡처]

■ 청해부대 34진, 피랍사건 대응 위해 기니만 갔다

그리고 비로소 오늘(2일) 정부는 지난달 국방부가 언급한 '피랍사건 2건'이 모두 해결됐다며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 6월 1일 서아프리카 기니만 인근 해상에서 조업하다 해적에 납치된 한국 선원 4명이 한국시각으로 어젯밤 10시쯤 모두 무사히 풀려났다고 밝혔습니다.

풀려난 선원들은 대체로 건강이 양호한 상태로, 현지 공관이 마련한 장소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고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이들은 항공편이 확보되는 대로 현지에서 출국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지난 5월 20일 기니만 인근 해역에서 해적에 납치된 한국인 선원 1명과 외국인 선원 4명도 피랍 41일 만인 지난 6월 29일 무사히 풀려난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청해부대는 이역만리에서 해적들에게 납치된 우리 국민들 구출을 지원하기 위해 애초 작전지역에서 한참 떨어진 서아프리카 해역으로 이동했던 것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선원 구출 협상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국내 언론을 상대로 피랍 사실은 물론, 청해부대의 긴급 투입도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해 왔습니다.

하지만 작전 도중 청해부대에서 불의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터졌고 부대원 전체가 임무를 중단하고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 했는데, 그 발단이 됐던 납치사건이 모두 해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입니다.


■ '해적 기승' 서아프리카 해역…정부 "법으로 조업 제한"

국제해사국(IMB)에 따르면 지난해 해적이 선원을 납치한 사건의 96.3%(130명)가 서아프리카 해역에서 일어났습니다.

서아프리카 해역은 중요한 참치 어장으로, 최근에는 해적들이 참치 조업을 하는 선박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 해결된 우리 선원 피랍사건 2건도 참치 조업 도중 발생했습니다.

최근 가나와 나이지리아, 토고 등 기존에 정세가 불안했던 지역에서 코로나19 등으로 생계가 더 어려워지자 해적에 가담하는 사례는 더 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청해부대를 포함한 국제사회 연합 해군 등이 벌이고 있는 소말리아 해적 퇴치 작전을 피해 해적들이 아프리카 동부 해역에서 서아프리카 해역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월 해양수산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해적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서아프리카 해역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해역'으로 지목했습니다.

해적들의 납치사건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아예 법으로 위험 수역에서의 조업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고위험 해역 무단 진입 시 처벌하는 조항을 포함시킨 '해적피해 예방법' 개정안을 만들었고,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 법안은 내년 2월부터 발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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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단감염’ 청해부대, 그들은 왜 서아프리카로 급파됐나
    • 입력 2021-08-02 17:14:55
    • 수정2021-08-02 17:22:43
    취재K
지난 2월 청해부대 34진이 탄 문무대왕함의 출항 모습 [사진=KBS]
올들어 지난 2월 한국을 떠나 아프리카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은 지난 6월 28일, 합동참모본부의 긴급 지시로 수에즈 운하를 건너 서아프리카 해역으로 급파됐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청해부대원의 90%가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작전지역으로 이동하는 도중 들른 기항지에서 보급품을 싣는 과정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함내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공군의 공중급유수송기를 보내 부대원 전원을 귀국시키는 초유의 일까지 발생하면서, 청해부대가 왜 기존 작전지를 벗어나 아프리카 대륙을 한바퀴 돈 뒤 반대편에 있는 서아프리카 해역으로 이동했는지 그 배경을 놓고 무성한 의혹이 일었습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7월 10일 감기 발생했을 때도 아덴만에 있었던 게 아니고 서아프리카 해역에 있었던 거 아니에요? 배가 왜 이렇게 갔냐 이거예요."

서욱 국방부 장관
"작전 임무에 대해서는 현재 거기에서 인질을 고려한 협상을 하고있고 그래서 조금 저희들이 답변하기가 곤란한데요. 그걸 보안을 지켜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2021년 7월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이에 대해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인질을 고려한 협상'과 관련 있는 '보안 사항'이라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 언급을 자제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다음날인 27일, 국방부는 공지를 통해 "당시 해당 해역에서 해적에 의한 선원 피랍이 올해 연 2건 발생했다"며 "또 다른 우리 선박 피해 예방과 석방 지원 차원에서 (청해부대) 파견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피랍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는 여전히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20일 피랍된 한국인 선장 등이 타고 있던 참치잡이 선박 [사진=연합뉴스 , 드라이어드 글로벌  캡처]
■ 청해부대 34진, 피랍사건 대응 위해 기니만 갔다

그리고 비로소 오늘(2일) 정부는 지난달 국방부가 언급한 '피랍사건 2건'이 모두 해결됐다며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 6월 1일 서아프리카 기니만 인근 해상에서 조업하다 해적에 납치된 한국 선원 4명이 한국시각으로 어젯밤 10시쯤 모두 무사히 풀려났다고 밝혔습니다.

풀려난 선원들은 대체로 건강이 양호한 상태로, 현지 공관이 마련한 장소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고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이들은 항공편이 확보되는 대로 현지에서 출국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지난 5월 20일 기니만 인근 해역에서 해적에 납치된 한국인 선원 1명과 외국인 선원 4명도 피랍 41일 만인 지난 6월 29일 무사히 풀려난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청해부대는 이역만리에서 해적들에게 납치된 우리 국민들 구출을 지원하기 위해 애초 작전지역에서 한참 떨어진 서아프리카 해역으로 이동했던 것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선원 구출 협상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국내 언론을 상대로 피랍 사실은 물론, 청해부대의 긴급 투입도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해 왔습니다.

하지만 작전 도중 청해부대에서 불의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터졌고 부대원 전체가 임무를 중단하고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 했는데, 그 발단이 됐던 납치사건이 모두 해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입니다.


■ '해적 기승' 서아프리카 해역…정부 "법으로 조업 제한"

국제해사국(IMB)에 따르면 지난해 해적이 선원을 납치한 사건의 96.3%(130명)가 서아프리카 해역에서 일어났습니다.

서아프리카 해역은 중요한 참치 어장으로, 최근에는 해적들이 참치 조업을 하는 선박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 해결된 우리 선원 피랍사건 2건도 참치 조업 도중 발생했습니다.

최근 가나와 나이지리아, 토고 등 기존에 정세가 불안했던 지역에서 코로나19 등으로 생계가 더 어려워지자 해적에 가담하는 사례는 더 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청해부대를 포함한 국제사회 연합 해군 등이 벌이고 있는 소말리아 해적 퇴치 작전을 피해 해적들이 아프리카 동부 해역에서 서아프리카 해역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월 해양수산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해적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서아프리카 해역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해역'으로 지목했습니다.

해적들의 납치사건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아예 법으로 위험 수역에서의 조업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고위험 해역 무단 진입 시 처벌하는 조항을 포함시킨 '해적피해 예방법' 개정안을 만들었고,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 법안은 내년 2월부터 발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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