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범 수표, 칩으로 바꿔준 카지노…책임 있다? 없다?

입력 2021.08.02 (19:31) 수정 2021.08.02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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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카지노를 찾아온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수천만원짜리 수표를 칩으로 교환했는데 걸러내지 못했다면, 카지노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국내 한 외국인 카지노가 소송을 진행중인데 1,2심 법원의 판단이 엇갈렸습니다.

이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9년 11월 80대 윤 모 씨는 손자를 붙잡고 있다는 말에 속아 천만 원짜리 수표 석 장을 중국인 장 모 씨에게 건넸습니다.

잠시 뒤 속은 걸 알고 신고하려했지만 전화기는 먹통이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아들 : "이상함을 느껴서 전화를 하려했더니 휴대폰을 시스템상으로 불통을 만들어놓은 거예요. 가족들한테 연락을 못 하게…."]

신고가 안 된 틈을 타 장 씨는 윤 씨 수표를 포함해 모두 5천 5백만원어치 수표를 국내 카지노에서 칩으로 바꾼 뒤 중국으로 도망쳤습니다.

뒤늦게 사고 신고가 됐고, 카지노 측은 은행에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카지노 측은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심 법원은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중국인 장 씨가 갑자기 나흘을 연달아 출입한 데다, 수표의 발행 은행도 각각 달라 의심할 여지가 많았다고 봤습니다.

이런 사정에 대해 상당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카지노 측의 '중대한 과실'이라며, 수표법에 따른 '선의 취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습니다.

중국 국적 고객이 하루 3천 명에 이르는 점 등을 감안하면 카지노가 일일이 취득 경위까지 조사할 의무는 없다며 카지노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은행 측과 함께 소송에 참여한 피싱 피해자 윤 씨 측은 지난 6월 상고장을 제출했습니다.

[최정규/변호사/보이스피싱 피해자 측 : "외국인이 돈을 쉽게 환전할 수 있는 데가 카지노인데, 만약에 이 판결이 그대로 상고심에서 이어진다면 사실상 보이스피싱에 더 취약한 국가가 되고…."]

대법원은 지난달 말 재판부를 배당하고 법리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촬영기자:조정석/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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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스피싱범 수표, 칩으로 바꿔준 카지노…책임 있다? 없다?
    • 입력 2021-08-02 19:31:16
    • 수정2021-08-02 19: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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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카지노를 찾아온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수천만원짜리 수표를 칩으로 교환했는데 걸러내지 못했다면, 카지노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국내 한 외국인 카지노가 소송을 진행중인데 1,2심 법원의 판단이 엇갈렸습니다.

이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9년 11월 80대 윤 모 씨는 손자를 붙잡고 있다는 말에 속아 천만 원짜리 수표 석 장을 중국인 장 모 씨에게 건넸습니다.

잠시 뒤 속은 걸 알고 신고하려했지만 전화기는 먹통이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아들 : "이상함을 느껴서 전화를 하려했더니 휴대폰을 시스템상으로 불통을 만들어놓은 거예요. 가족들한테 연락을 못 하게…."]

신고가 안 된 틈을 타 장 씨는 윤 씨 수표를 포함해 모두 5천 5백만원어치 수표를 국내 카지노에서 칩으로 바꾼 뒤 중국으로 도망쳤습니다.

뒤늦게 사고 신고가 됐고, 카지노 측은 은행에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카지노 측은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심 법원은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중국인 장 씨가 갑자기 나흘을 연달아 출입한 데다, 수표의 발행 은행도 각각 달라 의심할 여지가 많았다고 봤습니다.

이런 사정에 대해 상당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카지노 측의 '중대한 과실'이라며, 수표법에 따른 '선의 취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습니다.

중국 국적 고객이 하루 3천 명에 이르는 점 등을 감안하면 카지노가 일일이 취득 경위까지 조사할 의무는 없다며 카지노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은행 측과 함께 소송에 참여한 피싱 피해자 윤 씨 측은 지난 6월 상고장을 제출했습니다.

[최정규/변호사/보이스피싱 피해자 측 : "외국인이 돈을 쉽게 환전할 수 있는 데가 카지노인데, 만약에 이 판결이 그대로 상고심에서 이어진다면 사실상 보이스피싱에 더 취약한 국가가 되고…."]

대법원은 지난달 말 재판부를 배당하고 법리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촬영기자:조정석/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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