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 기록 모두 깨라”…‘전설’ 이진택이 우상혁에게 울컥한 이유는?

입력 2021.08.04 (07:00) 수정 2021.09.0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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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스카이리' 이진택 대구교대 체육학과 교수

-'2.34m 날았다' 전 한국 높이뛰기 최고 기록 보유자
-"기록 깨져 시원 섭섭...큰 대회서 대견해"
-'후회하지 않겠다'는 간절함이 만든 한국 신기록
-육상계에서 우상혁은 컨디션 조절의 달인
-"비 오는 날 미끄러운 바닥에서도 좋은 기록"
-2등 하고도 울던 우상혁, 주니어 대표팀 발탁
-"외로운 싸움, 내 기록 모두 깨면서 이겨내길"




■ 프로그램 : KBS NEWS D-LIVE
■ 방송시간 : 8월 3일(화) 14:00~16: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조혜진 기자
■ 연결 : '스카이리' 이진택 대구교대 체육학과 교수

신지혜> 이진택 교수님의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영상과 우상혁 선수의 2020년 도쿄올림픽 영상을 봤는데요. 교수님은 그때랑 똑같으신 것 같아요.

이진택> 일단 감사드리고요. 오늘 제가 알게 됐는데요. 상혁이랑 같은 나이에 올림픽 결승 올라간 상황이 됐네요. 25살 때였습니다.

1996년도 애틀란타올림픽 결선에 출전한 이진택 교수와 2020년 도쿄올림픽 결선 당시 우상혁 선수1996년도 애틀란타올림픽 결선에 출전한 이진택 교수와 2020년 도쿄올림픽 결선 당시 우상혁 선수

신지혜> 그것도 인연이네요. 그렇죠?

이진택> 아주 큰 인연인데 제가 그것까지는 생각을 못 했었는데 상혁이가 결승 간 거 놓고 이렇게 옛날을 회상해보니까 그게 또 맞아 떨어지더라고요.

조혜진> 저희한테는 ‘스카이리’로도 유명하십니다. 그때 당시에 하늘을 날았던 이진택 교수님 모셔봤는데요. 교수님의 기록을 우상혁 선수가 깼단 말이에요. 내 기록이 깨졌을 때 기분을 우리가 쉽게 알 수 없잖아요. 우리는 기록이 없으니깐요. 어떤가요?

이진택> 한마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원섭섭했습니다. 기대는 하고 있었고요. 또 그 큰 기대가 또 실제 35라는 대기록을 세우기까지 저도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어요.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큰 기회의 강한 모습을 보여준 그 우상혁 선수한테 정말 대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조혜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결선에 진출한 게 육상선수로서 처음이었고, 이후 1년 만에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셨단 말이에요. 당시 원동력이 뭐였는지도 좀 궁금합니다.

이진택> 제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참가했을 때, 처음 참가해서 예선 탈락을 했었어요. 예선 탈락을 통해서 얻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사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지만 큰 경기에 나가서 너무 많이 떨었고요. 실패는 했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스스로 희망을 좀 많이 가졌었어요. 그래서 비행기 타고 오면서 큰 결심을 했었습니다. 당장 다음 날부터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요. 그러면 나는 큰 꿈을 이룰 수 있고 앞으로 남은 애틀랜타 올림픽에는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갈 수 있다는 큰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조혜진> 교수님, 당시에 출전하셨던 96년도 올림픽과 지난 주말에 있었던 2020년 도쿄 올림픽이 뭐가 좀 다르다고 느끼셨나요?

이진택> 우선은 우상혁 선수가 하는 행동이나 이런 걸 보면 시대가 완전히 다르다, ‘라떼’라는 말을 쓰게 되겠는데요. 저희는 표현을 잘 못 하는 시대였지 않았나 해요. 표현하더라도 가볍게 파이팅을 외친다든지 ‘레츠 고’라는 말을 잘 안 썼는데. 우상혁 선수는 그 세대가 표현을 잘하는 세대이지 않나 해요. 승패를, 경기 기록을 떠나서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후회하지 않는 경기, 인생에서 후회하지 않는 경기를 해야겠다는 말을 우상혁 선수가 자주 했었어요. 리우 올림픽 때 실패를 맛본 거죠, 사실은. 저도 92년 첫 올림픽 때 느꼈었는데요. 내 인생에서 그걸 후회하지 않는 경기로 남기고자 하는 그런 간절한 마음이 표정이나 태도로도 표현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주말, 결선 경기를 마친 뒤 거수경례하는 우상혁 선수지난 주말, 결선 경기를 마친 뒤 거수경례하는 우상혁 선수

조혜진> 저희가 지금 교수님 당시 현역 시절에 막 금메달 받고 이런 영상들을 옆에 같이 보여드리고 있어요.

이진택> 네. 다시 보니까 뭉클한데요. 조금 더 지금 상혁이처럼 더 많은 제스쳐를 했으면 부모님도 이렇게 더 껴안고 감독님한테도 더 껴안고 이런 모습을 좀 못했던 게 너무 아쉽네요.

조혜진> 그러면 교수님이 보실 때 우상혁 선수의 강점이 뭐인 것 같아요?

이진택> 제가 가장 높이 사는 점은요. 저보다 한 수 위입니다. 큰 경기에 자기 관리가 대단하다는 점입니다. 큰 경기에 사실은 예선에서 2m 28이라는 기록은 본인 기록과 상당히 가까운 기록이기도 하고, 선수 본인이 최선을 다한 거예요. 컨디션 조절이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선수들은 그런 경기들 자주 접해봤고요. 우리나라 선수들은 그런 경기를 자주 접해보지를 못하기 때문에 상당히 지쳐있게 되고 정신력으로 버티는 거죠. 우상혁 선수에게 가기 전에 ‘너의 간절함이 모든 컨디션을 다 끌어올리고 있다’고 했어요. 사실은 이 친구가 한국에서 올림픽 나가기 전에 비 올 때도 좋은 기록을 냈어요. 비 올 때는 거의 포기를 많이 하는데 이 친구는 비 올 때도 바닥이 미끄럽지만, 올림픽을 가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에 정신력을 발휘한 거죠. 멘탈 관리를 가장 잘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감히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우리 육상계에서 컨디션 조절의 달인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조혜진> 우상혁 선수를 처음 발탁하시기도 하셨다면서요? 어떤 인연이 좀 있으세요?

이진택> 네. 큰 인연이죠. 이 친구가 도쿄에 가기 전에 제가 옛날 일을 되짚어봤는데요. ‘너랑 나랑 만난 지가 언제냐’고 물어보니까 10년 전이래요. 그때 중학교 3학년 때 소년체전에서 2등을 했어요. 중학교 3학년은 아직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에 2등까지는 뽑지를 않아요, 사실은. 그래서 1등만 뽑게 되는데 제가 심판을 보고 결과지를 들고 본부로 이동하는 중에 이 친구가 울고 있는데 울음이 억울해서 우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나는 더 잘할 수 있고 준비를 잘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가 펼쳐 보이지 못한 거라는 울음, 저한테 딱 꽂혔어요. 그 당시 감독의 권한이 좀 있었어요. 그 대신 보고서를 많이 써야 합니다. 말하자면 제가 보증을 서게 되는 거죠. 특히 또 제 종목이었기 때문에 제가 보증을 꼭 해야지만 이 친구가 국가 대표 후보팀, 말하자면 주니어 대표팀으로 들어올 수가 있어요.

조혜진> 그렇군요.

이진택> 10년 전 일이고요. 지금은 제가 그 친구한테 ‘거기서 시작을 해서 네가 국제적인 선수가 되기까지 올림픽에 참가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말하자면 선수가 좋은 선수가 되기를 위해서는 10년이라는 세월을 너는 잘 견디고 자기 관리 잘해서 여기에 와 있다. 이번에 올림픽에 너의 무대를 잘 만들어보기를 바란다’고 전해준 바가 있습니다.

조혜진> 이 질문드려보고 싶어요. 레전드가 레전드에게 어떤 얘기를 좀 해 주고 싶으실지 우상혁 선수를 만나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으세요?

이진택> 이 방송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제가 92년도 바르셀로나 올림픽 뛰면서 가장 외로운 길을 좀 걷게 되지 않을까 했어요. 일단은 비인기 종목이었고요. 그리고 올림픽에서 '과연 될까? 또 결승까지 갈 수 있을까? 결승이 아닌 메달까지 갈 수 있을까?' 했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메달도 가능하다고 봤고요. 그 외로운 싸움을 했습니다. 또, 기록 1㎝를 깨기 위해 상당한 많은 시간이 걸려요. 그런데 지금 펼쳐 보였단 말이에요. 앞으로 나머지 4년의 또 다른 힘든 과정들을 외롭게 견뎌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부터 새로운 각오로 내년도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제가 가진 6위의 기록, 아시안 게임에서 제가 땄던 금메달 두 개, 유니버시아드의 금메달 이런 제가 가졌던 성적을 모두 다 깰 그런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1998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진택 교수1998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진택 교수

신지혜> 약간 울컥하신 것 같아요.

이진택> 네. 지금 사실 우상혁 선수는요. 이제는 결승이 아닌 메달에 도전해야 하고요. 금메달에 대한 도전을 4년 뒤에 하지 않겠나 조심스럽게 점쳐봅니다.

조혜진> 신 기자님도 약간 울컥하신 것 같아요.

신지혜> 네. 그러니까 경기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특히 비인기 종목에 삶을 바치는 선수들을 보면 정말 안개 속을 매일 걷는 것 같은 기분으로 훈련을 외롭게 할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지금 질문이 하나 들어왔는데요. 저희가 영상을 보니까 우상혁 선수랑 교수님 선수이실 때 체격이 비슷해 보였거든요. 그래서 그 당시 체격은 어땠는지 궁금하고 높이 뛰기 선수들은 몸무게 관리가 되게 중요하다고 이런 질문이 들어왔는데 교수님도 열심히 관리하셨을까요?

이진택> 네. 육상선수들에게 지방은 적이죠. 특히나 체중 관리가 결국 컨디션 조절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요. 체중 관리를 잘못하게 되면은 상당히 안 좋은 기록을 낳게 되는 거죠. 제가 지금 그 당시는 이제 190㎝였고요, 우상혁 선수는 188㎝입니다. 체격이 좋다는 거는 출발은 좋겠지만, 높이를 더 끌어올리는 그런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우상혁 선수가 사실도 이를 극복하는 훈련에 더 많은 집중한 결과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조혜진> 학생분들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육상계 앞으로 뭐 어떤 점이 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이진택> 우리 대구교대는 초등 교육의 산실인데요. 우리 체육은 아직은 학교 중심입니다. 학교에서 체육 과목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학교 선생님들이 육상부를 기르지 않고 한다면 지금 육상 선수들이 줄어들게 되겠죠. 그래서 초등학교 선생님들, 예비 초등학교 선생님들이죠. 나중에 교사가 돼서 나가게 되면 육상에 관심이 필요하고요. 좋은 선수들을 선발하고, 또 좋은 선수들을 육상으로 갈 수 있도록 선도주자 역할을 해 주게 되면 우리 대한민국 육상뿐만 아니라 그다음에 또 다른 종목들도 훨씬 더 나아갈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자세로 저는 학교에서 수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조혜진> 교수님도 그 시대에 누군가의 롤모델이었고 우상혁 선수도 지금 육상을 꿈꾸는 분들의 롤모델이 될 거란 말이죠. 육상 선수를 꿈꾸는 사람들한테 어떤 얘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이진택> 육상은 모든 운동의 기초라는 말을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육상 인프라가 다른 종목으로도 전이됐을 때 훨씬 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 중에 뛰고 달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부모님들도 이런 아이들이 체육으로 진출을 할 수 있도록 좀 유도를 해 주시고요. 재능이 있다면 또 체육중학교, 체육고등학교가 있고 또 체육대학이 있습니다. 체계적으로 갖춰진 것들이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관심을 더 가져주신다면 육상을 모태로 시작해서 스포츠를 즐기면서 저처럼 교수나 교사로도 진출을 할 수 있습니다.

신지혜> 댓글 중에 메달 개수가 궁금하다고 하셨는데 일단 아시안 게임에서 2회 연속으로 금메달 획득하셨죠.

이진택> 네, 우상혁 선수가 내년도 세계 선수권 대회를 맞이할 겁니다. 올림픽과 세계 선수권은 조금 다른 경향을 띠고 있어서 우상혁 선수가 잘 준비한다면 내년도 세계 선수권 대회는 메달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또 저를 넘어서야 한다고 봅니다.

신지혜> 네. 지금까지 이진택 대구교대 스포츠 체육학과 교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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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내 기록 모두 깨라”…‘전설’ 이진택이 우상혁에게 울컥한 이유는?
    • 입력 2021-08-04 07:00:06
    • 수정2021-09-09 09: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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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스카이리' 이진택 대구교대 체육학과 교수</strong><br /><br />-'2.34m 날았다' 전 한국 높이뛰기 최고 기록 보유자<br />-"기록 깨져 시원 섭섭...큰 대회서 대견해"<br />-'후회하지 않겠다'는 간절함이 만든 한국 신기록<br />-육상계에서 우상혁은 컨디션 조절의 달인<br />-"비 오는 날 미끄러운 바닥에서도 좋은 기록"<br />-2등 하고도 울던 우상혁, 주니어 대표팀 발탁<br />-"외로운 싸움, 내 기록 모두 깨면서 이겨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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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시간 : 8월 3일(화) 14:00~16: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조혜진 기자
■ 연결 : '스카이리' 이진택 대구교대 체육학과 교수

신지혜> 이진택 교수님의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영상과 우상혁 선수의 2020년 도쿄올림픽 영상을 봤는데요. 교수님은 그때랑 똑같으신 것 같아요.

이진택> 일단 감사드리고요. 오늘 제가 알게 됐는데요. 상혁이랑 같은 나이에 올림픽 결승 올라간 상황이 됐네요. 25살 때였습니다.

1996년도 애틀란타올림픽 결선에 출전한 이진택 교수와 2020년 도쿄올림픽 결선 당시 우상혁 선수
신지혜> 그것도 인연이네요. 그렇죠?

이진택> 아주 큰 인연인데 제가 그것까지는 생각을 못 했었는데 상혁이가 결승 간 거 놓고 이렇게 옛날을 회상해보니까 그게 또 맞아 떨어지더라고요.

조혜진> 저희한테는 ‘스카이리’로도 유명하십니다. 그때 당시에 하늘을 날았던 이진택 교수님 모셔봤는데요. 교수님의 기록을 우상혁 선수가 깼단 말이에요. 내 기록이 깨졌을 때 기분을 우리가 쉽게 알 수 없잖아요. 우리는 기록이 없으니깐요. 어떤가요?

이진택> 한마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원섭섭했습니다. 기대는 하고 있었고요. 또 그 큰 기대가 또 실제 35라는 대기록을 세우기까지 저도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어요.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큰 기회의 강한 모습을 보여준 그 우상혁 선수한테 정말 대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조혜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결선에 진출한 게 육상선수로서 처음이었고, 이후 1년 만에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셨단 말이에요. 당시 원동력이 뭐였는지도 좀 궁금합니다.

이진택> 제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참가했을 때, 처음 참가해서 예선 탈락을 했었어요. 예선 탈락을 통해서 얻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사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지만 큰 경기에 나가서 너무 많이 떨었고요. 실패는 했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스스로 희망을 좀 많이 가졌었어요. 그래서 비행기 타고 오면서 큰 결심을 했었습니다. 당장 다음 날부터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요. 그러면 나는 큰 꿈을 이룰 수 있고 앞으로 남은 애틀랜타 올림픽에는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갈 수 있다는 큰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조혜진> 교수님, 당시에 출전하셨던 96년도 올림픽과 지난 주말에 있었던 2020년 도쿄 올림픽이 뭐가 좀 다르다고 느끼셨나요?

이진택> 우선은 우상혁 선수가 하는 행동이나 이런 걸 보면 시대가 완전히 다르다, ‘라떼’라는 말을 쓰게 되겠는데요. 저희는 표현을 잘 못 하는 시대였지 않았나 해요. 표현하더라도 가볍게 파이팅을 외친다든지 ‘레츠 고’라는 말을 잘 안 썼는데. 우상혁 선수는 그 세대가 표현을 잘하는 세대이지 않나 해요. 승패를, 경기 기록을 떠나서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후회하지 않는 경기, 인생에서 후회하지 않는 경기를 해야겠다는 말을 우상혁 선수가 자주 했었어요. 리우 올림픽 때 실패를 맛본 거죠, 사실은. 저도 92년 첫 올림픽 때 느꼈었는데요. 내 인생에서 그걸 후회하지 않는 경기로 남기고자 하는 그런 간절한 마음이 표정이나 태도로도 표현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주말, 결선 경기를 마친 뒤 거수경례하는 우상혁 선수
조혜진> 저희가 지금 교수님 당시 현역 시절에 막 금메달 받고 이런 영상들을 옆에 같이 보여드리고 있어요.

이진택> 네. 다시 보니까 뭉클한데요. 조금 더 지금 상혁이처럼 더 많은 제스쳐를 했으면 부모님도 이렇게 더 껴안고 감독님한테도 더 껴안고 이런 모습을 좀 못했던 게 너무 아쉽네요.

조혜진> 그러면 교수님이 보실 때 우상혁 선수의 강점이 뭐인 것 같아요?

이진택> 제가 가장 높이 사는 점은요. 저보다 한 수 위입니다. 큰 경기에 자기 관리가 대단하다는 점입니다. 큰 경기에 사실은 예선에서 2m 28이라는 기록은 본인 기록과 상당히 가까운 기록이기도 하고, 선수 본인이 최선을 다한 거예요. 컨디션 조절이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선수들은 그런 경기들 자주 접해봤고요. 우리나라 선수들은 그런 경기를 자주 접해보지를 못하기 때문에 상당히 지쳐있게 되고 정신력으로 버티는 거죠. 우상혁 선수에게 가기 전에 ‘너의 간절함이 모든 컨디션을 다 끌어올리고 있다’고 했어요. 사실은 이 친구가 한국에서 올림픽 나가기 전에 비 올 때도 좋은 기록을 냈어요. 비 올 때는 거의 포기를 많이 하는데 이 친구는 비 올 때도 바닥이 미끄럽지만, 올림픽을 가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에 정신력을 발휘한 거죠. 멘탈 관리를 가장 잘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감히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우리 육상계에서 컨디션 조절의 달인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조혜진> 우상혁 선수를 처음 발탁하시기도 하셨다면서요? 어떤 인연이 좀 있으세요?

이진택> 네. 큰 인연이죠. 이 친구가 도쿄에 가기 전에 제가 옛날 일을 되짚어봤는데요. ‘너랑 나랑 만난 지가 언제냐’고 물어보니까 10년 전이래요. 그때 중학교 3학년 때 소년체전에서 2등을 했어요. 중학교 3학년은 아직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에 2등까지는 뽑지를 않아요, 사실은. 그래서 1등만 뽑게 되는데 제가 심판을 보고 결과지를 들고 본부로 이동하는 중에 이 친구가 울고 있는데 울음이 억울해서 우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나는 더 잘할 수 있고 준비를 잘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가 펼쳐 보이지 못한 거라는 울음, 저한테 딱 꽂혔어요. 그 당시 감독의 권한이 좀 있었어요. 그 대신 보고서를 많이 써야 합니다. 말하자면 제가 보증을 서게 되는 거죠. 특히 또 제 종목이었기 때문에 제가 보증을 꼭 해야지만 이 친구가 국가 대표 후보팀, 말하자면 주니어 대표팀으로 들어올 수가 있어요.

조혜진> 그렇군요.

이진택> 10년 전 일이고요. 지금은 제가 그 친구한테 ‘거기서 시작을 해서 네가 국제적인 선수가 되기까지 올림픽에 참가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말하자면 선수가 좋은 선수가 되기를 위해서는 10년이라는 세월을 너는 잘 견디고 자기 관리 잘해서 여기에 와 있다. 이번에 올림픽에 너의 무대를 잘 만들어보기를 바란다’고 전해준 바가 있습니다.

조혜진> 이 질문드려보고 싶어요. 레전드가 레전드에게 어떤 얘기를 좀 해 주고 싶으실지 우상혁 선수를 만나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으세요?

이진택> 이 방송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제가 92년도 바르셀로나 올림픽 뛰면서 가장 외로운 길을 좀 걷게 되지 않을까 했어요. 일단은 비인기 종목이었고요. 그리고 올림픽에서 '과연 될까? 또 결승까지 갈 수 있을까? 결승이 아닌 메달까지 갈 수 있을까?' 했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메달도 가능하다고 봤고요. 그 외로운 싸움을 했습니다. 또, 기록 1㎝를 깨기 위해 상당한 많은 시간이 걸려요. 그런데 지금 펼쳐 보였단 말이에요. 앞으로 나머지 4년의 또 다른 힘든 과정들을 외롭게 견뎌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부터 새로운 각오로 내년도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제가 가진 6위의 기록, 아시안 게임에서 제가 땄던 금메달 두 개, 유니버시아드의 금메달 이런 제가 가졌던 성적을 모두 다 깰 그런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1998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진택 교수
신지혜> 약간 울컥하신 것 같아요.

이진택> 네. 지금 사실 우상혁 선수는요. 이제는 결승이 아닌 메달에 도전해야 하고요. 금메달에 대한 도전을 4년 뒤에 하지 않겠나 조심스럽게 점쳐봅니다.

조혜진> 신 기자님도 약간 울컥하신 것 같아요.

신지혜> 네. 그러니까 경기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특히 비인기 종목에 삶을 바치는 선수들을 보면 정말 안개 속을 매일 걷는 것 같은 기분으로 훈련을 외롭게 할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지금 질문이 하나 들어왔는데요. 저희가 영상을 보니까 우상혁 선수랑 교수님 선수이실 때 체격이 비슷해 보였거든요. 그래서 그 당시 체격은 어땠는지 궁금하고 높이 뛰기 선수들은 몸무게 관리가 되게 중요하다고 이런 질문이 들어왔는데 교수님도 열심히 관리하셨을까요?

이진택> 네. 육상선수들에게 지방은 적이죠. 특히나 체중 관리가 결국 컨디션 조절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요. 체중 관리를 잘못하게 되면은 상당히 안 좋은 기록을 낳게 되는 거죠. 제가 지금 그 당시는 이제 190㎝였고요, 우상혁 선수는 188㎝입니다. 체격이 좋다는 거는 출발은 좋겠지만, 높이를 더 끌어올리는 그런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우상혁 선수가 사실도 이를 극복하는 훈련에 더 많은 집중한 결과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조혜진> 학생분들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육상계 앞으로 뭐 어떤 점이 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이진택> 우리 대구교대는 초등 교육의 산실인데요. 우리 체육은 아직은 학교 중심입니다. 학교에서 체육 과목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학교 선생님들이 육상부를 기르지 않고 한다면 지금 육상 선수들이 줄어들게 되겠죠. 그래서 초등학교 선생님들, 예비 초등학교 선생님들이죠. 나중에 교사가 돼서 나가게 되면 육상에 관심이 필요하고요. 좋은 선수들을 선발하고, 또 좋은 선수들을 육상으로 갈 수 있도록 선도주자 역할을 해 주게 되면 우리 대한민국 육상뿐만 아니라 그다음에 또 다른 종목들도 훨씬 더 나아갈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자세로 저는 학교에서 수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조혜진> 교수님도 그 시대에 누군가의 롤모델이었고 우상혁 선수도 지금 육상을 꿈꾸는 분들의 롤모델이 될 거란 말이죠. 육상 선수를 꿈꾸는 사람들한테 어떤 얘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이진택> 육상은 모든 운동의 기초라는 말을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육상 인프라가 다른 종목으로도 전이됐을 때 훨씬 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 중에 뛰고 달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부모님들도 이런 아이들이 체육으로 진출을 할 수 있도록 좀 유도를 해 주시고요. 재능이 있다면 또 체육중학교, 체육고등학교가 있고 또 체육대학이 있습니다. 체계적으로 갖춰진 것들이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관심을 더 가져주신다면 육상을 모태로 시작해서 스포츠를 즐기면서 저처럼 교수나 교사로도 진출을 할 수 있습니다.

신지혜> 댓글 중에 메달 개수가 궁금하다고 하셨는데 일단 아시안 게임에서 2회 연속으로 금메달 획득하셨죠.

이진택> 네, 우상혁 선수가 내년도 세계 선수권 대회를 맞이할 겁니다. 올림픽과 세계 선수권은 조금 다른 경향을 띠고 있어서 우상혁 선수가 잘 준비한다면 내년도 세계 선수권 대회는 메달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또 저를 넘어서야 한다고 봅니다.

신지혜> 네. 지금까지 이진택 대구교대 스포츠 체육학과 교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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