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휴양지 휩쓴 터키 최악 산불…40도 고온 예보에 초비상

입력 2021.08.0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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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남부 지역이 일주일 째 대규모 산불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터키 남부 지역은 따뜻한 기후로 유럽인들이 즐겨찾는 휴가지인데 특히 안탈리아와 보드룸 등은 해변에 리조트가 즐비한 대표적인 휴양도시입니다.

지난 7월 28일 이 곳 안탈리아에서 산불이 시작됐습니다.

가축들을 대피시키는 주민들(터키 무글라주 마르마리스)가축들을 대피시키는 주민들(터키 무글라주 마르마리스)

보트를 타고 대피하는 관광객들(터키 무글라주 보드룸)보트를 타고 대피하는 관광객들(터키 무글라주 보드룸)

■ 관광객 보트로 대피…일주일 째 이어지면서 주변국도 헬기 지원

해변에서 즐기던 관광객들은 산불로 도로가 폐쇄되면서 속수무책으로 보트를 타고 대피할 수 밖에 없었고, 인근 주민들도 허겁지겁 대피했습니다. 키우던 가축들도 대피하는 모습들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대피하는 차들이 달리는 도로 옆으로 산불이 번졌고, 현재까지도 산불은 진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화재 발생 지역에는 온통 검은 연기로 뒤덮힌 탓에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터키 당국은 일주일째인 8월 3일까지 모두 145곳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9곳은 여전히 진화작업이 진행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는데, 고립된 농가 부부 등 8명이 목숨을 잃었고, 무글라 주에서만 만 명이 대피하는 등 이재민도 만 명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헬기를 동원해 물을 뿌려도 진화되지 않자, 인근 국가들도 힘을 보탰습니다.

EU는 군인과 여러 대의 항공기를 투입했고, 우크라이나,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이란도 급수 항공기를 보냈습니다. 시위 진압용 살수차도 동원됐으며, 터키 국방부와 내무부는 화재 진압을 위해 군경을 동원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 다음 주도 40도 폭염과 강풍 예보…산불 열강도 4배 이상

하지만 다음 주 날씨 예보도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현재 터키 일부 도시는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40도 이상의 고온이 지속되고 있는데 기상청은 다음 주도 고온의 불볕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하고 있습니다. 여기다 강풍과 낮은 습도도 더해지는 등 화재 진압에는 쉽지 않은 조건들입니다.

지난주 가디언이 전한 위성자료에 따르면 이번 산불의 열강도는 터키의 기록적인 산불 당시보다 4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산불은 10년 만에 최악의 산불로 기록되고 있으며, 2008년에서 2020년까지 평균 13,516 헥타르가 불에 탔던 점과 비교하면 올해는 벌써 95,000 헥타르가 불에 탔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 정부 "무장정파 탓" …국민들, 소방항공기 없앤 정부에 분노

화재 원인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어린이에 의한 실화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등은 터키 내 쿠르드족 무장정파의 방화 가능도 언급하며 이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화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이번 산불 진압 과정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터키 정부가 산간 지역 화재를 진압하는데 필요한 소방 항공기를 없애고, 소방 업무를 맡았던 인프라들을 해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 공유되는 상황들에는 "소방차가 한 대도 없다", "스스로 불을 끄고 집을 고치는 수 밖에 없다"며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불길은 터키와 그리스 사이 에게해 해안의 화력발전소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에게해 연안 도시인 밀라스의 마흐메트 토카트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발전소 부근 언덕 위로 불길이 번지는 상황 등을 공유하며 "불길이 발전소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리스 아테네 인근 산불 진화 모습그리스 아테네 인근 산불 진화 모습

■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도 산불 잇따라

산불에 몸살을 앓는 건 터키 뿐만이 아닙니다. 터키와 인접한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에서도 산불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리스 서부 파트라스 부근에서는 지난 7월 31일 대형화재가 발생해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고, 휴양지 로고스에서도 주민과 관광객들이 대피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도 2만 헥타르 이상의 올리브 숲과 삼림 등이 화재로 소실되는 등 주말에만 8백 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했다고 당국은 전했습니다. 스페인 또한 산후안 저수지 인근에서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이같은 산불은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지속되는 폭염과 건조한 날씨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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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휴양지 휩쓴 터키 최악 산불…40도 고온 예보에 초비상
    • 입력 2021-08-04 16:03:47
    특파원 리포트

터키 남부 지역이 일주일 째 대규모 산불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터키 남부 지역은 따뜻한 기후로 유럽인들이 즐겨찾는 휴가지인데 특히 안탈리아와 보드룸 등은 해변에 리조트가 즐비한 대표적인 휴양도시입니다.

지난 7월 28일 이 곳 안탈리아에서 산불이 시작됐습니다.

가축들을 대피시키는 주민들(터키 무글라주 마르마리스)
보트를 타고 대피하는 관광객들(터키 무글라주 보드룸)
■ 관광객 보트로 대피…일주일 째 이어지면서 주변국도 헬기 지원

해변에서 즐기던 관광객들은 산불로 도로가 폐쇄되면서 속수무책으로 보트를 타고 대피할 수 밖에 없었고, 인근 주민들도 허겁지겁 대피했습니다. 키우던 가축들도 대피하는 모습들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대피하는 차들이 달리는 도로 옆으로 산불이 번졌고, 현재까지도 산불은 진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화재 발생 지역에는 온통 검은 연기로 뒤덮힌 탓에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터키 당국은 일주일째인 8월 3일까지 모두 145곳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9곳은 여전히 진화작업이 진행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는데, 고립된 농가 부부 등 8명이 목숨을 잃었고, 무글라 주에서만 만 명이 대피하는 등 이재민도 만 명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헬기를 동원해 물을 뿌려도 진화되지 않자, 인근 국가들도 힘을 보탰습니다.

EU는 군인과 여러 대의 항공기를 투입했고, 우크라이나,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이란도 급수 항공기를 보냈습니다. 시위 진압용 살수차도 동원됐으며, 터키 국방부와 내무부는 화재 진압을 위해 군경을 동원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 다음 주도 40도 폭염과 강풍 예보…산불 열강도 4배 이상

하지만 다음 주 날씨 예보도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현재 터키 일부 도시는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40도 이상의 고온이 지속되고 있는데 기상청은 다음 주도 고온의 불볕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하고 있습니다. 여기다 강풍과 낮은 습도도 더해지는 등 화재 진압에는 쉽지 않은 조건들입니다.

지난주 가디언이 전한 위성자료에 따르면 이번 산불의 열강도는 터키의 기록적인 산불 당시보다 4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산불은 10년 만에 최악의 산불로 기록되고 있으며, 2008년에서 2020년까지 평균 13,516 헥타르가 불에 탔던 점과 비교하면 올해는 벌써 95,000 헥타르가 불에 탔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 정부 "무장정파 탓" …국민들, 소방항공기 없앤 정부에 분노

화재 원인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어린이에 의한 실화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등은 터키 내 쿠르드족 무장정파의 방화 가능도 언급하며 이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화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이번 산불 진압 과정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터키 정부가 산간 지역 화재를 진압하는데 필요한 소방 항공기를 없애고, 소방 업무를 맡았던 인프라들을 해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 공유되는 상황들에는 "소방차가 한 대도 없다", "스스로 불을 끄고 집을 고치는 수 밖에 없다"며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불길은 터키와 그리스 사이 에게해 해안의 화력발전소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에게해 연안 도시인 밀라스의 마흐메트 토카트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발전소 부근 언덕 위로 불길이 번지는 상황 등을 공유하며 "불길이 발전소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리스 아테네 인근 산불 진화 모습
■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도 산불 잇따라

산불에 몸살을 앓는 건 터키 뿐만이 아닙니다. 터키와 인접한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에서도 산불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리스 서부 파트라스 부근에서는 지난 7월 31일 대형화재가 발생해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고, 휴양지 로고스에서도 주민과 관광객들이 대피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도 2만 헥타르 이상의 올리브 숲과 삼림 등이 화재로 소실되는 등 주말에만 8백 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했다고 당국은 전했습니다. 스페인 또한 산후안 저수지 인근에서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이같은 산불은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지속되는 폭염과 건조한 날씨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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