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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홍철 “잘 해도 ‘부모 덕’ 소리 듣던 딸…수고했다”
입력 2021.08.04 (18:09) 수정 2021.09.09 (09:53) 올림픽 뉴스
여홍철 KBS 도쿄올림픽 해설위원 인터뷰
- ‘女체조 첫 메달’ 여서정 키워낸 여홍철
- “내 경기 할 때보다 딸 경기 중계가 더 떨려”
- “여서정, 내 존재감에 부담 느끼며 선수생활”
- “잘 해도 ‘부모 덕’이란 말 들어야 했다”
- “도마, 실수 만회 안 돼…결국 착지 싸움”
- “올림픽 메달, 어린 선수들 성장 계기 되길”

■ 프로그램 : KBS NEWS D-LIVE
■ 방송시간 : 8월 2일(월) 14:00~16: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김민지 기자
■ 연결 : 여홍철 KBS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해설위원


신지혜> 일단 너무 축하드립니다. 지금 얼굴이 너무 밝으세요.

여홍철> 너무 좋아요. 1차 같이 착지만 하면 100% 메달권 안에는 들어가거든요. 그런데 (2차 시기에서) 두 발 이상 물러났기 때문에, '아... 뒤 선수들이 잘 뛰면 순위에서 밀릴 수 있겠구나.' 그래서 마음이 조금 '아, 어찌...' 그런 게 있었어요.

신지혜> 여자 한국 여자 기계체조에서 올림픽 메달을 딴 게 이번이 처음이에요. 여서정 선수랑 언제 연락하셨어요? 경기 끝나자마자 바로 전화가 되었나요?

여홍철> 아뇨, 집에 가서. 왜냐하면 도핑이 안 끝나가지고 밤 10시, 11시 다 돼서 통화했던 것 같아요.

신지혜> 전화 통화하실 때 첫마디가 어땠나요?

여홍철> "수고했어." 서정이가 그러더라고요, "아빠 나 너무 기분 좋아."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두 번째 기술 자체 착지만 좀 제대로 했다면 뭐 색깔이 더 위로 올라가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해보는데. 그래도 저는 메달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아요. 서정이도 그거에 대해서 만족을 하고 있더라고요.

2020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여서정 선수2020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여서정 선수

신지혜> (여서정 선수가 출전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도 중계를 하셨었어요. 그때랑 올림픽 중계가 좀 다른가요?

여홍철> 왜냐하면, 경기 규모 자체가 틀리잖아요. 아시안 경기하고 올림픽 대회하고는 규모 자체가 틀리거든요. 그런데 제가 더 기뻤던 것은 솔직히 뭐 아시안 게임 같아요.

신지혜> 여서정 선수의 첫 번째 종합 국제 경기였기 때문에.

여홍철> 네. 국제 대회이고, 또 서정이가 만약에 금메달을 따면 도마 종목에서는 최초였거든요. 평균대나 2단 평행봉 같은 경우는 86 아시안게임 때 나왔지만 도마 자체는 최초이기 때문에. 또 32년 만에 우리나라 여자 아시안 게임 금메달이고. 그때 겪고 나니까, 이번에는 약간 조금...

신지혜> 약간 예방주사 맞은 기분으로?

여홍철> 네. 그런 것처럼. (웃음) 그래서 중계 들어가면서 "아, 이번에는 좀 좀 자중해야 돼, 자중해야 돼." 하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아요.

여홍철 해설위원의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기계체조 도마 결선 경기. 1차 시기에서 공중에서 2바퀴 반 회전(900도)을 깔끔하게 구사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2차 시기 불안정한 착지로 은메달을 획득했다.여홍철 해설위원의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기계체조 도마 결선 경기. 1차 시기에서 공중에서 2바퀴 반 회전(900도)을 깔끔하게 구사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2차 시기 불안정한 착지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신지혜> 위원님도 정말 얼마나 많은 국제 경기를 뛰셨습니까? 그런데 본인이 경기를 뛸 때와, 중계를 하면서 딸의 경기를 볼 때, 언제가 더 긴장되나요?

여홍철> 저는 서정이 경기할 때가 더 긴장된 것 같아요. 제가 경기를 할 때에는 제 몸의 컨디션을 잘 알고 있잖아요. 그리고 제가 해왔던 기술이기 때문에 컨디션이나 긴장감을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데 서정이가 경기할 때는 지금 몸 상태가 어떤지 생각이 어떤지 전혀 알 수가 없잖아요.

신지혜> 떨어져 있으니까. 연락도 자주 못 해보시고.

여홍철> 그런데 서정이가 긴장했다는 것을 딱 알 수 있는 부분이, 제가 톡을 하면 바로 답장이 와요.

신지혜> 긴장하면 바로 답장이 와요?

여홍철> 하면. 네. 보통 문자를 하잖아요. 그러면 거의 다음 날 넘어갈 때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문자를 하고 난 다음에 한 10분 안에 답이 와요.

신지혜> 본인의 성취가 여서정 선수한테 좀 부담이 될 거란 걱정도 적잖이 하셨을 것 같아요.

여홍철> 서정이가 부담을 상당히 많이 가졌어요. 아빠는 진짜, 어떻게 보면 체조 도마 쪽으로는 세계 정상급에 있는 선수였기 때문에 본인도 그렇게 해야 된다고 부담감도 느끼고. "너는 아빠가 했기 때문에 너도 해내야 된다." 이런 말을 많이 듣고 선수생활을 했거든요. 조금만 못 하면 "야, 네 아빠는 잘 하는데 너는 왜 이렇게 못해?"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본인이 많이 힘들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리고 잘 해도 "너는 엄마 아빠가 운동을 했기 때문에 DNA를 받아서 잘했다."

신지혜> 깎아내리는 말도 많이 들었군요.

여홍철> 네. 본인이 진짜 열심히 하고 진짜 남들 쉴 때 훈련하고 했는데도, 너는 DNA를 받아서 잘한다. 이런 이야기를... 그래서 서정이 앞에서는 절대 그 이야기하지 말라고 그래요, 제가.

2010년 KBS 프로그램에 나왔던 여서정 선수의 모습2010년 KBS 프로그램에 나왔던 여서정 선수의 모습

신지혜> 이번 대회를 통해서 그런 부담도 많이 털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여홍철> 서정이와 그런 대화를 하지는 않았는데, 이번 올림픽에 본인이 메달 가능성은 조금 가지고 갔던 것은 있어요. 본인의 기술만 잘 성공한다면 메달권 안에 들 수 있다. 그래서 3등 안에 들어서 동메달. 본인이 계속 너무 좋아했던 것 같아요.

신지혜> 정말 대단합니다. 자, 1차 시기에 보여줬던 6.2점짜리 기술이 여서정1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서정 2'도 준비 중이라고 알고 있어요.

여홍철> 지금은 연습 과정이거든요. 아직 발표할 단계는 아니고 초보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일단 기술을 연습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고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는 기간이 좀 남아있기 때문에 연습 과정에서 한 몇 번 정도 해볼 정도. 그런데 잘하면 성공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거라고 주위에서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신지혜> 여서정 1과 2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여홍철> 지금 여서정 기술에서 앞을 보고 떨어지잖아요. 거기에서 이제 반 바퀴를 더 트는 거예요. 남자 기술로 말하면 '여2' 기술이에요.

신지혜> 애틀랜타 올림픽 때 보여주신 것처럼. 도마를 마주 보고 착지하셨잖아요.

여홍철> 네. 마주 보고 떨어지는. 두 바퀴 반을 트는 거예요.

신지혜> 그 반 바퀴를 더 완성하는 데 굉장히 많은 연습이 필요하죠?

여홍철> 그 선수마다 좀 다르겠지만 빨리 습득하면 한 2년. 늦는 선수들은 연습하다가 은퇴하는 경우도 있어요.

신지혜> 그렇군요. 여러 선수들이 이번에 두각을 많이 드러냈어요. 개인 종합 결선에 오른 이윤서 선수 이게 한국 역대 최고 순위 타이 기록이라고 하더라고요.

여홍철> 네. 이윤서 선수도 아버지가 선수 출신이에요. 제 한양대 2년 선배거든요.

신지혜> 이윤서 선수의 강점은 어떤 게 있나요?

여홍철> 네 종목을 다 고루 잘해요. 이윤서 선수는. 올림픽에서도 개인 종합 경기에서 결승을 올라갈 수 있는 부분이었고. 종목별로는 약간 좀 떨어질 수 있지만 그래도 본인이 네 종목을 워낙 잘 하니까 거기에서 조금 더 높은 기술들을 익힌다면 더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신지혜> 오후에 또 도마 결선이 있습니다. 남자 신재환 선수. 좋은 결과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여홍철> 도마는 거의 착지 싸움이거든요. 메달권 선수들은 거의 점수가 0.1에서 0.4점 안에 포진돼 있어요. 그런데 (착지시) 크게 한발 움직이면 0.3이 감점이거든요. 그리고 라인 밖으로 나가게 되면 전체적으로 0.4 감점이 돼요. 0.4점 높은 고난도 기술을 한 선수와, 착지를 완벽하게 한 선수가 동급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착지 싸움으로 보여집니다.
(※인터뷰 후 결선 경기 결과, 신재환 선수는 도마 결선에서 한국 체조사상 두 번째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지혜> 도마는 실수를 만회하기가 어려운 종목 같은데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는 비결이 있을까요?

여홍철> 체조, 특히 도마 같은 경우는 손들고 출발해서 착지까지 거의 4초 안에 다 끝나거든요. 제일 중요한 게 마인드 콘트롤 같아요. 긴장을 얼마나 좀 떨칠 수 있냐, 특히 올림픽 대회 같은 경우는 모든 선수들이 긴장을 하거든요. 그래서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때 서정이한테 주문했던 게, 아빠는 긴장이 되면 심호흡을 좀 하는 편이다. 크게 숨 쉬고 내뱉으면서 심호흡을 하면 긴장감을 좀 떨칠 수 있다.

신지혜> 그런데 그 긴장감이라는 게 참 내 마음대로 떨쳐질 수 있으면 너무 좋은데. 살다 보면 면접도 그렇고 너무나 긴장되는 순간이 많잖아요. 체조선수들은 그런 순간을 수없이 마주하면서 꿈을 향해서 나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홍철> 네. 예를 들어 축구, 야구 뭐 배구 농구 같은 경우는 내가 한번은 실수했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잖아요. 그런데 체조는 한번 딱 실수하잖아요? 그러면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긴장감이 더 배로 올라갑니다. 첫 번째에 메달권에 벗어날 정도의 큰 실수를 했다. 그러면 진짜 어깨가 축 처져서 (착지대부터 출발 지점까지) 25m를 걸어가는 거예요.

신지혜> 그러면 1차 시기를 진짜 잘 뛰었어요. 2차 시기에서 실수를 했다면 그 후회라든지 절망을 어떻게 하면.

여홍철> 그거 데미지가 좀 큽니다.... 저는 그걸 한번 해본 경험이 있어가지고. 제가 92년도 파리 세계 선수권 대회 결승전을 1등으로 올라갔어요. 1차 시기도 너무 잘했어요. 2차 시기 때 굴러가지고요. 7등으로 나왔거든요.

신지혜> 착지를 못 하시고 넘어지셨어요? 아이고.

여홍철> 네. 넘어져가지고. 제가 뭐 큰 실수할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나도 뭐가 씌였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가볍게 실수를 해요. 그래서 그 마음을 진짜 잘 알아요.

신지혜> 마지막으로 우리 여서정 선수에게 또 기계 체조를 인생의 목표로 삼고 매진하는 선수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

여홍철> 어린 선수들은 솔직히 위의 선배들의 그런 성과를 보고 이렇게 자라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번에 여서정 선수가 우리나라 최초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잖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88년도 올림픽 때 그 당시 박종훈 선수가 메달을 땄기 때문에 그걸 보고 하나하나씩 목표가 바뀌는 거죠. 그냥 막연하게 '나 국가대표 선수만 될 거야. 국제 대회만 뛸 거야.' 여기에서, 목표가 바뀌는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 제가 기분이 좋았던 게 뭐냐하면 '아, 이제 앞으로 여자 기계체조 선수들도 메달을 딸 수 있다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에 한 단계 성장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죠.

신지혜>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여홍철> 네. 감사합니다.

신지혜> 지금까지 기계체조 KBS 여홍철 해설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 [인터뷰] 여홍철 “잘 해도 ‘부모 덕’ 소리 듣던 딸…수고했다”
    • 입력 2021-08-04 18:09:23
    • 수정2021-09-09 09:53:38
    올림픽 뉴스
<strong>여홍철 KBS 도쿄올림픽 해설위원 인터뷰</strong><br />- ‘女체조 첫 메달’ 여서정 키워낸 여홍철<br />- “내 경기 할 때보다 딸 경기 중계가 더 떨려”<br />- “여서정, 내 존재감에 부담 느끼며 선수생활”<br />- “잘 해도 ‘부모 덕’이란 말 들어야 했다”<br />- “도마, 실수 만회 안 돼…결국 착지 싸움”<br />- “올림픽 메달, 어린 선수들 성장 계기 되길”

■ 프로그램 : KBS NEWS D-LIVE
■ 방송시간 : 8월 2일(월) 14:00~16: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김민지 기자
■ 연결 : 여홍철 KBS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해설위원


신지혜> 일단 너무 축하드립니다. 지금 얼굴이 너무 밝으세요.

여홍철> 너무 좋아요. 1차 같이 착지만 하면 100% 메달권 안에는 들어가거든요. 그런데 (2차 시기에서) 두 발 이상 물러났기 때문에, '아... 뒤 선수들이 잘 뛰면 순위에서 밀릴 수 있겠구나.' 그래서 마음이 조금 '아, 어찌...' 그런 게 있었어요.

신지혜> 여자 한국 여자 기계체조에서 올림픽 메달을 딴 게 이번이 처음이에요. 여서정 선수랑 언제 연락하셨어요? 경기 끝나자마자 바로 전화가 되었나요?

여홍철> 아뇨, 집에 가서. 왜냐하면 도핑이 안 끝나가지고 밤 10시, 11시 다 돼서 통화했던 것 같아요.

신지혜> 전화 통화하실 때 첫마디가 어땠나요?

여홍철> "수고했어." 서정이가 그러더라고요, "아빠 나 너무 기분 좋아."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두 번째 기술 자체 착지만 좀 제대로 했다면 뭐 색깔이 더 위로 올라가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해보는데. 그래도 저는 메달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아요. 서정이도 그거에 대해서 만족을 하고 있더라고요.

2020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여서정 선수2020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여서정 선수

신지혜> (여서정 선수가 출전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도 중계를 하셨었어요. 그때랑 올림픽 중계가 좀 다른가요?

여홍철> 왜냐하면, 경기 규모 자체가 틀리잖아요. 아시안 경기하고 올림픽 대회하고는 규모 자체가 틀리거든요. 그런데 제가 더 기뻤던 것은 솔직히 뭐 아시안 게임 같아요.

신지혜> 여서정 선수의 첫 번째 종합 국제 경기였기 때문에.

여홍철> 네. 국제 대회이고, 또 서정이가 만약에 금메달을 따면 도마 종목에서는 최초였거든요. 평균대나 2단 평행봉 같은 경우는 86 아시안게임 때 나왔지만 도마 자체는 최초이기 때문에. 또 32년 만에 우리나라 여자 아시안 게임 금메달이고. 그때 겪고 나니까, 이번에는 약간 조금...

신지혜> 약간 예방주사 맞은 기분으로?

여홍철> 네. 그런 것처럼. (웃음) 그래서 중계 들어가면서 "아, 이번에는 좀 좀 자중해야 돼, 자중해야 돼." 하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아요.

여홍철 해설위원의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기계체조 도마 결선 경기. 1차 시기에서 공중에서 2바퀴 반 회전(900도)을 깔끔하게 구사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2차 시기 불안정한 착지로 은메달을 획득했다.여홍철 해설위원의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기계체조 도마 결선 경기. 1차 시기에서 공중에서 2바퀴 반 회전(900도)을 깔끔하게 구사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2차 시기 불안정한 착지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신지혜> 위원님도 정말 얼마나 많은 국제 경기를 뛰셨습니까? 그런데 본인이 경기를 뛸 때와, 중계를 하면서 딸의 경기를 볼 때, 언제가 더 긴장되나요?

여홍철> 저는 서정이 경기할 때가 더 긴장된 것 같아요. 제가 경기를 할 때에는 제 몸의 컨디션을 잘 알고 있잖아요. 그리고 제가 해왔던 기술이기 때문에 컨디션이나 긴장감을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데 서정이가 경기할 때는 지금 몸 상태가 어떤지 생각이 어떤지 전혀 알 수가 없잖아요.

신지혜> 떨어져 있으니까. 연락도 자주 못 해보시고.

여홍철> 그런데 서정이가 긴장했다는 것을 딱 알 수 있는 부분이, 제가 톡을 하면 바로 답장이 와요.

신지혜> 긴장하면 바로 답장이 와요?

여홍철> 하면. 네. 보통 문자를 하잖아요. 그러면 거의 다음 날 넘어갈 때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문자를 하고 난 다음에 한 10분 안에 답이 와요.

신지혜> 본인의 성취가 여서정 선수한테 좀 부담이 될 거란 걱정도 적잖이 하셨을 것 같아요.

여홍철> 서정이가 부담을 상당히 많이 가졌어요. 아빠는 진짜, 어떻게 보면 체조 도마 쪽으로는 세계 정상급에 있는 선수였기 때문에 본인도 그렇게 해야 된다고 부담감도 느끼고. "너는 아빠가 했기 때문에 너도 해내야 된다." 이런 말을 많이 듣고 선수생활을 했거든요. 조금만 못 하면 "야, 네 아빠는 잘 하는데 너는 왜 이렇게 못해?"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본인이 많이 힘들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리고 잘 해도 "너는 엄마 아빠가 운동을 했기 때문에 DNA를 받아서 잘했다."

신지혜> 깎아내리는 말도 많이 들었군요.

여홍철> 네. 본인이 진짜 열심히 하고 진짜 남들 쉴 때 훈련하고 했는데도, 너는 DNA를 받아서 잘한다. 이런 이야기를... 그래서 서정이 앞에서는 절대 그 이야기하지 말라고 그래요, 제가.

2010년 KBS 프로그램에 나왔던 여서정 선수의 모습2010년 KBS 프로그램에 나왔던 여서정 선수의 모습

신지혜> 이번 대회를 통해서 그런 부담도 많이 털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여홍철> 서정이와 그런 대화를 하지는 않았는데, 이번 올림픽에 본인이 메달 가능성은 조금 가지고 갔던 것은 있어요. 본인의 기술만 잘 성공한다면 메달권 안에 들 수 있다. 그래서 3등 안에 들어서 동메달. 본인이 계속 너무 좋아했던 것 같아요.

신지혜> 정말 대단합니다. 자, 1차 시기에 보여줬던 6.2점짜리 기술이 여서정1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서정 2'도 준비 중이라고 알고 있어요.

여홍철> 지금은 연습 과정이거든요. 아직 발표할 단계는 아니고 초보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일단 기술을 연습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고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는 기간이 좀 남아있기 때문에 연습 과정에서 한 몇 번 정도 해볼 정도. 그런데 잘하면 성공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거라고 주위에서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신지혜> 여서정 1과 2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여홍철> 지금 여서정 기술에서 앞을 보고 떨어지잖아요. 거기에서 이제 반 바퀴를 더 트는 거예요. 남자 기술로 말하면 '여2' 기술이에요.

신지혜> 애틀랜타 올림픽 때 보여주신 것처럼. 도마를 마주 보고 착지하셨잖아요.

여홍철> 네. 마주 보고 떨어지는. 두 바퀴 반을 트는 거예요.

신지혜> 그 반 바퀴를 더 완성하는 데 굉장히 많은 연습이 필요하죠?

여홍철> 그 선수마다 좀 다르겠지만 빨리 습득하면 한 2년. 늦는 선수들은 연습하다가 은퇴하는 경우도 있어요.

신지혜> 그렇군요. 여러 선수들이 이번에 두각을 많이 드러냈어요. 개인 종합 결선에 오른 이윤서 선수 이게 한국 역대 최고 순위 타이 기록이라고 하더라고요.

여홍철> 네. 이윤서 선수도 아버지가 선수 출신이에요. 제 한양대 2년 선배거든요.

신지혜> 이윤서 선수의 강점은 어떤 게 있나요?

여홍철> 네 종목을 다 고루 잘해요. 이윤서 선수는. 올림픽에서도 개인 종합 경기에서 결승을 올라갈 수 있는 부분이었고. 종목별로는 약간 좀 떨어질 수 있지만 그래도 본인이 네 종목을 워낙 잘 하니까 거기에서 조금 더 높은 기술들을 익힌다면 더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신지혜> 오후에 또 도마 결선이 있습니다. 남자 신재환 선수. 좋은 결과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여홍철> 도마는 거의 착지 싸움이거든요. 메달권 선수들은 거의 점수가 0.1에서 0.4점 안에 포진돼 있어요. 그런데 (착지시) 크게 한발 움직이면 0.3이 감점이거든요. 그리고 라인 밖으로 나가게 되면 전체적으로 0.4 감점이 돼요. 0.4점 높은 고난도 기술을 한 선수와, 착지를 완벽하게 한 선수가 동급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착지 싸움으로 보여집니다.
(※인터뷰 후 결선 경기 결과, 신재환 선수는 도마 결선에서 한국 체조사상 두 번째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지혜> 도마는 실수를 만회하기가 어려운 종목 같은데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는 비결이 있을까요?

여홍철> 체조, 특히 도마 같은 경우는 손들고 출발해서 착지까지 거의 4초 안에 다 끝나거든요. 제일 중요한 게 마인드 콘트롤 같아요. 긴장을 얼마나 좀 떨칠 수 있냐, 특히 올림픽 대회 같은 경우는 모든 선수들이 긴장을 하거든요. 그래서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때 서정이한테 주문했던 게, 아빠는 긴장이 되면 심호흡을 좀 하는 편이다. 크게 숨 쉬고 내뱉으면서 심호흡을 하면 긴장감을 좀 떨칠 수 있다.

신지혜> 그런데 그 긴장감이라는 게 참 내 마음대로 떨쳐질 수 있으면 너무 좋은데. 살다 보면 면접도 그렇고 너무나 긴장되는 순간이 많잖아요. 체조선수들은 그런 순간을 수없이 마주하면서 꿈을 향해서 나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홍철> 네. 예를 들어 축구, 야구 뭐 배구 농구 같은 경우는 내가 한번은 실수했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잖아요. 그런데 체조는 한번 딱 실수하잖아요? 그러면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긴장감이 더 배로 올라갑니다. 첫 번째에 메달권에 벗어날 정도의 큰 실수를 했다. 그러면 진짜 어깨가 축 처져서 (착지대부터 출발 지점까지) 25m를 걸어가는 거예요.

신지혜> 그러면 1차 시기를 진짜 잘 뛰었어요. 2차 시기에서 실수를 했다면 그 후회라든지 절망을 어떻게 하면.

여홍철> 그거 데미지가 좀 큽니다.... 저는 그걸 한번 해본 경험이 있어가지고. 제가 92년도 파리 세계 선수권 대회 결승전을 1등으로 올라갔어요. 1차 시기도 너무 잘했어요. 2차 시기 때 굴러가지고요. 7등으로 나왔거든요.

신지혜> 착지를 못 하시고 넘어지셨어요? 아이고.

여홍철> 네. 넘어져가지고. 제가 뭐 큰 실수할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나도 뭐가 씌였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가볍게 실수를 해요. 그래서 그 마음을 진짜 잘 알아요.

신지혜> 마지막으로 우리 여서정 선수에게 또 기계 체조를 인생의 목표로 삼고 매진하는 선수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

여홍철> 어린 선수들은 솔직히 위의 선배들의 그런 성과를 보고 이렇게 자라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번에 여서정 선수가 우리나라 최초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잖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88년도 올림픽 때 그 당시 박종훈 선수가 메달을 땄기 때문에 그걸 보고 하나하나씩 목표가 바뀌는 거죠. 그냥 막연하게 '나 국가대표 선수만 될 거야. 국제 대회만 뛸 거야.' 여기에서, 목표가 바뀌는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 제가 기분이 좋았던 게 뭐냐하면 '아, 이제 앞으로 여자 기계체조 선수들도 메달을 딸 수 있다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에 한 단계 성장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죠.

신지혜>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여홍철> 네. 감사합니다.

신지혜> 지금까지 기계체조 KBS 여홍철 해설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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