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공급 폭탄? 공항 이전? 부동산 공약 따져봤습니다

입력 2021.08.0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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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중에 기본주택을 100만 호 이상 공급하고, 역세권의 10억 원 정도 하는 30평대 넓은 아파트를 월 60만 원 정도 수준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하겠다"
- 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3일)

"성남 서울공항을 이전하고 공공주택 3만 호를 공급, 고도제한 풀리면 인근 지역에 4만호를 추가 공급할 수 있다"
- 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4일)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주택 공급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부동산은 대선의 어떤 의제보다도 유권자의 실생활과 밀접한 과제이고, 여권이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던 원인으로 꼽혀왔던 만큼, 후보들의 대책은 화끈합니다.

1년 전 정부가 8·4 대책을 통해 '파격적인 공급방안'이라고 내놓은 게 26만 호 수준이었는데, 후보들은 "250만 호", "280만 호" 공급을 쉽게 이야기합니다.

주택 지을 부지를 찾느라, 정부 당국자들은 전국 지도를 펴놓고 골머리를 앓는다는데, 후보들은 "여기, 저기!"를 외치며, 어려울 것 없다고 자신만만합니다.

하지만 그 돈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지, 땅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설명은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파격적인 공급대책을 내놔도,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면, 그 대책은 부동산 시장에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 '공급 폭탄형' : 이재명 '250만 호', 정세균 '280만 호'

이재명 후보는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국적으로 임기 중 250만 호를, 이 가운데 100만 호는 공공주택의 일종인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기본주택의 경우 청년,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다만, 집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구상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공급 예정 부지를 먼저 발표했다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지만, 수도권 공급 물량 등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기본주택 공급 위치에 대한 질문에 "지금 상태에서 어디라고 특정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될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정세균 후보는 4일 "제가 대통령이 되면 부동산 문제가 해결된다. '공급 폭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정 후보는 임기 내에 공공주택 130만 호와 민간주택 150만 호, 도합 28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수백만 호를 내세우는 두 후보에 대해 경쟁자인 이낙연 후보는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많은 후보들이 공급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어디에 지을지에 대한 말씀은 없네요"

이낙연 후보 캠프의 대변인은 "영화 어벤져스의 공중 도시 '소코비아'처럼 구름 위에 건설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 '공항 이전형' : 이낙연 '서울공항', 박용진 '김포공항'

이낙연 후보는 4일 경기도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을 이전하고, 그 땅에 주택 3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공항이 이전해 고도 제한이 풀리면 주변에 4만 호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는 구상도 제시했습니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대규모 부지를 제시했다는 점이 큰 차이, 라고 이낙연 후보는 '서울공항 이전' 방안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서울공항 이전은 이미 2000년부터 선거철이면 꾸준히 제기됐던 아이디어입니다. 안보 상황과 군의 반대를 고려해 현실화되지 못했습니다.

당장 이재명 후보 측은 "국방부가 절대 반대하는 사안이다. 전략적 요충지라 현실화 가능성이 작다"고 했고, 박용진 후보는 자신도 검토해봤지만, 안보적 측면을 무시하고, 무턱대고 이전할 수 없다고 반대했습니다.

박용진 후보는 대신, 앞서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통합하고 해당 부지에 스마트시티를 지어 20만 호를 건설원가 수준으로 공급하는 '가치 성장주택'을 공약한 바 있습니다.


■ 전문가들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 빠져 있어"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세균 후보가 내놓은 부동산 대량 공급 정책에 구체적인 공급 부지나 재원 마련 방안이 빠져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부동산 공급 정책에 대해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30평짜리 아파트의 공급가액을 3억 원으로 산정해도, 3%의 이자율로 단순 계산해도 연간 900만 원이 필요한데, 월 60만 원대 임대료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숫자를 먼저 정하고 어디에 공급할지를 정할 게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공급할지를 정하고 이들을 합산해서 나온 수치가 공급 목표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낙연, 박용진 후보의 공항 이전 부지를 활용한 부동산 공급 정책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곧바로 실현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서울공항 이전 주장에 대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 외국 대통령이 방한할 때 서울공항을 주로 이용하는 건, 한국의 휴전국가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라고 했고, 김포공항 이전 주장에 대해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공항 같은 사회기반시설은 장기간 운영 과정에서 축적되는 노하우를 간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 - 지난해 11월,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에서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얼마 전까지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고 했다가 꺼낸 말이어서 비판을 받았지만, 주택 공급의 어려움을 드러낸 속내였을 겁니다.

대담한 아이디어나 화끈한 숫자보다는 실현 가능한 부동산 대책을,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후보들에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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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공급 폭탄? 공항 이전? 부동산 공약 따져봤습니다
    • 입력 2021-08-04 18:25:09
    여심야심

"임기 중에 기본주택을 100만 호 이상 공급하고, 역세권의 10억 원 정도 하는 30평대 넓은 아파트를 월 60만 원 정도 수준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하겠다"
- 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3일)

"성남 서울공항을 이전하고 공공주택 3만 호를 공급, 고도제한 풀리면 인근 지역에 4만호를 추가 공급할 수 있다"
- 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4일)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주택 공급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부동산은 대선의 어떤 의제보다도 유권자의 실생활과 밀접한 과제이고, 여권이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던 원인으로 꼽혀왔던 만큼, 후보들의 대책은 화끈합니다.

1년 전 정부가 8·4 대책을 통해 '파격적인 공급방안'이라고 내놓은 게 26만 호 수준이었는데, 후보들은 "250만 호", "280만 호" 공급을 쉽게 이야기합니다.

주택 지을 부지를 찾느라, 정부 당국자들은 전국 지도를 펴놓고 골머리를 앓는다는데, 후보들은 "여기, 저기!"를 외치며, 어려울 것 없다고 자신만만합니다.

하지만 그 돈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지, 땅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설명은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파격적인 공급대책을 내놔도,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면, 그 대책은 부동산 시장에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 '공급 폭탄형' : 이재명 '250만 호', 정세균 '280만 호'

이재명 후보는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국적으로 임기 중 250만 호를, 이 가운데 100만 호는 공공주택의 일종인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기본주택의 경우 청년,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다만, 집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구상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공급 예정 부지를 먼저 발표했다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지만, 수도권 공급 물량 등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기본주택 공급 위치에 대한 질문에 "지금 상태에서 어디라고 특정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될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정세균 후보는 4일 "제가 대통령이 되면 부동산 문제가 해결된다. '공급 폭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정 후보는 임기 내에 공공주택 130만 호와 민간주택 150만 호, 도합 28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수백만 호를 내세우는 두 후보에 대해 경쟁자인 이낙연 후보는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많은 후보들이 공급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어디에 지을지에 대한 말씀은 없네요"

이낙연 후보 캠프의 대변인은 "영화 어벤져스의 공중 도시 '소코비아'처럼 구름 위에 건설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 '공항 이전형' : 이낙연 '서울공항', 박용진 '김포공항'

이낙연 후보는 4일 경기도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을 이전하고, 그 땅에 주택 3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공항이 이전해 고도 제한이 풀리면 주변에 4만 호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는 구상도 제시했습니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대규모 부지를 제시했다는 점이 큰 차이, 라고 이낙연 후보는 '서울공항 이전' 방안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서울공항 이전은 이미 2000년부터 선거철이면 꾸준히 제기됐던 아이디어입니다. 안보 상황과 군의 반대를 고려해 현실화되지 못했습니다.

당장 이재명 후보 측은 "국방부가 절대 반대하는 사안이다. 전략적 요충지라 현실화 가능성이 작다"고 했고, 박용진 후보는 자신도 검토해봤지만, 안보적 측면을 무시하고, 무턱대고 이전할 수 없다고 반대했습니다.

박용진 후보는 대신, 앞서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통합하고 해당 부지에 스마트시티를 지어 20만 호를 건설원가 수준으로 공급하는 '가치 성장주택'을 공약한 바 있습니다.


■ 전문가들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 빠져 있어"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세균 후보가 내놓은 부동산 대량 공급 정책에 구체적인 공급 부지나 재원 마련 방안이 빠져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부동산 공급 정책에 대해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30평짜리 아파트의 공급가액을 3억 원으로 산정해도, 3%의 이자율로 단순 계산해도 연간 900만 원이 필요한데, 월 60만 원대 임대료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숫자를 먼저 정하고 어디에 공급할지를 정할 게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공급할지를 정하고 이들을 합산해서 나온 수치가 공급 목표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낙연, 박용진 후보의 공항 이전 부지를 활용한 부동산 공급 정책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곧바로 실현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서울공항 이전 주장에 대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 외국 대통령이 방한할 때 서울공항을 주로 이용하는 건, 한국의 휴전국가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라고 했고, 김포공항 이전 주장에 대해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공항 같은 사회기반시설은 장기간 운영 과정에서 축적되는 노하우를 간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 - 지난해 11월,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에서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얼마 전까지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고 했다가 꺼낸 말이어서 비판을 받았지만, 주택 공급의 어려움을 드러낸 속내였을 겁니다.

대담한 아이디어나 화끈한 숫자보다는 실현 가능한 부동산 대책을,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후보들에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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