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만에 올리는 ‘빵값’…지금 이집트엔 어떤 사정이?

입력 2021.08.05 (06:00) 수정 2021.08.0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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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장보기 무섭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소비자 물가가 뛰면서 가계에도 부담이 되고 있는데요.

이집트에서도 어려워진 경제 사정 때문에 무려 44년 동안 동결했던 '빵값'을 올려야 하는 사정에 처했다고 합니다.

이집트의 일간지 알아흐람에 따르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자국의 식품 산업단지를 방문해 “수십 년간 동결됐던 빵값을 이제는 올려야 할 때“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이집트는 빵값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해왔고 지난 20∼30년간 가격 변동도 없었습니다. 빵 20개의 가격이 담배 한 개비 가격과 같았는데요.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는 없다"고 엘시시 대통령은 말했다고 합니다.

빵값을 올릴 경우 생기는 변화들에 대해선 엘시시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 ‘이집트 사람들 주식’이라는데…어떤 빵이길래?

이집트에서는 둥글넓적하고 속이 비어있는 '발라디', '아이쉬'라는 이름의 빵을 즐겨 먹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플랫 브레드'와 비슷한 모양의 빵입니다.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가게에서는 빵을 시세보다 훨씬 싸게 판매합니다. 개당 0.05 이집트파운드, 우리 돈 약 3.7원에 살 수 있습니다.

1억 명이 넘는 이집트 인구 중 6천만 명 이상은 보조금이 투입된 빵을 하루 5개씩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집트 정부는 빵값 인상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1981년 사망한 안와르 사다트 전 대통령 재직 당시인 1977년 이후 무려 44년 만입니다.


■ 빵값 인상 시도, 그동안 어떻게 이뤄졌나?

과거 이집트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에서 빵을 포함한 식료품 가격 인상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빈민층은 강력히 항의했고 '제1차 빵 폭동'을 일으켜 결국 빵값 인상은 무산됐습니다.

1980~1990년대에 이집트 정부는 다시 식료품에 대한 정부 보조 규모를 서서히 줄여나갔습니다. 빵값을 올리지 않고 빵의 중량을 줄이는 방식을 이용했습니다.

2016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2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받은 엘시시의 이집트 정부도 엄격한 긴축 조처를 약속했습니다.

정부는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부 보조금을 줄여왔고, 보조금 축소에 따른 물가 상승에 서민의 고통은 커져 왔습니다.


■ 이집트인들의 반발 담긴 SNS 게시물, 급속도로 퍼져

가장 최근에는 이집트의 휘발유 가격도 인상됐습니다. 지난 4월에 이어 7월에 또 다시 오른 셈입니다.

코로나19로 관광객 발길이 줄어드는 등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 단행된 이런 보조금 축소는 이집트 서민들의 불만을 키우는데 충분했습니다.

현재 이집트인들은 '빵은 (물가 인상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내용의 트윗을 SNS에 전파하고 있습니다.

이집트는 2021∼2022년 회계연도 예산에 878억 이집트 파운드(약 6조4천260억 원)의 상품 및 농민지원 보조금을 책정했습니다. 이 가운데 빵 보조금은 448억 이집트 파운드(약 3조2천789억원)로 잡혀 있습니다.

이집트 정부는 이번 회계연도의 밀 구매 예상가를 1t당 255달러로 예상해 보조금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밀값이 상승해 가장 최근 구매가는 1t당 293달러가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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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4년 만에 올리는 ‘빵값’…지금 이집트엔 어떤 사정이?
    • 입력 2021-08-05 06:00:16
    • 수정2021-08-05 06:36:09
    취재K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장보기 무섭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소비자 물가가 뛰면서 가계에도 부담이 되고 있는데요.

이집트에서도 어려워진 경제 사정 때문에 무려 44년 동안 동결했던 '빵값'을 올려야 하는 사정에 처했다고 합니다.

이집트의 일간지 알아흐람에 따르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자국의 식품 산업단지를 방문해 “수십 년간 동결됐던 빵값을 이제는 올려야 할 때“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이집트는 빵값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해왔고 지난 20∼30년간 가격 변동도 없었습니다. 빵 20개의 가격이 담배 한 개비 가격과 같았는데요.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는 없다"고 엘시시 대통령은 말했다고 합니다.

빵값을 올릴 경우 생기는 변화들에 대해선 엘시시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 ‘이집트 사람들 주식’이라는데…어떤 빵이길래?

이집트에서는 둥글넓적하고 속이 비어있는 '발라디', '아이쉬'라는 이름의 빵을 즐겨 먹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플랫 브레드'와 비슷한 모양의 빵입니다.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가게에서는 빵을 시세보다 훨씬 싸게 판매합니다. 개당 0.05 이집트파운드, 우리 돈 약 3.7원에 살 수 있습니다.

1억 명이 넘는 이집트 인구 중 6천만 명 이상은 보조금이 투입된 빵을 하루 5개씩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집트 정부는 빵값 인상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1981년 사망한 안와르 사다트 전 대통령 재직 당시인 1977년 이후 무려 44년 만입니다.


■ 빵값 인상 시도, 그동안 어떻게 이뤄졌나?

과거 이집트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에서 빵을 포함한 식료품 가격 인상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빈민층은 강력히 항의했고 '제1차 빵 폭동'을 일으켜 결국 빵값 인상은 무산됐습니다.

1980~1990년대에 이집트 정부는 다시 식료품에 대한 정부 보조 규모를 서서히 줄여나갔습니다. 빵값을 올리지 않고 빵의 중량을 줄이는 방식을 이용했습니다.

2016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2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받은 엘시시의 이집트 정부도 엄격한 긴축 조처를 약속했습니다.

정부는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부 보조금을 줄여왔고, 보조금 축소에 따른 물가 상승에 서민의 고통은 커져 왔습니다.


■ 이집트인들의 반발 담긴 SNS 게시물, 급속도로 퍼져

가장 최근에는 이집트의 휘발유 가격도 인상됐습니다. 지난 4월에 이어 7월에 또 다시 오른 셈입니다.

코로나19로 관광객 발길이 줄어드는 등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 단행된 이런 보조금 축소는 이집트 서민들의 불만을 키우는데 충분했습니다.

현재 이집트인들은 '빵은 (물가 인상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내용의 트윗을 SNS에 전파하고 있습니다.

이집트는 2021∼2022년 회계연도 예산에 878억 이집트 파운드(약 6조4천260억 원)의 상품 및 농민지원 보조금을 책정했습니다. 이 가운데 빵 보조금은 448억 이집트 파운드(약 3조2천789억원)로 잡혀 있습니다.

이집트 정부는 이번 회계연도의 밀 구매 예상가를 1t당 255달러로 예상해 보조금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밀값이 상승해 가장 최근 구매가는 1t당 293달러가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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