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올림픽 개회식 망가뜨린 그들…폐회식에 일왕 참가 ‘OX퀴즈’?

입력 2021.08.05 (11:10) 수정 2021.08.05 (11:1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장례식장에 참석하는 것 같았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활기차고, 엉뚱하며, 흥미진진한 나라 중 하나인데, 이 개회식이 그들이 만든 결과물이라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 (이언 던, 영국 폴리틱스 편집장)

"많이 잤다. 개회식에 세금이 들어가지 않았느냐. 돈을 돌려줬으면 좋겠다. 이런 걸 외국인에게 보여주다니, 정말 창피해서 외국도 못 가겠다." (기타노 다케시, 일본 영화감독)

7월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은 시종 침울하고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코로나19 감염증의 습격 탓에 웃고 떠들 분위기가 아니었죠. 일본의 역사와 전통을 웅장하고 화려하게 꾸밀 여유도 없었습니다.

이제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도쿄올림픽. 사흘 뒤인 8월 8일 오후 8시부터 도쿄(東京) 올림픽 스타디움(신 국립경기장)에서 폐회식을 갖고 17일 열전의 막을 내립니다. 2시간 30분가량 이어질 폐회식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요.

나루히토 일왕이 7월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입장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나루히토 일왕이 7월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입장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왕 참가 '○×퀴즈'?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8월 5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개·폐회식 총괄책임자이던 사사키 히로시(佐々木宏)가 만든 '폐회식 계획안'(CLOSING CEREMONY PLAN)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계획안이 작성된 건 지난해 10월 27일.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에게 보고하는 용도였습니다. 총 97페이지 분량인데, 31쪽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선수와 관중, VIP와 천황(일왕) 폐하, TV 앞 시청자 모두가 참가하는 〇×퀴즈를 실시한다'

예컨대 이런 식입니다.

질문 3 : 도쿄 2020의 메달은 폐기된 휴대전화를 활용해 제작됐다. 모든 메달을 만드는 데 사용된 휴대전화를 깔면 (폐회식) 경기장보다 넓다.

질문을 들은 선수들은 폐회식장 안에 설정된 '○', 또는 '×' 구역으로 각자 흩어집니다. 관중과 귀빈, 일왕 역시 '○', 또는 '×'가 적힌 손팻말을 듭니다. 시청자는 스마트폰으로 퀴즈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출제되는 문제는 5개, 정답은 모두 '○'로 정해져 있습니다. 결국, 이벤트가 끝날 즈음 '○' 모양 5개 겹쳐지면서 올림픽 상징 마크, 오륜(五輪)을 만들어 낸다는 연출 안입니다.

일본 주간지 슈칸분슈가 입수해 8월 5일 보도한 도쿄올림픽 폐막식 프로그램 계획안 일부.  ‘○’ 모양이 5개 모여 올림픽 상징 마크를 만들어 내는 구성이다. [출처=일본 슈칸분슌]일본 주간지 슈칸분슈가 입수해 8월 5일 보도한 도쿄올림픽 폐막식 프로그램 계획안 일부. ‘○’ 모양이 5개 모여 올림픽 상징 마크를 만들어 내는 구성이다. [출처=일본 슈칸분슌]

■일본 궁내청, 아연실색

이런 계획안에 일본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잡지는 전했습니다.

우선 나루히토(德仁) 일왕은 폐회식에 가지 않습니다. 올림픽·패럴림픽 개회 선언을 하는 대신에, 폐회식은 그의 동생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후미히토(文仁) 왕세제가 참석하는 것으로 오래 전에 결정된 상태입니다.

"폐회식은 무엇보다 선수들의 분투를 치하하고, 격려하는 중요한 무대입니다. 그런 자리에 가벼운 자세로 퀴즈 참가를 요구하는 계획이 도쿄도지사에게 보고까지 됐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입니다." (궁내청 관계자)

나루히토 일왕은 앞선 개회 선언에서 '축하한다'(祝う)는 표현도 쓰지 않았습니다. '국민 통합의 상징'인 일왕이 찬반이 격렬한 올림픽을 '축하'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던 겁니다.

도쿄올림픽  개·폐회식 총괄 책임자인 사사키 히로시(오른쪽)이 2019년 12월 기자회견에서 개막식 연출 담당자 고바야시 겐타로를 소개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부적절한 언행으로 중도 사퇴했다. (출처=일본 교도통신)도쿄올림픽 개·폐회식 총괄 책임자인 사사키 히로시(오른쪽)이 2019년 12월 기자회견에서 개막식 연출 담당자 고바야시 겐타로를 소개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부적절한 언행으로 중도 사퇴했다. (출처=일본 교도통신)

■개회식 망친 주범들

제대로 된 메시지만 전달된다면 폐회식 때 '〇×퀴즈'를 하건 말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다만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일본 사회의 병폐와 음습한 뒷거래의 결과물이었다는 점입니다. 슈칸분슌은 최근 '덴츠(電通) 올림픽'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개회식을 누가 왜 망가뜨렸는지, 그 내막을 전했습니다.

보도를 보면 당초 개·폐회식 총감독은 ‘미키코(MIKIKO)’라는 안무가 출신 연출가였습니다.

그가 지난해 초 완성한 개회식 원안은 명작 애니메이션 ‘아키라(AKIRA)’를 비롯해 일본 대표 캐릭터인 '슈퍼 마리오' 등이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미키코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이런 연출 안을 제출해 "환상적인 구성"이라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5월 다카다 요시오(髙田佳夫) 덴츠 대표이사로부터 갑자기 "사사키로 책임자를 교체하겠다"는 하차 통보를 받습니다.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츠는 도쿄올림픽 마케팅 에이전시이고, 사사키는 덴츠 출신의 CF 감독입니다.

신임 총감독이 된 사사키는 이후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 등을 들어 기존 개·폐회식 연출 안을 축소·폐기했습니다. 2년 이상 행사를 준비해 온, 약 500명에 달하는 '마키코 연출팀'도 하루 아침에 해체됐죠. 슈칸분슌은 "이때부터 기존 기획안을 잘라 붙이는 짜깁기가 횡횡했고, 행사 내용도 코미디적 성격이 강해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도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이었던 미키코 안무가(사진 위). 슈칸분슌은 미키코의 중도 퇴장에 광고회사 덴츠의 압력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출처=NHK 월드, 슈칸분슌 홈페이지]도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이었던 미키코 안무가(사진 위). 슈칸분슌은 미키코의 중도 퇴장에 광고회사 덴츠의 압력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출처=NHK 월드, 슈칸분슌 홈페이지]

■개회식의 추악한 뒷무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덴츠가 개회식 연출을 맡게 된 이후 정치인과 이해집단의 주문이 밀려들었다고 합니다. 말이 주문이지, 사실상 압력이었습니다.

예컨대 고이케 도쿄도지사는 "연출에 목공과 소방수를 반드시 넣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2016년 도쿄도지사 선거 때 '에도(江戶) 소방기념사업회'라는 곳이 자신을 지지해 준 데 대한 보답이었습니다. 개회식에서 오륜기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자르는 기괴한 퍼포먼스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모리 요시로(森喜朗) 대회 조직위원회 회장을 비롯해 집권 자민당 내 정치인들의 요구도 빗발쳤는데, 이 때문에 개회식은 모든 주제가 통일되지 않은, 이해할 수 없는 공연들로 구성됐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추모라고 보기 어려운 '강령술'(降靈術), 갑자기 튀어나온 '탭 댄스', 그리고 '가부키'(歌舞伎)와 '재즈'의 불협화음 등이 그런 예입니다.

일본의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인 히로미가 7월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가부키 공연에 맞춰 연주하고 있다. [출처=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일본의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인 히로미가 7월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가부키 공연에 맞춰 연주하고 있다. [출처=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일본 사회 병폐 드러내

도쿄올림픽 개회식은 총체적 인재였습니다. 연출 자율성은 훼손됐고, 권력자들은 큐시트를 전리품처럼 나눠 가졌습니다. 행사를 준비한 쪽도 평화와 화합, 연대의 올림픽 정신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개회식 직전인 7월 19일엔 음악감독 오야마다 게이고(小山田圭吾)가 학창 시절 장애인 동급생에게 인분을 먹이고 폭력을 가한 사실로 비난을 받아 물러났고, 22일엔 과거 유대인 ‘홀로코스트’를 개그 소재로 삼은 연출자 고바야시 겐타로(小林賢太郞)가 해임됐습니다.

'○×퀴즈'를 준비한 사사키 역시 일본의 유명 개그우먼인 와타나베 나오미(渡辺直美)를 돼지로 분장시켜 무대에 올리자는 개회식 아이디어를 낸 사실이 알려져 지난 3월 사퇴했습니다.

여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폐회식이 남았습니다.



도쿄올림픽 경기 생중계 바로가기 https://tokyo2020.kbs.co.kr/live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리포트] 올림픽 개회식 망가뜨린 그들…폐회식에 일왕 참가 ‘OX퀴즈’?
    • 입력 2021-08-05 11:09:59
    • 수정2021-08-05 11:12:19
    특파원 리포트

"장례식장에 참석하는 것 같았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활기차고, 엉뚱하며, 흥미진진한 나라 중 하나인데, 이 개회식이 그들이 만든 결과물이라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 (이언 던, 영국 폴리틱스 편집장)

"많이 잤다. 개회식에 세금이 들어가지 않았느냐. 돈을 돌려줬으면 좋겠다. 이런 걸 외국인에게 보여주다니, 정말 창피해서 외국도 못 가겠다." (기타노 다케시, 일본 영화감독)

7월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은 시종 침울하고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코로나19 감염증의 습격 탓에 웃고 떠들 분위기가 아니었죠. 일본의 역사와 전통을 웅장하고 화려하게 꾸밀 여유도 없었습니다.

이제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도쿄올림픽. 사흘 뒤인 8월 8일 오후 8시부터 도쿄(東京) 올림픽 스타디움(신 국립경기장)에서 폐회식을 갖고 17일 열전의 막을 내립니다. 2시간 30분가량 이어질 폐회식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요.

나루히토 일왕이 7월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입장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왕 참가 '○×퀴즈'?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8월 5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개·폐회식 총괄책임자이던 사사키 히로시(佐々木宏)가 만든 '폐회식 계획안'(CLOSING CEREMONY PLAN)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계획안이 작성된 건 지난해 10월 27일.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에게 보고하는 용도였습니다. 총 97페이지 분량인데, 31쪽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선수와 관중, VIP와 천황(일왕) 폐하, TV 앞 시청자 모두가 참가하는 〇×퀴즈를 실시한다'

예컨대 이런 식입니다.

질문 3 : 도쿄 2020의 메달은 폐기된 휴대전화를 활용해 제작됐다. 모든 메달을 만드는 데 사용된 휴대전화를 깔면 (폐회식) 경기장보다 넓다.

질문을 들은 선수들은 폐회식장 안에 설정된 '○', 또는 '×' 구역으로 각자 흩어집니다. 관중과 귀빈, 일왕 역시 '○', 또는 '×'가 적힌 손팻말을 듭니다. 시청자는 스마트폰으로 퀴즈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출제되는 문제는 5개, 정답은 모두 '○'로 정해져 있습니다. 결국, 이벤트가 끝날 즈음 '○' 모양 5개 겹쳐지면서 올림픽 상징 마크, 오륜(五輪)을 만들어 낸다는 연출 안입니다.

일본 주간지 슈칸분슈가 입수해 8월 5일 보도한 도쿄올림픽 폐막식 프로그램 계획안 일부.  ‘○’ 모양이 5개 모여 올림픽 상징 마크를 만들어 내는 구성이다. [출처=일본 슈칸분슌]
■일본 궁내청, 아연실색

이런 계획안에 일본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잡지는 전했습니다.

우선 나루히토(德仁) 일왕은 폐회식에 가지 않습니다. 올림픽·패럴림픽 개회 선언을 하는 대신에, 폐회식은 그의 동생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후미히토(文仁) 왕세제가 참석하는 것으로 오래 전에 결정된 상태입니다.

"폐회식은 무엇보다 선수들의 분투를 치하하고, 격려하는 중요한 무대입니다. 그런 자리에 가벼운 자세로 퀴즈 참가를 요구하는 계획이 도쿄도지사에게 보고까지 됐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입니다." (궁내청 관계자)

나루히토 일왕은 앞선 개회 선언에서 '축하한다'(祝う)는 표현도 쓰지 않았습니다. '국민 통합의 상징'인 일왕이 찬반이 격렬한 올림픽을 '축하'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던 겁니다.

도쿄올림픽  개·폐회식 총괄 책임자인 사사키 히로시(오른쪽)이 2019년 12월 기자회견에서 개막식 연출 담당자 고바야시 겐타로를 소개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부적절한 언행으로 중도 사퇴했다. (출처=일본 교도통신)
■개회식 망친 주범들

제대로 된 메시지만 전달된다면 폐회식 때 '〇×퀴즈'를 하건 말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다만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일본 사회의 병폐와 음습한 뒷거래의 결과물이었다는 점입니다. 슈칸분슌은 최근 '덴츠(電通) 올림픽'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개회식을 누가 왜 망가뜨렸는지, 그 내막을 전했습니다.

보도를 보면 당초 개·폐회식 총감독은 ‘미키코(MIKIKO)’라는 안무가 출신 연출가였습니다.

그가 지난해 초 완성한 개회식 원안은 명작 애니메이션 ‘아키라(AKIRA)’를 비롯해 일본 대표 캐릭터인 '슈퍼 마리오' 등이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미키코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이런 연출 안을 제출해 "환상적인 구성"이라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5월 다카다 요시오(髙田佳夫) 덴츠 대표이사로부터 갑자기 "사사키로 책임자를 교체하겠다"는 하차 통보를 받습니다.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츠는 도쿄올림픽 마케팅 에이전시이고, 사사키는 덴츠 출신의 CF 감독입니다.

신임 총감독이 된 사사키는 이후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 등을 들어 기존 개·폐회식 연출 안을 축소·폐기했습니다. 2년 이상 행사를 준비해 온, 약 500명에 달하는 '마키코 연출팀'도 하루 아침에 해체됐죠. 슈칸분슌은 "이때부터 기존 기획안을 잘라 붙이는 짜깁기가 횡횡했고, 행사 내용도 코미디적 성격이 강해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도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이었던 미키코 안무가(사진 위). 슈칸분슌은 미키코의 중도 퇴장에 광고회사 덴츠의 압력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출처=NHK 월드, 슈칸분슌 홈페이지]
■개회식의 추악한 뒷무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덴츠가 개회식 연출을 맡게 된 이후 정치인과 이해집단의 주문이 밀려들었다고 합니다. 말이 주문이지, 사실상 압력이었습니다.

예컨대 고이케 도쿄도지사는 "연출에 목공과 소방수를 반드시 넣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2016년 도쿄도지사 선거 때 '에도(江戶) 소방기념사업회'라는 곳이 자신을 지지해 준 데 대한 보답이었습니다. 개회식에서 오륜기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자르는 기괴한 퍼포먼스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모리 요시로(森喜朗) 대회 조직위원회 회장을 비롯해 집권 자민당 내 정치인들의 요구도 빗발쳤는데, 이 때문에 개회식은 모든 주제가 통일되지 않은, 이해할 수 없는 공연들로 구성됐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추모라고 보기 어려운 '강령술'(降靈術), 갑자기 튀어나온 '탭 댄스', 그리고 '가부키'(歌舞伎)와 '재즈'의 불협화음 등이 그런 예입니다.

일본의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인 히로미가 7월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가부키 공연에 맞춰 연주하고 있다. [출처=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일본 사회 병폐 드러내

도쿄올림픽 개회식은 총체적 인재였습니다. 연출 자율성은 훼손됐고, 권력자들은 큐시트를 전리품처럼 나눠 가졌습니다. 행사를 준비한 쪽도 평화와 화합, 연대의 올림픽 정신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개회식 직전인 7월 19일엔 음악감독 오야마다 게이고(小山田圭吾)가 학창 시절 장애인 동급생에게 인분을 먹이고 폭력을 가한 사실로 비난을 받아 물러났고, 22일엔 과거 유대인 ‘홀로코스트’를 개그 소재로 삼은 연출자 고바야시 겐타로(小林賢太郞)가 해임됐습니다.

'○×퀴즈'를 준비한 사사키 역시 일본의 유명 개그우먼인 와타나베 나오미(渡辺直美)를 돼지로 분장시켜 무대에 올리자는 개회식 아이디어를 낸 사실이 알려져 지난 3월 사퇴했습니다.

여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폐회식이 남았습니다.



도쿄올림픽 경기 생중계 바로가기 https://tokyo2020.kbs.co.kr/live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