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이 회원 대규모 징계 나선 ‘진짜 이유’

입력 2021.08.0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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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가 '로톡' 등 법률서비스 플랫폼에 가입돼 있는 변호사들에 대해 징계를 전제로 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로톡은 '폭행'·'사기' 등의 단어를 검색하면 분야별로 변호사들을 보여주는 온라인 법률서비스 사이트입니다. 광고료를 낸 변호사들은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됩니다.

변협은 오늘(5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개정된 변호사 윤리장전과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에 따라 이날부터 온라인 법률 플랫폼 가입 변호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며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조사 대상 변호사만 1,400여 명…내부 규정 어떻길래

변협은 현재까지 변협 법질서위반감독센터에 1,440여 명의 온라인 법률 플랫폼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 회부 요청이 접수됐다고 밝혔습니다.

천 명 넘는 변호사들이 징계를 전제로 조사를 받게 되는 셈인데, 그동안 변협에서 이렇게 대규모 회원 징계를 위해 조사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변협이 사상 초유의 '무더기 회원 징계'에 나선 건 최근 개정된 변협 내부규정이 오늘부터 시행되면섭니다.

앞서 변협은 지난 5월 이후 내부 규정인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과 '변호사 윤리장전'을 개정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변호사 윤리장전에는 "변호사는 변호사 또는 법률사무 소개를 내용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 등 전자적 매체 기반의 영업에 대하여 이에 참여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협조하지 않는다"는 규정(제31조 제4항)이 신설됐습니다.

변호사 광고규정에는 △광고 주체인 변호사 이외의 자가 자신의 성명, 기업명, 상호 등을 표시하거나 기타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또는 △변호사 또는 소비자로부터 금전·기타 경제적 대가를 받고 법률상담 또는 사건 등을 소개·알선·유인하기 위하여 변호사등과 소비자를 연결하거나 변호사등을 광고·홍보·소개하는 자(개인·법인·기타단체 불문)에게 "변호사가 광고·홍보·소개를 의뢰하거나 참여 또는 협조하여서는 안 된다"는 조항(제5조)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실상 변협 회원인 변호사들이 로톡과 같은 법률 서비스 플랫폼에 가입하는 걸 금지한 겁니다.

변호사들은 변협 규정을 지켜야 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변협이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또 시정 요구에 불응할 경우 변호사는 △소속 지방변호사회나 대한변호사협회의 회칙을 위반한 경우 △변호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해 변협의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변호사에 대한 징계는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 등인데요, 공직 취임시 변협의 무징계증명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변호사들에게는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 변협, 왜 회원들 무더기 징계 시도 나섰나

변협은 변호사들의 권익보호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는 단체이기 때문에, 회원인 변호사들을 무더기로 징계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입니다.

그럼에도 변협이 조사에 나선 건 로톡과 같은 온라인 법률플랫폼의 등장이 기존 변호사들을 플랫폼에 종속시킬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변호사 대부분이 로톡과 같은 플랫폼에 속한 시점이 되면, 플랫폼들이 비용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변호사들끼리의 저가 수임 경쟁을 부추겨 법률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고, 그 손해는 법률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변협은 오늘 보도자료에서, "영리만 추구하는 법률 플랫폼 사업자들이 변호사법 취지에도 전혀 맞지 않는 불법적인 온라인 사무장 역할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변호사들을 종속시켜 지휘·통제하려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법률 플랫폼 사업자들은 영리 추구를 최고의 선으로 삼는 순수 사기업으로, 가입 변호사들을 검증할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경력과 전문성을 홍보·선전하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실제 해외 사례를 보면, 일본은 변호사 4만명 중 절반 가까이가 등록돼 있는 벤고시닷컴(변호사닷컴)이 이미 변호사 업계를 장악한 상태입니다.

이러다보니 온라인 법률 플랫폼에 대한 변호사들의 우려는 법조계 밖에서 상상하는 것 이상입니다.

지난해 치러진 변협 회장 선거에서는 출마한 5명의 후보들 모두 '온라인 법률 플랫폼 규제'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현 변협 회장인 이종엽 변호사 역시 이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습니다.

또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앞서 변협은 그 동안 로톡과 같은 서비스가 사실상 '사무장 로펌'이라며 변호사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무혐의 판단이 나온 바 있습니다.

법적으로 다투는 것과 동시에 변협 내부 규정 개정을 통해 회원들을 탈퇴시키려는 압박을 시도하고 있는 겁니다.


■ 실제 징계까지 이어질까…로톡 "위법 없다, 부당한 징계 추진"

다만 변협의 징계가 실제 확정되기까지는 절차가 복잡합니다.

조사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변협 징계위원회가 결정을 하게 되는데, 진정 대상에 포함된 변호사들의 수가 천 명이 넘다보니, 조사 완료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나아가 변호사 직군은 법정단체인 변협이 징계권을 갖고 있지만, 여기서 확정되는 게 아닙니다.

변호사들은 변협의 징계 결정에 불복할 경우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법무부징계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위원 과반수 의견으로 징계 결정을 취소할 수 있고, 여기서도 징계가 합당하다는 결론이 날 경우 행정소송으로 다시 다툴 수 있어, 실제로 징계가 확정되기까진 수년이 걸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로톡은 헌법재판소에 징계의 근거가 된 규정들에 대해 헌법 소원을 청구한 상탭니다.

해당 규정의 위헌 여부가 징계 자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헌재의 판단이 있기 전까지는 사실상 징계절차가 완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로톡을 운영하고 있는 로앤컴퍼니는 오늘 변협 보도자료가 나오자 "2014년 서비스 출시 이래로 단 한차례도 변호사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며 "부당한 징계 추진"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로앤컴퍼니는 "법률 문제가 생겨도 변호사를 만나기 어려웠던 수많은 법률소비자들이 로톡을 통해 손쉽게 변호사를 찾고 상담하면서 법률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혁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변협의 오늘 조치는 국민들의 법률 접근성을 크게 저해하고, 법률시장의 혁신을 방해하는 동시에, 법률 시장을 키울 기회를 날려버린 최악의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대규모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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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변협이 회원 대규모 징계 나선 ‘진짜 이유’
    • 입력 2021-08-05 18:56:08
    취재K


국내 최대의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가 '로톡' 등 법률서비스 플랫폼에 가입돼 있는 변호사들에 대해 징계를 전제로 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로톡은 '폭행'·'사기' 등의 단어를 검색하면 분야별로 변호사들을 보여주는 온라인 법률서비스 사이트입니다. 광고료를 낸 변호사들은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됩니다.

변협은 오늘(5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개정된 변호사 윤리장전과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에 따라 이날부터 온라인 법률 플랫폼 가입 변호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며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조사 대상 변호사만 1,400여 명…내부 규정 어떻길래

변협은 현재까지 변협 법질서위반감독센터에 1,440여 명의 온라인 법률 플랫폼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 회부 요청이 접수됐다고 밝혔습니다.

천 명 넘는 변호사들이 징계를 전제로 조사를 받게 되는 셈인데, 그동안 변협에서 이렇게 대규모 회원 징계를 위해 조사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변협이 사상 초유의 '무더기 회원 징계'에 나선 건 최근 개정된 변협 내부규정이 오늘부터 시행되면섭니다.

앞서 변협은 지난 5월 이후 내부 규정인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과 '변호사 윤리장전'을 개정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변호사 윤리장전에는 "변호사는 변호사 또는 법률사무 소개를 내용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 등 전자적 매체 기반의 영업에 대하여 이에 참여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협조하지 않는다"는 규정(제31조 제4항)이 신설됐습니다.

변호사 광고규정에는 △광고 주체인 변호사 이외의 자가 자신의 성명, 기업명, 상호 등을 표시하거나 기타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또는 △변호사 또는 소비자로부터 금전·기타 경제적 대가를 받고 법률상담 또는 사건 등을 소개·알선·유인하기 위하여 변호사등과 소비자를 연결하거나 변호사등을 광고·홍보·소개하는 자(개인·법인·기타단체 불문)에게 "변호사가 광고·홍보·소개를 의뢰하거나 참여 또는 협조하여서는 안 된다"는 조항(제5조)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실상 변협 회원인 변호사들이 로톡과 같은 법률 서비스 플랫폼에 가입하는 걸 금지한 겁니다.

변호사들은 변협 규정을 지켜야 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변협이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또 시정 요구에 불응할 경우 변호사는 △소속 지방변호사회나 대한변호사협회의 회칙을 위반한 경우 △변호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해 변협의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변호사에 대한 징계는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 등인데요, 공직 취임시 변협의 무징계증명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변호사들에게는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 변협, 왜 회원들 무더기 징계 시도 나섰나

변협은 변호사들의 권익보호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는 단체이기 때문에, 회원인 변호사들을 무더기로 징계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입니다.

그럼에도 변협이 조사에 나선 건 로톡과 같은 온라인 법률플랫폼의 등장이 기존 변호사들을 플랫폼에 종속시킬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변호사 대부분이 로톡과 같은 플랫폼에 속한 시점이 되면, 플랫폼들이 비용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변호사들끼리의 저가 수임 경쟁을 부추겨 법률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고, 그 손해는 법률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변협은 오늘 보도자료에서, "영리만 추구하는 법률 플랫폼 사업자들이 변호사법 취지에도 전혀 맞지 않는 불법적인 온라인 사무장 역할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변호사들을 종속시켜 지휘·통제하려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법률 플랫폼 사업자들은 영리 추구를 최고의 선으로 삼는 순수 사기업으로, 가입 변호사들을 검증할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경력과 전문성을 홍보·선전하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실제 해외 사례를 보면, 일본은 변호사 4만명 중 절반 가까이가 등록돼 있는 벤고시닷컴(변호사닷컴)이 이미 변호사 업계를 장악한 상태입니다.

이러다보니 온라인 법률 플랫폼에 대한 변호사들의 우려는 법조계 밖에서 상상하는 것 이상입니다.

지난해 치러진 변협 회장 선거에서는 출마한 5명의 후보들 모두 '온라인 법률 플랫폼 규제'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현 변협 회장인 이종엽 변호사 역시 이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습니다.

또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앞서 변협은 그 동안 로톡과 같은 서비스가 사실상 '사무장 로펌'이라며 변호사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무혐의 판단이 나온 바 있습니다.

법적으로 다투는 것과 동시에 변협 내부 규정 개정을 통해 회원들을 탈퇴시키려는 압박을 시도하고 있는 겁니다.


■ 실제 징계까지 이어질까…로톡 "위법 없다, 부당한 징계 추진"

다만 변협의 징계가 실제 확정되기까지는 절차가 복잡합니다.

조사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변협 징계위원회가 결정을 하게 되는데, 진정 대상에 포함된 변호사들의 수가 천 명이 넘다보니, 조사 완료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나아가 변호사 직군은 법정단체인 변협이 징계권을 갖고 있지만, 여기서 확정되는 게 아닙니다.

변호사들은 변협의 징계 결정에 불복할 경우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법무부징계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위원 과반수 의견으로 징계 결정을 취소할 수 있고, 여기서도 징계가 합당하다는 결론이 날 경우 행정소송으로 다시 다툴 수 있어, 실제로 징계가 확정되기까진 수년이 걸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로톡은 헌법재판소에 징계의 근거가 된 규정들에 대해 헌법 소원을 청구한 상탭니다.

해당 규정의 위헌 여부가 징계 자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헌재의 판단이 있기 전까지는 사실상 징계절차가 완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로톡을 운영하고 있는 로앤컴퍼니는 오늘 변협 보도자료가 나오자 "2014년 서비스 출시 이래로 단 한차례도 변호사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며 "부당한 징계 추진"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로앤컴퍼니는 "법률 문제가 생겨도 변호사를 만나기 어려웠던 수많은 법률소비자들이 로톡을 통해 손쉽게 변호사를 찾고 상담하면서 법률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혁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변협의 오늘 조치는 국민들의 법률 접근성을 크게 저해하고, 법률시장의 혁신을 방해하는 동시에, 법률 시장을 키울 기회를 날려버린 최악의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대규모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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