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북제재 단계적 완화 추진 전망”… 협상 물꼬 틀까?

입력 2021.08.0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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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출처 : 연합뉴스)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출처 : 연합뉴스)

■ "바이든, 북 비핵화 맞춰 부분적 제재 완화 추진할 것"

미 의회조사국(CRS)이 최근 '대북 외교 현황' 보고서를 갱신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점진적 비핵화에 맞춰 대북 제재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구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부분입니다.

CRS 보고서는 '대북 제재 부분 완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덧붙였습니다. 미국의 대북 제재는 인권 침해나 돈세탁 같은 '대량 살상무기' 이외의 사안들도 함께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CRS는 우리로 치면 국회 입법조사처에 해당하는 기관입니다. 의회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분야별 자료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오랫동안 한 분야를 연구해 온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어, 이곳에서 펴내는 보고서는 특정 사안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됩니다.


■ "일괄타결"에서 "단계적 비핵화"로?

"점진적 비핵화에 맞춘 부분적 제재 완화"는 다른 말로 하면 "단계적 비핵화"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의 "일괄 타결"과 전혀 다른 방식인 셈입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접근법을 "단계적 비핵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은 한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조심스럽게 제기돼 왔습니다.

국내 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미국 쪽 전문가들과 접촉해 보면, 대북 접근법이 전보다 확실히 유연해진 것은 느껴진다"면서도 "코로나19 상황도 있고 해서, 당장 협상이 재개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사진출처 : 연합뉴스)

■ 미국의 독자 제재부터?

여기서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국장급 협의 참석자 명단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임갑수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과 통일부, 청와대 관계자가 참석했고, 미국에서는 국무부, 백악관, 재무부, 국방부 관계자가 참석했습니다. 외교안보 관련 부처 사이에 재무부가 동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재무부는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를 관장하는 부처입니다.

대북 제재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한 국제 제재와 미국의 독자 제재입니다. 안보리 결의는 상임이사국들을 움직여야 해서, 일단 해제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CRS 보고서가 언급한 "단계적 완화"의 대상은 미국의 독자 제재일 가능성이 큽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의 독자 제재는 의회가 먼저 법안을 만들어 시행되지만, 이행 과정에서 행정부가 어느 정도 재량권을 갖고 있다"며 "독자 제재를 해제하기는 어렵지만, 제재 유예나 한시적 중단 정도는 행정부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협상 물꼬 틀까?

대북 제재의 단계적 완화는 그동안 북한이 줄곧 미국에 요구해 왔던 것입니다. 미국이 북측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이지만, 이것만으로 북미 간 협상의 물꼬를 다시 트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대북 강경기류가 워낙에 커서, 북한이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미국이 제재 완화 카드를 건드릴 수는 없다"며, "적어도 북핵 폐기를 위한 로드맵 정도는 나와야 미국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정건 교수 역시 "민주당 출신인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양보를 하게 되면 미국 보수진영으로부터 정치적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한미연합훈련 영향은 글쎄"

북미 간 비핵화 협상만 놓고 보자면, 이번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가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생각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훈련을 연기하는 건 결국 취소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미국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규모를 축소하는 정도로는 북한이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 대화에 훈련의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전문가는 "훈련이 임박해 있는 상황에서 미 국방부가 훈련 취소나 연기를 검토하기 쉽지 않다"며 "설사 훈련이 취소 또는 연기된다 해도, 북한이 당장 협상 테이블로 나오기에는 북미 모두 아직 준비가 안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북미가 사전 물밑 접촉을 거쳐 내년 2월 예정인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보다 전향적으로 바뀐 것으로 보이지만, 협상 재개 분위기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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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대북제재 단계적 완화 추진 전망”… 협상 물꼬 틀까?
    • 입력 2021-08-06 17:11:03
    취재K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출처 : 연합뉴스)
■ "바이든, 북 비핵화 맞춰 부분적 제재 완화 추진할 것"

미 의회조사국(CRS)이 최근 '대북 외교 현황' 보고서를 갱신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점진적 비핵화에 맞춰 대북 제재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구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부분입니다.

CRS 보고서는 '대북 제재 부분 완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덧붙였습니다. 미국의 대북 제재는 인권 침해나 돈세탁 같은 '대량 살상무기' 이외의 사안들도 함께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CRS는 우리로 치면 국회 입법조사처에 해당하는 기관입니다. 의회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분야별 자료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오랫동안 한 분야를 연구해 온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어, 이곳에서 펴내는 보고서는 특정 사안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됩니다.


■ "일괄타결"에서 "단계적 비핵화"로?

"점진적 비핵화에 맞춘 부분적 제재 완화"는 다른 말로 하면 "단계적 비핵화"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의 "일괄 타결"과 전혀 다른 방식인 셈입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접근법을 "단계적 비핵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은 한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조심스럽게 제기돼 왔습니다.

국내 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미국 쪽 전문가들과 접촉해 보면, 대북 접근법이 전보다 확실히 유연해진 것은 느껴진다"면서도 "코로나19 상황도 있고 해서, 당장 협상이 재개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미국의 독자 제재부터?

여기서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국장급 협의 참석자 명단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임갑수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과 통일부, 청와대 관계자가 참석했고, 미국에서는 국무부, 백악관, 재무부, 국방부 관계자가 참석했습니다. 외교안보 관련 부처 사이에 재무부가 동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재무부는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를 관장하는 부처입니다.

대북 제재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한 국제 제재와 미국의 독자 제재입니다. 안보리 결의는 상임이사국들을 움직여야 해서, 일단 해제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CRS 보고서가 언급한 "단계적 완화"의 대상은 미국의 독자 제재일 가능성이 큽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의 독자 제재는 의회가 먼저 법안을 만들어 시행되지만, 이행 과정에서 행정부가 어느 정도 재량권을 갖고 있다"며 "독자 제재를 해제하기는 어렵지만, 제재 유예나 한시적 중단 정도는 행정부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협상 물꼬 틀까?

대북 제재의 단계적 완화는 그동안 북한이 줄곧 미국에 요구해 왔던 것입니다. 미국이 북측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이지만, 이것만으로 북미 간 협상의 물꼬를 다시 트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대북 강경기류가 워낙에 커서, 북한이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미국이 제재 완화 카드를 건드릴 수는 없다"며, "적어도 북핵 폐기를 위한 로드맵 정도는 나와야 미국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정건 교수 역시 "민주당 출신인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양보를 하게 되면 미국 보수진영으로부터 정치적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한미연합훈련 영향은 글쎄"

북미 간 비핵화 협상만 놓고 보자면, 이번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가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생각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훈련을 연기하는 건 결국 취소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미국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규모를 축소하는 정도로는 북한이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 대화에 훈련의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전문가는 "훈련이 임박해 있는 상황에서 미 국방부가 훈련 취소나 연기를 검토하기 쉽지 않다"며 "설사 훈련이 취소 또는 연기된다 해도, 북한이 당장 협상 테이블로 나오기에는 북미 모두 아직 준비가 안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북미가 사전 물밑 접촉을 거쳐 내년 2월 예정인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보다 전향적으로 바뀐 것으로 보이지만, 협상 재개 분위기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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