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하천·계곡 불법영업 단속…‘극성수기’ 지난 뒤에?

입력 2021.08.07 (09:13) 수정 2021.08.0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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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의 하천, 계곡 불법행위 집중 단속 보도자료김해시의 하천, 계곡 불법행위 집중 단속 보도자료

■ 집중 단속한다더니 '극성수기' 지나 단속

경남 김해시는 지난 달 말, 계곡과 하천의 불법 영업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한다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불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영업주들에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는데요.

마침 피서지의 불법 영업행위를 취재하고 싶어서 김해시에 단속을 나갈 때 동행 취재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김해시는 불법 영업행위에 대한 단속을 나가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행정처분과 고발조치를 하기 전에 계도기간을 줘야 한다는 겁니다. 김해시가 정한 계도기간은 오는 9일까지인데요. 사실상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대다수 기업의 휴가 기간인 극성수기에 영업을 허용한 셈이 돼 버렸습니다.

밀양시의 여름 피서지로 유명한 하천도 불법 평상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피서객들이 몰리는 하천가의 좋은 자리에 평상 70여 개를 설치하고 '자릿세'를 받았습니다. 평상 크기에 따라 3만 원에서 5만 원을 받는데요.

하지만 밀양시도 오는 13일까지 고발조치를 미루기로 했습니다.

밀양의 하천을 따라 펼쳐진 평상 위에 피서객들이 몰려 있다.밀양의 하천을 따라 펼쳐진 평상 위에 피서객들이 몰려 있다.

■ "평상 치워도 계곡 울퉁불퉁해 돗자리 못 깔아"

과연 평상을 설치한 사람들은 평상을 철거할 마음이 있을까요? 직접 물어봤습니다.

김해의 한 음식점은 계곡에 평상 20여 개를 설치해 음식을 팔고 있는데요. 4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의 음식을 시켜야만 평상에 앉을 수 있습니다.

이 음식점 업주는 계도기간인 오는 9일에 평상을 철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내년 여름에 평상을 다시 설치하고 음식을 팔겠다고 했습니다.

업주는 평상을 치우면 매출이 크게 줄어 생계가 곤란 해지는 데다 어차피 계곡의 돌이 울퉁불퉁해서 평상이 없어도 피서객들이 돗자리를 펼 수 없는 불편한 자리라고 말했습니다.

밀양의 하천에서 평상을 빌려주고 자릿세를 받는 사람도 생계 곤란을 내세웠습니다. 평상 '자릿세'를 받는 한 철 장사로 한 해를 먹고 산다는 건데요.

취재기자와 대화를 하며, 선심을 쓰듯 다리 밑의 그늘이 있는 곳의 평상을 미리 철거하고, 계도기간에 맞춰 평상을 모두 치우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이전에도 밀양시의 지적에 평상을 철거했다가 바로 다음 날 새벽에 다시 평상을 설치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평상을 철거할지 지켜봐야 합니다.

김해시가 모임과 야영, 취사 행위를 금지한다며 계곡에 게시한 현수막김해시가 모임과 야영, 취사 행위를 금지한다며 계곡에 게시한 현수막

■ 거리 두기 4단계 속 불법 영업…방역 수칙도 위반

취재진이 김해와 밀양을 각각 찾았을 때는 평일 아침이었는데도 피서객들이 많았는데요. 이 곳의 평상들은 피서객들이 최소한의 거리 두기를 지키지도 못할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있었습니다.

게다가 피서객들은 평상에 앉아 음식과 술을 마시며 자유롭게 대화를 했는데, 대다수가 음식을 먹다 보니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물놀이객들이 다른 일행들과 2m(최소 1m)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는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불법 평상 영업행위가 이뤄지는 현장은 이런 지침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취재진이 계곡에서 평상을 빌려 점심을 먹었던 음식점은 전자출입명부와 같은 출입관리서비스를 마련하지도 않고, 체온을 측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탓에 가까운 계곡과 하천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피서철 휴양지에서 코로나19 확산의 우려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불법 영업행위를 적극적으로 단속해 코로나19 확산도 예방하고 피서지의 깨끗한 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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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07 09:13:19
    • 수정2021-08-07 09:16:59
    취재후·사건후
김해시의 하천, 계곡 불법행위 집중 단속 보도자료
■ 집중 단속한다더니 '극성수기' 지나 단속

경남 김해시는 지난 달 말, 계곡과 하천의 불법 영업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한다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불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영업주들에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는데요.

마침 피서지의 불법 영업행위를 취재하고 싶어서 김해시에 단속을 나갈 때 동행 취재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김해시는 불법 영업행위에 대한 단속을 나가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행정처분과 고발조치를 하기 전에 계도기간을 줘야 한다는 겁니다. 김해시가 정한 계도기간은 오는 9일까지인데요. 사실상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대다수 기업의 휴가 기간인 극성수기에 영업을 허용한 셈이 돼 버렸습니다.

밀양시의 여름 피서지로 유명한 하천도 불법 평상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피서객들이 몰리는 하천가의 좋은 자리에 평상 70여 개를 설치하고 '자릿세'를 받았습니다. 평상 크기에 따라 3만 원에서 5만 원을 받는데요.

하지만 밀양시도 오는 13일까지 고발조치를 미루기로 했습니다.

밀양의 하천을 따라 펼쳐진 평상 위에 피서객들이 몰려 있다.
■ "평상 치워도 계곡 울퉁불퉁해 돗자리 못 깔아"

과연 평상을 설치한 사람들은 평상을 철거할 마음이 있을까요? 직접 물어봤습니다.

김해의 한 음식점은 계곡에 평상 20여 개를 설치해 음식을 팔고 있는데요. 4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의 음식을 시켜야만 평상에 앉을 수 있습니다.

이 음식점 업주는 계도기간인 오는 9일에 평상을 철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내년 여름에 평상을 다시 설치하고 음식을 팔겠다고 했습니다.

업주는 평상을 치우면 매출이 크게 줄어 생계가 곤란 해지는 데다 어차피 계곡의 돌이 울퉁불퉁해서 평상이 없어도 피서객들이 돗자리를 펼 수 없는 불편한 자리라고 말했습니다.

밀양의 하천에서 평상을 빌려주고 자릿세를 받는 사람도 생계 곤란을 내세웠습니다. 평상 '자릿세'를 받는 한 철 장사로 한 해를 먹고 산다는 건데요.

취재기자와 대화를 하며, 선심을 쓰듯 다리 밑의 그늘이 있는 곳의 평상을 미리 철거하고, 계도기간에 맞춰 평상을 모두 치우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이전에도 밀양시의 지적에 평상을 철거했다가 바로 다음 날 새벽에 다시 평상을 설치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평상을 철거할지 지켜봐야 합니다.

김해시가 모임과 야영, 취사 행위를 금지한다며 계곡에 게시한 현수막
■ 거리 두기 4단계 속 불법 영업…방역 수칙도 위반

취재진이 김해와 밀양을 각각 찾았을 때는 평일 아침이었는데도 피서객들이 많았는데요. 이 곳의 평상들은 피서객들이 최소한의 거리 두기를 지키지도 못할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있었습니다.

게다가 피서객들은 평상에 앉아 음식과 술을 마시며 자유롭게 대화를 했는데, 대다수가 음식을 먹다 보니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물놀이객들이 다른 일행들과 2m(최소 1m)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는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불법 평상 영업행위가 이뤄지는 현장은 이런 지침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취재진이 계곡에서 평상을 빌려 점심을 먹었던 음식점은 전자출입명부와 같은 출입관리서비스를 마련하지도 않고, 체온을 측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탓에 가까운 계곡과 하천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피서철 휴양지에서 코로나19 확산의 우려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불법 영업행위를 적극적으로 단속해 코로나19 확산도 예방하고 피서지의 깨끗한 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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