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에 딱 걸린 대낮 음주운전…‘움직이는 사진’으로 보는 추격전

입력 2021.08.09 (15:29) 수정 2021.08.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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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경남 양산시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경찰서장의 눈에 띄어 추격전 끝에 붙잡혔습니다. 당시 상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화면을 '움직이는 사진'으로 정리해봤습니다.


터널에서 비틀거리며 달리는 차량터널에서 비틀거리며 달리는 차량

지난 5일 오후 3시 20분 경남 양산시 법기터널입니다.

진회색 외제차의 운행 모습이 뒤쪽 차량의 블랙박스에 찍혔습니다.

그런데 차가 꽤 널찍한 2차로의 차선 안을 반듯하게 달리지 못합니다.

좌우로 비틀대며 브레이크를 자주 밟았다 뗐다 하는 모습입니다.

차량은 터널을 나와서 1차로로 차선을 바꿨습니다. 역시 계속 좌우로 비틀댑니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을 것처럼 핸들을 갑자기 꺾기도 합니다.

교차로에서 정차한 차량, 창문을 내려달라는 경찰 요구를 무시하고 도주합니다.교차로에서 정차한 차량, 창문을 내려달라는 경찰 요구를 무시하고 도주합니다.

블랙박스로 촬영하며 비틀대는 차량을 뒤쫓는 차량은 다름 아닌 양산경찰서장의 공무용 차량이었습니다.

정성학 양산경찰서장은, 같은 경찰서 정보화장비계 김태환 행정관, 112치안상황실 김재훈 경감과 함께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은 은행 직원에게 감사장을 수여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낮 도로 한가운데서 비틀대는 차량을 발견한 순간부터 앞 차를 뒤쫓기 시작했습니다.

정 서장 일행은 앞 차량 운전자가 음주 혹은 약물에 취한 상태로 의심했습니다.

2㎞를 뒤쫓아갔을 시점, 교차로 신호에 막혀 앞 차량이 멈춰섰습니다.

공무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김재훈 경감이 먼저 내려, 운전석의 창문을 내리라고 했지만 운전자가 거부합니다.

뒤이어 경찰 근무복을 입은 정 서장까지 차에서 내려 앞 차량 조수석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창문을 두드리며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역시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제복을 입은 두 경찰관의 요구도 무시한 채, 음주 의심 차량은 신호가 바뀌자 갑자기 도주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대낮, 차량들 사이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도주하는 차량대낮, 차량들 사이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도주하는 차량

음주의심차량은 대낮 차들이 많은 도로에서 시속 80㎞를 오르내리는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차량들 사이로 차선을 바꾸는 이른바 '칼치기 운전'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차량은 양산과 바로 인접한 부산시 기장군 방향으로 도주했습니다.

정 서장은 기장경찰서 정관지구대에 공조를 요청하고 무전으로 실시간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대형 교통사고로 큰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아찔한 상황! 도주는 10㎞ 거리, 10여 분 동안 이어졌습니다.

정 서장의 공무 차량과 기장경찰서 정관지구대가 공조로 음주 의심 차량을 검거합니다.정 서장의 공무 차량과 기장경찰서 정관지구대가 공조로 음주 의심 차량을 검거합니다.

차량에는 60대 운전자가 혼자 타고 있었습니다.

정 서장은 운전자를 처음 봤을 때 술에 취한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정 서장이, 제복 입은 경찰이 멈추라고 요구했는데도 왜 도주하셨냐고 물었습니다.

운전자는 "요즘 세상이 무서워서 도로에서 내리라고 하니 일단 도망갔다"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순찰차에서 꺼낸 측정기로 검사하자 음주를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운전자는 그제서야 점심을 먹으며 소주 4잔을 먹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08%가 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운전자는 양산에서 골프를 치고 점심을 먹으면서 술을 마신 뒤, 취한 상태로 부산시 기장군 정관읍으로 귀가하는 길에 우연히 경찰서장의 눈에 띄어 검거된 것입니다.

정 서장은 "도주 차량을 추격하면서 긴장된 상황도 있었지만, 경찰들의 신속한 대처로 검거할 수 있었다"라면서 "운전자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큰 상처를 남기는 음주운전을 절대 하지 말아달라"라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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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서장에 딱 걸린 대낮 음주운전…‘움직이는 사진’으로 보는 추격전
    • 입력 2021-08-09 15:29:02
    • 수정2021-08-09 15:32:38
    취재K
지난 5일 경남 양산시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경찰서장의 눈에 띄어 추격전 끝에 붙잡혔습니다. 당시 상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화면을 '움직이는 사진'으로 정리해봤습니다.


터널에서 비틀거리며 달리는 차량
지난 5일 오후 3시 20분 경남 양산시 법기터널입니다.

진회색 외제차의 운행 모습이 뒤쪽 차량의 블랙박스에 찍혔습니다.

그런데 차가 꽤 널찍한 2차로의 차선 안을 반듯하게 달리지 못합니다.

좌우로 비틀대며 브레이크를 자주 밟았다 뗐다 하는 모습입니다.

차량은 터널을 나와서 1차로로 차선을 바꿨습니다. 역시 계속 좌우로 비틀댑니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을 것처럼 핸들을 갑자기 꺾기도 합니다.

교차로에서 정차한 차량, 창문을 내려달라는 경찰 요구를 무시하고 도주합니다.
블랙박스로 촬영하며 비틀대는 차량을 뒤쫓는 차량은 다름 아닌 양산경찰서장의 공무용 차량이었습니다.

정성학 양산경찰서장은, 같은 경찰서 정보화장비계 김태환 행정관, 112치안상황실 김재훈 경감과 함께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은 은행 직원에게 감사장을 수여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낮 도로 한가운데서 비틀대는 차량을 발견한 순간부터 앞 차를 뒤쫓기 시작했습니다.

정 서장 일행은 앞 차량 운전자가 음주 혹은 약물에 취한 상태로 의심했습니다.

2㎞를 뒤쫓아갔을 시점, 교차로 신호에 막혀 앞 차량이 멈춰섰습니다.

공무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김재훈 경감이 먼저 내려, 운전석의 창문을 내리라고 했지만 운전자가 거부합니다.

뒤이어 경찰 근무복을 입은 정 서장까지 차에서 내려 앞 차량 조수석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창문을 두드리며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역시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제복을 입은 두 경찰관의 요구도 무시한 채, 음주 의심 차량은 신호가 바뀌자 갑자기 도주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대낮, 차량들 사이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도주하는 차량
음주의심차량은 대낮 차들이 많은 도로에서 시속 80㎞를 오르내리는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차량들 사이로 차선을 바꾸는 이른바 '칼치기 운전'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차량은 양산과 바로 인접한 부산시 기장군 방향으로 도주했습니다.

정 서장은 기장경찰서 정관지구대에 공조를 요청하고 무전으로 실시간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대형 교통사고로 큰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아찔한 상황! 도주는 10㎞ 거리, 10여 분 동안 이어졌습니다.

정 서장의 공무 차량과 기장경찰서 정관지구대가 공조로 음주 의심 차량을 검거합니다.
차량에는 60대 운전자가 혼자 타고 있었습니다.

정 서장은 운전자를 처음 봤을 때 술에 취한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정 서장이, 제복 입은 경찰이 멈추라고 요구했는데도 왜 도주하셨냐고 물었습니다.

운전자는 "요즘 세상이 무서워서 도로에서 내리라고 하니 일단 도망갔다"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순찰차에서 꺼낸 측정기로 검사하자 음주를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운전자는 그제서야 점심을 먹으며 소주 4잔을 먹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08%가 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운전자는 양산에서 골프를 치고 점심을 먹으면서 술을 마신 뒤, 취한 상태로 부산시 기장군 정관읍으로 귀가하는 길에 우연히 경찰서장의 눈에 띄어 검거된 것입니다.

정 서장은 "도주 차량을 추격하면서 긴장된 상황도 있었지만, 경찰들의 신속한 대처로 검거할 수 있었다"라면서 "운전자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큰 상처를 남기는 음주운전을 절대 하지 말아달라"라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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