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신기록 쏟아진 도쿄올림픽…비결은 탄소 섬유 ‘마법 신발’?

입력 2021.08.09 (15:46) 수정 2021.08.0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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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프린터' 우사인 볼트의 은퇴 후 처음 열린 올림픽에서 이탈리아의 마르셀 제이컵스가 100m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제이컵스는 이탈리아 언론조차 메달 후보로 거론하지 않던 무명에 가까운 스프린터였기에 그의 금메달은 이변이자 신화로 여겨졌습니다. 제이컵스는 예선과 준결선, 결선을 거치며 무서운 속도로 기록을 단축해 9초80으로 결선 1등을 차지하며 개인 최고 기록과 이탈리아와 유럽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포스트 볼트 시대'의 주인공인 제이컵스의 기록이 실력이 아닌 기술 덕분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가 '마법 신발'로 불리는 탄소 섬유가 사용된 신발을 신었기 때문입니다.

2020 도쿄올림픽 남자 100m 금메달리스트 마르셀 제이컵스2020 도쿄올림픽 남자 100m 금메달리스트 마르셀 제이컵스

■ 육상 신기록 쏟아진 도쿄올림픽…'마법 신발' 덕분?

제이컵스 다음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은메달을 목에 건 미국의 프레디 컬리도 같은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여자 100m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일레인 톰프슨(자메이카)과 남자 1만m 금ㆍ은ㆍ동메달리스트인 셀레몬 바레가(에티오피아), 조슈아 체프테게이, 제이콥 킵리모(이상 우간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2020 도쿄올림픽 400m 장애물 달리기에서만 4개의 세계 신기록이 나왔다며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보다는 기술에 의존한 성과라는 지적이 나왔다고 지난 6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스포츠용품 업체들은 과거 얇은 고무 슬래브를 활용해 운동화를 제작했는데, 2016년 한 업체가 탄소 섬유판을 삽입한 운동화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유행이 바뀌었습니다. 이 업체는 밑창과 깔창 사이에 탄소 섬유판을 부착한 신기술을 내놓았는데, 이 운동화를 신은 육상 선수들이 세계 기록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탄소 섬유판은 스프링 역할을 해 선수들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밑창은 두꺼워졌지만, 무게는 일반 운동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퇴출 된 '전신 수영복' 논란과 비슷…연맹 규정에도 비판 계속

육상계에서는 첨단 기술이 경기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과거 수영 종목에서 나온 '전신 수영복' 논란과 다를 게 없다는 겁니다.

앞서 전신 수영복을 입은 수영 선수들이 2008년에만 총 108개의 세계 기록을 세우자 '기술 도핑' 논란이 일었고 결국 전신 수영복은 2010년 퇴출 됐습니다.

'마법 신발' 논란이 계속되자 세계육상연맹은 지난해 2월 국제 경기에 착용할 수 있는 신발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선수들은 밑창 두께 40㎜ 이하의 신발을 신어야 하고, 탄소 섬유판은 1장만 부착할 수 있습니다. 도쿄올림픽에서도 해당 규정이 적용됐습니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는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스포츠용품 업체들이 기준선 안에서 선수들의 기량을 극대화하는 신제품을 출시했기 때문입니다. 한 업체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규정보다 불과 0.5㎜ 낮은 신제품을 내놓으며 제한을 비켜갔습니다.

2009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200m 세계신기록을 세운 우사인 볼트2009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200m 세계신기록을 세운 우사인 볼트

■ 우사인 볼트 불만 제기…"기능성 스파이크 불공정해"

우사인 볼트는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현역 선수들의 '탄소 섬유 운동화' 착용에 관해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볼트는 지난달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스포츠용품 업체들이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는 스파이크(탄소 섬유 운동화)를 개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며 "내가 선수로 뛸 땐 세계육상연맹이 새로운 스파이크를 신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100m(9초58)와 200m(19초19) 세계 기록 보유자인 볼트는 "스파이크 기술의 발전이 내 세계신기록을 깨는 데 도움을 준다면 그건 우스운 일"이라면서 "운동화 제작 기술이 선수들의 기록을 좌우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 신발을 신지 못한 선수들에겐 불공정한 환경이 될 수 있다"며 연맹에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도쿄올림픽 경기 생중계 바로가기 https://tokyo2020.kbs.co.kr/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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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09 15:45:59
    • 수정2021-08-09 15: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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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프린터' 우사인 볼트의 은퇴 후 처음 열린 올림픽에서 이탈리아의 마르셀 제이컵스가 100m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제이컵스는 이탈리아 언론조차 메달 후보로 거론하지 않던 무명에 가까운 스프린터였기에 그의 금메달은 이변이자 신화로 여겨졌습니다. 제이컵스는 예선과 준결선, 결선을 거치며 무서운 속도로 기록을 단축해 9초80으로 결선 1등을 차지하며 개인 최고 기록과 이탈리아와 유럽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포스트 볼트 시대'의 주인공인 제이컵스의 기록이 실력이 아닌 기술 덕분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가 '마법 신발'로 불리는 탄소 섬유가 사용된 신발을 신었기 때문입니다.

2020 도쿄올림픽 남자 100m 금메달리스트 마르셀 제이컵스
■ 육상 신기록 쏟아진 도쿄올림픽…'마법 신발' 덕분?

제이컵스 다음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은메달을 목에 건 미국의 프레디 컬리도 같은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여자 100m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일레인 톰프슨(자메이카)과 남자 1만m 금ㆍ은ㆍ동메달리스트인 셀레몬 바레가(에티오피아), 조슈아 체프테게이, 제이콥 킵리모(이상 우간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2020 도쿄올림픽 400m 장애물 달리기에서만 4개의 세계 신기록이 나왔다며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보다는 기술에 의존한 성과라는 지적이 나왔다고 지난 6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스포츠용품 업체들은 과거 얇은 고무 슬래브를 활용해 운동화를 제작했는데, 2016년 한 업체가 탄소 섬유판을 삽입한 운동화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유행이 바뀌었습니다. 이 업체는 밑창과 깔창 사이에 탄소 섬유판을 부착한 신기술을 내놓았는데, 이 운동화를 신은 육상 선수들이 세계 기록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탄소 섬유판은 스프링 역할을 해 선수들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밑창은 두꺼워졌지만, 무게는 일반 운동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퇴출 된 '전신 수영복' 논란과 비슷…연맹 규정에도 비판 계속

육상계에서는 첨단 기술이 경기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과거 수영 종목에서 나온 '전신 수영복' 논란과 다를 게 없다는 겁니다.

앞서 전신 수영복을 입은 수영 선수들이 2008년에만 총 108개의 세계 기록을 세우자 '기술 도핑' 논란이 일었고 결국 전신 수영복은 2010년 퇴출 됐습니다.

'마법 신발' 논란이 계속되자 세계육상연맹은 지난해 2월 국제 경기에 착용할 수 있는 신발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선수들은 밑창 두께 40㎜ 이하의 신발을 신어야 하고, 탄소 섬유판은 1장만 부착할 수 있습니다. 도쿄올림픽에서도 해당 규정이 적용됐습니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는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스포츠용품 업체들이 기준선 안에서 선수들의 기량을 극대화하는 신제품을 출시했기 때문입니다. 한 업체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규정보다 불과 0.5㎜ 낮은 신제품을 내놓으며 제한을 비켜갔습니다.

2009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200m 세계신기록을 세운 우사인 볼트
■ 우사인 볼트 불만 제기…"기능성 스파이크 불공정해"

우사인 볼트는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현역 선수들의 '탄소 섬유 운동화' 착용에 관해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볼트는 지난달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스포츠용품 업체들이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는 스파이크(탄소 섬유 운동화)를 개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며 "내가 선수로 뛸 땐 세계육상연맹이 새로운 스파이크를 신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100m(9초58)와 200m(19초19) 세계 기록 보유자인 볼트는 "스파이크 기술의 발전이 내 세계신기록을 깨는 데 도움을 준다면 그건 우스운 일"이라면서 "운동화 제작 기술이 선수들의 기록을 좌우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 신발을 신지 못한 선수들에겐 불공정한 환경이 될 수 있다"며 연맹에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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