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세몰이’ 윤·최 vs ‘게 섰거라’ 홍·유·원

입력 2021.08.0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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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에서 야당 의석의 과반을 초선이 차지하며, 몇 번이나 '계파는 사라졌다'고 선언했던 국민의힘. 그런데 요사이 다시 특정 대선 예비 후보와의 친소 관계나 지지 여부를 기준으로 의원들을 줄 세우는 계파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정치 또는 대선 참여 선언을 먼저 한 뒤 뒤늦게 당에 들어온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때문입니다.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는 옛 속담처럼, 신입 당원인 두 사람을 중심으로 현역 의원들이 이합집산을 펼치는 모양새입니다.

이 같은 갈등은 최근 당이 마련한 대선 예비후보 행사에 두 후보가 잇달아 불참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윤 전 총장의 경우 입당 과정에서도 '기습 입당'으로 잡음이 있었던 만큼, 아무리 사정이 있었다 해도 당 차원의 간담회와 봉사활동에 모두 빠지는 건 노골적인 당 지도부 무시가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됐는데요. 이에 동조하는 의원들과 그렇지 않은 의원들로 나뉘면서 당 내엔 보이지 않는 '친윤'과 '반윤' 구도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보다못한 김재원 최고위원, 결국 '콩가루 집안'을 입에 올렸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오늘(9일) "대선 후보 경선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당이 이렇게 혼란스러우면 과연 정권교체가 성공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다"면서, 모두가 말과 행동을 조심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는데요.

■ '이래서 정권 교체 하겠나'…추격하는 3인방 홍준표·유승민·원희룡

하지만 이런 '선당후사' 정신에 또 다른 논리로 맞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력화에 나선 윤석열, 최재형 두 예비후보를 견제하는 당 내 다른 대선 주자들입니다. 이들은 후보에 상관없이 정권 교체를 이루는 게 바로 당이 잘 되는 것이라면서도, '초보 정치인'인 두 후보에 대한 쓴소리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부정식품'과 '주 120시간 노동' 등 잇단 구설로 지지율이 주춤한 윤 전 총장에 대한 공격이 매서운데요. 이대로 가다간 자신만만하게 다짐했던 정권교체의 약속을 이룰 수 있겠느냐며, 오히려 자신이 적임자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공격의 최전방에는 홍준표 의원이 서 있습니다. 지난 6일 윤 전 총장을 향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잡아넣고, 보수우파를 궤멸시킨 사람'이라고 작심 비판했던 홍 의원. 다음날(7일)엔 윤 전 총장을 ''훈련 안 된 돌고래'에, '친윤' 계파 의원들은 무리 지어 달리는 '레밍(들쥐의 일종)'에 빗댔습니다.

어제(8일)는 윤 전 총장이 과거 박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 '스스럼없이 거짓말을 하는 걸 보니 정치인이 다 됐다'고 비꼬았는데, 오늘도 공격을 잊지 않았습니다. 홍준표 의원은 오늘 오후 SNS에 글을 올려 자신은 한 번도 국회의원 줄세우기 경선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이번 대선에서도 자신에게 우호적인 국회의원들은 비공개에 부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두 신입 당원의 행보를 에둘러 비판하며 견제구를 날리고 있습니다. 윤석열, 최재형 두 예비후보가 어떤 행보를 하든 '노 코멘트'로 일관하겠다면서도, 유 전 의원은 이들에게 구체적인 정치 철학이나 국정 목표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유 전 의원은 오늘 경남지역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언제부터 그분들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분들이 국민들 앞에서 국가적 전략과 정책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분명 지지율이 출렁거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역시 "당에 새롭게 들어온 식구들이 살림을 키우는 데는 관심이 없고 물려받을 재산 싸움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원 전 지사는 "정책은 안 만들고 계파를 만든다는 건 우리 당에 대통령 탄핵까지 불렀던 과거의 어둠을 다시 드리우겠다는 것"이라면서 '원조 소장파'다운 비판도 잊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이준석 당 대표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지난달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이준석 당 대표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최재형 "당 대표 권위 훼손 안 돼"…윤석열은?

이런 비판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당 대표의 권위가 훼손돼선 안 된다"는 말로 지도부와의 갈등이나 당내 분열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최 전 원장은 오늘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하나가 돼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목표를 이뤄내야 한다"며 , "저 역시 당 대표를 중심으로 모든 노력을 다하고,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접촉해 자가격리 중인 윤 전 총장 측도 "갈등이 불거지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오늘 KBS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당에 들어온 이유 자체가 이 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것"이라며 "당 대표와 사이가 나빠질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습니다. 또 '지도부 무시 '논란에 대해서도 "앞으로 우리가 당 행사에 잘 참여하면 끝나는 문제이고, 앞으로 그럴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우리 입장에서도 사실 서운하고 헷갈리는 게 있다"며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윤 전 총장 측은 "지금 당 경선위에선 예비후보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대선 주자들을 행사에 부르고 있는데, 참석 기준을 당 지도부가 명확히 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행사 일정도 언론 보도와 거의 비슷한 시점에 통보받아, 시간이 넉넉히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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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세몰이’ 윤·최 vs ‘게 섰거라’ 홍·유·원
    • 입력 2021-08-09 17:39:20
    여심야심

21대 총선에서 야당 의석의 과반을 초선이 차지하며, 몇 번이나 '계파는 사라졌다'고 선언했던 국민의힘. 그런데 요사이 다시 특정 대선 예비 후보와의 친소 관계나 지지 여부를 기준으로 의원들을 줄 세우는 계파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정치 또는 대선 참여 선언을 먼저 한 뒤 뒤늦게 당에 들어온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때문입니다.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는 옛 속담처럼, 신입 당원인 두 사람을 중심으로 현역 의원들이 이합집산을 펼치는 모양새입니다.

이 같은 갈등은 최근 당이 마련한 대선 예비후보 행사에 두 후보가 잇달아 불참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윤 전 총장의 경우 입당 과정에서도 '기습 입당'으로 잡음이 있었던 만큼, 아무리 사정이 있었다 해도 당 차원의 간담회와 봉사활동에 모두 빠지는 건 노골적인 당 지도부 무시가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됐는데요. 이에 동조하는 의원들과 그렇지 않은 의원들로 나뉘면서 당 내엔 보이지 않는 '친윤'과 '반윤' 구도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보다못한 김재원 최고위원, 결국 '콩가루 집안'을 입에 올렸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오늘(9일) "대선 후보 경선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당이 이렇게 혼란스러우면 과연 정권교체가 성공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다"면서, 모두가 말과 행동을 조심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는데요.

■ '이래서 정권 교체 하겠나'…추격하는 3인방 홍준표·유승민·원희룡

하지만 이런 '선당후사' 정신에 또 다른 논리로 맞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력화에 나선 윤석열, 최재형 두 예비후보를 견제하는 당 내 다른 대선 주자들입니다. 이들은 후보에 상관없이 정권 교체를 이루는 게 바로 당이 잘 되는 것이라면서도, '초보 정치인'인 두 후보에 대한 쓴소리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부정식품'과 '주 120시간 노동' 등 잇단 구설로 지지율이 주춤한 윤 전 총장에 대한 공격이 매서운데요. 이대로 가다간 자신만만하게 다짐했던 정권교체의 약속을 이룰 수 있겠느냐며, 오히려 자신이 적임자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공격의 최전방에는 홍준표 의원이 서 있습니다. 지난 6일 윤 전 총장을 향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잡아넣고, 보수우파를 궤멸시킨 사람'이라고 작심 비판했던 홍 의원. 다음날(7일)엔 윤 전 총장을 ''훈련 안 된 돌고래'에, '친윤' 계파 의원들은 무리 지어 달리는 '레밍(들쥐의 일종)'에 빗댔습니다.

어제(8일)는 윤 전 총장이 과거 박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 '스스럼없이 거짓말을 하는 걸 보니 정치인이 다 됐다'고 비꼬았는데, 오늘도 공격을 잊지 않았습니다. 홍준표 의원은 오늘 오후 SNS에 글을 올려 자신은 한 번도 국회의원 줄세우기 경선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이번 대선에서도 자신에게 우호적인 국회의원들은 비공개에 부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두 신입 당원의 행보를 에둘러 비판하며 견제구를 날리고 있습니다. 윤석열, 최재형 두 예비후보가 어떤 행보를 하든 '노 코멘트'로 일관하겠다면서도, 유 전 의원은 이들에게 구체적인 정치 철학이나 국정 목표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유 전 의원은 오늘 경남지역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언제부터 그분들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분들이 국민들 앞에서 국가적 전략과 정책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분명 지지율이 출렁거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역시 "당에 새롭게 들어온 식구들이 살림을 키우는 데는 관심이 없고 물려받을 재산 싸움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원 전 지사는 "정책은 안 만들고 계파를 만든다는 건 우리 당에 대통령 탄핵까지 불렀던 과거의 어둠을 다시 드리우겠다는 것"이라면서 '원조 소장파'다운 비판도 잊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이준석 당 대표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최재형 "당 대표 권위 훼손 안 돼"…윤석열은?

이런 비판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당 대표의 권위가 훼손돼선 안 된다"는 말로 지도부와의 갈등이나 당내 분열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최 전 원장은 오늘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하나가 돼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목표를 이뤄내야 한다"며 , "저 역시 당 대표를 중심으로 모든 노력을 다하고,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접촉해 자가격리 중인 윤 전 총장 측도 "갈등이 불거지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오늘 KBS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당에 들어온 이유 자체가 이 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것"이라며 "당 대표와 사이가 나빠질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습니다. 또 '지도부 무시 '논란에 대해서도 "앞으로 우리가 당 행사에 잘 참여하면 끝나는 문제이고, 앞으로 그럴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우리 입장에서도 사실 서운하고 헷갈리는 게 있다"며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윤 전 총장 측은 "지금 당 경선위에선 예비후보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대선 주자들을 행사에 부르고 있는데, 참석 기준을 당 지도부가 명확히 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행사 일정도 언론 보도와 거의 비슷한 시점에 통보받아, 시간이 넉넉히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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