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처분 급해요!”…공인중개사들 어떻게 당했나?

입력 2021.08.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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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권 사기 일당이 공인중개사와 나눈 메시지 대화 내용. 위조한 신분증과 계약서를 보냈다. (사진제공: 부산경찰청)분양권 사기 일당이 공인중개사와 나눈 메시지 대화 내용. 위조한 신분증과 계약서를 보냈다. (사진제공: 부산경찰청)

"000 아파트 분양권에 당첨됐는데, 매수자를 소개해줄 수 있나요?"

지난 1월 초 어느 날 퇴근 시간이 막 지날 무렵, 부산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전화를 건 남성은 2년 뒤 완공 예정인 아파트 분양권에 당첨됐는데,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돼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둘러댔습니다.

분양권에 붙는 웃돈(프리미엄)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을 테니, 곧장 매수자를 연결해달라는 말에 공인중개사의 마음은 급해졌습니다. 분양권 매물이 나오면 곧바로 연락을 달라는 고객들에게 전화를 돌렸습니다. 어렵지 않게 매수자를 찾았습니다.

신분증과 분양 공급계약서(이하 계약서), 계좌번호는 휴대전화로 받았습니다. 매도자와 계좌 명의도 일치했습니다. 더 이상의 의심은 필요 없어 보였습니다. 매수자는 다음날 계약금과 발코니확장 계약금 등 1천여만 원을 매도자에게 입금했습니다. 속전속결로 계약은 성사됐습니다.


■ 분양권 매도자, 계약금만 받고 잠적…계약서·신분증 모두 '가짜'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이후 매도자는 전화나 메시지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잠적한 것입니다. 그제서야 공인중개사는 계약서를 꼼꼼히 뜯어봤습니다. 계약서에 찍힌 도장과 이름이 달랐습니다.

"아뿔싸" 사기당한 것이었습니다. 수소문해보니, 근처 공인중개사 여럿도 같은 수법으로 사기당한 것을 알게 됐습니다. 공인중개사들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하지만 신분 확인을 제대로 안 한 것은 분명 공인중개사의 과실이었습니다.

법에 따라 매수자가 입은 피해는 공인중개사가 변제해야만 했습니다.

일당은 위조한 아파트 공급계약서로 공인중개사 등을 속여 계약금 편취했다 (사진제공: 부산경찰청)일당은 위조한 아파트 공급계약서로 공인중개사 등을 속여 계약금 편취했다 (사진제공: 부산경찰청)

여러차례 범행 끝내 경찰에 붙잡힌 30대 남성 A 씨 등 일당 11명은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부산지역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분양권 매수자를 소개해달라"며 사기 행각을 벌여왔습니다.

위조한 분양계약서와 신분증을 들이밀며 공인중개사와 매수자를 안심시킨 뒤 계약금만 받아 챙기는 수법으로 8차례에 걸쳐 1억5,000만 원 상당을 가로챘습니다.


■ 퇴근 이후 시간 전화해 범행… 분양권 전매형 신종 전화금융 사기

일당은 분양권 당첨 여부와 신분 확인 등 전산 업무가 어려운 일과시간 이후를 노렸습니다. 경찰은 "공인중개사들이 퇴근 이후 정상적으로 주민등록 번호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피의자들은 18시 이후를 노려서 피해자들(공인중개사)에게 전화를 걸어 매도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기 일당 11명은 치밀하게 업무 분담을 했습니다.

주범 30대 남성 A 씨는 범행을 지휘했습니다. 분양권 공급 계약서는 분양권 매수자인 것처럼 행세하며 다른 공인중개사를 통해 얻어냈습니다. 위조책은 확보한 계약서에 이름 등을 바꾸었습니다.

입담이 좋은 조직원은 부동산 중개업자 등에게 전화를 걸어 속였고, 나머지는 지정 계좌로 송금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대상만 달랐을 뿐 전화 금융사기단과 유사한 형태의 신종 범행입니다.


■ 경찰 "분양권 계약 전 반드시 당첨 여부와 신분 확인 필요"… 유사 피해 수사 확대

경찰은 "공인중개사 등 관련 업종 종사자들은 사전에 아파트 분양 사무실에 연락해 당첨자 정보와 주민등록 번호의 위조 여부 등을 확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계약의 틈을 타 비슷한 사기 피해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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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양권 처분 급해요!”…공인중개사들 어떻게 당했나?
    • 입력 2021-08-10 07:00:01
    취재K
분양권 사기 일당이 공인중개사와 나눈 메시지 대화 내용. 위조한 신분증과 계약서를 보냈다. (사진제공: 부산경찰청)
"000 아파트 분양권에 당첨됐는데, 매수자를 소개해줄 수 있나요?"

지난 1월 초 어느 날 퇴근 시간이 막 지날 무렵, 부산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전화를 건 남성은 2년 뒤 완공 예정인 아파트 분양권에 당첨됐는데,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돼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둘러댔습니다.

분양권에 붙는 웃돈(프리미엄)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을 테니, 곧장 매수자를 연결해달라는 말에 공인중개사의 마음은 급해졌습니다. 분양권 매물이 나오면 곧바로 연락을 달라는 고객들에게 전화를 돌렸습니다. 어렵지 않게 매수자를 찾았습니다.

신분증과 분양 공급계약서(이하 계약서), 계좌번호는 휴대전화로 받았습니다. 매도자와 계좌 명의도 일치했습니다. 더 이상의 의심은 필요 없어 보였습니다. 매수자는 다음날 계약금과 발코니확장 계약금 등 1천여만 원을 매도자에게 입금했습니다. 속전속결로 계약은 성사됐습니다.


■ 분양권 매도자, 계약금만 받고 잠적…계약서·신분증 모두 '가짜'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이후 매도자는 전화나 메시지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잠적한 것입니다. 그제서야 공인중개사는 계약서를 꼼꼼히 뜯어봤습니다. 계약서에 찍힌 도장과 이름이 달랐습니다.

"아뿔싸" 사기당한 것이었습니다. 수소문해보니, 근처 공인중개사 여럿도 같은 수법으로 사기당한 것을 알게 됐습니다. 공인중개사들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하지만 신분 확인을 제대로 안 한 것은 분명 공인중개사의 과실이었습니다.

법에 따라 매수자가 입은 피해는 공인중개사가 변제해야만 했습니다.

일당은 위조한 아파트 공급계약서로 공인중개사 등을 속여 계약금 편취했다 (사진제공: 부산경찰청)
여러차례 범행 끝내 경찰에 붙잡힌 30대 남성 A 씨 등 일당 11명은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부산지역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분양권 매수자를 소개해달라"며 사기 행각을 벌여왔습니다.

위조한 분양계약서와 신분증을 들이밀며 공인중개사와 매수자를 안심시킨 뒤 계약금만 받아 챙기는 수법으로 8차례에 걸쳐 1억5,000만 원 상당을 가로챘습니다.


■ 퇴근 이후 시간 전화해 범행… 분양권 전매형 신종 전화금융 사기

일당은 분양권 당첨 여부와 신분 확인 등 전산 업무가 어려운 일과시간 이후를 노렸습니다. 경찰은 "공인중개사들이 퇴근 이후 정상적으로 주민등록 번호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피의자들은 18시 이후를 노려서 피해자들(공인중개사)에게 전화를 걸어 매도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기 일당 11명은 치밀하게 업무 분담을 했습니다.

주범 30대 남성 A 씨는 범행을 지휘했습니다. 분양권 공급 계약서는 분양권 매수자인 것처럼 행세하며 다른 공인중개사를 통해 얻어냈습니다. 위조책은 확보한 계약서에 이름 등을 바꾸었습니다.

입담이 좋은 조직원은 부동산 중개업자 등에게 전화를 걸어 속였고, 나머지는 지정 계좌로 송금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대상만 달랐을 뿐 전화 금융사기단과 유사한 형태의 신종 범행입니다.


■ 경찰 "분양권 계약 전 반드시 당첨 여부와 신분 확인 필요"… 유사 피해 수사 확대

경찰은 "공인중개사 등 관련 업종 종사자들은 사전에 아파트 분양 사무실에 연락해 당첨자 정보와 주민등록 번호의 위조 여부 등을 확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계약의 틈을 타 비슷한 사기 피해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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