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픽] ‘9회말 투아웃’

입력 2021.08.10 (19:35) 수정 2021.08.1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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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요 이슈를 골라 이해하기 쉽게 키워드로 풀어보는 뉴스픽 시간입니다.

보도국 한보선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오늘의 키워드 뭔가요?

[기자]

'9회말 투아웃' 입니다.

현재 우리 야구계를 표현하는 키워드로 꼽아봤습니다.

[앵커]

어느 정도길래 9회말 투아웃입니까?

[기자]

지난 일요일 폐막한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한산한 공항에 고개를 숙이며 귀국했습니다.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운영하는 공식 한국 SNS 계정에는 비난 댓글이 쏟아졌죠.

"비행기 타지 말고 헤엄쳐 돌아오라", "선수들이 수고한 게 아니라 경기를 시청한 국민들이 수고했다", 대부분의 댓글은 이렇게 반감 또는 조롱에 가까운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7일, 동메달 결정전의 중계창에도 "경기를 보면서 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처음이다", "태어나서 한국이 아닌 상대 국가를 이렇게 응원한 적은 처음" 이라는 댓글이 달렸고요.

그 전날에는 동메달을 획득하더라도 대표팀 선수들에게 병역 특례를 주지 말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올라왔습니다.

[앵커]

경기 전에도, 심지어 경기 중에도 비난이 쏟아졌네요.

팬들의 분노가 정말 상당해보이는데 왜 그런 겁니까?

[기자]

한국 야구 대표팀은 준결승까지는 진출했지만, 한일전에서 패배하고 이어진 미국전과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완패하면서 6개 팀 중 4위로 올림픽을 마쳤습니다.

참가국 중 절반은 메달을 가져가는데도 빈손으로 귀국한 겁니다.

하지만 성적 부진만이 원인이 아니죠.

핵심은 '졌잘싸', 즉 '졌지만 잘 싸웠다'고 말할 수 없는 선수들의 태도에 있었습니다.

먼저 대표선수 선발부터 문제가 있었죠.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한 채 여성을 불러 원정 숙소에서 술을 마시다 획진된 선수들이 나왔고, 심지어 일부 선수들은 방역당국에 이 사실을 숨기려 하다 뒤늦게 들통났습니다.

이에 NC 박민우 선수와 키움 한현희 선수가 대표팀 자격을 자진 반납했고요.

이렇게 대표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애초에 곱지 않았는데도 선수들은 경기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경기의 패색이 짙어지자 KT 강백호 선수가 보인 태도를 보시죠.

중계 중에 이 모습을 포착한 KBS 야구 해설위원 박찬호는 곧바로 "지더라도 우리가 보여줘서는 안 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 계속해서 미친듯이 파이팅을 해야 한다. 끝까지 가야 한다."고 지적했고요.

김응용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은 "도쿄올림픽 경기를 보며 마음이 매우 아팠다. 선수들과 지도자, KBO는 많은 반성을 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보냈습니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팀 감독도 오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제가 볼 때도 아주 안 좋아 보인다", "할 말이 없다", "코칭스태프나 구단에서 늘상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사실, 프로야구의 이런 태도 논란이 처음은 아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팬들의 실망 마일리지가 계속해서 적립돼 왔죠.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 논란도 한국 최고 수준으로 많았습니다.

2004년에는 프로야구계를 뒤흔든 대형 병역 비리 사건이 있었고, 2012년 승부 조작 사건, 2015년에는 해외 원정 도박 사건이 터졌죠.

음주운전 문제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발생하는데 최근 키움 송우현 선수의 음주운전 사실도 밝혀졌고요.

또, 팬들을 대하는 선수들의 불성실한 태도도 도마 위에 자주 올랐습니다.

이렇게 반복되는 논란에도 반성하지 않는 프로야구에 국민들의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습니다.

매일 이길 수는 없지만 불성실한 선수와 무기력한 경기에 흥미를 잃어간다고 토로하는 팬들.

이제 한 번 더 아웃되면 경기가 영영 끝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우려 속에 오늘부터 KBO 리그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야구계 전반의 자구 노력이 꼭 필요해보입니다.

지금까지 뉴스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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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10 19:35:45
    • 수정2021-08-10 20:07:21
    뉴스7(대전)
[앵커]

주요 이슈를 골라 이해하기 쉽게 키워드로 풀어보는 뉴스픽 시간입니다.

보도국 한보선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오늘의 키워드 뭔가요?

[기자]

'9회말 투아웃' 입니다.

현재 우리 야구계를 표현하는 키워드로 꼽아봤습니다.

[앵커]

어느 정도길래 9회말 투아웃입니까?

[기자]

지난 일요일 폐막한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한산한 공항에 고개를 숙이며 귀국했습니다.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운영하는 공식 한국 SNS 계정에는 비난 댓글이 쏟아졌죠.

"비행기 타지 말고 헤엄쳐 돌아오라", "선수들이 수고한 게 아니라 경기를 시청한 국민들이 수고했다", 대부분의 댓글은 이렇게 반감 또는 조롱에 가까운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7일, 동메달 결정전의 중계창에도 "경기를 보면서 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처음이다", "태어나서 한국이 아닌 상대 국가를 이렇게 응원한 적은 처음" 이라는 댓글이 달렸고요.

그 전날에는 동메달을 획득하더라도 대표팀 선수들에게 병역 특례를 주지 말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올라왔습니다.

[앵커]

경기 전에도, 심지어 경기 중에도 비난이 쏟아졌네요.

팬들의 분노가 정말 상당해보이는데 왜 그런 겁니까?

[기자]

한국 야구 대표팀은 준결승까지는 진출했지만, 한일전에서 패배하고 이어진 미국전과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완패하면서 6개 팀 중 4위로 올림픽을 마쳤습니다.

참가국 중 절반은 메달을 가져가는데도 빈손으로 귀국한 겁니다.

하지만 성적 부진만이 원인이 아니죠.

핵심은 '졌잘싸', 즉 '졌지만 잘 싸웠다'고 말할 수 없는 선수들의 태도에 있었습니다.

먼저 대표선수 선발부터 문제가 있었죠.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한 채 여성을 불러 원정 숙소에서 술을 마시다 획진된 선수들이 나왔고, 심지어 일부 선수들은 방역당국에 이 사실을 숨기려 하다 뒤늦게 들통났습니다.

이에 NC 박민우 선수와 키움 한현희 선수가 대표팀 자격을 자진 반납했고요.

이렇게 대표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애초에 곱지 않았는데도 선수들은 경기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경기의 패색이 짙어지자 KT 강백호 선수가 보인 태도를 보시죠.

중계 중에 이 모습을 포착한 KBS 야구 해설위원 박찬호는 곧바로 "지더라도 우리가 보여줘서는 안 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 계속해서 미친듯이 파이팅을 해야 한다. 끝까지 가야 한다."고 지적했고요.

김응용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은 "도쿄올림픽 경기를 보며 마음이 매우 아팠다. 선수들과 지도자, KBO는 많은 반성을 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보냈습니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팀 감독도 오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제가 볼 때도 아주 안 좋아 보인다", "할 말이 없다", "코칭스태프나 구단에서 늘상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사실, 프로야구의 이런 태도 논란이 처음은 아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팬들의 실망 마일리지가 계속해서 적립돼 왔죠.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 논란도 한국 최고 수준으로 많았습니다.

2004년에는 프로야구계를 뒤흔든 대형 병역 비리 사건이 있었고, 2012년 승부 조작 사건, 2015년에는 해외 원정 도박 사건이 터졌죠.

음주운전 문제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발생하는데 최근 키움 송우현 선수의 음주운전 사실도 밝혀졌고요.

또, 팬들을 대하는 선수들의 불성실한 태도도 도마 위에 자주 올랐습니다.

이렇게 반복되는 논란에도 반성하지 않는 프로야구에 국민들의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습니다.

매일 이길 수는 없지만 불성실한 선수와 무기력한 경기에 흥미를 잃어간다고 토로하는 팬들.

이제 한 번 더 아웃되면 경기가 영영 끝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우려 속에 오늘부터 KBO 리그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야구계 전반의 자구 노력이 꼭 필요해보입니다.

지금까지 뉴스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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