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포획 활동 중인 엽사들
■환경부 ASF 포상금 노린 허위 신고 엽사 잇따라 적발
치사율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 ASF가 국내에서 확인된 지 2년이 돼 갑니다.
이달 8일, 고성의 양돈 농가에선 ASF에 걸린 집돼지가 나와 이 농장에서 기르던 돼지 2,400여 마리가 매몰처분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는 야생멧돼지 개체 수 조절을 통해 ASF의 확산을 막겠다는 방침입니다.
실제로 2019년 가을부터 엽사들을 동원해 멧돼지 포획 작전을 계속해오고 있는데, 멧돼지를 포획해 신고하면 27만 원, 검체를 채취하고 사체를 처리 장소로 운반하면 최대 15만 원까지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포상금을 노리고 허위 신고를 한 엽사들이 잇따라 적발됐습니다.
지난달 26일, 강원도 인제군에 포획 신고된 야생멧돼지
■같은 장소에서 잡은 두 마리를 다른 장소에서 잡았다고 신고…"엽사 활동구역 탓"
지난달 26일, 인제군청에 야생멧돼지를 포획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신고를 접수한 사람은 인제군에서 유해조수구제단 활동을 하는 김 모 씨와 조 모 씨였습니다.
어린 멧돼지 두 마리를 잡았는데, 한 명은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에서, 한 명은 기린면에서 포획했다고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신고된 멧돼지 두 마리에서 모두 아프리카돼지열병,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일이 커졌습니다. 인근 돼지 농장에까지 엄격한 방역절차가 적용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담을 느낀 엽사들은 결국 "사실 두 마리는 같은 장소에서 잡았는데, 신고만 다른 장소에서 잡은 것으로 한 것"이라고 인제군에 털어놨습니다.
엽사 김 씨는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도 "야간에는 혼자서 다니기 어려워 친구 조 모 씨는 차량 운전 등 보조 업무를 해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처 ASF 생각은 못 하고, 같이 고생했으니 한 마리는 조 씨 앞으로 신고하자고 해서 신고를 따로 하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사례는 또 있었습니다. 지난달 17일, 횡성에서 활동하는 엽사인 홍 모 씨가 홍천군 화천면에서 발견한 새끼 멧돼지를 50km 넘게 떨어진 횡성으로 가져온 뒤, 횡성에서 포획했다며 동료 엽사의 이름으로 신고하기도 했습니다.
홍 씨는 "동료 엽사가 한동안 멧돼지를 잡지 못해서 실적을 올려 주려고 신고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홍천에서 폐사체를 발견한 뒤 횡성까지 가져오는 동안 밀봉해서 잘 가져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거로 생각했고, ASF 바이러스 때문에 위험할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멧돼지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됐습니다. 바이러스가 검출된 이후 홍 씨도 횡성군에 이런 내용을 먼저 털어놨습니다.
■'최대 42만 원' 포획 포상금 노려…사체 처리 비용 부정 수급도
엽사들이 이렇게 허위 신고를 한 건 포상금 때문이었습니다.
횡성과 인제의 경우, 멧돼지를 포획하게 되면 27만 원의 포획 포상금을 받게 됩니다. 여기다, 엽사들은 매몰지나 냉동창고 등 사체를 처리하는 장소로 가져가는 비용 10만 원, 사체를 처리하기 전 검체를 채취하는 비용 5만 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엽사들은 자기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 안에서만 포획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외 지역에선 포획 활동을 할 수 없고, 설사 그 외 지역에서 포획한 개체를 군에 가져다줘도 포상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엽사들이 허위 신고를 한 이유입니다.
허위 신고는 엽사들만 하는 건 아닙니다. 폐사체 상태로 발견된 야생멧돼지는 '사체처리반'이 전담해 검체 채취를 하고, 폐사체 처리 작업을 합니다.
강원도 양구에선 이 사체처리반 인원들이 2019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마리당 처리 인력을 부풀려 신고하는 방식으로 사체 처리비를 부정 수급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올해 6월, KBS가 이 문제를 보도한 뒤 양구군은 사체 처리비가 지급된 2,000여 건 중 40건을 부정수급 사례로 특정하고 800여만 원을 회수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양구군은 보상금 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대신, 폐사체를 처리할 담당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강원도 인제군의 엽사가 허위로 작성한 포획 신고서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유전자 검사에 덜미…"유전자 검사 정확도는 99.9%"
그런데 엽사들의 이런 거짓 신고, 어떻게 드러나게 된 걸까요?
바로, 멧돼지의 습성을 간과했다가 야생멧돼지 검체 검사를 담당하는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 적발된 겁니다.
멧돼지들은 보통 어미를 중심으로 무리 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문제의 멧돼지들은 모두
생후 2달 정도밖에 안 된 새끼였습니다. 이런 어린 개체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로 1마리씩 발견될 가능성은 극히 적습니다.
이런 점을 수상하게 여긴 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 엽사들을 추궁한 겁니다.
인제 폐사체에 대해선 DNA 검사도 이뤄졌는데, 두 마리는 한배에서 나온 자매로 밝혀졌습니다.
환경부 산하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야생 멧돼지의 ASF 감염 관련 조사를 담당하고 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정원회 질병대응팀장은, "엽사들의 포상금 부정 수급 의심 사례들이 있어 올해 3월부터 바이러스 검사에 더해 양성 판정을 받은 개체는 모두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초 유전자 검사는 파주, 연천, 양구, 인제 등지에서 발견되거나 잡힌 ASF 양성 멧돼지들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이젠 부정 수급 의심 사례들에 대해서도 검사를 응용하고 있는 겁니다.
정 팀장은 또 "유전자 검사 방식은 정확도가 99.9% 이상이기 때문에 허위로 장소를 신고하면 명확하게 추적을 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엽사들이 포획이나 발견 신고를 하는 단계에서 사전에 걸러낼 방법은 아직 완전히 준비되진 않은 상탭니다. 실제로, 엽사가 포획 활동을 하는 동안 동선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포획관리시스템은 경기도에선 31개 지자체 중 10개, 강원도는 18개 지자체 중 8개에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경기도와 강원도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이달 말까지 GPS를 이용한 포획관리시스템을 구축하라고 권고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자매 멧돼지를 남남처럼”…허위 신고, DNA 검사에 덜미
-
- 입력 2021-08-11 07:00:31
■환경부 ASF 포상금 노린 허위 신고 엽사 잇따라 적발
치사율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 ASF가 국내에서 확인된 지 2년이 돼 갑니다.
이달 8일, 고성의 양돈 농가에선 ASF에 걸린 집돼지가 나와 이 농장에서 기르던 돼지 2,400여 마리가 매몰처분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는 야생멧돼지 개체 수 조절을 통해 ASF의 확산을 막겠다는 방침입니다.
실제로 2019년 가을부터 엽사들을 동원해 멧돼지 포획 작전을 계속해오고 있는데, 멧돼지를 포획해 신고하면 27만 원, 검체를 채취하고 사체를 처리 장소로 운반하면 최대 15만 원까지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포상금을 노리고 허위 신고를 한 엽사들이 잇따라 적발됐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잡은 두 마리를 다른 장소에서 잡았다고 신고…"엽사 활동구역 탓"
지난달 26일, 인제군청에 야생멧돼지를 포획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신고를 접수한 사람은 인제군에서 유해조수구제단 활동을 하는 김 모 씨와 조 모 씨였습니다.
어린 멧돼지 두 마리를 잡았는데, 한 명은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에서, 한 명은 기린면에서 포획했다고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신고된 멧돼지 두 마리에서 모두 아프리카돼지열병,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일이 커졌습니다. 인근 돼지 농장에까지 엄격한 방역절차가 적용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담을 느낀 엽사들은 결국 "사실 두 마리는 같은 장소에서 잡았는데, 신고만 다른 장소에서 잡은 것으로 한 것"이라고 인제군에 털어놨습니다.
엽사 김 씨는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도 "야간에는 혼자서 다니기 어려워 친구 조 모 씨는 차량 운전 등 보조 업무를 해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처 ASF 생각은 못 하고, 같이 고생했으니 한 마리는 조 씨 앞으로 신고하자고 해서 신고를 따로 하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사례는 또 있었습니다. 지난달 17일, 횡성에서 활동하는 엽사인 홍 모 씨가 홍천군 화천면에서 발견한 새끼 멧돼지를 50km 넘게 떨어진 횡성으로 가져온 뒤, 횡성에서 포획했다며 동료 엽사의 이름으로 신고하기도 했습니다.
홍 씨는 "동료 엽사가 한동안 멧돼지를 잡지 못해서 실적을 올려 주려고 신고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홍천에서 폐사체를 발견한 뒤 횡성까지 가져오는 동안 밀봉해서 잘 가져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거로 생각했고, ASF 바이러스 때문에 위험할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멧돼지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됐습니다. 바이러스가 검출된 이후 홍 씨도 횡성군에 이런 내용을 먼저 털어놨습니다.
■'최대 42만 원' 포획 포상금 노려…사체 처리 비용 부정 수급도
엽사들이 이렇게 허위 신고를 한 건 포상금 때문이었습니다.
횡성과 인제의 경우, 멧돼지를 포획하게 되면 27만 원의 포획 포상금을 받게 됩니다. 여기다, 엽사들은 매몰지나 냉동창고 등 사체를 처리하는 장소로 가져가는 비용 10만 원, 사체를 처리하기 전 검체를 채취하는 비용 5만 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엽사들은 자기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 안에서만 포획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외 지역에선 포획 활동을 할 수 없고, 설사 그 외 지역에서 포획한 개체를 군에 가져다줘도 포상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엽사들이 허위 신고를 한 이유입니다.
허위 신고는 엽사들만 하는 건 아닙니다. 폐사체 상태로 발견된 야생멧돼지는 '사체처리반'이 전담해 검체 채취를 하고, 폐사체 처리 작업을 합니다.
강원도 양구에선 이 사체처리반 인원들이 2019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마리당 처리 인력을 부풀려 신고하는 방식으로 사체 처리비를 부정 수급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올해 6월, KBS가 이 문제를 보도한 뒤 양구군은 사체 처리비가 지급된 2,000여 건 중 40건을 부정수급 사례로 특정하고 800여만 원을 회수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양구군은 보상금 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대신, 폐사체를 처리할 담당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유전자 검사에 덜미…"유전자 검사 정확도는 99.9%"
그런데 엽사들의 이런 거짓 신고, 어떻게 드러나게 된 걸까요?
바로, 멧돼지의 습성을 간과했다가 야생멧돼지 검체 검사를 담당하는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 적발된 겁니다.
멧돼지들은 보통 어미를 중심으로 무리 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문제의 멧돼지들은 모두
생후 2달 정도밖에 안 된 새끼였습니다. 이런 어린 개체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로 1마리씩 발견될 가능성은 극히 적습니다.
이런 점을 수상하게 여긴 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 엽사들을 추궁한 겁니다.
인제 폐사체에 대해선 DNA 검사도 이뤄졌는데, 두 마리는 한배에서 나온 자매로 밝혀졌습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정원회 질병대응팀장은, "엽사들의 포상금 부정 수급 의심 사례들이 있어 올해 3월부터 바이러스 검사에 더해 양성 판정을 받은 개체는 모두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초 유전자 검사는 파주, 연천, 양구, 인제 등지에서 발견되거나 잡힌 ASF 양성 멧돼지들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이젠 부정 수급 의심 사례들에 대해서도 검사를 응용하고 있는 겁니다.
정 팀장은 또 "유전자 검사 방식은 정확도가 99.9% 이상이기 때문에 허위로 장소를 신고하면 명확하게 추적을 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엽사들이 포획이나 발견 신고를 하는 단계에서 사전에 걸러낼 방법은 아직 완전히 준비되진 않은 상탭니다. 실제로, 엽사가 포획 활동을 하는 동안 동선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포획관리시스템은 경기도에선 31개 지자체 중 10개, 강원도는 18개 지자체 중 8개에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경기도와 강원도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이달 말까지 GPS를 이용한 포획관리시스템을 구축하라고 권고했습니다.
-
-
조휴연 기자 dakgalbi@kbs.co.kr
조휴연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